"그 때 나는 단 하루도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방송 일을 피해 미리부터 예약해 놓았던 도망을 떠나던 중이었다.
목표는 하나였다. 나는 괌에서 길고 긴 낮잠을 자고야 말 것이다. 아무도 말리지 마라."
그동안 '관광'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던 나의 여행길에서 흔하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이번 괌 '탈출'의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는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신.혼.부.부.
한국에서 괌으로 가는 항공편은 공식적으로는 4시간 30분 걸려 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최소한 한 두 번 이상이라도 그 길을 날아가 본 사람이라면 비행기가 항상 4시간도 못 미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달랑 4시간의 비행이라면 이커너미석이 아니라 불가촉천민의 좌석이라도 나는 행복하다.
기내식은 중국식 닭요리와 매콤한 생선찜이었다.
(라고 굳이 써 놓았으나 사진은 없음)
작은 비행기 인데다가 꼬리쪽 좌석인지라 기류에 따라 덩더꿍덩더꿍 품바춤을 출 일이 걱정됐지만
소음이 엄청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참으로 유순한 비행이 계속되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쓸까, 게임을 할까, 기내상영작을 볼까 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는 <나의 결혼 원정기>
흠, 사람들이 세련되게 이온플럭스를 보고 계신 동안 나는 이 지극히 정재영스러운 영화를 보련다.
첫장면부터 이미 정재영은 막걸리를 일곱병 이상 뽀샤버리고 시작을 한다.
정재영 = SBS 윤 모 피디
유준상 = SBS 신 모 피디 레플리카들이시다.
강아지 순이까지 참 너무나도 끈끈해 주신다.
좋은 영화 잘 보았다.
결국 누구나 알다시피 괌으로 가는 비행이 4시간 30분이라는 말이 거짓임을 확인시키며
3시간 45분만에 비행기는 착륙을 하려한다.
영화 한 편 볼 시간도 벅찬 짧은 순간이었다.
나는 두어장의 입국 신고서와 잡다부리한 신상명세까지 적어달라는 종이를 받아들고
방금까지 보았던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경상도 사투리 영향을 받아 중얼거렸다,
"모 이래 쓰라는 게 많노!"
그
라고,
누구냐, 비행기 착륙한다는데 디카 꺼내서 신나게 사진찍는 저 사람.
거 하지 말라면 제발 하지 맙시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내 눈꺼풀에 힘이 모아지며 겹주름이 층층이 생긴 채로 비행기는 구암 땅에 내려 앉으셨다.
태평양의 햇살이 동공을 강타하는 이 사진은 포스팅의 흐름상 뻥에 속한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떠나는 대부분의 괌 비행기는 현지 깜깜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태평양의 섬에 도착했다는 의미에서 햇살 동공 강타 사진을 먼저 올려본다.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괌에서 낮잠을, 아니 투병생활을] 카테고리는
여행유전자로서는 드물게 패키지 여행을 떠난
일상에서의 괌 탈출기이자 패키지 여행자들의 관찰기입니다.
여행수첩 정리차 블로그에 간단하게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