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안동찜닭을 먹다 / 한겨울 안동 여행 ②

잊기 전에 빨리 올려야하는 속성 보고서. 
안동 여행, 아니지, 결국은 안동 먹자 여행.

12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가 가득할 그 시기에
다른 곳도 아닌 '한국 정신 문화의 수도 - 안동'
(안동시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으로 여행을 가는 변태적 취향. 

결국 한국 정신 문화보다 더 많은 안동 음식 문화를
내 뱃속에 채우고 돌아온 여행.


그래서 역시 안동에 도착하고 첫코스는 저녁이 찾아온 안동 구시장. 안동 시내에는 시장이 두 곳 있다. 신시장은 이름은 新이지만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가는 정말 농수산 시장이고, 뚝방으로 구분되는 구시장이 옷가게, 신발 가게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번화한 거리 느낌의 시장이다. 안동 찜닭 골목도 구시장에 있다고 했다.

안동분들에게 들으니 이 골목의 찜닭 맛은 거의 다 똑같으니 그냥 깨끗한 집을 골라서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래도...하며 주워 들은 이름이 매일, 현대, 등등이라 마침 이름이 생각났던 현대 안동찜닭집으로 들어갔다.

사실 나는 안동찜닭을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누군가 나에게 그 음식은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기 때문이고 내 눈으로 보기에도 그래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들큰한 단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안동찜닭은 들큰하게 보였다.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내가 이때까지 안동 찜닭을 먹어보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무척 잘한 일이었다. 이 곳 진짜 안동에 와서 진짜 안동 찜닭을 먹게 됐으니 말이다. 그리고 모락모락 김을 풍기며 한 접시 그득 나온 '안동에서 먹는 안동찜닭'은...!


서울에서 안동까지 오면서 비어있던 내 위장에 이런 감사한 안동의 첫 선물... 안동 찜닭은 맛있는 음식이었다. 맛있게, 푸짐하게, 자알 먹었다. 달콤한 음식이었던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건 맛있는 달콤함이었지 불쾌한 들큰함이 아니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매콤한 맛이 작용해 준 덕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와 양파, 대파도 들어있고 닭고기도 퍽퍽하지 않고 딱 맛있게 간이 들어 있었다.

벽에는 '의외로 감자가 중요하죠'란 말을 하는 주인의 TV 맛프로 인터뷰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말씀처럼 알이 작은편인 감자도 맛있었다. 소금으로 살짝 한 번 찐 뒤에 이 요리에 넣은듯 느껴졌다. 당면도 후루룩 넘어간다. 

(김이 올라 사진이 흐릿하다)
옆에는 안동의 여고생들이 서울 여고생들 떡볶이 먹듯 우르르 와서는 음식점에 틀어 놓은 TV 뉴스를 보며 찜닭을 먹는다. TV에 나온 정치인을 보며 "정~말 모띠끼 생긴네" 하며 젓가락질을 한다. 중간에 좀 심심했는지 트림 놀이도 거억 거억 하고 와르르르 웃는다. 우흐흐. 

곰의 심장이 그러기를, 고등학교 때 내 모습은 저 놀이의 주인공이고도 남았다 했다. 그 말이 맞다. 나는 항상 무엇인가를 오버하고 낄낄거리곤 했고 그 옆에서 아이들은 자지러지곤 했다. 나는 학교의 모든 게시물을 거꾸로 걸어 놓아야 하루가 즐겁고 지각으로 담을 넘어도 전진포복과 엄호 액션을 해야 스릴을 느끼던 그런 아이였다. 곰의 심장.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조심해라.  


이 날 밤, 나는 고택 숙소에 돌아와 온돌방에 앉아


구석기 시대쯤의 다이아몬드 게임을 하고


호롱불 대신 LED 불빛에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사진에서 불빛 아래 깔린 <답사 여행의 길잡이 (10) 경북 북부>는 내가 국내 여행때마다 사서 읽는 책이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에서 나온 책인데 역사적인 유적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여행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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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여행 정보 - 안동 찜닭 골목]
 
지도에서 녹색으로 표시해 놓은 골목이 찜닭 골목.

이 지도와 안동 관광 정보가 담긴 브로셔가 정말 매우 퍽 무척 잘 돼 있다.
사라고사의 여행정보에 대해 감탄한 적이 있는데
안동시에서 나온 <2007경북 방문의 해 안동 관광 안내 지도>
분류도 잘 돼 있고, 지도도 쓸만하고, 정보도 적절하다.
거의 100점짜리 꼭 필요 정보만 쏙쏙 잘 들어있다.

(같이 받아온 다른 경북 관광 지도들은 내용의 충실도나 종이 재질 선택이 이것에 비해 훨씬 못하다.)

아래는 찜닭집 메뉴.
1인분 2인분으로 파는 것이 아니다.
한 접시 18000원이다.

------------------------------------------ (오늘의 마무리)--------------------------------------------


포스팅이 너무 긴 것 같아서 안동 구시장 낯선 시장 풍경 구경과 정보를 
뒤늦게 1회 포스팅으로 내용 옮겼습니다.
 
<안동 구시장에 돔배기가 있니껴?> 입니다

by hertravel | 2007/12/26 13:40 | 한 겨울의 안동 여행 | 트랙백 | 핑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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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징소리 at 2007/12/26 14:23
제 고향이 거기서 조금 더 위 쪽에 있는 영주랍니다. 예전에 바람쐰다고 오토바이 타고 쭈르륵 가기도 했었는데...

그러고보니 저 쟁반 서울에서는 보기 쉽지 않군요 :)
Commented by 이기자 at 2007/12/26 14:25
그냥 침이 꼴딱 넘어가네요. 서울에서 3시간 걸리는 거리라. 상당한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한 번은 꼭 가보고 싶네요. 저 안동찜닭 먹으려면요. 안동소주 알코올 도수별로 파는 것도 재밌네요. 40도 짤 한잔 마셔보고 싶은 충동이!
Commented by SkyNautes at 2007/12/26 14:25
안동찜닭하면... 생각나는건 제가 동남아배낭여행가기 위해 일했던 곳이 찜닭집이었다는...
참 눈물나는 추억의 장소였죠.
덕분에 찜닭은 질릴정도로 먹었습니다~ ^^
Commented by 앙녀 at 2007/12/26 14:37
본토에서 안동찜닭을 드셨군요. 부러워요.
Commented by 아메니스트 at 2007/12/26 16:00
안동찜닭 맛있죠. 고등학교를 안동에서 다녀서 가끔 먹었는데(학생이니 자주 먹지는 못했죠ㅠ) 갑자기 다시 먹고싶어지네요
Commented by nerd at 2007/12/26 16:35
서울에선 안동찜닭집이 많이 사라졌죠.

안동에 가서 오리지날 찜닭 함 먹어야 겠네요. 안동에 또 유명한게 헛제삿밥인걸로 아는데요.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_-;;
Commented by 대건 at 2007/12/26 18:47
시장골목은 나라에서 디자인해주는건가요...
시장들어가는 입구며, 통로며 종로4,5가 광장시장이랑 너무 비슷하군요. ^^
Commented by 안동토박이 at 2007/12/26 22:01
거의 똑같아도 최고의 맛은 있는법이죠 ㅎ
밀레니엄,현대,위생이 안동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에요~
Commented by 강설 at 2007/12/26 22:06
본격적인 한국여행기는 이게 처음이신것같네요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27 00:52
징소리님/ 오, 그렇군요! 언젠가 영주 여행을 할 때 꼭 여쭤보고 가야겠습니다 :) 이번에 내려갈 때 이정표에서 지명을 본 것 같습니다~

이기자님/ 게다가 자동차로 가면 3시간이 아니라 2시간 30분밖에 안 걸립니다! 하긴 저는 한 4-5시간 아무 생각없이 예상하고 갔다가 너무 빨리 도착하니까 놀란거여서 가깝다고 기대하고 가시면 또 다를지도...^^;;; 아무튼 소요 시간은 그렇습니다 :) 40도 안동 소주뿐 아니라 실은 저 지방 소주 브랜드가 '참'?인가 그래서 그것도 한 잔쯤 마셔보고 싶었는데 마시진 못했습니다. :)

SkyNautes님/ 사연이 그러하시니~ 아무래도 찜닭 돈내고 드시려면 눈물이 앞을 가리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래도 찜닭알바! 동남아의 원동력이었군요^^

앙녀님/ 막상 서울에서 못 먹어봐서요, 맛의 차이가 어떤지 모르겠네요. 자꾸 생각이 나서 조만간 한 번 먹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에서 먹고 후회하면 어떻게 하죠? ^^

아메니스트님/ 역시 안동 찜닭의 참맛인 감자를 아시는군요 :) 정말 서울 안동 찜닭을 먹어보고 면밀한 비교 분석을 해 봐야겠습니다 ^^

nerd님/ 얼마전에 보니까 명동에 있던 주점이 없어지고 안동찜닭으로 바뀌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더군요. 저는 그 맞은편 일본 라면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 날 그 집도 줄을...!) 아마도 가 본다면 그 집엘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 그리고 헛제사밥도 먹고 왔기 때문에 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먹고 오길 다행이네요 :)

대건님/ 저게요, 실은 그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질까봐 안 썼는데 저렇게 재래 시장에 아치를 세워바닥이 젖지않게 하는 저 방식이 원래 일본의 시장에서 가져온 아이디어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비맞고 바닥 질고 그러던 시절 일본 여행가면 그 비 잦은 나라답게 시장의 아치형 지붕이 정말 편리하고 깨끗해 보이고 바닥의 타일 재질도 그래 보여서 우리 나라도 바뀌었음 좋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아마도 지자체같은데서 거의 획일적으로 디자인 나오는 듯 합니다 :)

안동토박이님/ 흐흐 다행입니다. 그 중의 하나인 현대로 가서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이군요 ^^

강설님/ 네^^ 다른 여행기 올리기도 바빠서 우리나라 여행은 고이 접어 두었는데 이건 며칠 전에 다녀온 것이라 빨리 기록 올리려고 써 봤습니다 :) 이번 여행도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점철됐습니다 으흐흐^^
Commented at 2007/12/27 11: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취한배 at 2007/12/27 20:55
저는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들이랑;; 안동에 갔었는데, 그 때는 안동찜닭이 유행하기 한참 전이라 안동찜닭은 몰랐어요...그때도 저렇게 시장골목에 쭈-욱 있었으려나? 그 대신 하회마을 한옥에서 헛제삿밥을 먹었었는데, 슴슴하고 소박한 게 어린 입맛에도 맛있었더랬죠. 근데 그때 같이 갔던 경상도 경주 출신 친구는 고추장을 달라고 해서 밥알 하나 하나에 시뻘건 윤기가 돌도록 비벼 먹더라는...저는 옆에서 허억! #_# 이런 표정을 짓고...하하하! 담에 한국 가면 저도 한국 여행 좀 해야겠습니다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8/01/02 23:52
비공개찜닭님/ 시간이 웬수입니다. 저도 안동의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빠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ㅠ ㅠ

취한배님/ 어어엇. 저도 그 슴슴함이 좋았는데 상에는 빨간 고추장이 작지 않은 종지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아마도 경주 친구분들같은 손님들이 많으셨나봅니다 :) 분명합니다!
Commented by 취한배 at 2008/01/05 01:09
분명합니다! 하하하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8/01/09 10:22
^^
Commented by 스페셜봉 at 2008/01/09 16:41
와 밸리 타고 왔습니다~ 저도 안동이 고향이라 눈에 익은 풍경들이 많이 보이네요+_+
찜닭집은 위에 말씀하신 집들도 맛있지만 김대감이라고 2층에 숨은 맛집도 있답니다~
어릴땐 피자집같은게 많이 없어서 중 고등학교때 매일 찜닭먹으러 다닌 기억이 있네요~
고등학교 졸업식땐 점심저녁을 모두 찜닭으로 먹기도 했었지요 ㅎ 서울과는 비교가 안된다니까요~>ㅁ< 나중에 병산서원도 한번 둘러보세요 조용하니 좋아요!
Commented by 모나카 at 2008/01/30 23:16
김대감집은 좀 달아요~ ;ㅁ;
현대통닭은 고등학교 때 반친구 고모님 댁인데, 정말 맛있죠! 봉추찜닭 사장님이 내려와서 현대에서 배워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흐흐.
그러고보니 서울에서는 간간이 먹었는데, 내려가서는 최근 찜닭을 도통 먹어보질 못 했네요. 이번 설에는 한 번 친구들을 꼬셔봐야겠어요..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8/01/31 02:06
스페셜 봉님/ 안녕하세요 ^^ 고향 이야기를 제가 잘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으셨나요? :) 김대감집도 제목이 귀에 확 들어오네요. 다음번에...^^
중고생들이 떡볶이 피자처럼 찜닭을 먹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그리고 병산서원은 정말 아쉽습니다. 이번엔 해가 지는 바람에 가질 못했습니다.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아서 기대가 되는 곳입니다, 안동이라 곳은요 :)

모나카님/ 아 또 현대 사장님을 아시는 군요^^ 잘 먹었다고 전해주세요 :) 마침 안동찜닭 생각이 나서 서울에 올라와서 먹었던 것이 봉추 찜닭이었으니 제가 뭔가 인연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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