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디카를 손에 들고 떠났던 첫 여행. 나의 손덜렁증으로 훗날 그 녀석은 대형 추락 사고를 평상심으로 겪어내는 어드벤쳐러스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적어도 이 사진을 찍던 그 당시 나는 그 녀석의 '은메끼'가 벗겨질까 벌벌벌거리며 똑딱 단추를 눌렀다. 눈 앞에 기나긴 길과 기나긴 지평선이 십자로 만나고 그 위를 기나긴 대형차량이 기나긴 그림자를 만들며 달려갔다. 아마도 :) 확실한 5번 고속도로. 캘리포니아. 미국.
혼자 여행을 할 때마다 무성 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싫었던 나에게 첫 디카를 갖고 떠난 여행은 무성영화에 현장음이 들어가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녀석은 최고의 여행 친구였다. 암트랙의 고질병인 연착질로 오밤중에 작은 역사에 내린 나는 그 밤의 색감을 찍느라 걱정보다 똑딱질이 바빴다. 살리나스.캘리포니아. 미국.
그 아쿠아리움 카페테리아에서 플레인 핫덕을 한 입 베어물다말고 나는 나에게 첫번째 디카가 있음을 생각해냈다. 사진 속엔 그 도시의 이름을 딴 몬터레이 스트로베리 소다 음료와, 그리고, 나의 이빨 자국이 (그르렁...) 남았다. 나는 디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선 식사도 덜 외롭다는 걸 알게됐다. 몬터레이. 캘리포니아. 미국.
그 날, 수족관으로 쏟아지던 물 속의 햇살. 그 녀석, 팔자에 없는 수중촬영(?)까지 하게 된다.
유럽이나 미국 여행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예의 그 '국적없는 불상' 시리즈의 첫 주인공이 된 사진이다. 이 곳에서 손에 벌벌벌 들고 다니던 디카의 똑딱 단추를 점점 더 자주 누르게 됐다. 캐멀 바이 더 씨, 이 손바닥만큼 작은 도시에서 내 첫 디카는 똑딱 단추가 연해지고 있었다. 캐멀. 캘리포니아. 미국
요즘 핸드폰 카메라보다도 못 한 화소를 자랑하는 나의 첫번째 디카. 그럼에도 이 사진을 보면 소니사에서 '이 정도는 한다'고 자랑하고 싶어할 듯. 그러나 이 사진의 가장 큰 기여자는 역시 캘리포니아의 기후 조건이다. 캘리포니아에 가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진의 교과서적인 환경(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이 바로 여기 아닌가 싶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50선'으로 꼽은 곳 중 한 곳인 캘리포니아의 빅 서 해안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저 발표 이후 너도나도 '죽기 전' 시리즈를 너무 많이 발표해서 절박함이 뚝 떨어졌다)
이런 사진은 디카 이전엔 '내가 무슨 사진 작가도 아니고...' 싶은 민망한 마음에 선뜻 찍지 않던 종류. 하지만 첫 디카를 들고 나섰던 그 여행에서 나는 하루하루가 갈수록 점점 거리의 나무벤치며 대형물탱크통이며 주차비스탠드며 별별 것들에 단추를 누르는 재미에 빠졌다. 아무래도 선명함이 만족할정도는 못 돼서 나중에 사진에 선명도를 좀 높였는데 어딘가 인위적이라 후회되는 사진. 몬터레이. 캘리포니아. 미국.
나의 첫번째 디카, 이 녀석이야말로 나와 가장 여행을 많이 떠난 녀석이다. 이번엔 일본이다. 쯔께모노를 파는 가게. 교토의 니시키 시장.
어묵을 입에 넣다 말고 눈 앞의 모습이 너무 좋아 갑자기 디카를 꺼내서 찍은 사진. 이 녀석덕에 일상의 소소한 기록이 늘어났다. 그 덕에 이 녀석은 어묵 국물, 튀김 기름 할 것 없이 먹다 말고 대충 쓱쓱 닦고 찍어대는 내 손을 통해 살짝살짝 양념이 돼 갔다. (먹어보면 간이 맞을지도 모른다). 종로. 서울. 대한민국.
이글루스에는 음식 사진을 넣지 않으면 많은 분들이 욕구불만허탈감에 빠지는 현상이 있다.
식탁의 제 2의 멤버 자리를 꿰찬 나의 첫 디카. 그 열악한 조건에 피어나는 라면의 김까지 잡아내다니. 이렇게 대견한 녀석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물론 누구에게나 첫번째 디카는 특별하다.
빙수 기계를 바꾸기 전, 현대백화점의 밀탑에 전혀 뒤지지 않던 이대앞 가미 분식의 팥빙수와 수박빙수. 확실히 이 녀석, 최상의 조건이 아닐 땐 입자라고해야 하나? 빙수 그릇이나 테이블을 보면 많이 거칠다.
이하 음식 사진 모두 오키나와. 일본.

위의 사진들이 모두 나의 첫번째 디카
소니 사이버샷 P-9 의 추억들이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웃으실만한 400만 화소. 인터넷 중고가 현재 7만원 정도. 그러나 구입 당시엔 지금의 보급형 DSLR 가격에 달했다. 큰 맘 먹고 샀으며 그만큼 많이, 자주 찍었다.
돌보다 단단하다. 도대체 망가지지가 않는다. 첫 정때문에라도 계속 갖고 있으려 했는데 그게아니더라도 너무 튼튼해서 어떻게 변심할 기회도 주지 않았던 녀석이다.
내 일상을 바꾸고, 내 여행을 바꾸고, 내 삶의 기록과 패턴을 바꾼 대단한 녀석.
p.s.(1) 이 포스팅은 저의 디카 기종을 물어오신 덧글에 답하여 쓴 글입니다. 요즘 올리고 있는 여행글의 디카는 좀 다릅니다만 이 디카 역시 제 블로그의 많은 포스팅을 이루고 있습니다.^^
(2) 막상 덧덧글은 현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쓰고 있지 못합니다. 아주 빨리 곧 시간의 여유가 돌아오겠죠^^
(3) 사실은요, 이 포스팅을 생각하면서 일단, 시간은 없고, 사진 먼저 임시저장에 넣어놓고 나중에 올리자, 고 하다가 잘못 '글올리기'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다급하고 생뚱맞게 올리게 된 글입니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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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랑하는 첫번째 디카는 국내 곳곳과 세계 3대륙의 땅바닥을 여러번의 추락 사고를 통해 접수하면서도 그 튼실함을 잃지 않고 4년을 장수하시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가사상태에 빠지셨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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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빨리 첫 디카를 사서 여행을 다니고 싶네요'ㅂ'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네요...
전 카메라가 없어서 여행갈때마다 항상 동생 카메라 빌려서 썼다지요 ( -_-)
지금 다시 생각하건데, 여행에서 남겨오는 사진- 을 생각하면 카메라는 좋은걸 들고가야 ;ㅁ;
배고플즈음- 헤드샷!
저 카메라를 만지면서 엄청 신기해 했었답니다. ^^;
어쨌든 hertravel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팔 때 괜히 싱숭생숭..
뭐랄까 맛스럽게? ㅋㅋㅋ
하지만 hertravel님 만큼 애착은 없는 모양이네요.
제가 산 것이 아니라서 일까요?
가미분식 빙수도 반갑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식사 많이 드세요..-_-;;
이기자님/ 쨍,하다고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첫녀석도 좋았지만 쨍한 걸로 치면 안동글에서 물어보셨던 요즘 쓰고 있는 카메라가 가장 색감도 괜찮고 쨍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찍기 전에 카메라 설정에서 샤프니스를 좀 올리는 편입니다 :)
징소리님/ 정말 좋은 카메라 사진들은 자연을 찍은 사진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던데 제 수준으로는 그나마 어떻게든 음식의 힘이나마 빌어서 쾌감을 ... :)
Charlie님 / 5번국도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딱 보시니까! 나오시네요:) 5번 특유의 분위기^^ 와 특유의...목장 냄새까지...? ^^
아메니스트님/ 원래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했지만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했었는데 디카를 들고 다니고는 부담이 확 사라졌습니다 :) 여행의 동반자...~
까날님/ 흐흐 요즘은 그래도 먹기 전 촬영률이 80%는 되는 듯 합니다 :)
Hey10000님/ 흐흐 그 때 저 스펙에 대단히 만족한 상태였고 대단히 뿌듯하게 촬영에 임하시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chungsuk님/ 오흐흐! 여기 동창이 계셨군요:) 정말 요즘 DSRL도 살 수 있던 가격이 아니겠습니까!
미리내님/ 저도 디카전엔 필카의 부담에 심지어 1-2만원짜리 교통사고용 카메라를 들고 인디아를 가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었답니다 으흐흐 :)
1mokiss님/ 1mokiss님 포스팅 보면서 제 것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 그 때 제가 동감한 것이 저 넘의 튼튼함이었죠^^
오리너굴님/ 결국 이 곳의 모든 여행이 식생활로 귀결되는 겁니다 :) 여행블로거가 아니라 먹성블로거 ㅠ ㅠ
취한배님/ 미국을 느끼게 해 주는 황량한 긴- 길과 태평양, 은근히 이국적인 캘리포니아가 아닙니까! :)
Moon님/ 감사합니다 :) 맘에 드는 장면 그 때 그 때 찍어서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부담없이 맘껏 찍었던 사진들, 지금 보면서 그 순간들이 다 기억이 납니다 :)
에이미님/ 정말 저도 디카만 모아놓고 보면 여행빼고 남은 돈을 다 디카에 쏟아부은 듯 보입니다. 왜 그렇게 가격이 뚝뚝...ㅠㅠ 그래도 최근 것은 뚝 떨어진 가격에 샀죠 그나마다행입니다:)
플라멩코핑크님/ 으흐 저거랑 비슷한데 파랑 테두리가 둘러쳐진 200만 화소의 제품이 먼저 나왔었는데 그것도 얼마나 좋아보였는지 모르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빈틈씨님/ 첫 디카 저녀석으로 정말 쪼물딱쪼물딱 벗겨질때까지 썼더니 이젠 너무 저가가 돼서 팔지도 못하게됐고요, 게다가 아직도 남 주자니 정들어 아쉽답니다 :)
SkyNautes님/ 음식을 바라보는 저의 그 지나친 애정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 철...철.... 넘치는 애정이... :)
똥사내님/ 해피 뉴이어 :) 투
psi씨님/ 그건 정말 잘 맞는 디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반강제로 산 두번째 디카는 끝끝내 정을 붙이지 못했답니다 :) 분명 제 돈으로 샀지만 말예요...
NINA님/ 디카를 정말 빨리 구입하셨나봅니다! 으흐 안타깝습니다. 130만 화소면 핸드폰... 지금 제 손에 2000년 Goods Press란 일본 잡지가 있는데 거기 가격보면 돌아가십니다.
비공개님/ 화소는 비록 연약하였으나 그래도 느낌은 나쁘지 않았던 카메라 맞습니다 :) 하지만 같이 여행갔던 아라치님 동생분의 카메라 색감이 얼마나 부러웠었는지 모릅니다...
marlowe님/ 가미분식 빙수를 기억하시는군요 :) 얼음 가는 기계를 이탈리아에서 수입하셨다는데 그 이후로 맛이 예전만 못합니다. 주인께서는 훨씬 깨끗한 얼음을 쓰게 돼서 더 좋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니 그게 더 낳은 것 같긴 한데 예전같은 흰눈의 느낌은 아니라 아쉽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크루리님/ 다크루리님의 덕담을 몸소 실천하고 있으니 이 몸을 어찌해야 하나 걱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