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10일
나는 한 마리 다급한 짐승, 당신의 짜릿한 시원함이 이 여름을 버티게 해 줍니다.

<그 중의 최고는 녹차만의 빙수였더라>

다행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내 모교 앞 흰 눈 같던 팥빙수가 다른 집들의 흔한 자잘한 얼음 빙수로 바뀐 뒤, 갈 곳을 몰라하던 내가 아차차, 그 곳을 어찌 잊었나, 하고 이 여름을 백화점 팥빙수 카페에 의존하고 있다. 이 곳이 있어 다행이다. 이 곳은 아직도 눈을 담아준다. 맛을 보면 눈에 우유나 연유를 부은 것이 아니라 부어서 얼린 것을 갈아서 주는 것 같다.
빨주노초파남보 젤리가 없다. 색소 시럽이 없다. 깡통 체리가 얹혀서 나오지 않는다. 우아하다 이녀석.


같은 가게 - 다른 지점 - 다른 날에 가서 또 먹고 찍었던 사진.
단 맛에도 중용이 있음을 알려주는 저 팥을 달라, 오늘 나에게 달라.

단 맛에도 중용이 있음을 알려주는 저 팥을 달라, 오늘 나에게 달라.

그러나 오늘같이 특히 더운 날엔 여름철 특별 빙수 생각이 더 절실하다. 그토록 적나라한 맛차의 세례를 받은 빙수가 또 있었을까. 사진 속의 빙수를 먹던 때 생각에 그나마 밀크 빙수로 차가운 기쁨에 뛰놀던 입 안은 추가로 뛰쳐나온 타액으로 미지근해진다. 이 빙수는 나의 favorite 이시다.
어느 와인 만화 방식으로 말하자면... "비온 날 교토의 첫 새벽이다... 아무나 손 댈 수 없게 관리하던 그 차 밭... 아아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의 옷자락에 금각사의 처마끝 새벽 첫 이슬이 나뭇잎에 떨어진다. 첫사랑 그녀의 서늘했던 목덜미..." 라고 거만하게 눈을 감아야 되겠지만
차의 향긋하고 시원함이 오래도록 온 몸을 시원하고 행복하게 한다. 무릎꿇고 대나무솔로 거품내는 것만이 다도가 아니다. 시내의 일본식 카페에 앉아 이 여름 한정 특별 녹차 빙수를 입에 머금고 눈을 감으면 여행유전자가 주장하는 짜릿한 냉녹차 빙수 다도의 세계가 열린다.

또 다른 가게의 녹차 파르페. 과일, 녹차 젤리, 새알심 말고도 녹차 카스테라 조각이 들어가 있다. 이 여름 이제야 제대로 찾아온 더위에 어찌 어찌 밀크 팥빙수로 버티고는 있었는데 집에 녹차라도 풀어서 얼음이라도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나저나 도쿄에 지진이라는데 그 강도에 별 사고가 없는 걸 보면 정말 일본의 내진 건축에 대한 놀라움이 생겨난다. 이번에 쓴 책인 <내 안의 여행유전자>에서도 콜롬비아 지진 취재를 갔던 이야기를 썼는데 그 수많았던 콜롬비아의 사람들에게도 안전한 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여전히 안타깝다. 사람들을 힘들게 할 여진같은 나쁜 것은 제발 도쿄건 어느 나라건 다시는 오지 말고 안전하게 이 여름이 지나가기를...
어느 와인 만화 방식으로 말하자면... "비온 날 교토의 첫 새벽이다... 아무나 손 댈 수 없게 관리하던 그 차 밭... 아아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의 옷자락에 금각사의 처마끝 새벽 첫 이슬이 나뭇잎에 떨어진다. 첫사랑 그녀의 서늘했던 목덜미..." 라고 거만하게 눈을 감아야 되겠지만
차의 향긋하고 시원함이 오래도록 온 몸을 시원하고 행복하게 한다. 무릎꿇고 대나무솔로 거품내는 것만이 다도가 아니다. 시내의 일본식 카페에 앉아 이 여름 한정 특별 녹차 빙수를 입에 머금고 눈을 감으면 여행유전자가 주장하는 짜릿한 냉녹차 빙수 다도의 세계가 열린다.

맛차(녹차의 한 종류) 젤리와 생크림, 과일이 들어간 녹차 파르페.
'젤리'라는 명칭으로 인한 선입견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 외로 시원하고 맛있다.
'젤리'라는 명칭으로 인한 선입견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 외로 시원하고 맛있다.

그나저나 도쿄에 지진이라는데 그 강도에 별 사고가 없는 걸 보면 정말 일본의 내진 건축에 대한 놀라움이 생겨난다. 이번에 쓴 책인 <내 안의 여행유전자>에서도 콜롬비아 지진 취재를 갔던 이야기를 썼는데 그 수많았던 콜롬비아의 사람들에게도 안전한 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여전히 안타깝다. 사람들을 힘들게 할 여진같은 나쁜 것은 제발 도쿄건 어느 나라건 다시는 오지 말고 안전하게 이 여름이 지나가기를...
# by | 2009/08/10 14:30 | 도쿄 먹자 여행 (2) | 트랙백 | 덧글(3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다른 분 블로그에서 중얼대는 것 같아서 매우 죄송한데 하나 더 털어놓자면, 서른이 넘어서 어느 여름날 서울 구경 간 김에 나도 과일빙수라는 것을 먹어보자고 시켰는데 그야말로 팥이 없는 과일빙수가 나왔습니다. "팥이 없어요"라고 했다가 과일빙수라서 팥이 없다는 말에 -_-, 과일빙수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가 싶어 이후로 과일빙수라는 것은 못 시켜 먹었습니다. 녹차빙수도 팥이 없는 글자그대로 녹차빙수일까 싶어 못 시켜먹었는데, 이 포스트를 보니 그것도 그 나름대로 맛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있다가 쓰신 책 인터넷서점으로 주문하려고 하는데, 이 다음에 혹시 뵙게 되면 저자 친필싸인이라도 굽신굽신.
그래도 녹차 아이스크림이 같이 나오는 녀석은 달콤함을 달래실 수 있을 듯해서 다행입니다 :)
엄청난 비쥬얼!!
먹고 싶어요 ;ㅅ;
.
.
.
.
↓
정말 독특하고 맛있습니다 ^ㅠ^
이거슨 염장 ;ㅂ;
(압구정동에 있는 H백화점인가요?)
곱게 간 얼음 위에 간소한 토핑을 한 빙수를 좋아합니다.
요즘은 그런 빙수를 찾기 힘들죠.
토핑을 화려하게 하려면, 녹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두껍게 갈아야 하니까요.
(10만원짜리 황제빙수도 나왔는 데, 나름 장점이 있겠지만 이미 그건 빙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이번에 내신 책에 나오는 콜롬비아 지진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팠어요.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겠죠.
똑같이 눈처럼 만들어 주던 다른 가게는 눈처럼 갈 수 있으려면 큰 얼음을 사와서 갈아야 하는데 큰 얼음은 식용으로 위생적이지 않아서 과감하게 눈느낌을 포기했다고 설명하시더군요. 그런데 그게 100%의 이유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marlowe님, 가슴으로 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먹어버리고 싶습니다. 아아...
여름날의 저 분들의 짜릿함은 우리 위에 군림합니다 :)
먹어 치워 주십시오 MAR 님 ^^
작년에는 삽질할(= 가내 수공업으로 빙수를 만들었습지요, 네) 마음의 여유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
현재진행형님은 정말 바지런+깔끔한 손끝을 갖고 계신 분이지요 :)
아, 그런데 그러고보니- 그 곳에서는 가내수공업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간식일지도...!
저 책 다읽었어요~
책 완독에 감사합니다 (^^)/
일본에서 만난 빠띠셰분께서 자신있게 그 비슷하게 말씀하셨답니다.
일본 유제품에 대한 일본인의 무한 신뢰와...
버터 크림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생크림의 일본인들...
그나저나 그냥 녹차 빙수보다 저 진한 맛차 빙수의 뒤끝없는 쌉쌀함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컴퓨터 앞에서 너무나도 강렬하고 뭉근한 열이 나기에
저 녹차 빙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