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아저씨들의 가부키 분장을 벗겨라! / 도톤보리

가부키는 원래 나에게도 무척이나 친근한 단어다.
일본의 전통 공연 장르가 어째서 나에게 이리도 친근한지.
먼저 알콜 분해 효소가 부실한 나의 몸에 90%의 원인과 책임이 있고,
그 다음은 조도를 충분히 낮추지 않은 '붐만큼이나 경솔하신' 술집 주인의 과실이 10% 된다.

맥주 한 잔에 백 두 마리째의 달마시안이 되어 얼굴이 붉게 얼룩지는 나는
한 잔의 음주가 끝나면
구국의 영웅이 칼집에서 칼 빼들듯 비장하게
화장품 파우치에서 파우더나 비비크림을 꺼내
얼굴 위를 밝은 살색으로 두텁게 도포하여 얼룩을 제거한다.

"뭐하는 거야"
"나? 응, 가부키"
" ... "
"내가 가부키 안 하면 사람들이 내 얼굴 무서워서 술 못 마신다"
"가부키한 얼굴이 더 무섭다는 말은 안 해주든?"

'가부키' 혹은 '가부키 화장'이란 말은
나에게 그 긴 설명을 한마디로 일축해줘온 친근한 단어다.


(오사카의 먹자판 도심인 도톤보리道頓堀 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
간판에 달려 바그작거리는 게요리집 가니도라쿠かに道樂의 대형 게 설치물은
도톰보리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눈에 익을 정도로 유명하다.)

오사카 도톤보리 중심엔 나의 가부키 화장과는 완전히 격을 달리하는 진정한 가부키歌舞技 공연이 열리는 극장이 있다.
여행유전자 지나가는 날에도 가부키 극장 쇼치쿠자松竹座 바깥엔 공연 간판 사진이 붙어있었다.
에도시대부터 시작한 오래된 전통의 연극인 가부키에서는 캐릭터에 따른 화장법이 정해져 있다.
가부키 특유의 분장을 한 하얀 얼굴의 여주인공을 비롯...
분장에 파란 색을 넣은 사람은 나쁜 캐릭터, 붉은 색을 넣은 사람은 좋은 캐릭터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부키 극장, 이번 공연 간판이 재미있다.
바로 옆엔 극 중 배역의 배우들의 사진을 비교할 수 있도록 걸어놓은 것!
위의 사진과 아래의 사진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가부키 분장을 벗은 아저씨남자 배우들!
(가부키는 남자들의 무대로 여자역도 남자가 맡는다)

비교 체험
가부키는 '가부키 가문'이란 게 있어서 가부키 배우를 하는 집안에서 대를 이어 한다.
의외의 사실은 가부키 가문이라고 하면 일본에서 명문가 사람들로 대접을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술 명문가'라는 명예 대접뿐 아니라 실제적인 지위가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패션잡지의 비포 앤 애프터 사진 기사를 보듯, 홈쇼핑 방송의 화장 전후 화면을 보듯 흥미롭게 바라보다가
몇 발자국만 걷다보면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 현란한 도톤보리의 모습!

(▲ 도톤보리 4거리의 중심 에비스 바시에서 신사이바시 방향을 바라보았을 때)

(▲ 에비스 바시에서 바라본 글리코 제과 광고 네온 사인.
높이 20미터의 이 네온사인은 도톤보리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의 하나다)

(▲ 에비스 바시에서 바라본 가니도라쿠 빌딩 위엔 빌딩 높이만큼의 거대 광고판이
아사히 수퍼드라이 맥주 생각이 간절해지도록 얼음을 아래 깔고 흰 거품을 자랑하며 샛노랗게 빛을 발한다)

(▲ 에비스 바시에서 에비스 상점가 방향에 있는 서점 음반 판매샵인 츠타야(TSUTAYA)는
도쿄의 롯퐁기, 시부야, 세타가야에서 보듯 스타바(스타벅스)와 결합한 형태.
이런 곳을 '스타바 츠타야'(츠타야 스타바?)라고 부르곤 한다.)


이 근방 사진의 위치를 지도에서 찾는다면...


그밖에...

에비스바시에서 남북으로 일직선으로만 가면 신사이바시스지 상점가나 에비스바시상점가 같은
아치 지붕 씌워준 편안한 상점가 길만 나오지만 신사이바시스지 옆골목으로만 조금 빠져도
도쿄 신주쿠 골목에 거처하던 느낌 충만한 오퐈들이 있다.
공개적으로 광고중인 '끝나지 않을 꿈을 당신과...'
이 부근에선 이런 팻숀 센스의 언니들도 볼 수 있다.

by 여행유전자 | 2009/04/03 13:37 | 오사카 나라 교토 고베 | 트랙백 | 핑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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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04/03 13:40
........................... 아놔. 분장 전후가 저리도 달라진단 말입니까! 전혀 달라요! ;ㅁ;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03 13:46
여자역을 맡은 분은 앵글까지 비슷하게 잡아주셔서 그 선을 찾을 수 있지만
오른쪽 끝의 형님은 그냥 봐서는 어디 여자역을 맡을 분이라고 상상이 가지 않죠^ㅁ^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4/03 14:14
나카무라 시도가 가부키 집안 출신이군요.
(개인적으로 인상이 험악해서 싫어합니다만...)

도튼보리하면, 가니도라쿠, 글리코, 쿠이타오레 인형이 떠올라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03 14:31
아아 저 가운데 '연예인'처럼 생긴 형님이 영화와 드라마에도 나오는 배우였군요...
Commented by 텐노지 at 2009/04/03 16:12
...호스트 초회체험;;;!!!! 3천 몇 엔...그 아래엔 호스트 수시모집중! 보증금 얼마 얼마... (요딴것만 눈에 들어오는 나 o<-< )
하, 하하하. 저도 재작년인가 도톤보리 갔었을 때 보았던 눈에 익은 광경들이 꽤 있네요 :) 글리코 아저씨랑 에비스 바시의 토시바 광고랑...기타 등등. 사진을 보니 또 가고 싶어집니다.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09
...사실 저도 고딴것 위주로 눈에 확확 들어옵니다- ^^)/
Commented by Shoo at 2009/04/03 17:14
오오 아는 얼굴! 나카무라 시도- 저 사람, 드라마에서도 보고, 왜 '적벽대전'에도 나왔었지요?
그리고, 광고에 나오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와와!!
그, 그리고..
후..
조금만 옆길로 새도 정말 뭐가 나올지 모르는 곳이로군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10
저도 글 올리고 알았어요
유명한 배우더군요
가부키라고 무시하면 정말 안 되겠습니다.
존경받는 가문에다 현대물까지...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09/04/03 18:36
왼쪽에서 세 번째 있는 여형 배우, 혹시 반도 타마사부로씨? ;;; 가부키 여자역 배우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여성으로서 자신이 좀 ....해 진달까요.

마지막 언니, 멋지군요.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19
아 정말 그런가요 그럼 이건 완전 대작이었네요 올린 저도 몰랐던 사실-
오호...
보고 올 것을 그랬나... 후회되네요
Commented by guriguri938 at 2009/04/03 19:36
오랜만에 들리는 여행유전자님의 블로그는 언제나 신선한 듯 ㅎ

저도 언제쯤 여행이나 한번 가볼려나 ㅠㅠ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21
언제나 신선하다 하시니 다행입니다
새 글 올릴 때마다 저도 새로 여행가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새 글은 언제)
^^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4/03 19:50
오.. 가부키 하시는 분들이 얼굴들이 좀 되시는군요~ (메이크업, 조명 등등을 감안하고라도) :)
벌써 저기를 다녀온지가 한달이..;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23
그냥 전통있는 가부키 배우들-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올렸는데
덧글을 보니까
한 분 한 분이 쟁쟁한 분인가 봅니다 :)
Commented by 코드레인 at 2009/04/03 21:59
가부키 배우들의 본 얼굴에 놀라고..... (헉, 남자였어? 이럴수가!!;;;)

뒤 에서 두 번째 사진에 훈훈해 하고... (어이쿠 좋~구나 *-_-*)

마지막 사진에서 웃다 갑니다. (역시나 일본 ㅠㅠ)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24
헉 남자였습니다 :)
뒤에서 두번째 사진, 포즈가 너무... 무엇인가 잘 해 줘야 할 것 같은 ^ㅗ^;;;
마지막 사진은, 제가 봐도, 언니가,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거추장스러워서 말이죠^^
Commented by 참깨군 at 2009/04/05 22:39
가부키 배우들의 원래 얼굴을 보고 놀랬습니다. 완전 반전이네요. 하하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25
그런데 여자 역 배우들은
특히 왼쪽에서 세 번째 분
얼굴 선이 곱지요

웬만한 여자도 저 가냘픈 선은 못따라갈 듯-
연기가 궁금해 지더군요-
Commented by 유삐 at 2009/04/07 19:53
작년 여름에 갔었던 곳이군요 ㅋ
도톰부리랑 신사이바시 거리에서 먹느라 정신 없었는지 가부키는 못봤는데 ㅋ
여튼 친근한 곳을 다시한번 사진으로 봐서 기분이 좋네요 ㅋ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어요 ㅋ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0 04:27
가부키는 막상 여행자가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 해요
지나가면서 극장 분위기나 구경 하는 거죠
그런데 저도 이렇게 글을 올리다 보니
한번쯤 눈으로 보고 싶어지네요
화면으로 본 것과는 다른 매력이 분명히 있을 것 같고요
여기 덧글 다신 여러분들처럼 배우를 잘 알면
배로 더 재미있을 것도 같습니다-
Commented by 빛의제일 at 2009/04/10 20:25
그야말로 before & after 입니다. 저 사진들 모아 메모리게임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3 02:09
그러면서도 어딘가 살짝씩들 닮으셨으니 연상할 수도 있습니다 :)
Commented by MAR at 2009/04/11 10:11
가본 기억이 있는 곳인데 저 가부키 간판은 못봤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저 위에 사람들은 모두 착한역인가봐요.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4/13 02:10
그런데요, 몇몇 남자들 머리 위 상투 부근을 보면 파란빛이 감돌아요.
바로 그 넘(?!)들이 나쁜 넘들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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