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나자레] 10) 7박 8일 /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대서양 바닷마을

위풍당당하게 당신의 집 문 앞에 서서, '제 철이 아니니까 부르는 값이야! 30유로에 방 두개에 주방 따로 있는 우리집 아파트 한 층 다 빌려줄 수 있어!'라고 사람을 유혹하던 튼실한 팔뚝의 이레느 할머니 기억이 생생한 곳이 바로 포르투갈의 나자레다. 그러나 여행유전자의 우여곡절 여행 이야기보다는 먼저 리스본 7박 8일의 근교 여행 정보를 주기로 한 글이니만큼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이 즈음 글들에서 계속 그래왔듯 일단 오늘은 생략하고 넘어간다.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에서 버스로 몇 시간이면 곧 갈 수 있는 전통적인 해안도시 나자레.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인천은 아니고) 태안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가는 정도의 '어떤~ 느낌적인 느낌'?

나자레 해안의 특징은 바닷가의 절벽위로 발코니처럼 튀어나온 지형에 실제로 관광객들이 올라가 해변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같이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벽돌색 지붕을 올린 마을을 아래로 하고 푸니쿨라(경사면 짧은 기차)를 타고 사람들은 절벽 위를 오른다. 푸니쿨라, 아쎈소르, 엘레바도르, 혹은 영어식으로 리프트... 명칭이 무엇이든 사람이 지팡이를 짚어야 오를 수 있는 그림으로 그려진 계단보다는 이 작은 경사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편도 0.90유로)
기차에서 내려 아래 바닷가에서 절벽 난간으로 보이던 곳에서 110미터 아래로 거꾸로 바닷가를 내려다보면... 붉은 지붕의 마을과 넓은 모래사장과 유럽 서쪽 끝의 대서양이 만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게다가 여행유전자가 내려다 볼 때 즈음엔 해가 백사장의 반을 가리면서 빛과 어둠이 확연하게 땅 위를 덮기도 했다..
절벽 위의 마을에도 포르투갈 어느 곳이나 그렇듯 집집마다 색색의 빨래를 널어 놓았다.
언덕 꼭대기의 Largo de N.S. da Nazare 광장 주변엔 포르투갈 특유의 붉은 음식 도자기를 비롯, 온갖 관광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민속 의상을 입고 관광객을 기다린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의 견과류 판매 아주머니께서 장착하신 머릿수건과 팔뚝까지의 상의, 앞치마를 두른 듯한 넓고 짧은 치마가 이 곳의 민속 의상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관광기념품을 사 주고 다니는 관광객이 아니라 평범한 여행자에 불과한 여행유전자로서는 아주머니 그 자체가 곧 기념품이다. 
(절벽 위 언덕 지역-sitio-에서 내려다 본 나자레 해변의 모습)
절벽 위인 이곳 Sitio엔 성모 마리아의 전설도 전해진다. 1182년 어느 안개낀 날 당시 지역 유지였던 Dom Fuas Rouphinho는 사냥하던 사슴을 쫓아 가다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절벽이 나타났는데 그 때 그가 크게 성모 마리아를 부르짖으며 도움을 청했더니 그를 태우고 사냥하며 달리던 말이 절벽끝에 갑자기 멈춰섰다는 이야기. 그 후 일화의 주인공인 Dom Fuas Rouphinho가 이곳에 지은 작은 예배당인 Hermida da Memoria엔 포르투갈의 영웅인 바스코 다 가마도 방문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것은 17세기에 네덜란드식 아줄레주로 장식된 예배당인 Igreja de Nossa Senhora da Nazare로 바뀌었다. 여행유전자는 동행 여행자가 아마도 지역 유지가 말을 멈추었을 법한 낭떠러지인 Forte de S.Miguel Arcanjo가 있는 절벽 끝까지 걸어다녀오는 동안 이 곳의 햇살을 즐긴다는 핑계로 '햇살을 가린' 차양 아래 앉아 포르투갈의 맥주, 쉬뻬흐복(수퍼복 superbock)을 마신다.


그럭저럭 다시 해안가로 내려오면 이 곳 나자레 해안이 주는 대서양만의 느낌을 낯설게 품으며 바다를 바라보게 마련이다. 여행유전자는 그만 이 바닷가 풍경에 흠뻑 빠져 버렸다. 대서양이라는 이름이 주는 저 먼 바다의 특유한 멋도 그렇거니와, 백사장에 누운 저 무심한 여인들과 뭍으로 돌아가는 사나이의 등짝과 그림자, 그리고 그 등짝과 그림자 너머로 마을의 건물들 위로 몰려오는 파란 하늘과 구름... 모든 것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아름다왔다. 너무 아름다와서 정신을 잃는 바람에 이 곳 명물이라는 나자레 항구의 생선 말리는 모습이라든지 등등은 이미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나자레를 찾아올 때 꼭 보겠다는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 자체를 잊어버린 것. 

 
이 곳은 정어리를 말리는 포구의 풍경으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해안가의 절벽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분이 짭짤했기에

정어리 말리는 '풍물'은 내일로 넘기고
(그 '내일'마저 어느새 기억에서 사라진다)
여행유전자는 정어리 구이 등을 먹기로 헀다.

그리하여

이 곳 음식점에서 먹은
정어리 구이의 신묘한 맛이야
이루 말할 곳이 없을 뿐더러-

정어리 말고도 우리가 먹은
Acorda de Mrisco 역시
맛있고 배부른 음식이었다.

우리 식으로 치면
꽃게탕맛 해산물 달걀 쌀죽?
아무튼 그런 음식.

중요한 건 맛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여행유전자의 리스본 근교 7박 8일
추천 코스의 막바지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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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스본 7박 8일 여행을 떠나는 여행유전자의 친구가 꼭 갈 곳을 골라내고 스케줄 하루치 분량 감을 잡는 것을 돕기 위해 쓴 정보성 여행글입니다. 혹 떠나시는 분 있으시면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

리스트를 클릭하면 전후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1. 알파마의 언덕에서 리스보아와 떼주강을 내려다 보다 / 바이샤 + 알파마 오후 나절 세트
2. 일요일의 벨렘,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대 항해 시대 / 벨렘 지구 점심 나절 세트
3. 눈물이 핑 도는 단과자, 광장의 군밤, 심지어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①
4. 갖가지 샐러드와 전채 요리, 특유의 토속적인 요리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②
5. 유럽에도 밥과 생선이 주식인 나라가 있다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③
6. 짙고 강한 더블 에스프레소와 녹색 와인 비노 베르드, 브랜디 맛의 포르투 와인 / 포르투갈에서 꼭 마실 것들
7. 70년 역사 과자 가게와 비밀의 터널이 있는 백만장자의 집 / 신트라, 호카곶 1박 2일 세트 ①
8. 신트라 궁과 유라시아 대륙의 끝, 로카곶 / 신트라, 호카곶 1박 2일 세트 ②
9. 백설공주의 페나궁과 무어인의 성터 / 신트라, 호카곶 1박 2일 세트 ③
10.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대서양 바닷마을 나자레 / 나자레 당일치기 세트
11. 리스본의 밤 / 싼타후스타, 바이샤 쉬아두, 브라질레리아, 럭스 등 시간대별 나이트 라이프 세트
12. 변방의 미술관이라 무시하지 마시길 / 굴벵키안 미술관과 엘 꼬르떼 잉글레, ZARA

이후에 곰탱과 진짜 여행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올릴 계획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by 여행유전자 | 2009/02/20 10:06 | 유럽 땅끝 이베리아 버스여행 | 트랙백 | 핑백(2)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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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9/02/20 10:13
예쁜곳이네요. 지붕도, 바다도, 창밖에 걸린 색색의, 그러나 같은디자인의 옷도.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20
예쁘고... 평화롭고... 남해안의 알가르베 지방이 유명한 포르투갈이지만 서해안의 나자레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같은 곳이었습니다 :) 그런데 눈썰미로 찾아내신...^^...정말 같은 디자인의 옷들은 무엇일까요? 마을 예쁘게 보이기 차원의 상시 데코레이션인 것은 아니었겠죠? ^^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2/20 22:36
아침에 똑같은 디자인을 가진 수많은 색삭의 옷이 있는 옷장을 열고 "음 오늘은 어떤색을 입을까?" 라고 고민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일곱쌍둥이를 구분하기 귀찮아진 어머니가 ...... (야)
멋진 장소에서 멋진 사진을 찍으시는 여행유전자님의 솜씨가 언제나 부러워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1 22:28
일곱쌍둥이설이 매력적이네요^^
저도 한 가지 옷 색깔별로 살까 했던 적이 있어서 상상 속의 고민자 심정도 이해가 가구요^~^
Commented by oskar at 2009/02/20 10:25
색이 참 고운 곳이네요. 한 번쯤 가보고 싶어요.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21
바다, 하늘, 지붕, 빨래, 하다못해 음식 그릇까지도 색이 고운 곳이었죠. 한 여름엔 저 백사장이 사람으로 가득차겠죠? 약간 시즌을 빗겨간 것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2/20 10:46
아아, 저런 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나사렛(Nazareth)과는 이름만 비슷한 걸까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22
그렇네요 미야자키 하야오-
그러고보니 저 지붕 색깔이며 빨랫줄의 옷이며 하늘이며 바다며...! :)
사람들 이름을 성경에서 따오듯
지명도 아마 성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Rancelot at 2009/02/20 11:10
푸니쿨라가 무척 인상적이네요. 바다 색깔도 너무 이쁘고. 볼때마다 진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24
나자레는...정말...저도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이레느 할머니 집을 한 3일은 통째 빌려서 그렇게 머물다가 가고 싶어요...2박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하룻밤만 머물고 떠난 것을 두고두고 안타까와 했으니까요 :)
Commented by 시엔 at 2009/02/20 11:15
아주머니 사진이 인상적이네요
다른 풍경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것만 해도
그저 기쁠 따름이지요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30
게다가 저 동네는 관광객 상대가 아닌 할머니들도 민속 의상을 실제로 입고 계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
Commented by 스핑클쓰 at 2009/02/20 11:31
와 첫번쨰사진속에 여자애 너무 몸매가 매끈하다 ㅠ ㅠ

바다색갈이 너무 예뻐요 헐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33
시즌을 약간 빗겨가서 그런가, 바다가 깨끗해 보여서 더 정말 예뻤습니다 :)
Commented by 친절한 라니씨 at 2009/02/20 11:51
유럽을 목표로 저축을 해야겠어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34
뭔가 일을 하거나 저축을 할 때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역시 여행은 :)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09/02/20 12:53
지중해의 바다는 정말 예뻐요. ^^

저도 가서 시원한 맥주와 맛난 정어리 구이를 맛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7:37
포르투갈은 대서양인 서해안과 지중해의 서쪽 끄트머리인 남해안을 갖고 있지요 :)
남해안에 가면 이쪽 끝 해안선과 저쪽 끝 해안선이 보이지 않게 끝없이 이어지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
Commented by 담은 at 2009/02/20 18:00
처음부분에 쓰신 여행유전자님의 우여곡절 여행이야기가 더 궁금해요~~~!!!
사진으로 보는 포르투갈은 참으로 아름답네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0 18:14
저두요~~^^
일단 7박8일 세트 12편을 약속했으니 성격상 일단 마무리 지을려고요^^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도 있을테니 두 편만 먼저 올리구요^^
기대해주세요~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02/20 19:43
저 붉은 항아리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집에 가져다 놓고 쌀이니 팥이니 콩이니 담아 놓으면 참 잘어울릴거란 생각이 듭니다. 보관성은 떨어지지 않을까 싶지만..^^; 색만으로도 분위기가 밝아지겠지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1 22:12
네 저 붉은 항아리는 포르투갈 특유의 음식 그릇입니다 :) 맨 아래 해산물 죽 먹은 그릇도 자세히 보시면 낡았지만 바로 그 붉은 그릇인 게 보이실 거예요^^ 스페인의 따빠스 그릇도 저 색깔의 작은 그릇이라 저 그릇들은 이베리아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puella at 2009/02/20 22:04
한 2주정도만이라도 살다 오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맛있는 해산물에 맥주 마시면서, 낮에는 낮잠자구요.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1 22:14
낙원이지요.
햇살 하늘 바다 지붕 해산물 맥주 낮잠...
관광객이 미어터질 한여름보다 살짝 초여름이나 초가을에 그런 2주일이 주어진다면... :)
상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Commented by 페레소녀 at 2009/02/21 05:17
우와 너무 예쁜 바닷가 마을이네요 ㅠㅠㅠ
안그래도 2년전에 포르투에서 만난 한국분도 나자레 추천하시던데 ㅠㅠㅠㅠ

정말 리스본에서는 hertravel님이 추천해주신 곳만 가봐도 좋을듯 해요+_+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1 22:16
부디 포르투갈로 떠나시는 여러분들께 가장 좋은 햇살이 기다리기를 기원합니다 :) 얼마전 다녀왔던 지인은 매일매일 비바람이 몰아쳤다고 하니 나자레에 갔었다해도 절벽에서 내려다 보던 그 느낌은 받지 못했을 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at 2009/02/22 05: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4 06:12
뭘요 :) 절대 유명인 아닙니다^^
여행 따위의 글은 사람들에게 절실하지 않은 글이기 때문이라 그런지
메인의 글만 보다보면 좌절감을 느끼지만
새 글을 보면서 정말 좋은 분들의 블로그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이나 타이뻬이의 후덥지근한 빨랫줄에서
수만가지의 이야기가 숨어있는데 그걸 같이 나눌 수 있으니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이렇게 나눌 수 있어서 그 점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
건강하세요^^
Commented by 섭씨0도 at 2009/02/22 19:10
경사로 기차? 리프트? 전철?; 음.. 여하튼 그게 꼬옥 한번 타보고 싶네요. 어떤 기분일지..
그나저나 지붕 색깔이 똑같은거 정말 신기하네요.
나라마다 색깔이 저렇게 다른것도 신기하고요...(물건이라던가, 집이라던가, 풍경이라던가..그런거요.)
사진 보고나니까 바다가 가고싶어졌어요~ ^^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2/24 06:15
아주 짧은 구간, 북적이는 작은 오르막 한 칸 기차랍니다 :)
바닷가에서 보였던 절벽 그 끝에 서서
반대로 내려다 보는 입장 차이를 순식간에 즐길 수 있죠^^
여유로운 햇살이 좋았던 곳입니다.
성수기의 인파를 온 몸으로 다 막아내고픈 그런 곳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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