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까지 따라오는 여친의 벗은 사진

일본 나고야로 연휴 여행을 가면서 휴대폰 로밍을 할 때의 일이다. 이동통신사에서 '문자는 안됩니다. 한글이 아니라 영어 문자만 되거든요'라는 말을 듣고 문자 이용은 포기하고 급한 전화나 하자, 고 로밍 휴대폰을 대여해서 일본으로 떠났다. 

그런데 읽지도 못 할 줄 알았던 문자들이 서울에서 로밍한 휴대폰으로 속속들이 너무도 자주 도착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설 연휴라 사람들의 '새해 복 많이' 문자가 쏟아지는 모양이었지만 휴대폰 액정을 열어봤자 'ewrujhsodiufh' 뭐 이런 이상한 영어만 잔뜩 찍혀있을 뿐이라 곧 휴대폰을 닫아 버리곤 했다. 

그러다 어느날 나고야의 지하철에서 이동 중, 심심하던 차에 영어 암호의 문자 메시지를 아무 생각없이 열어보던 순간...!

이럴 수가! 그 의미 없는 깨진 영어 문자로만 보이던 것이 하나 하나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UCC 여친...비밀...사진 공개...문의..."

한글 문자로 보낸 내용이 바다를 건너면서 발음대로 영어로 찍혀서 보내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페이지를 넘겨 다른 문자들도 열심히 읽어 보았다.

 '속...다보..여..주는...끈풀..린 여친..~...' 두번째 저장된 문자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떤 연유로 내 전화번호가 여친의 벗은 몸이 필요한 곳에 리스트가 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스팸이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날아오시더니 일본 휴가 여행길까지 기어코 이렇게 따라오는 것이었다. (젠장할 나중에 옥션 사건 터지고 열 받았다)

끈 풀린 여친의 다 보이는 속을 봐 달라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끈 풀린 여친들의 다 보이는 맨살쯤이야 수 십 년간 수영장이며 사우나에서 실컷 보며 살아온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며 다음 문자로 페이지를 넘겼다. 이미 나는 이두로 적힌 <서동요>의 음가를 해석하는 고문헌 학자가 되어 있었다. 음허허 따지고보면 서동요도 속 다 보여주는 끈 풀린 여친 이야기로구나.

그 밖의 문자로는 한국에서도 매일 한 번씩 저녁 8시 정각이면 뻐꾸기 시계처럼 문안 인사 올려주시는 'anjeonhan daeri seoul 1manwon (안전한 대리 서울 1만원)'의 문자가 친절한 영문으로 와 있었고 친구로부터 여행 안부를 묻는 문자도 있었다.  

너무 학문에 몰입 정진하였음 때문인지 나고야의 전철 안에 울려퍼지는 '갈아타실 분은 이번 역에서 내려 주십시오'라는 우리말 안내가 일본까지 벗고 쫓아오는 여친의 목소리로 들렸다, 라고 말하면 웃자고 말 해보는 과장이지만 분명 이 포스트 클릭하신 분들중에 여친의 벗은 사진이 없어 심통이 나신 분들 계실 것은 확실하리라 흐흐흐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 중에...


오늘의 나고야 여행 정보
1. 여친의 벗은 사진은 일본까지 따라간다.
2. 나고야의 주요 전철역에서는 우리말과 중국어 등 외국어 안내가 승하차 직전 전철 안에서 방송된다.  


by hertravel | 2008/06/25 08:47 | └나고야 갈꼬야 | 트랙백(1) | 덧글(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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