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1일
눈이 왔다. 고라니가 콩콩콩 달려왔다. / 유명산

오늘 눈이 꽤 왔다. 포스팅 올릴 시간이 없이 눈 사진이나 한 장 올릴까 사진 폴더를 여니 눈밭을 콩콩콩 달려왔던 어린이 고라니가 미리보기의 수 십개 사진 중에서 눈에 확 들어온다.
유명산에 갔을 때의 사진이다. 소복한 눈을 마다하고 옆으로 흙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아다다다다콩콩콩 소리가 순식간에 가까이 울리면서 순식간에 무엇인가 (볼 새도 없었다) 나에게 충돌할 기세로 가까와오는 것이었다. 배스커빌家의 개가 달려드는 폭주의 느낌에 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엑!'하면서 몸을 비틀어 피했다.
피하고 나서 힐끔 눈을 뜨고 옆을 보니 동네 강아지만한 어린이 고라니가 (이 정도면 어린이가 아니라 아기 고라니인가? 사진보다 실제 느낌은 훨씬 더 작다.) 눈을 또롱또롱 뜨고 "왜 그렇게 놀라요? 내가 싫어요?"하고 서 있다.
"아니, 니가 싫은 건 아닌데 깜짝 놀랐어. 그런데, 너, 저 끝에서 나를 보고 신나서 여기까지 달려온거냐?"
"네."
운동장만한 눈밭 저쪽에서부터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아다다다다콩콩콩 달려온 어린이 고라니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내가 엑! 소리를 지르며 첫만남을 서먹하게 했기 때문인지 조금 서운한 눈으로 어린이 고라니는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음, 야생동물에겐 먹을 것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지만... 혹시 네가 배고플 지도 모르니까 이거 줄께."
갖고 있던 것은 사과와 과자. 과자는 짭짤한 스낵류라 어린이 고라니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 사과를 입으로 작게 자른 것과 나머지를 알째로 바닥에 내려 놓았다. 보고 있으니까 안 먹는 것 같아 나는 자리를 떠서 인근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어린이가 조금 파 먹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거의 방치돼 공식적으로는 문을 닫는 시기인 식물원에 우리가 돌아다니는 동안 어린이 고라니, 식물원에 들어왔다.

그러더니 "무슨 풀" "무슨 초" 이런 팻말이 적혀 있는 식물원 풀밭에 올라가더니 아주 맛있게 풀을 뜯어 먹는 녀석.

아까 군인에게 "배고플 지도 몰라서 먹을 것 주었는데 그래도 됩니까" 물었더니 "과자만 주시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했는데, 저 군인분이 남들에게는 말리면서 혼자 몰래 고라니에게 과자를 주면서 "넌 나만 따르라"고 특훈을 시키는 장면을 상상을 해 본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고라니 목줄이 너무 작은 것 아닙니까? 아 또 이러면 또 걱정돼서 잠 못 잡니다...)
# by | 2008/01/11 22:30 | 대한민국 1박2일 | 트랙백 | 덧글(1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그저 털때문에 그렇게 보이는걸꺼에요, 암, 그렇고 말고요 ㅠㅠ;;
아주 귀엽네요...
사슴보다 아기자기하게 생겼어요. 으흐.
아다다다콩콩콩이라니..ㅠ_ㅠ 너무 귀여워요... 저 까만 눈도!
강원도에는 사람들이 신기해할만한 것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ㅠ_ㅠ
루리드님/ 두번째 사진을 보면 녀석의 작음이 느껴지시죠? ^^
섭씨0도님/ 그렇죠. 털 때문일 겁니다 ㅠㅠ 암, 그렇고 말고요 ㅠㅠ;;
취한배님/ 콩콩콩 달려와서 쳐다보는데 귀여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
豺狼님/ 그 군인 아저씨께서 이 글을 읽으셨음 좋겠습니다 ;)
풀뜯는곰님 / 저도 작은 고라니는 처음 봤습니다 :) 그런데 약간 고집이 세 보이기도 하더군요^^
chokey님/ 작은 녀석은 강아지같고 게다가 철부지 느낌이 들더군요 :)
mminsq님/ 흐흐흐 서로 놀라셨군요^^ (밤길 숲에서 불쑥 나오는 고라니는 그러고보니 호러간지...) 지인의 말로는 냄새가 너무 심해서 군대 있을 때 고라니가 정말 싫었다고 합니다 :)
현재진행형님/ 철부지처럼 달려왔으니까요.^^ 배고파서가 아니라 심심해서 달려왔던 것일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
실꾸리님/ 귀여웠습니다. 빨리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reina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고라니를 왜 기르는가를 생각하다 보면....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 ^^;;; 합니다. 제가 아는 그 이유 말고 다른 좋은 이유는 없을까요? ㅠ ㅠ
수현님/ 아다다다다콩콩콩. 정말 어찌나 빨리 달려와서 제 옆에 급정거, 우뚝 섰는지 모릅니다 :) 귀여운 것...^^
이기자님/ 그저 빨리 자라지 않길 바랍니다 :)
첼로♡님/ 저도 평범하게 걷던 길을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 준 고라니 어린이가 고맙습니다^^
SkyNautes님/ ^^ 군대를 강원도로 다녀오셨군요^^ 강원도 군대 생활한 지인이 고라니의 노린내를 역설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 무엇인가 기념물 동물 얘기도 해 주었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ㅠ ㅠ . 무엇인가 잡아 먹은 이야기도 있었는데...
마하 카시아파님/ 푸흐흐흐 저도 글 쓰면서 '아아 고라니 농장은...고라니 농장은...'하며 연상 떠올랐더랬습니다. 카시아파님 그 풀 이야기까지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헉 그런데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거리에 고라니가 어디서 뛰쳐나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