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23일
[스페인/사라고사] 아름다운 일본 글씨가 보고 싶은 / 사라고사 오스딸 지배인

사라고사 안재환씨의 도움을 받아 나는 드디어 숙소를 찾아간다. 말했다시피 숙소는 사라고사 여행자 센터에서 나눠준 전단지에 나온 오스딸(스페인에서는 호스텔이나 모텔같은 숙소를 오스딸이라고 한다). 엑스포를 하고 난 뒤엔 이 곳 물가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아무튼 여행 당시의 숙박비는 확실히 사라고사가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 비하면 훨씬 쌌다. 그래서 대도시에서 싼 숙소에 시달린 여행자가 사라고사에 들르게 된다면 이 곳에서 좀 마음 놓고 편안하게 묵을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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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Travel Route #14
Calle Coso의 Hostal Cata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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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특유의 한 두 명이 겨우 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숙소 로비가 나왔다. 손님은 우리뿐인데 지배인은 귀에 헤드셋 마이크를 달고 상당히 바쁜 분위기로 일을 한다.
약간은 과장된 표정이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나에게 방을 설명하는 지배인님. 그리고 살집이 좀 있는데 그다지 착하게는 생기지 않은 하늘색 상의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이들이 로비를 지키는 3인조였다.
친절이 과장된 표정으로 (그래도 친절은 얼마든지 과장돼도 고맙다) 어디에서 오셨냐며 묻는 그에게 나는 "코리아"에서 왔다 했다. 그리고 이런 저런 항목을 체크하고 드디어 사인을 하려 할 때였다. 내 사인은 평범한 영어 사인이다. 오래전에는 사인 위조를 못하게 한답시고 일부러 한국어로 사인을 복잡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그 때 여행자 수표를 체크하던 외국인이 '한국어로 사인을 하면 자기가 어떻게 진위를 구별 할 수 있냐'며 불평을 하길래 그것도 이유있다고 생각돼서 그 후로는 평범한 영어 사인만을 써 오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매니저님께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두 손을 합장하고 앞으로 몸을 숙여 간절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아 저는 당신의 사인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기대합니다. 저는 아름다운 일본 글씨가 보고 싶습니다!" 하는 것이다.
.
.
.
그게...! 하고 내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옆에 같이 서 있던 하늘색 옷의 그다지 착해 보이지 않던 남자가 고소하다는듯이 그 매니저의 팔꿈치를 툭툭 치면서 낮게 말하는 것이다. "코리아, 코리아-!"
매니저는 그 말을 금방 못 알아듣었지만 뭔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상황임을 느끼고 표정이 구겨져 가고
하늘색 남자는 매니저를 망신 줄 수 있게 된 이 상황을 만끽! 실실 웃으며 팔꿈치를 툭툭 친다.
"코리아, 코리아아-!"
분명히 그들은 평소에도 틈만 나면 서로를 압박하고 빈정거릴 기회를 찾는 그런 관계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는 새로 얻은 방의 창문에 서서 'hertravel, 드디어 사라고사 완전히 도착했음'을 분명한 한국말로 사라고사 시민에게 알린다...



짐을 내려 놓고 아까 여행자 센터에서 받은 종이의 사라고사 정보를 읽어보니 2천년의 역사가 있는 이 도시에서는 로마, 기독교, 무데하르, 유대의 네 가지 문화를 맛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렇게 네 가지 문화, 네 가지 종교, 네 가지 건축물이 만들어 낸 라이프 스타일을 홍보하고 있었다.
로마의 문화는 포럼과 성벽, 강의 요새와 카이사르아우구스타 Caesaraugusta 극장에서, 무슬림과 무데하르는 알하페리아 Aljaferia 궁전과 산 살바도르 성당에서, 유태교 문화는 El Coso에서 느낄 수 있다고 써 있었다. 그리고 기독교 문화는 프랜시스 고야와 파블로 가르갈로와 같은 예술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신고전주의의 거장들의 예술적인 표현으로 느낄 수 있다고.
그리고 이 곳 사라고사 지역 음식을 맛보라고 나와 있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음식은 토마토와 후추 소스, borage(보리지라고 하는 허브), 달걀과 마늘로 요리한 대구요리인 ajoarriero, 차가운 스프인 salmorejo, 햄이 그것이었다. (이상, 영어 정보를 hertravel의 빈한한 영어 실력으로 해석하다.)
하룻밤 묵어가는 짧은 여행에서 네 가지 문화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 자랑스럽다는 사라고사의 음식을 얼마나 맛 볼 수 있을지! 나는 전속력으로 후다닥 숙소를 달려 나갔다.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유럽에 취醉하다 - 오늘의 정보]
유럽의 곳곳을 다니면서 유명한 길 뿐 아니라 평범한 좁은 길까지도 걸어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오늘의 정보는 '유럽의 1,2인용 엘리베이터'
유럽 여행에서 낯선 것 중의 하나는 좁은 엘리베이터이다. 워낙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짐을 끌고 이동할 때 눈물나는 곳이 유럽이지만 그래도 가뭄의 단비처럼 엘리베이터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들이 현대적인 고층 빌딩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명이나 두 명이 겨우 탈만하게 작다는 것.
심하게는 정말 단 한 사람만이 짐을 갖고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봤지만 아래 사진에 소개한 엘리베이터는 세 명까지 타는 것이 가능한 그런 엘리베이터이다.
문이 우리처럼 양쪽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방문짝같은 모양이다. 그 방문짝을 손으로 열면...
방문짝을 열면 그 안에 주름커튼같은 문짝이 나타난다.그리고 원하는 층을 누르면 된다. 층 표기법이 유럽의 경우 우리 1층을 0층이라고 (ground floor), 우리 2층을 1층이라고 (first floor) 했던 것 같은데 스페인도 그랬는지는 기억이 확실치 않다. 확실해지면 내용 단정지어 고쳐야 겠다.
------------------------------------------- (오늘의 마무리)---------------------------------------------
www.traveldna.co.kr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 by | 2008/01/23 04:33 | 유럽에 취醉하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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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랑 여행지랑 안맞아서 뭔가했어요~
좋은건물이라도 저런건 좀....
일본에도 화장실없는 건물이 많아서 좀 안습이었어요..
오모테산도 버버리블루라벨 건물에도 화장실이 없었는데..ㅡ_ㅡ...
저런 엘리베이터....안습기내식처럼 현실을 인식시켜주는것같아요..
나름 편안하던 이코노미석을 순식간에 '아 나는 이코노미석이구나' 라고 알려주는것처럼..
둘이 참 미운정 들어있는 사이인가봐요. 짖굳기도해라. ^^
저는 미국행 뱅기에서 어떤 서양인 아저씨가 열심히 일본말로 말 걸면서 자리좀 바꿔달라고 하더라구요.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는 일본인 아니어서 일본어로 함 못알아들어유~ 해줬지라. ^^
http://kr.img.blog.yahoo.com/ybi/1/f4/38/bakhaus/folder/10/img_10_91_0?1139941930.jpg
mminsq님/ 드물디 드문 아시안 손님을 반갑게 맞으려고 노력은 하였는데 그만... ^^ 어머나 이를 어쩌나 ♬
히카리님/ 일본 사람들은 좋겠어요, 세계의 사람들이 글씨 미학까지 알아주어서... :0
오리너굴님/ 저긴 정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고마운 곳이었는데요 ^^ 유럽에선 엘리베이터 있는 숙소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격 무너집니다 :)
marlowe님/ 그러게요. 느긋하게 씨익 쪼개고 있는 푸른 셔츠 사나이... ^^
현재진행형님/ 같은 카운터에 서 있는데도 매사가 바빠 보이는 지배인과 바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남자. 정말 전혀 다른 캐릭터의 조화입니다 :) / 진행형님께서는 일본어까지 하시나봅니다!
나이트엔데이님/ 상상이 가시죠? 겉모습에도 딱 드러나시는 분들이시라... ^^
nabiko님/ 감사합니다 ^^
제절초님/ 저는 정말 누가 봐도 토종 한국인인인데^^ 왜 우리 국적기 스튜어디스분들께서 꼭 영어나 일어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무국적자 분위기가 풍기는 걸까요 :)
디굴디굴님/ 허허허 그럴 것을 그랬나 봅니다. 그렇다면 '얼마입니까?' 뭐 이런 내용의 일본어를 써 드렸어야 했겠군요 :)
징소리님/ 흐흐흐 저 마드리드에서 '농협'도 봤사와요 ^^ 우리글로 '브리트니 스피어스'라고 써드릴 것을 그랬나봅니다 ^^
Azafran님/ 그러고보니 정말 일필휘지 써 드릴 것을...^^ 여행에서 이런 비슷한 일 있었던 것을 모아볼까봅니다 :)
미리내님/ 미리내님도 저처럼 외모 무국적자이신게로군요^^ 누가봐도 천상 한국인인 제가 이상하게 외모 무국적자가 되는 일이 있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