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16일
[포르투갈/리스본,신트라,로카곶] 해를 따라 서쪽으로, 유럽의 땅끝으로
원래는 이 위치에 위의 제목에 따른 본문이 이어져야 하나
저의 책<내 안의 여행유전자>에 발표한 글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그런 이유로 이 포스팅은 내용을 보이지 않게 하도록 되었습니다.

먼저 책을 읽으신 분들이나 읽으실 분들께서 참고하시고 책의 앞뒷글을 읽으시면
숨은 재미를 더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지운 글

해를 따라 서쪽으로 나는 떠났다. 유라시아 대륙은 서쪽으로 끝없이 후퇴했고 나를 태운 비행기는 쉼없이 해를 따라갔다. 유럽을 떠돌던 나는 스페인에서 포루투갈 국경을 넘었다. 애초부터 내 안의 여행유전자가 유럽의 땅끝을 보러가자며 내 등을 밀어왔던 여행이었다. 게슴츠레 눈이 떠진 리스본의 낮 열 두시는 붉은 지붕을 내 눈에 들이대며 좀 더 머무르라고 추파를 던졌지만 하룻밤이 지나자마자 나는 이내 기차를 탔다. 해를 따라 서쪽으로, 유라시아의 땅 끝, 몇 년을 두고 힘들었던 나의 무엇을 던져버리고 오고 싶었던 그 곳을 향해.
나를 태운 기차는 여러 명의 리스본 사람들이 연대보증을 선 것과 달리 엉뚱한 작은 역에 후드득, 하고 서 버렸다. 철커덕 철커덕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달려온 기차는 이제 정적 속에 철로를 뭉개고 앉았다. 주위를 둘러본다. 할아버지에 가까운 백인 아저씨 한 분이 당황스러운 것을 숨기려 애써 태연한 척 한다. 이보세요, 아저씨, 우리는 잘 못 왔네요. 몇 번의 확인끝에 그는 무엇인가 잘 못 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외국인 여행자가 올 리 없는 작고 엉뚱한 역에 그렇게 우리는 함께 앉아 신트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생각보다 기차는 오래 기다려야했다.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알고보니 그는 미국의 유명 항공사 파일럿이다.
나는 4일 뒤면 은퇴합니다... 이번에 리스본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이 마지막이지요...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이윽고 그가 말한다. 평생 파일럿으로 살다가 은퇴를 앞둔 마지막 비행이 리스본행 스케줄이었단다. 이제 미국 필라델피아로 돌아가는 마지막 비행이 남아서 이때껏 해 보지 않았던 근교 여행에 나선 것이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카드 한 장 받고 한 장 내밀듯 갑자기 나도 내 고민을 이야기한다. 그는 생각지도 않았던, 피부에 와 닿는 조언을 해 준다. 세상에 생각지도 않은 포르투갈의 이 엉뚱한 역에서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 내 걱정이 어루만져질 줄은 몰랐다.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이건 너무 영화같은 장면이군요,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우리는 마주 보며 씨익 웃는다. 그 길로 우리는 신트라로 돌아가 제각각 시인 바이런이 말한 유럽의 '에덴 동산'을 거닐었다. 의외로 먼 길을 올라가는 신트라의 버스 안에서 산 길을 힘겹게 올라가는 그를 보기도 했다. 짧은 은퇴 여행을 편안하게 할 이 간단한 버스 정보를 미처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아쉬웠다. 그림같은 신트라의 작은 역, 햇살이 쏟아지는 신트라의 왕궁, 입에 달달한 전통 과자, 무어인의 옛 성터, 백설공주의 성 페나를 보고 내려온 나는 신트라에서 로카곶(카부 다 로카)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로카곶은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땅끝이다.

유라시아의 대륙 끝으로 가는 나에게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무엇이 생각났다. 평생의 직업 은퇴를 4일 앞둔 아저씨를 만나 이야기 한 때문인가, 갑자기 바득바득 따지려던 모든 것이 허탈해지면서, 내가 이 생각을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나 황당한 한 편, 여기까지 와서도 내가 미뤄왔던 그 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난데없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 앞에 땅끝이 나타났다.
루이스 데 까몽이스의 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다.'

천길 발 밑에서 파도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웨딩 사진을 찍으러 온 신부의 베일이 벼랑 끝에서 바닷바람에 휘몰아 돈다. 막상 대륙의 끝에 오자 내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일러바치고 싶었던 고통이 우습게 여겨진다. 그게 아니더라도 생각같아선 이 곳에서 괴성을 한 번쯤 지르고 싶었었는데 주변에 관광객들이 너무 많다. 망설이다가 나는 괴성을 질렀다... 그러나 세상을 뒤집을 듯 외치고 싶었던 괴성은 로카의 바닷바람 속에 내 귀에나 앵앵 들릴 정도의 작은 탄식이 돼 버렸다.
까몽이스의 글을 이렇게 이어진다고 한다, "땅이 끝나고 바다가 다시 시작되니 젊은이여 희망을 가지라."
나는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지만 그가 말한 희망을 가져본다해도 불법은 아니겠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에 올랐다. 정말 진한 일몰은 내가 떠난 그때서야 시작하고 있었고 비싼 돈을 지불한 패키지 여행 버스들은 그 때쯤 부지런히 로카곶으로 달려왔다. 유럽 여행의 끝일거라고 생각했던 포르투갈은 그렇게 나의 특별한 여행지로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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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9/16 09:38 | 유럽 땅끝 이베리아 버스여행 | 트랙백 | 덧글(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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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스와 콩가스, 우유와 요구르트, 요거 진짜 신경쓰이는 것 같습니다 :)
아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
새로운 시리즈는 아니지만 그저 각 나라들에 글 하나씩 기억나는 거 올려보려고요 :)
그래도 포르투갈 시리즈가 많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
사진도 그렇고 글이 무척 마음에 와 닿네요 ^^
서쪽 땅끝에서 바락바락 소리 지르러 간 것이었는데...
막상 땅끝에 서니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뭐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죠 :)
(아참 저 BbasyLover에서 다시 닉을 바꿨답니다... ㅠㅠ)
:)
저 때는 저희 일행과 저 분만 딱 열차에 남았던지라
서로 절실하게 물어보다가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
포르투갈이 첫 글이 되었어요 ^^
제가 그간 여행했던 나라의 글을 하나씩만 미리 정리해 보려고요.
여행기를 시리즈로 마치려니 오래된 곳이 더 오래되고 있어서요 :)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D
저두 사실 지금 일상에 찌든 정도가 아니라 경제의 위협을 느끼고는 있지만...
제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포스팅은 그래도 끊기지 않도록 하려고요 :)
그러고보니 마무리까지도 실천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저보다는 저도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내용 같았어요.
아마도 그 누군가 분은 저 책을 드려도 읽으시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도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
블로그마저 그렇게 운영하시다니!! :)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주실지 기대하겠습니다.
블로깅을 할 수 있는 하반기에 신나서 블로깅 하다가
봄쯤엔 일 때문에 손이 굳고...
블로그도 조용하고...
독자분들도 줄어들다가...
하반기에 제로세팅에서 다시 시작하는... :)
(그런데 부엌이 없다는 것이 한가지 아쉬운-_ㅠ)
스트라스부르의 유스가 괜찮으셨나요?
청결한대신 취사가 안된다는 것이 그 곳 특징인것 같습니다
잘 다녀오셨다고 이렇게 또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
한 번 놀러가서 사진 구경도 해야겠네요 ^^
떠난 적은 없었지만 포스팅이 없다보니 돌아와 황무지가 돼 있네요 :)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인사 달아주셔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듭니다^^
다음이야기도요~어여요~~~~기대하고 있어요~~~
아직 그 가치에 비해 우리에게는 너무나 미지의 나라이지요.
저는 이 곳이 참 좋았습니다^^
이 글은 포르투갈 여행기의 시리즈로 올린 것이 아니라
제가 그간 여행했던 나라의 글을 하나씩만 미리 정리해 보려고 올린 글 중의 하나랍니다.
나라들 여행기를 하나씩 올리다 포르투갈 여행기가 불쑥 튀어 나올 수도 있고요 :)
반갑습니다-
가끔 망망대해를 영원히 방황하는 유령선을 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