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13일
[포르투갈/신트라] 3) 7박 8일 / 눈물이 핑 도는 단과자와 광장의 군밤을 꼭 먹자.

때로 못 먹는 고행길 자체가 여행인 나라들도 있긴 하지만.
숯불에 구운 정어리(사르디냐 sardinha)나 말린 대구(바꺌라우 bacalhau)와 같은 소박한 음식재료가 빛을 발하고
케이크 카페(빠스뗄라리아 pastelaria)의 단과자들은 이름 그대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달디 달며
한 잔의 카페는 항상 strong한 더블 에스프레소의 향을 지닌 포르투갈에서
최소한 하루에 한 끼는 그들의 식문화를 위해 헌정하는 것도 좋을 터...
친구의 7박 8일 리스본 여행을 위한 도움말 제 3번은
3.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1편
으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달콤한 포르투갈의 단 과자를 비롯한 간식류 모음이다.

앞 글의 일요일의 점심 전후 반나절 코스로 여행유전자가 추천한 벨렘 지구엔
리스본에서 가장 맛있다는 커스터드 타르트
(빠스테이즈 드 나타 pasteis de nata)집이 있다.
곰탱이 목받이 두르고 드시는 위의 저것이 바로 '나타'다.
달걀 노른자의 풍부한 크림과 달콤한 맛이
눈물을 핑 돌게 하는 달콤한 파이 과자 안에 담겨있다.
요게... 수준 높은 곳과 거리 빵집의 맛 차이가 크다.
겉보기는 똑같아도 기분 좋은 달콤함과
들입다 달기만 한 불쾌한 달콤함의 차이랄까.
이 곳의 제조법이 비밀이란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나타를 포장으로 사서 바깥에서 먹으려면 긴 줄에 서고 안에서 먹으려면 줄에 설 필요 없이 테이블로 인도 받는다. 테이블에 일단 앉으면 나타만 달랑 주문하기는 실례로 느껴지니 그 진한 포르투갈 카페라도 시키고 가벼운 팁도 놓아야 한다. 그러므로 연령과 여행의 목적에 따라 줄을 서든 자리에 앉든 편한대로.

포르투갈 빵과자에 대해 처음으로 놀랄 것은
빵은 말고, 과자가 그 어떤 건강체 인간도 혈당 쇼크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달다는 거다.
눈물이 핑 돌도록 달다는 게 어떤 건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닥 뛰어나 보이지 않는 과자집에 가서 눈물이 핑 돌만하게 생긴 과자를 골라 먹어보길 바란다.
포르투갈 사람들, 특히 북부 사람들, 너무 달고 너무 짜게 먹어 사람들의 피부가 삼투압으로 메마른 거 아니야? 라고
여행유전자는 몇 번이고 그들의 생김새를 보며 역학조사의 유혹에 빠지곤 했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면 속시원하게 볼 수 있습니다)
과자의 이름들을 모르더라도 진열대에서 눈으로 보고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과자의 이름들을 모르더라도 진열대에서 눈으로 보고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인류는 분명 니코틴이나 알콜에만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포르투갈뿐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까지, 이베리아 반도는 오후 다섯시의 단 맛에 모두가 중독돼 있다.
그리고 또 다시 말하지만 맛있는 집의 단 맛과 그저 그런 집의 단 맛은 수준 차이가 확실하다.

'야-한-' 디자인에 모두가 열광하는 듯, 과자류의 색깔과 디자인은 정말 도발 그 자체다.
★
이번엔 포르투갈 빵 과자에 두번째로 놀랄 일이다.
유치찬란할 정도로 달고 야한 과자에 비해 포르투갈의 빵 그 자체는 너무나 소박하다는 거다.
생긴 것이나 맛이나 종류 모두 너무 심하게 소박해 처음엔 프랑스의 구수한 바게뜨가 자꾸 그리웠지만
자꾸 먹다보니 나름대로 중독성이 있었다.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포르투갈의 빵[빠웅] 모습들을 소개한다.
여행유전자가 관심을 보이자 손수 저 거대한 빵을 진열대 위에 꺼내놓고 명찰까지 들고 홍보중이신 식료품점 형님...

저 빵이 무려 다섯가지 곡물로 만들어진 건강빵이라는 것에 동의했으며...
글귀로 볼때 포르투갈 중부 지역인 알렌테주 지방의 전통빵임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적극적이었던 형님의 모습으로 볼 때 그는 고향이 꽃 피고 새 우는 알렝떼주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나 팔았을 것 같은 노랗고 옥수수 맛도 나고 약간 플레인 스콘 맛이 나는 빵인데
이걸 먹으면 포르투갈의 일상을 맛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북부 포르투나 중부로 내려오면서도 자주 먹었던 빵인데 리스본에서는 맛있게 만든 집을 못 본 것 같기도 하다.
★
포르투갈에서 빵 과자를 먹으면서 세번째로 놀랄 일이 있다면 그것은 패스트푸드 점에서일 것이다.
심지어 맥도널드에서도 (모든 지점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르투갈 식성을 그대로 반영해서
스프(소빠sopa)를 팔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서양식 스프라기 보다는 호박죽이나 마치 쑥으로 쑨 죽같은 포르투갈의 소파는
우리처럼 포르투갈 사람들도 '국물 없이는 식사를 못하는' 족속으로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샐러드 소스도 다른 서양처럼 '싸우전 아일랜드'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문하면 '비네가(서양 식초) 소스'가 나오기도 하니,
이렇게 심지어 맥도널드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도 지중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이밖에도 배낭여행자라면 리스본 거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의 유혹도 있다.
물론 그 곳에서 싸고 배부르게 스프와 산데스(샌드위치) 반개를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포르투갈까지 가서 먹는 식사로는 별로 추천은 하고 싶지 않다.
긴 여행길이라면 차라리 평소에 수퍼에서 더 싼 빵을 사 먹고
남은 돈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진짜 먹어봐야 할 샌드위치가 있다면 그것은 역시 '레이따웅 아사두 산도'(클릭) !!아기 돼지 로스트 샌드위치다. 설명은 이름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


포르투갈은 멜론이 맛있는 것으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처럼 노랗게 길쭉하거나 녹색으로 둥그런 종자가 아니라 녹색 개구리 참외같은 멜론이 그들의 자랑이다.
기회가 있다면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면 속시원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뿐 아니라 스페인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여행한다면 어느 도시의 어느 광장(거리나 골목엔 없다, 무조건 광장!)에서든 마주치게 되는 것이 바로 군밤 장사...
냄비의 밑바닥이 허옇게 변해있어 우리나라라면 TV 소비자 고발에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이베리아 여행 중에 구경거리, 먹을 거리, 빠질 수 없는 것이 광장의 군밤이다.
처음엔 리스본 전역에 뿌연 안개가 내린줄 알았던 그것이
로시우(호씨우) 광장에만 서너곳인 군밤장사들의 연기인 것을 알았을 때의 그 충격이란...!
============================================================================

리스트를 클릭하면 전후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1. 알파마의 언덕에서 리스보아와 떼주강을 내려다 보다 / 바이샤 + 알파마 오후 나절 세트
2. 일요일의 벨렘,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대 항해 시대 / 벨렘 지구 점심 나절 세트
3. 눈물이 핑 도는 단과자, 광장의 군밤, 심지어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①
4. 갖가지 샐러드와 전채 요리, 특유의 토속적인 요리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②
5. 유럽에도 밥과 생선이 주식인 나라가 있다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③
6. 짙고 강한 더블 에스프레소와 녹색 와인 비노 베르드, 브랜디 맛의 포르투 와인 / 포르투갈에서 꼭 마실 것들
7. 70년 역사 과자 가게와 비밀의 터널이 있는 백만장자의 집 / 신트라, 호카곶 1박 2일 세트 ①
8. 신트라 궁과 유라시아 대륙의 끝, 로카곶 / 신트라, 호카곶 1박 2일 세트 ②
9. 백설공주의 페나궁과 무어인의 성터 / 신트라, 호카곶 1박 2일 세트 ③
10.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대서양 바닷마을 나자레 / 나자레 당일치기 세트
11. 리스본의 밤 / 싼타후스타, 바이샤 쉬아두, 브라질레리아, 럭스 등 시간대별 나이트 라이프 세트
12. 변방의 미술관이라 무시하지 마시길 / 굴벵키안 미술관과 엘 꼬르떼 잉글레, ZARA
이후에 곰탱과 진짜 여행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올릴 계획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 by | 2009/01/13 05:30 | 유럽 땅끝 이베리아 버스여행 | 트랙백 | 핑백(2) | 덧글(2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이샤 + 알파마 오후 나절 세트2. 일요일의 벨렘,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대 항해 시대 / 벨렘 지구 점심 나절 세트3. 눈물이 핑 도는 단과자, 광장의 군밤, 심지어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①4. 갖가지 샐러드와 전채 요리, 특유의 토속적인 요리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②5. 유럽에도 밥과 생선이 주 ... more
... 이샤 + 알파마 오후 나절 세트2. 일요일의 벨렘,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대 항해 시대 / 벨렘 지구 점심 나절 세트3. 눈물이 핑 도는 단과자, 광장의 군밤, 심지어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①4. 갖가지 샐러드와 전채 요리, 특유의 토속적인 요리 / 포르투갈에서 꼭 먹을 것들 ②5. 유럽에도 밥과 생선이 주 ... more
제가 옛날에 써 놓고도 잊어버렸던 것을 알려주셨어요 :)
원글에 관련 글 문장 올려 링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이따웅 아사두 산도를 빼 먹으면 너무 아깝지요!
역시 눈물이 핑 도는 단 맛엔 진하고 쓴 커피를...
(쓰고나니 도넛 cf같습니다)
아우아우아우....단 맛은 상상으로 드세요 ㅠ ㅠ
이런이런 또 유혹이 빠져들고 있어요.
(Mr.빈 곰돌 안녕?)
점심은 어떻게 드셨나요 :)
곰돌이 저녀석
기분에 따라 곰탱, 곰탕, 마구 불러제끼고 있습니다 :)
곰돌은 이동 중에 안 보여서 찾을 때 부르는 이름입죠
이렇게 역사적인 배경을 알려주시니 포스팅의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
이베리아의 단 맛엔 분명 그런 배경이 있었겠군요!
그러고보니 대항해시대가 없었더라면 그들이 즐기는 대표 음식이 바뀌었겠습니다.
단 과자와 더불어 원양 어업의 산물, 염장 대구 바깔랴우까지...
오늘 점심은 뜨거운 야채스프에 빵을 먹고프네요. 사이에는 훈제한 햄을 넣어서.
그러나 현실은 학생식당 백반....
그렇지 그렇지 !떼주강이 떼주강인데 갑자기 떼요라뇨-
잘 확인하고 써야 하는데 대충 즈질 기억으로 알렌테요라고 처음에 본문에 적은 것을
덧글 확인하고 정정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부드러운 정정^^
포스팅의 가치를 올려주심에 꾸벅 큰 절 드립니다~
오늘 점심으로 원하신 메뉴는 딱 그대로 이 다음(혹은 그 다음) 음식 포스팅 하려고
올려놓은 메뉴와 같아서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눈물이 펑펑 나올만큼 단 과자도, 아기돼지 센드위치도 먹어보고 싶어요!
저 달걀 파이(??)를 보니까 떠오른 것이 향료 수입에 의지해서 짓고 있던 수도원을 향료 수입이 끊어지자, 이번에는 달걀파이 장사를 해서 끝까지 지었다는 곳이 있다는데..까지만 생각나고 스페인이었는지 포르투갈인지 가물가물해서 괴롭네요... 아아 이 붕어기억력! ;ㅁ;
처음엔 정말 무뚝뚝한 분인것 같았는데...
말을 한 번 붙여보자...
스페인의 오버함과는 전혀 다른 호감을 나타내 주셨죠.
포르투갈 사람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진행형님!
그 파이 수도원, 바로 이 수도원일 것 같은데요
저도 예전에 자료 모을 때 비슷한 얘기를 들은 듯도...!
왜냐하면요,
저도 저 말을 쓰면서 혼자 '맞다 맞다'하면서 흐뭇해 했기 때문이죠^^
오후 다섯 시의 단맛 중독이요
다시 책장 두번째 칸 제 자리에 비스듬히 서 있군요.
저래뵈도 이베리아 반도 쓸고 다닌 넘인데...^^
보기만해도 일단 이를 닦아야 할 것 같죠?^^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너무너무 뤼치한 에그타르트 맛보세요^^
터키에서 무심코 집어 먹은 디저트는 항복(?)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레이따웅 아사두 산도'는 언제나 봐도 멋지내요. ^^
제대로 항복하셨겠습니다 :)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그림만 봐도 저는 손을 들 것 같아요^^
그렇다고 좋아해서 먹는 것도 아닌... 역시 나이가 먹을 수록 밥 하고 된장찌게 같은 걸 좋아하게
되는 저는 그냥 한국에서 살 팔자인가봅니다 =ㅅ=;
하지만 사진만 보고 있어도 과자향기가 느껴질 것 같아요~ 나도 가보고 싶...ㅠㅠ
저도 항상 말씀드리지만 단 것을 잘 안 먹고 못 먹고 그렇답니다.
여행지의 별미라고 하니까 맛을 보는 것이죠 :)
똑같이 달아도 기분 나쁘게 단 맛이 있고 기분전환이 되는 단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매일매일 놀러와서 여행기 보면서 여행갈 날 손꼽아야겠습니다!
눈물나는 단맛이란 과연 어떤 맛일까요;(단걸 워낙 좋아해서)
하나하나 아기자기해서 아까워서 못 먹는 제과제빵이 유독 발달한 일본에서,
링크 신고합니다^_^
정말 하나하나 아기자기하고 이쁘기로는 일본 제과제빵이 최곤 것 같아요
게다가 맛도 최고 수준이죠.
일본에서 만난 유명 파티셰가 일본의 제과가 프랑스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단언하더군요 :)
링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