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8일
[스페인/사라고사] 시내버스 안에서 만난 스페인 사라고사 사람들 / A. y Bothoff

독일 아줌마 전형의 의상에 몸매까지 독일 아줌마 국가대표이신 아주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다가왔다...(중략)...손에 4분의 3은 이미 다 드신 핑크색 아이스크림 콘 과자를 덜렁덜렁 쥐고 다가오셨다는 점이다. "메이 아이 헬프 유?"
그러면서 절대 "may"가 아닌, 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내 지도를 잡아 채시더니 호스텔 주소를 보면서, "알아요 여기! 멀지 않아, 멀지 않아~!"
아줌마의 손에서 남아 있던 4분의 1의 현란한 핑크 아이스크림은 점점 녹아가고 아줌마의 아들 딸인듯한 건장한 아이 둘이 뒷 쪽에 서서 아줌마를 구경한다.
"탑...!"
갑자기 떠오른 영감에 사로잡힌 음악가처럼 아줌마는 시선을 올리며 단말마를 토해낸다!
우리 독일 아줌마의 설명은 거의 추리소설의 단서를 이어붙이는 것과 같다...
"탑 근처의 작은 강!"
(이하 생략)
: 글 from 지도를 숨어서 봐야 하는 이유
지난 번 독일 프라이부르그 여행에서 '지도를 숨어서 봐야 하는 이유'를 써서 올린 적이 있다. 그 도시에서는 길을 찾을까해서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는 시늉만 해도 친절한 시민들이 어느새 눈 앞에 다가와 길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버스 정류장에서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독일 큰누님께서 우호호호호 웃어가며 정열적으로 길을 가르쳐 주고, 흰 머리의 형님은 굳이 직접 안내하시겠다며 같이 걸어가주셨다. 담배 가게의 동남아 이민자 분들은 나에게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 가족 회의를 했다.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길 건너편 자전거 타고 지나가시는 어르신께서 '거기야!'그러면서 확인을 시켜주는 정말 엄청난 도시였다.
독일 프라이부르그만의 일이 아니다. 태국 시내 버스에서의 일도 한 편의 상황극 같았다. 아, 고마운 분들!
퇴근 시간의 복작복작한 방콕의 시내 버스를 타니, 방콕 시민들은 흘낏흘낏 아닌척 하면서도 심심치 않게 우리를 계속 쳐다본다. 퇴근길 심심하던 차에 버스에 탄 외국인들이 탔으니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고기집 이름을 적은 쪽지를 들고 있으니까, '이 외국인들이 어디를 가자고 버스를 탔나~' 싶어 어깨너머로 이미 우리 쪽지마저 훔쳐 본 ( !!! ) 방콕의 시민들, 고개 돌려 내가 정류장을 물어 보려는데 말도 꺼내기도 전에 이미 답을 해 버린다.
hertravel: "익스큐즈 미, 웨얼즈--"
우리 전후좌우 5미터 반경 모든 방콕 시민들 : (말도 안 듣고) "투!투! (통역->두번째 정류장에서 내려요~)
hertravel :'허억..어느 사이에 쪽지마저 컨닝하시고....아무튼 쌩큐..'
글 from: 아직 쓰지 않은 '태국에서 도를 닦다' 카테고리에서
HerTravel Route #12
Avenida de Navarra - Paseo Maria Augustin -
Paceo Pamplona - Paceo Constitution - A. y Bothoff
==============================================================
어느 어느 나라에 가면 영어가 정말 안 통한다고들 하는데 스페인도 정말 영어가 쉽지 않은 나라 중의 하나다. 물론 영어 잘 하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듯 스페인도 마찬가지지만 대체적으로 스페인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을 투덜거리는 여행자들의 짜증을 대하면 나는 다음과 같이 그들을 달랬다.
어떤 프랑스 사람이나 스페인 사람들이 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꾸 일어로 무엇을 물어보면서 '한국인들은 왜 자꾸 일어로 대답을 안하고 한국어로 대답하냐'고 투덜거린다면 우리나라 사람들 아마 집단 고혈압으로 뒷목을 짚고 혈압계에 팔뚝을 들이 밀고 숨을 고르느라 애쓸 것이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스페인 사람들에게 왜 영국말을 모르냐고 짜증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이다.

버스 안에서 길을 물어보니 관광 도시가 아닌 이 도시의 평범한 시민은 친절과 선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열심히 길을 가르쳐 주었다.사라고사의 나나 무스꾸리 언니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약간 신기함 + 생각지 못했던 오늘의 특이한 경험도 재밌음. 나도 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이렇게 인연이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시키는 것은 눈치로 한다지만 그녀의 유창한 스페인어가 지도 위로 달리는 것은 도대체 쫓아갈 수가 없었다! 인상처럼 친절한 그녀는 정말 꽤 많은 정보를 나에게 주었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숙소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백 스물 일곱개는 가르쳐 준 것 같다. 그녀 문장의 길이로 볼 때 아마도, 내가 그 길을 가지 않았을 경우의 가정법까지 모두 동원하여 산 지식을 내게 전수해주셨음이 분명하다. 흐흐흐 모두 스페인어로 말이다.
나는 슬픈 눈을 지어 보이며 간절하게 그녀를 쳐다 보며 여행자용 급조 브로큰 스패니쉬로 말했다.
'져는, 스헤인어를 몯합다'
그러나 극동 아시아 핏줄이라 어쩔 수 없이 사이즈가 작은 눈이라 그 안의 슬픔을 보지 못했음인지, 내 입에서 '스페인어를 못합니다'라는 말이라도 오히려 일단 스페인어가 나오자 그녀의 설명은 더 친절해지고 힘이 실렸다. 게다가 속도는 더더더 빨라졌다. 으흐흐흐. 어찌해야 합니까-
콜롬비아에서도 그랬다. 쏟아지는 스페인어에 어쩔줄 모르던 내가 결국 '저는 스페인어를 못합니다'라고 말하자마자 그 시골의 아이들과 아이 엄마들은 '이 여자! 지금 스페인어를 했잖아!'면서 더 많은 말을 내게 걸어주시더랬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이지만 고마운 마음에 눈을 보고 웃어 주면 사라고사의 나나 무스꾸리양은 '이제 알겠느냐!'는 듯 더 열심히 설명을 하고, 알아들을 수 없어 슬프게 바라보면 '설명이 부족하냐!'는 듯 더 설명을 해 주셨다.
그 뿐이랴... 우리를 보고 있던 사라고사 파바로티 형님까지 다가오셔서 내 진로에 대해 빠른 스페인어로 오늘 버스에서 처음 만난 나나 무스꾸리양과 열심히 회의에 들어가신 것이었다. 대학 진로 상담만큼이나 진중하게 나의 진로는 두 분에 의해 정해지고 있었다...물론 두 분이 내 진로 대학을 정해주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나로서는 도박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못 찾아간다는데 3에우로 거실래요?"
"그런데 이 여자, 일본에서 왔나? 아니면 중국?"

뜻하지 않게 사라고사에서 '엑스포 손님 맞이 친절 시민 몰래 카메라'를 찍는 물의를 일으킨 나, hertravel.
그녀를 구제시켜 준 이는 사라고사 나나 무스꾸리도 사라고사 파바로티도 아닌,


아주 오래전도 아니고 불과 얼마전에도 이런 비슷한 광경을 우리나라 방송에서 보았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선정을 앞두고 평창의 택시 기사분이 영어 공부를 하시고 리포터가 손님처럼 타서 영어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어쨌든, 영어 좀 못하면 어떤가! 말 안 통하면 어떤가! 열 명 중 한 명만 영어 할 줄 알면 된다. 그 한 명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그 도시의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아홉 명째에서 인내심 고갈, 출국해 버리신다면 그건 좀 문제)
< 부록 : 졸지에 무식한 hertravel이 된 우리 동네 문방구 아주머니의 10천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큰 행사를 연다고 온 국민이 들떠 있던 시절이었다.
문방구에 들른 hertravel에게 문방구 아주머니께서는
본인도 영어를 배워서 외국인을 대할 줄 알아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외국인들이 왜?
도심도 아닌 주택가 아파트 상가의,
음식점도 아닌 이 문방구에 찾아오겠는가?
영어를 배운 아주머니를 위해 내가 외국인을 납치해 오지 않는 한,
외국인이 그 곳을 찾을 확률은 빵 퍼센트였다.
그래도 아주머니께서는 꿋꿋하게 영어를 내게 물어보셨다.
아주머니 "천원을 뭐라고 허지?"
hertravel "그거요, [원 thㅏ우전 원]이요"
아주머니 "뭐? 싸우전이야 따우전이야"
hertravel "그 중간이요"
아주머니 "뭐? 아니, 중간이란게 어딨어. 좀 정확하게 말 해 봐"
hertravel "아 그게 뻔데기라고 우리 말엔 없는..."
아주머니 한심하게 나를 쳐다 보신다 (으이구 내가 무식한 애를 잘 못 잡았구나)
아주머니 "그래, 그렇다 치고, 만원은 뭐라고 그래?"
hertravel "만원이란 말은 영어에 없구요, 그래서 [텐 thㅏ우전 원]이라고 해요"
아주머니 "아니, 10000! 만을 뭐라고 하냐구!"
hertravel "만 이란 단어가 없어서 십 천이다, 그래서 십 천, [텐 thㅏ우전]이요 ㅠ ㅠ "
아주머니 "뭐? 만이 어떻게 없냐 아이구!" (무식한 데다 우기기까지 하는구나)
hertravel "아주머니, 어휴 그게 아니구... "
아주머니 "됐어 넌 됐어."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세 자리 수마다 꼬리표 표시를 할 때마다 hertravel의 가슴은 트라우마에 서늘해지곤 한다. 젠장, 우리나라 말엔 '만' 단위가 있는데 천 단위로 점은 왜 찍어준단 말이냐.
[hertravel의 유럽 골목 여행 정보 - 오늘의 루트 공개]
오늘의 HerTravel Route #12는 시내 버스 종점에 내려 호텔로 들어가던 사라고사의 평범한 골목길이다.
버스는 Avenida de Navarra - Paseo Maria Augustin - Paceo Pamplona - Paceo Constitution 에서 hertravel 일당을 내려주고 우리는 사라고사 안재환씨가 가르쳐 준 방향을 향해 짐가방을 끌고 걸어갔다. A. y Bothoff 라는 평범한 골목길이었다.
평범한 골목길, 그리고 그 골목에 있던 음식점의 모습. 지나가는 길에 돌출 문양 간판이 예뻐서 찍었다. 거리의 끝, 빨간 버스가 보이는 길이 사라고사의 메인 도로 중의 하나인 Calle Coso다.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 by | 2007/12/18 10:22 | 유럽에 취醉하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1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순 URL 링크는 괜찮지만 사전에 저의 동의 없는 스크랩(퍼가시는 것), 전부 혹은 일부 내용 복사 및 인용등 모든 형태의 활용도 불가합니다.최근 등록된 트랙백지도를 숨어서 봐야 하는 이유 /..by HerTravel, 여행유전자 따라..최근 등록된 덧글음식 사진이 정말 좋아요. ^^..by 현재진행형 at 01:04 아, 배고파. 앵간한 실력으 ... more
... 사라고사 안재환씨의 도움을 받아 나는 드디어 숙소를 찾아간다. 말했다시피 숙소는 사라고사 여행자 센터에서 나눠준 전단지에 나온 오스딸(스페인에서는 호스텔이나 모텔같은 숙소를 오스딸이라고 ... more
한국에 올림픽 개최했을 때 외국인들을 대하던 한국 사람들은 어땠으려나요 ^^ 궁금해져요
친절하게..무려 5분 가까이 길을 설명해 주시더군요..
영어와 까딸루냐어를 섞어서..-_-;;
손짓 몸짓을 따라..약 30분 정도 걸어서 목표점에 도착했는데..
이럴수가....
맨 처음 길을 물어본 장소..에서 5분 거리였던겁니다..ㅠㅠ
마구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셔서..
6월의 바르셀로나에서..완전 웃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사람들 마음이 다들 너무 따뜻하네요 ^^
Andrea님 / 흐흐 가끔 그런 일도 있고 또 아주아주 가끔은 일부러 틀리게 가르쳐 주고 낄낄 웃는 남자애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까딸루니아 아저씨들은 무척 정열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
reina님/ 흐흐흐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정말 뜨뜻합니다 :)
비공개님 / 으후후 수고하셨습니다 :)
그 독일 아주머니는 참 재미있으시네요.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이건 안심을 하고 갈 수 있다는 얘긴지 아닌지 헷갈리는.... '')
여행객 등쳐먹을 생각만 하는 인도인들 중에도요. ㅎㅎ
여행 중에 호의와 친절을 받을 때마다 나는 내 나라에서 이방인들에게 과연
이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져 보기도 합니다. 내가 대접 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요.^^
비공개님 / 포스팅을 하며 저만 웃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
플라멩코핑크님 / 안재환과 제이미 올리버를 섞은 분위기였습니다 :)
징소리님 / 어디라도 안심입니다!! 실은 정말 영어하는 나라인 미국이나 영국에 가면 영어가 더 안 통하는 hertravel입니다 :)
nerd님 / 네 정말 그 인도에서도 친절했던 분들은 더욱 생각납니다^^ 저도 가끔 그 정신을 생각하며 외국인들에게 메이아이헬프유를 외치지만 다들 알아서 가고 싶어하더군요^^ 아마도 제가 인도 여행할 때처럼 외국인 대상 사기꾼일지도 몰라서 조심들 하시거나 / 혼자 길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신 분들인가 봅니다. 어떤 외국인이 그러는데 한국 사람들은 항상 도와주려 해서 혼자 조용히 못 다닐 정도라고 하더라구요 :)
샤베트님 / 너무 닮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안그래도 여행가고 싶어 근질근질한데..
그럼 떠밀어양은 눅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