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비어서, 복식호흡 장진우, 취향의 일관성, 크리스마스│일상 DailY 생활이 곧 여행









베트남여행│세상의 모든 기사 식당, 베트남 호치민(사이공) 베트남│아니죠, 비엣남

그곳엔

팔뚝과 허리를 굽혀 듬성 듬성 털이 덜 뽑힌 돼지고기 요리를 담아주는 밥집 아줌마와 웃통에 런닝 셔츠 슬쩍 걸친 그 나라 사내들의 거무잡잡한 맨살 팔뚝, 밥 먹으러 온 가족 모두 ‘저 외국인들이 어떻게 여길 왔을까?’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물음표 눈빛,뭔가 할 말 많은 저쪽 테이블에서 노래처럼 랩처럼 흘러나오는 그 나라 말로 된 수다.

가 있다.

그곳에선 주인장이나 동네 단골과 어느새 한 잔 친구가 되어 입에 들어가는 음식보다 터져나오는 말이 더 많아진다. 뭔가 저렴한 분위기에 같이 줄 서서 음식 받다가 뒤늦게 빈민 무료 급식 줄임을 알고 민망할 때도 있다.그 곳은 제멋대로 다니는 여행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 쯤 꼭 들르고 싶어지는 곳이다. 

여행책에 나온 유명한 음식점이 아니라 어젯밤 미도리의 엄마나 호의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차려준 바로 그런 밥상이 있는 현지인의 음식점. 나는 그곳을 내 멋대로 기사 식당, 혹은 백반집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남의 나라에 가서 동네 특성에 따라 내 멋대로 홍대 앞이니, 청담동이니, 종로 2가니 동네 이름을 마구 붙이고 돌아다니는 버릇에 따라 세상의 모든 식당은 내 여행 수첩 속에 '양재동 기사 식당' 혹은 '한남동 밥집' 이름으로 재분류되는 음모의 재물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음식이 맛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트남의 쌀국수인 퍼(pho)와 월남쌈인 고이꾸온(goi cuon), 스프링 롤로 알려진 짜조(cha gio)나 돼지갈비, 액젓 양념인 늑맘 등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져있다.


처음 동남아 뒷골목 백반집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그 전까지 그곳 배낭 여행자의 거리나 현지의 정찬 음식점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하나같이 너무나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끼니 때마다 나와 동행들은 경기 종료를 삼 십초 앞두고 역전골을 넣은 축구 선수들처럼 감격의 포옹을 나눴더랬다.

그쯤에서 우리는 슬슬 그 훌륭한 안정감이 지루해졌던거다. 우리는 외국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현지 입맛에도 풍덩 빠져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입이 말라갔다. 

그 때 우리 앞에 문 한 짝 없이 유리창도 하나 없이 길바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을 너댓개 주르르 꺼내 놓은 밥집이 있었다. 딱 바로 그 옆에 오래된 시장 구석 생 닭 잡는 집이라도 있을 것 같은 비주얼에 낮은 식탁이 두어 개. 멀지 않은 강변에 해가 지는 듯 때마침 불어온 스산한 바람과 함께 우리는 몽롱한 첫 발자국을 가게 안 쪽으로 디뎠다. 젠장, 그렇다. 길바닥의 솥들 말고는 가게 안팎의 경계란 건 처음부터 물론 없었다.

밥집 아주머니의 반응은 난감함과 호기심이 반반. 난데없이 나타난 이 어설픈 외국인들이 우리집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하며 우리 몫의 빈 접시를 손에 들었다. 우리는 너댓개의 솥 앞에서 지도자를 잃은 식민지 백성처럼 우왕좌왕하며 음식을 골랐다. 그러나 아주머니께서 접시에 고실고실한 안남미 밥을 퍼 주려는 순간.

우리나라에서 발견됐다간 그 길로 파란 모자 쓴 방제 회사 연구실 희귀 자료로 납치될 만한 거구의 대왕 바퀴벌레 한 마리가 접시 한 가운데로 가면을 쓴 변태 언니의 채찍처럼 긴 더듬이를 바르르르 떨며 그 뱃살을 접시에 부르르르 밀며 기어가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인심 나쁜 음식점 안심 스테이크 만한 거대 바퀴벌레 위로 김을 뿜는 밥덩이가 소복히 쏟아지려는 순간이었다.

흡.

우리가 떨리는 손끝으로 바퀴벌레를 가리키자 아줌마는 그런데 왜? 하는 몸짓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접시 위 바퀴벌레 녀석을 손으로 살짝 포송하게 덮어 쓰윽 훑어 다치지 않게 툭! 바닥에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안심 스테이크, 아니, 바퀴벌레는 이 집 애완충이라도 되는 듯 이제 유유히 바르르르르 벽을 탄다.

흡흡.

아주머니는 이 외국인들이 밥이 늦다고 흡흡댄다고 생각했는지 방금 전까지 거구의 대왕 바퀴가 채찍을, 아니, 더듬이를 바르르르 떨던 접시에 우리가 주문한 밥을 재빠르고 푸짐하게 턱! 얹는 것이었다.

흡흡흡

이윽고 바퀴벌레의 뱃기름으로 접시에 섬세한 윤기를 더 한 부분엔 우리들이 일찍이 공들여 골랐던 이름 모를 메뉴가 차곡차곡 얹혀졌다. 참담함이 더해졌다. 음식을 앞에 두고 우리들은 그 낮은 식탁에 앉아 해가 지는 가게 건너편 거리의 긴 그림자를 한 동안 말없이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비장하게 말문을 열었다.“…….먹자. 맛있게 먹자!”

남의 나라에 여행을 왔다면, 그 곳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먹겠다고 생각을 했다면, 맛있게 먹자. 크림 치즈만 먹고 산 파란 눈의 여행자가 우리나라의 시골에 제발로 민박을 하러 왔다면, 청양 고추에 뻐얼건 고추장을 듬뿍 찍어 주는 할머니의 밥상을 맛있게 먹을 일이다. 번데기탕 술안주가 나오더라도 맛있게 먹을 일이다.

그러나 불행은 항상 쌍으로 오는 법. 진짜 문제는 우리가 고른 음식의 양념이었다. 일찍이 맛보지 못한 묘한, 벌칙 음식을 찾는 예능 작가가 있다면 그 길로 섭외가 올만한 그런 맛이었다. 우리들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밥집의 모두가 음식을 먹는 우리의 표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맛있는 표정을 기대하는 현지 사람들의 눈동자 앞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식도는 내려 보내야 할 음식을 자꾸 거꾸로 올려 보내고 있었고 나의 눈가엔 뜨거운 눈물이 눈시울을 따라 차오르고 있었다. 우리들은 아주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 듯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다 우리끼리 눈을 마주치면 서로 용기를 북돋는 어깨짓으로 더 격하게 음식을 밀어 넣었다. (이 순간 전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나는 이 나라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왔고 먹어오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때 먹었던 음식은 그 이후로도 본 적이 없다.)

오만은 여행이 몸에 잘 붙을 때쯤 여행자가 쉽게 저지르는 잘못이다. 자신은 그 곳의 사람들과 음식과 문화에 잘 섞였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외국인을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외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음식과 딱 여행의 기간과 동선만큼의 체험을 하는 것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일부 지방을 돌아다니고는 한국의 음식은 모두 짜고 맵다고 이야기 하는 거나, 이태원 사흘 돌아다녀 놓고 한국 거리엔 외국인이 더 많다고 얘기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우리들은 결국 그 양념의 맛을 입에서 지우지 못한 채 숙소로 들어와서 그만 토하고 말았다. 한 사람이 울컥(?)하자 그만 모두가 연달아 같은 증세를 보였다. 한 화장실에서 ‘성숙한’의 한참 반대말인 미숙한 여행자 세 명이 동시에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며 동시에 토하는 더티한 리얼 여행 다큐가 연출됐다. 눈물나게 아름답고도 참으로 지저분한 우정이었다.

그 와중에 우리들은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니꺼 내꺼에서 그 양념 냄새가 똑같이 난다고!”

우리는 다 토했다가도, 그 니꺼 내꺼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다시 또 토하다 탈진한 상태로 침대에 누웠다. 동남아 특유의 천장 팬이 가뜩이나 어지러운 내 눈 앞에 더 어지럽게 돌고 있었다. 그 옆으로 장난감 공룡같은 도마뱀이 쪼르르 지나갔다...


Tokyo, Japan 도쿄,
본먹는 것이 여행의 아주 큰 이유가 되는 나라 중의 하나, 일본. 일본에서 동네 사람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작은 역 앞의 꼬치 가게. 세타가야의 이 동네 꼬치집은 나의 일본 여행을 부추기는 것 중의 하나다.




1


저작권

저작권 관련하여 이 블로그의 모든 글과 사진은 무단도용, 복사, 스크랩 등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링크로 즐겨주시길 바라옵니다.

이메일 traveldna@naver.com
트위터 twitter.com/traveldna
블로그 www.traveldn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