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16일
[오사카] 게살과 배춧잎의 단 맛이 국물에 마구 녹아나던 할머니의 게찌개를
게살과 배춧잎의 단 맛이 국물에 마구 녹아나던 할머니의 게찌개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던 거다. 상차림을 도와주는 식당 직원이 맑은 국물 전골 그릇에 불을 붙이고 배추와 대파, 게를 한 접시에 같이 담아 나오자 우리 가족들은 흥분해서 저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할머니 게찌개 아니야?"
'사람들을 먹이는 것'은 할머니 평생의 큰 덕 중의 하나셨다. 할머니 기력이 좋으시던 시절, 우리집 명절은 기본이 사흘이었다. 하루는 친척, 하루는 고향 친구분들, 하루는 어디 사람들, 이런 식으로 사흘내내 하드코어 잔치를 끝내고 나서도 남은 음식이 너무 많아 우리가족은 한 달을 계속 잔치 메뉴로 입에 물릴 때까지 먹으며 살아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건 그 어마어마한 양을 만들어냈던 할머니의 '큰 손'이 아니라 훗날 남은 가족들의 위장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 할머니의 '맛'이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어느날 - 친족 범위까지의 - 우리 가족들은 두번째 위가 작동을 멈췄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 세 끼 위장은 산을 뿜으며 소화를 하고 있건만, 아니었다, 위가 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배가 부른데 배가 고팠다. 분명 뱃 속에 텅텅 비어 허기진 두번째 위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곳에 들어가야 할 것이 들어가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병의 원인이었다. 남은 가족들은 김치 국물에 명절 부침개를 넣어 끓여 할머니의 신선로를 오마주해서 먹었다. 평범한 고깃국을 먹으면서는 입으로 할머니의 닝길닝길 고기국 이야기를 하면서 되새김질을 했다. 토란국이나 이북식 만두, 명태를 넣은 김치, 그 모두 바깥에서는 사 먹을 수 없는 메뉴들이라 간절함이 더 했다.
그러던 우리 가족들이 오사카의 어느 게요리 식당에서 할머니의 게찌개를 만난 것이다.
가니나베. 일본의 맑은 게 찌개. 집에서 먹던 할머니의 게찌개와 재료와 맛이 같았다. 보통 된장과 고추장을 푼 멸치 국물에 끓이는 다른 집 게찌개와 달리 할머니는 맑은 국물에 배춧잎과 대파, 술로 맛을 낸 맑은 전골을 자주 만드셨다. 쑥갓이나 미나리를 넣어 개운한 향을 내는 우리나라식 맑은 전골하고도 다른 맛이다. 배춧잎의 달달함과 게살의 달달함이 슴슴한 국물에 녹아있다. (정작 중요한 국물 흥건한 사진은 없다. 중요한 것은 카메라를 거치지 않고 배로 들어가 버린다)

음식점은 오사카 도톤보리에 있는 게요리 전문점
'가니도라쿠かに道樂 ' 본점이었다.
바깥 간판에 대형 게가 다리를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 음식점이다.
옛날에 이 집 간판의 게다리 한 쪽이 없어져서
방송에서 화제가 됐는데
알고보니 이슈를 노린 그 집 주인 소행이었다고 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 집이다.
체인점이라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갈 수 있다.
도쿄만 하더라도 시부야 큰 길 한 복판에도 있고...
체인점이니 '꽁꽁 숨어있는 비장의 맛집'은 아니지만
게를 주제로 먹기 편리한 곳이다.



이 사진은 도쿄의 유명한 ㅅ음식점의 게 + 쇠고기 샤브샤브 점심세트다. 꼭 가니도라쿠가 아니더라도 게 전골이나 샤브샤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다양하다는 의미에서 이 사진도 함께 올려본다. 198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최고조에 있었을 때 어른들의 식당으로 이름을 날렸던 음식점이다.
살짝 익힌 게살을 참깨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이 고마다레 소스의 맛을 가지고도 일본의 음식점들은 경쟁하고 자랑한다.
사실 일본에서 게 요리가 유명한 곳은 북쪽 지방인 홋카이도다. 게의 산지로 유명해서 해마다 게 마쯔리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홋카이도 삿포로의 유흥 중심지 스스키노 거리 큰 길가에도 오사카의 가니도라쿠와 같은 게 전문 식당 가니혼케かに本家 가 있다. (사진 속 빌딩의 광고판)
원래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입니까'를 묻는 글을 쓰려고(클릭) 할머니 음식들을 생각하다가 그만 첫걸음에 오사카의 게찌개 이야기로 새고 말았다. 다시 소울 푸드 이야기는 이어진다.
'사람들을 먹이는 것'은 할머니 평생의 큰 덕 중의 하나셨다. 할머니 기력이 좋으시던 시절, 우리집 명절은 기본이 사흘이었다. 하루는 친척, 하루는 고향 친구분들, 하루는 어디 사람들, 이런 식으로 사흘내내 하드코어 잔치를 끝내고 나서도 남은 음식이 너무 많아 우리가족은 한 달을 계속 잔치 메뉴로 입에 물릴 때까지 먹으며 살아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건 그 어마어마한 양을 만들어냈던 할머니의 '큰 손'이 아니라 훗날 남은 가족들의 위장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 할머니의 '맛'이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어느날 - 친족 범위까지의 - 우리 가족들은 두번째 위가 작동을 멈췄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 세 끼 위장은 산을 뿜으며 소화를 하고 있건만, 아니었다, 위가 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배가 부른데 배가 고팠다. 분명 뱃 속에 텅텅 비어 허기진 두번째 위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곳에 들어가야 할 것이 들어가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병의 원인이었다. 남은 가족들은 김치 국물에 명절 부침개를 넣어 끓여 할머니의 신선로를 오마주해서 먹었다. 평범한 고깃국을 먹으면서는 입으로 할머니의 닝길닝길 고기국 이야기를 하면서 되새김질을 했다. 토란국이나 이북식 만두, 명태를 넣은 김치, 그 모두 바깥에서는 사 먹을 수 없는 메뉴들이라 간절함이 더 했다.
그러던 우리 가족들이 오사카의 어느 게요리 식당에서 할머니의 게찌개를 만난 것이다.


게살이 들어간 김밥
음식점은 오사카 도톤보리에 있는 게요리 전문점 '가니도라쿠かに道樂 ' 본점이었다.
바깥 간판에 대형 게가 다리를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 음식점이다.
옛날에 이 집 간판의 게다리 한 쪽이 없어져서
방송에서 화제가 됐는데
알고보니 이슈를 노린 그 집 주인 소행이었다고 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 집이다.
체인점이라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갈 수 있다.
도쿄만 하더라도 시부야 큰 길 한 복판에도 있고...
체인점이니 '꽁꽁 숨어있는 비장의 맛집'은 아니지만
게를 주제로 먹기 편리한 곳이다.

게살 초밥

나베 국물에 배추로 맛을 낸다. 맑은 배추 국물의 닝길닝길 단 맛과 조금 마른듯한 게 다리.

게 나베를 다 먹고 나면 맛이 졸아들은 냄비 국물에 밥을 넣어 죽(조스이)을 만들어 준다.


사실 일본에서 게 요리가 유명한 곳은 북쪽 지방인 홋카이도다. 게의 산지로 유명해서 해마다 게 마쯔리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홋카이도 삿포로의 유흥 중심지 스스키노 거리 큰 길가에도 오사카의 가니도라쿠와 같은 게 전문 식당 가니혼케かに本家 가 있다. (사진 속 빌딩의 광고판)

# by | 2009/07/16 08:38 | 오사카 나라 교토 고베 | 트랙백 | 핑백(1)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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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이 마구 붐비됩니다. 아하하;
된장찌개와
미역국이
생각난답니다 :)
아삭아삭 푸성귀 씹는 맛이 그리워서 양상추를 사서 씻어 먹고 다니죠
그런데 양상추가 은근히 비쌉니다...
아... 먹고 싶다...
오늘도 달달한 즙이 흐르는 게다리 한 쪽...
:)
게 요리 코스라니 돈이 들어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게맛살이 처음 나왔을 때 한동안 맛있게 먹다가, 어느 순간 '이건 게맛이 아냐!'라는 생각에 거들떠도 안 보게 되었어요.
지금은 고급요리라는 랍스터도 한 때는 개나 죄수들이 먹는 음식이였다는 데, 랍스터와 게를 실컷 먹어보고 싶네요.
죄수들의 음식!
비싸게 주고도 몇 덩이 없는
항상 모자란 아귀도 그렇고요...^^
그물에 잡히면 쓸 데도 없이 흉악하게 생긴 놈, 재수없어 그냥 바닷물에 버렸다고
물텀벙이라고 했다면서요-
츄릅츄릅 아침 잔뜩 먹고 나와서도 한그릇 뚝딱했던 기억이...
저는
성게알이 잔뜩
연어알이 잔뜩
참치 대뱃살도 몇 조각 올라간
카이센동 먹고 싶어집니다
츄릅
게다가 거기에 끓여먹는 죽이라니!!!
다음 게 철에는 집에서 해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맛있겠어요-
기분좋~은 한 끼 드실 수 있을 거예요...
:)
가니도라쿠에 알려줘야겠습니다.
신메뉴계발!
추운 겨울을 나는 기름지고 고기가 듬뿍듬뿍 들어간 음식들...
일 관계로 북한에서 나온 조선요리책 전집을 읽은 적이 있는게
그 날 밤 야근하다 위경련으로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울 할머니 맛이 다 들어있더군요
안그래도 배고픈 시간인데.... ^^
고통의 시간이지요
^^
짜릿합니다
:)
화려한 식사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들러봐야겠어요 ㅠㅠ
ㅠ ㅠ
사진과 글만으로도 국물의 깊고 깔끔한 맛이 멋대로 상상되는군요 ㅜ///ㅜ
추억의 맛
음식을 더욱 맛있게 해 주는 맛들!
심플한 요리법이 주는 깔끔한 맛, 저도 다시 먹어보고 싶습니다.
(집에서 만들면 될텐데 게 손질은 귀찮은 여행자^^)
짭짤하고 선명한 맛의, 남도식 조기찌개. T-T 말린 조기 냄새 때문에 밖에서는 못 먹지요. =_=
일본에 가보고 싶은데 영 기회가 안 되요. 게찌개를 먹으러 가고 싶네요, 저도. ^^
게다가 '달인 할머니'의 '남도식' 조기찌개라면
승부는 끝
상황정리~!
카니나베는 커녕 카니고로케라도 먹었음 좋겠다. 카니후라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