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소울 푸드, 바닷가의 생선회덮밥 / 아타미

상추잎과 양배추 채와 참치가 빨간 초고추장과 함께 밥에 비벼지는 그 회덮밥이 아니다. 참치를 일본 간장, 술, 설탕, 식초에 대충 절였다가 밥 위에 얹고 구운 김을 대충 잘라 와사비를 넣고 살살 비벼 먹는다. 여행유전자 집에서 대애충 만들어 먹곤 하는 소박한 식생활, 참치회덮밥이다. 

때로는 일본 음식 재료를 파는 모노마트에서 초절임 고등어 시메사바를 사 와서 0.5cm 간격으로 대충 썬 뒤에 밥 위에 올려 간장과 와사비, 김을 얹어 먹기도 한다. 그건 고등어 덮밥. 꼭 그 위에 얇은 생강 조각을 흩뿌려 먹거나 실파로 반노네기万能ねぎ처럼 다져서 풍성하게 얹거나 혹시 일본 차조기잎, 적자소잎(시소잎)이라도 있다면 손으로 대충 잘게 찢어 섞어 먹어도 별미다.

이 일본식 회덮밥들은 모두 아유미(일본에 있는 재일교포 3세 친구. 프라이버시를 위해 가명을 썼다) 가족과 떠났던 아타미 여행에서 먹었던 한 그릇의 회덮밥이 생각날 때 긴급 조치로 해 먹는 음식들이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손쉽게 떠나는 아타미熱海. 신칸센 안에서 오벤토를 사먹었다. 평범한 도시락인데도 일단 먹느라 정신 없어 정작 벤또 내용 사진은 없다.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아타미熱海는 미식가이신 아유미 아버님의 고향이라 아버님 가시는대로만 따라다니면 '잡지 따위에 실려서 공연히 알려지는 일은 없어야 할' 비장의 맛집들을 순례하게 된다. 1년에 한 번씩 떠나는 아유미 가족의 '우리 가족 일생의 소울 푸드 연례 방문여행'은 지난번에 <절벽 위의 라멘집> 포스팅(클릭하면 이동)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아타미 해변의 수수해 보이는 해산물 식당, 富士丸支店!(후지마루 지점[시텐]이라고 읽어야 할까?). 코카콜라사가 협찬해 준 낡은 간판과 빛바랜 차양의 이 맛집은 친구의 아버님이 없으셨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을 먹게 될지도 모른채 자리에 앉아 있으니 먼저 자릿세처럼 애피타이저처럼 삶은 푸른콩, 에다마메가 나온다.
이어서 마치 우리나라 오징어 젓갈같은 음식이 나왔다.
벽에 걸린 차림표를 보니 메뉴 보다는 그 달의 계절 생선이름을 적어 놓았다. 예를 들어 3월은 아지(전갱이)가 제철, 4월부터 11월은 시로키스(흰보리멸. 스시재료나 횟감으로 좋다. 키스(보리멸)는 일본 사람들이 덴푸라 튀김으로  무척 좋아하는 생선이다)가 제철이라고 써 있다. 원하는 손님들 돈을 받고 낚시도 데리고 가나 보다. 정작 각 단품 메뉴는 아래 쪽 벽에 종이로 적혀있다.

오징어 회

그리고 회덮밥이 나왔다. 살짝 간장 간을 해서 횟감과 김, 실파, 오쿠라(풋고추처럼 생긴 별 모양의 일본 채소)를 밥 위에 올렸다. 참고로 일본에서 해산물동이든 규동이든 덮밥류를 먹을 땐 우리나라 비빔밥처럼 다 비벼 놓고 먹는 것이 아니라 밥과 덮밥 재료 일부를 살짝씩 허물어서 먹는 것이 예의다.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속으로 입력은 해 두는 일본 사람들에게 음식물을 다 비벼 놓고 먹는건 이상하게도 영 별로인가 보다. 마치 우리나라 밥상 예절 중에서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었을 때 어른이 저런 쯧쯧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 정도? 탓할 것은 없다. 음식 문화가 달라서 그런 거니까, 뭐... 아차차, 맛? 맛이야 어느 분이 이끌고 와 주셨는데...  더 할 나위 없지 않겠는가!

덮밥이 아니라 정식 세트처럼 따로 나온 케이스. 음식 내용은 같다.

이즈 반도의 아타미는 일본의 3대 온천 여행지 중의 하나다. 온천때문에 바닷물이 따뜻했다고 해서 이름도 熱海[아타미]라고 한다. 로프 웨이로 올라가는 아타미 성에서는 아타미 전경을 볼 수 있다. 근처엔 서양인형 박물관도 있다고 한다. 온천이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관광지라기 보다는 조용한 분위기의 여행지다.

아유미 일가족이 1년에 한 번씩 아버지의 고향에 모여 다함께 절벽 위의 라멘집에서 뜨끈한 국물을 먹거나 해안의 회덮밥집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을 떠올릴때마다 짧은 소설 한 편이 쓰고 싶어지는데.... 오늘 소설대신 짧은 음식 기행 보고서를 끄적여 봤다.



by 여행유전자 | 2009/07/08 01:22 | 도쿄 먹자 여행 (2) | 트랙백 | 핑백(2)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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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바닷가의 회덮밥집&gt;(클릭하면 이동!)</a>에 이어 아유미 일가족 고향 음식 순례 코스로 따라간 오늘 저녁은 바다로 이어지는 어느 천변의 밥집이다. 이름은 でん助茶屋. 첫 사진으로 시작한 장어구이 2층 덮밥은 시작에 불과하다. 가족의 소울 푸드를 먹는 그 자리에 등장했던 몇 가지의 음식 사진을 더 이어 본다.본격적인 식사 전에 입맛이 새콤하게 돌도록 먹는 애피타이저. 참마를 간 도로로와 오이, 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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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도 포함해서 말이다. 내 친구 아유미 가족의 소울푸드 in 아타미 시리즈 (제목을 클릭하면 이동)(1) 그들의 소울 푸드, 절벽 위의 라멘집(2) 그들의 소울 푸드, 바닷가 생선회덮밥(3) 그들의 소울 푸드, 장어구이 2층 덮밥, 그리고...(4) 여러분의 소울 푸드는 무엇입니까? (포스팅 예정) ... more

Commented at 2009/07/08 01: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03:10
고맙습니다. 일이 밀려서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던 것을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대신 앞으로 제 새 글을 한꺼번에 읽으실 기회도 생길 것 같습니다. ^^

이 글의 대부분의 사진은 동영상을 캡쳐한 것 맞습니다. 분위기가 묘하죠? 동영상까지 짧게 편집해서 올리면 좋을텐데 살짝 생략해 봤습니다-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07/08 08:07
어어어..................-ㅠ- 분명 아침밥을 잘 먹고 나왔는데도 왜이리 허기가 지는걸까요. 빨간 생선살을 살짝 절여 고추냉이를 듬뿍 올리고, 살짝 식힌 밥에 올려 주변에는 녹차를 휘 둘러 붓고는 오차즈케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겠네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11:59
오차즈케 역공이 시작되는군요
^^
맛있어요-
Commented by 얌★ at 2009/07/08 08:57
윤기 좔좔 흐르는 회덮밥이라니! 으헝! 간장에 와사비라, 먹어 보고 싶네요! 우리나라는 회덮밥에 초고추장이 지배적이죠;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12:04
그렇죠~
입맛이 안 돌 때 매콤새콤 먹는 빨간 회덮밥도 별미지만
일본식 회덮밥은 초고추장이 모든 재료 맛을 다 덮어버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또 다른 별미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7/08 09:26
꽁꽁 얼은 참치 회덮밥만 먹다가, 일본에서 회덮밥을 먹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나네요.
일본인들은 빙수도 비벼 먹는 걸 싫어한다더군요.
정말 가깝지만, 먼 나라예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12:11
네. 빙수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돈카츠 소스같은 것 두 가지를 그릇 위에 덜어 젓가락 끝으로 섞어 놓고 먹는 사람들도 우리나라에는 꽤 되는데 (돈카츠 소스, 겨자 소스) 그것도 일본식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게 많아서 가깝게 여겼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알고는 멀게 느껴지는 거리감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
Commented at 2009/07/08 10: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12:12
띄엄띄엄 신칸센을 타 보면 가격이 정말....(입이 딱-)!
Commented by 소마 at 2009/07/08 10:24
하악하악 전 여행유전자님이 음식 사진 올릴 때마다 격하게 낚입니다.
소울 푸드라니..! 마음은 이미 밥그릇을 핥고 있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12:13
흐흐 덧글 재미납니다. 마음은 이미...^^
Commented by Cboyblues at 2009/07/08 13:00
'일단 먹느라 정신 없어 정작 벤또 내용 사진은 없다.'




진짜.. 심하게 낚으셨습니다.

유전자님의 바늘에 제 아가미가 너무 아프군요. ㅎ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13:05
흐흐흐
그렇게 된 건가요?
벤또는 그냥 평범하기도 했고 제목도 아니었으니 식신에 빙의되어 사진이 없어도 다행이지만
사실 저 아타미에서의 생선회덮밥 사진이 측면 사진 한 장인 것을 주목하셔야 합니다.
또 또 또 빙의돼서 제대로 위에서 찍은 덮밥 한 그릇 사진이 없다는 것에...!
(동영상 캡쳐니까 분명히 있긴 있을텐데 캡쳐할 땐 무슨 일로 또 정신줄을 놓았었는지 ...^^;)
Commented by 니나노 at 2009/07/08 14:19
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일본에 몇 번 갔었지만 저런 회덮밥 한 번 먹어보지 못했어요.
다음에 갈 때는 꼭 여행유전자님께 소개 받고 갈테야! ㅎㅎ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22:34
게다가 밥도 맛있습니다 :)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7/08 14:44
회에 약한 저마저 유혹하는 깔끔한 데코가..ㅜㅜ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22:35
특이한 것은
레몬이 아니라 오렌지를 써서 장식을 했더군요
소박한 것인지 주인님 취향인 것인지요 아무튼 밥상 깔끔하게 차려 나옵니다^^
Commented by 카이º at 2009/07/08 14:48
흐어어어 ㅠㅠ 회덮밥 먹고 싶어요 ㅠㅠ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22:36
하필이면 한여름 장마철에 올렸습니다 ^^;
Commented by 은조 at 2009/07/08 14:55
우와 사진이 원래 저렇게 세피아톤으로 찍힌건가요 o<-< 멋지다능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8 22:37
이 포스팅에는 동영상으로 찍은 것 캡쳐한 그림을 주로 올렸는데 동영상 캠코더에 필터를 껴서 촬영했기 때문에 하늘이 보이는 상단이 붉으죽죽합니다 :) 멋지다능->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대합실 at 2009/07/08 20:39
회덮밥 사진 다 좋은데 S&B 튜브형 와사비가 눈에 걸리는군요. 하코네 가시걸랑 생와사비 맛 한번 보세요. 400-600엔 사이면 500ml 살 수 있는데..그맛보면 다른 와사비 못먹는답니다. 색깔도 연두빛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구요. 이번에 카루이자와 다녀와서 이즈가면 꼭 들러야겠군요. 후지마루라..아타미 해안도로에 있죠?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09 00:25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대충 덮밥 만들어 먹자니 생와사비까지 쓰지는 못하고
전 그냥 한국에 나와 있는 튜브형 와사비 사서 쓰고 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손님 입장에서 첫 사진에 중앙에 와사비 튜브 자국 눈에 딱 걸리는군요.
여러번 강조했지만 '대충' 만들어 먹는 밥 사진이라... :)

하코네의 생와사비는 맛과 색은 말씀만 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다르겠죠. 산지의 싱싱함과...
하코네의 특산품이었군요.
참 그리고 저 후지마루, 말씀대로 아타미 해안도로에 있습니다~ ^^)/
Commented by Shoo at 2009/07/16 10:01
맨 처음 사진, 혹시 튜브형 와사비를 가리기 위해 수정하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너무 귀여운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_<
아아. 왜 저는 계속 여기에서 자학을 하고 있는지. 즐거운 고문인걸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7/17 16:08
후후 그렇지는 않고요^^

첫 사진에 밥 위에 올려진 와사비가 생와사비였다면
키세스 초컬릿 모양으로 반죽을 살짝 예쁘게 떼 놓았을텐데

수퍼에서 파는 일반 튜브형 와사비를 써서
와사비 모양이 치약 짜 놓은 것처럼 됐다는 대합실님의 덧글 조언이었어요 ^^

하나 공개하자면 이 글 말고
'장어 덮밥' 글 사진 중에 행주가 눈에 거슬려서 살짝 뭉개버린 사진이 하나 숨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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