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축제에 잊어선 안 될 필수품 세가지 / 삿포로 여름 맥주 축제 완결

삿포로의 여름 맥주 축제를 맥주 브랜드마다 한 군데씩 모두 다니며 글을 남겼는데 오늘은 그 모든 맥주 축제에 대한 완결편 말씀이다. 일단 지난 맥주 축제 포스팅은 다음과 같다. 

삿포로 독일 맥주 축제와 세계 맥주 축제
삿포로 맥주 축제, 어쩌다 멜론이 안주가 되었을까 / 삿포로 맥주 축제
에이브릴 라빈, 기린 맥주 판매고를 높이다 / 삿포로 기린 맥주 축제
뮌헨과 삿포로는 언니 동생 사이? /삿포로 아사히 맥주 축제
삿포로 맥주 축제의 시작점 / 삿포로의 산토리 맥주 축제

그리고 위의 모든 맥주 축제장에서 잊어선 안 될 필수품 세가지가 있다.


물론 맥주 축제의 기본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맛있는 맥주와, 발랄한 여름 저녁, 맛있는 안주와 걸맞는 음악, 좋은 친구들과 나쁘지 않은 수질(종종 내가 흐려놓곤 하는), 심심치 않은 이벤트와 활기찬 서빙 스탭들 등등... 여기에 정말로 맥주 축제에서 필요한 세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맥주 축제 필수품 - 열린 마음, 즐거운 마음. 

여러 맥주 회사의 축제장을 지나다가 축제장 바깥으로 풀밭에 자리를 깐 단란한 한 부부가 집에서 가져온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아장 아장 걷는 아기도 있었다. 그들의 풀밭 옆으로는 맥주 축제의 밝은 주변의 빛과 음악, 웅성거리고 들뜬 사람들의 열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둘이서 맥주 축제의 저녁을 즐기던 커플이었겠지. 지금은 아기를 데리고 나와 그 공기를 마시며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 멋진 저녁에 자기의 방식대로 그렇게 참가하는 모습도 참 멋지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가족의 사진을 찍지 않아서 없는 관계로 유럽 여행 중에 인적 드문 트램 정류장에서 펼쳤던 나의 상차림을 올렸다)

그리고 또 하나, 맥주 축제장의 가격이 부담이 되어서였을까, 축제장을 따라서 한쪽으로 평행으로 자리한 편의점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캔맥주를 사고 있었다. 싸게 캔맥주를 산 그들은 편의점 앞 건물 계단에 나란히 앉아, 혹은 누워서 별을 보며 길 건너의 음악 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개 마음이 열린 사람들이다. 길 건너편 이쪽 편의점 계단에서도 멋진 맥주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나에게 지나간 20대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생체는 시간이 가는데 정신은 철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일본이라는 곳은 생각만큼 답답한 곳이 아니다.



2. 맥주 축제 필수 요소 - 적절한 화장실

맥주 축제에 간다고 할 때 여자라면 (혹은 남자라도?) 누구나 걱정이 되는 것은 화장실의 문제다. 맥주 축제장엔 적절한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게 아주 중요한 대전제다. 나는 사실 한국에서도 저 이동식 화장실에 못 들어간다. 무척 괴로운 트로마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날도 결국 나는 저 모양의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아무튼 맥주를 마신다면 화장실은 확보돼야 한다. 나는 맥주 축제에서 화장실이 어떻게 잘 유지가 될지 그게 좀 궁금했는데 이 곳 앞 벤치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화장실은 잘 운용되고 있었다. 남자 소변실은 문이 엉덩이만 살짝 가리고 있어서 최소한 남자들은 정말 숨을 참을 필요 없이 가뿐하게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전에 이글루스에 올라왔던 여성용 입식 소변 용품은 딱 이럴 때 쓰면 좋을 것 같다). 독일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에서도 화장실이 어떤가는 내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직 독일 옥토버페스트 축제 글을 쓰지 못했지만 미리 한 컷 보는 그곳의 화장실은 이렇다.
 
(맥주집 화장실에 가서도 사진을 찍는 hertravel의 넌픽션 취재 정신.
그러나 칸막이쪽은 줄 선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로 찍지 않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꽤 줄을 서야할 줄 알았는데 거의 줄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준비가 됐다는 점)



3. 집까지 잘 돌아갈 제정신

맥주 축제를 멋지게 장식할 가장 중요한 필수품은 결국 '집까지 잘 돌아갈 제정신'이다. 일본이라고 술꾼이 없을 리가 있나, 사실 도쿄에서 술꾼들이 술집 골목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보며 '역시 세계는 하나구나'라는 세계 평화 정신을 느꼈었지만 되려 맥주 축제에는 (독주가 아니라서 그런지) 주변이 참 조용하셨다. 지하철이 축제장에 바로 있어서 어디든 여행자들이 숙소로 돌아가기 딱 좋게 돼 있기도 하거니와 축제도 10시쯤인가 일찍 끝나는 관계로 지하철은 조용했다. 인간들이 참 조용하게 맥주 마셔주신다.집으로 잘 돌아갈 제정신을 놓으신 분들이 거의 없는 착실한 축제였다. 

3번 정신을 잘 챙겨서 나는 맥주 축제장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나가다 말고 이 넓은 축제장에서 우연히 오래전부터 알았던 주복선생님을 만난 것이 아닌가! 남의 나라 술 축제장에서 한국에서의 오래 전 음주 멤버 대선배님을 만났다는 것은 사실 大 사건이었다. 아마도 좀 더 이른 시각에 만났다면 삿포로 시립 병원 응급실에 위세척이 급한 한국인 과음 환자 두 명이 실려갔을 지도 모르겠으나 선량한 동행들을 위하여 우리들은 발톱을 숨기며 아름다운 소량 음주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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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북해도 여행 정보 - 삿포로 맥주 축제의 비어 가든]
 
우리식으로 하면 종로 1가는 OB 맥주 광장, 종로 2가는 HITE 광장, 종로 3가는 CASS 맥주 광장,
뭐 이런 식으로 시내 중심가 주요 블럭이 다 이 맥주 축제로 가득 차게 되는 멋진 여름 저녁날의 축제.
오늘 포스팅은 西 11가의 세계의 맥주 축제장과 도이치村.


<삿포로 맥주 축제 관련 일본 싸이트 >
http://www.sweb.co.jp/kanko/natsu/contents/index_main.html

------------------------------------------ (오늘의 마무리)--------------------------------------------

by hertravel | 2008/01/24 11:34 | 북해도의 별 | 트랙백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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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08/01/24 11:54
화장실 정말 필요하죠. ^^
술을 제대로 즐길 줄 안 다는 것도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아아, 저도 맥주 축제 가고 싶네요. T^T
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8/01/24 12:23
불꽃놀이 축제에서 두 개밖에 없는 이동식 화장실 앞에 줄이 아주 기일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울고 싶어지더군요... ㅠㅠ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8/01/24 12:37
현재진행형님/ 술의 입장에서도 입장만큼 퇴장도 중요할 겁니다... ^^

BbasyLover님/ 그런건 진짜 주최측이 너무 무성의 한 거 아닙니까? 그런거 보면 화 납니다-
Commented by 식용달팽이 at 2008/01/24 12:43
가끔은 정말 남자 화장실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지지요...ㅠㅠ
Commented by Mh_Kāśyapa at 2008/01/24 13:34
노상방뇨가 짱이지요. 나름 재밌어요. -- ;;;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8/01/24 13:50
제정신은 대체로 유지하고 있고, 즐거운 마음 역시 갖춰져있으니 2번만 제대로 준비된 곳이라면 되겠군요. 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1/24 14:35
저는 맥주하면, 콩이 떠오릅니다.
hertravel님은 맥주 안주로 어떤 걸 좋아하세요?

외국에서 술 마시고 토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참 신기해요.
Commented at 2008/01/24 17: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상희스타일 at 2008/01/24 18:44
꼭 제가 회사에서 바쁘거나 지칠때 맥주 포스팅 하신다니까! 어후후~ 몰라몰라몰라 :p
Commented by skalsy85 at 2008/01/24 18:49
아아. 정말 마지막 흑맥주 사진이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군요..우우~+_+
Commented by 소마 at 2008/01/24 20:15
후우.. 술은 못하지만 분위기는 그냥 막 좋아하는데 맥주 축제장이라니~!
가보고 싶어요!!
Commented by chokey at 2008/01/24 20:58
3번이 가장 중요한겁니다!! 하하하하!!
Commented by mminsq at 2008/01/25 03:35
멋집니다. 이런 축제! 특히 기린...으...
Commented by Andrea at 2008/01/25 08:35
전 맥주집의 정보를 제대로 몰라서..
삿포로 가서..제대로 많이 못마셨던거 같아요..ㅠㅠ

하루만 다녀오고 나머진 편의점에서 대`충..ㅠㅠ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8/01/29 04:58
식용달팽이님/ 전 간 적 있습니다...(술집 화장실 말고...) ^^

Mh_Kāśyapa님/ 잊을만하면 한 번씩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 ㅎㅎ

징소리님/ 맥주집인데 2번 난감하면 좋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겉만 번지르르하고 맥주도 별로에 화장실 인테리어는 번지르르한데 절대로 들어가고 싶지않은 그런 곳에 간 적 있습니다. 상호명을 공개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댑니다-

marlowe님/ 저요? 저는... 맥주에...일단 안주는 뭐가 됐든 잔이 차가왔으면 좋겠구요...그리고 맥주에...안주는...그러고보니 잘 먹질 않습니다. 그래도 역시 소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공개 정신건강님/ 조심해서 드신다면야 문제 없을 듯 합니다 :)

상희스타일님/ 날이 추워도 어떤 날은 맥주 한 잔이 좋을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쓴 날 그랬습니다 :)

skalsy85님/ 저도 차가운 습기가 맺힌 잔을 손에 쥐고 싶어지네요. 인터넷을 하는 제 노트북에서 열이 팔팔 올라오고 있습니다.(드디어 때가 다 한 것입니다-) ^^

소마님/ 올 가을엔 뮌헨에 꼭 다시 가고 싶은데 말이죠. 옥토버페스트 매년 가도 인생은 너무나 짧은 것인데~ ^^

chokey님/ 저 축제 끝나고- 제정신인데 집으로 안 가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그렇죠? ^^

mminsq님/ 새벽. 입이 탑니다 :) 물이라도 마시며 속을 달래야겠습니다 :)

Andrea님/ 저게 8월 여름에만 반짝 하는 것이니까 가셨을 땐 없었을 거예요- 이제 맥주 포스팅은 축제가 아니더라도 제가 대형 비루엔 모아 올린 지도를 찾고하세요- ^^
Commented by saltyJiN at 2008/02/08 16:15
기린의 흑맥주인겁니까!! 하악하악.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8/06/05 01:54
기린 흑맥주 브랜드는 스타우트인데 솔직히 말해서 흑맥주는 이게 최고입니다! 삿포로 구로라베루하고는 조금 다른, 다크 초컬릿 맛이 나는 진국입니다!
Commented by 바뜨 at 2008/05/14 11:26
저는 맥주축제는 옥토버페스트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까운 일본에도 있었군요..
제 목표가 언젠가 옥토버페스트에 꼭 간다~!! 인데, 직장생활을 하니까..쉽지 않네요. 일본에라도 함 가야겠네요. ㅋㅋ
전 맥주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술이 약해서 얼마 못마시는게 너무 억울해요..T.T
(돈은 적게 들지만..-_-;;;)
냉장고 안을 온갖 맥주로 가득 채우는..그런 짓은 언제쯤 해볼수있을런지..^^
담에 맥주축제에 가게 되면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8/06/05 01:55
반갑습니다! 그런데 정말 맥주 축제의 분위기는 뮌헨 맥주축제가 최고구요, 그것도 대낮에 취해서 밴드 가까이 있든지 아니면 저녁이 좋은데 저녁은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답니다 :) 솔직히 삿포로 맥주 축제는 뮌헨의 그 미친 기운을 못 쫓아간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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