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사라고사] 황량함이 함께하는 스페인 기찻길 / 사라고사로 가는 길.


많았던 엉망진창 지난 밤의 갖가지 일들을 한 번에 지울 듯 호텔 창 밖을 환히 비추던 햇살이었다. 지난 밤에 무슨 일이 여행자에게 쳐들어 왔든 아니든 어쨌든 바르셀로나는 이렇게 강렬한 아침의 햇살로 또 하루를 열어 준다. '알았지? 바로 이런 것이 '바르셀로나 스타일'이다!' 라고 강변하듯이...

우여곡절 끝에 눈물을 머금고 들어온 호텔 <바르셀로>. '나'가 빠졌다. 호텔 소유주가 작명을 할 때 이름 짓다 말고 화장실에 갔던 모양이다. 아무튼 눈물의 비싼 값을 하는지 천형의 카펫 알러지 증상 없이 하룻밤을 잘 보냈다. 테이블 위의 발셀로나스타일이란 홍보 잡지 위로 바르셀로나의 당연한 햇살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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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Travel Route #8

Barcelona ~ Zarag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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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첩엔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쓴 두 개의 처절한 글이 있다. 하나는 <바르셀로나의 파리떼에 관한 법칙>이고 다른 하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줄 서는 법>이란 글이다. 어서 빨리 그 글을 이 곳에 옮기게 되어 링크를 걸어 놓게 되길 스스로 빈다. 아무튼 그 글들이 전후좌우 아무 상관 없이 바르셀로나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는가?

"꼴라!!"

나는 바르셀로나 산츠 역에서 이 "꼴라!"라는 말을 수없이 외치며 사라고사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꼴라"가 무엇인지도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줄 서는 법> 글 올릴 때 같이 올리겠다.

나의 행선지는 사라고사. 스페인어로 Zaragoza. 영어로 Saragossa. 대한민국에서 여행을 떠날 당시에는 내 계획에 없던 도시다. 니, '일이 안 풀리면 사라고사 같은 도시로도 돌아갈 수도 있겠다. 가 본 적 없는 곳이니 궁금하긴 하다.' 라고 생각했던 그 도시였다.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직접 가지 않고 사라고사에 들르기로 한 이유는 단순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열차가 워낙 인기만발, 예약빡빡이라 굳이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사람만 붐비는 그 코스에 목 매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쯤 중간 구역에서 쉬고 가자는 사라고사行 열차편은 참으로 넉넉한 자리를 자랑했다.

기차는 행선지를 밝히며 냉정하게 들리는 여자의 스페인어를 틀며 달려간다. 술 한 잔이 들어간 바르에서 듣는 스페인어와는 달리 이런 공적인 멘트의 스페인어에서는 차가운 초겨울 배수관 이음새에서 뚝뚝 떨어지는 쇳물방울처럼 '공연히 말 붙히는 사람은 씹어 버린다'고 느껴지는 쌀쌀함이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열차 창밖으로 나타난 스페인 기찻길의 푸르름...!


슬쩍 남프랑스 배경의 영화 같은 마을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관광 소도시같은 모습이 스쳐 지나기도 하다.


이윽고 열차 창밖으로 나타난 스페인 기찻길의 황량함...!

그러나 곧 이어진 스페인 기찻길의 실상은 어떠했던가! 실제로 달려보니 위의 마을 사진 한 장으로 스페인의 환상을 조작하기엔 어림도 없다는듯 실제 스페인의 철로를 따라 나타난 것은 푸르름보다는 황량한 초원 길이었다.
흰 돌산은 남부 프랑스 해안 도시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그곳엔 이렇게 기침이 절로 나오는 건조한 모래 풀풀 흩날리는 땅은 없었다. 아랫 사진도 증명하는 그 메마른 땅의 기록. 그러나 여행은 꼭 꽃 피고 새 울고 나무 빽빽한 곳에서만 즐거운 것이 아닌가 보다. 건조한 황량함 앞에서도 나는 입을 쫙 벌리고 빙긋 웃어가며 '스페인, 니 녀석이 이런 놈이었지!'하면서 바깥을 바라 본다. 

뜻밖의 미 서부 황량한 초원 지대를 연상시키는 차창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미국 유타주나 캘리포니아 동부에서 찍은 사진을 들이대며 스페인이라 우겨도 될 성 싶은 모습이었다. 

스페인 철길에서는 뜻하지 않은 황량한 첫 인상에 놀라고, 생각해 보니 10대때 수업시간에 들었던 기후가 그랬던 것 같다는 아득한 기억이 되살아나서 두번째 놀라고, 그 황량함마저 운치있게 느껴지는 만족감에 세 번 놀랐다.

푸르름이 됐든 황량함이 됐든 어느 것이든 길을 가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것이 여행인가. 나 hertravel은 여행을 좋아한다.

 hertravel과 그 순간을 함께 한 것처럼 나누면 좋겠다 생각하며 올린다. 짧은 동영상이니 부담없이 플레이!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유럽 골목 여행 정보 - 오늘의 루트 공개]

오늘의 HerTravel Route #8은 바르셀로나에서 사라고사로 가는 구간이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의 주도이다. 바르셀로나 산츠 역에서 Altaria를 타고 떠나면 약 3시간 뒤에 사라고사에 도착한다. 사라고사는 스페인 동북부 아라곤 지방의 중심도시로 역사적인 곳이다. 스페인에서 열차를 타려면 유레일이 있더라도 예약비를 더 내야하며 이 구간에서 예약비는 6.50유로가 들었다.


------------------------------------------- (오늘의 마무리)---------------------------------------------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by hertravel | 2007/12/10 10:53 | 유럽에 취醉하다 (2) (空) | 트랙백 | 핑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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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HerTravel, 여행유전자.. at 2007/12/10 16:23

... . 냉동이 아닌 참치를 별미로 먹을 수 있는 괌 여행 사진 중에서 초밥 뷔페 음식 사진 한 장을 랜덤으로 올려 봤습니다. 두 시간 전엔 스페인 여행 포스팅을 하나 올렸습니다. 그 동안 제 글도 못 쓰고 다른 분들의 글도 못 읽고 그렇게 이글루를 잠시 손 놓고 있다가 오랜만에 돌아와서 여행 포스팅도 다시 올렸으니, 떳 ... more

Commented by 수려 at 2007/12/10 11:15
와아아 기다렸습니다>ㅅ< 기차에서 내리신 다음도 기대돼요 두근두근-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2/10 11:30
저런 곳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을 찍었겠죠?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0 11:39
수려님/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 달 넘게 잠수중이었네요. :)

marlowe님/ 맨 아래 사진 장소 같은덴 미 서부 여행, 이라고 사진 올려도 무방할 듯 하지 않습니까? :)
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7/12/10 11:50
낯선 나라인데 풍경만큼은 낯설지 않네요 ^^ 제가 저런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일까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0 11:55
통 하셨습니까? :)
Commented by 소마 at 2007/12/10 12:50
맨 윗 사진이 우리나라 동네 풍경인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여행기 보니 돌아오신 실감이 납니다요.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0 13:10
그러고 보니 꽤 비슷합니다 :) 다른 유럽 대도시의 관광 도심이 오래된 돌 건물이라면 이 곳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산츠 역 앞 풍경인데 이 부근은 우리나라 분위기를 풍기는 시멘트 빌딩이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늘도 우리나라 가을 하늘 같고 멀리 산등성이 같은 것도 녹색이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
Commented by skalsy85 at 2007/12/10 13:37
저 빨강 자동차 사진이 아주 눈에 확 들어와 박히네요. :)

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2박 3일 정도 있었는데. 너무너무 좋았어요. 전형적인 길치에. 게으른 인간이라 많이 돌아본 것도 아니고. 그저 슬렁슬렁 다녔을 뿐인데. 가우디. 하나만으로도 좋고. 친절했던 사람들도 좋고. 싼 물가도 좋고. 그냥 모든것이 좋은 기억만으로 남아있네요.. 유럽 여행 다녀온 중에 다시 가고싶은 도시는 바르셀로나와 피렌체.입니다~ :)

Commented by 까날 at 2007/12/10 13:58
아니 저것도 나름 운치가......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0 16:31
skalsy85님/ 많은 사람들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뭔가 들뜨고 즐거운 사람들이 모인 느낌을 사랑하는 여행자에게 특별한 곳일 수 있고요. 특히 가우디를 좋아하는 분들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감동에 푹 빠지시는 곳이고요 ^^

까날님/ 네 스페인 철길에서는 뜻하지 않은 황량한 첫 인상에 놀라고 생각해 보니 10대때 수업시간에 들었던 기후가 그랬던 것 같다는 아득한 기억이 되살아나서 두번째 놀라고 그 황량함마저 운치있게 느껴지는 만족감에 세번 놀라는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션☆ at 2007/12/10 19:14
와~ 저 내년에 스페인 가려고 지금부터 준비중인데
때마침 스페인 여행기를 올려주시는군요!
기대중입니다.
하지만 어쩐지 엄청 파란만장했을 것 같은걸요~ ^^*
Commented by chada at 2007/12/11 00:26

잘 읽고 갑니다
과연 저 황량함이 겨울에는 어떤 풍경일런지, 살짝 걱정되지만서도..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1 02:27
☆션☆님/ 아쉽게도 스페인 도입부는 홀라당 생략한 채 (쓰다보면 나오겠지만요) 사라고사행 열차에 올라탄 이야기가 되겠군요^^ 이유는 여수 엑스포 선정 기념 포스팅으로 사라고사가 툭 튀어나오게 된 것입니다 :)

chada님/ 스페인은 넓은 나라니까 북부부터 남부까지 풍경이 많은 나라겠지요. 그런데 어디를 가든 건조한 돌밭과 오렌지 나무,포도밭의 푸르름을 교차하며 지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취한배 at 2007/12/11 08:37
와아아아 오랜만입니다! 스페인, 가고싶다아 ㅠ.ㅠ 옛날에 바르셀로나 한 번 가 본 것이 끝. 겨울방학이나 부활절 휴가 때에 만체스터 야생친구(;;)와 함께, 그래, 나도 스페인엘 갈까!!! 라고 생각하고 불타올랐지만, 내년 여름에 한국에 놀러갈 수 있도록, 긴축재정입니다요 (게다가 회사도 그만뒀...쿨럭). 단번에 식어버렸음. 고로, 그냥 숙박비가 해결되고 식비가 절감되는 파리에서 보낼 듯. 아직 베를린도 못 가봤는데 하아...
Commented by nerd at 2007/12/12 10:15
일정이 넉넉하고 여유있다면 hertravel님 처럼 전혀 관광지스럽지 않은 곳들을 찍고 다니며

꾸며지지 않은 솔직 담백한 사람들 사는 모습을 꼭 보고 싶네요. ^^

어서 빨리 회사를 때려치우고 떠나든가 해야 겠죠 ㅎㅎ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2 11:07
취한배님/ 오랜만입니다^^ 역시 훌륭한 이름. 그 이유가 궁금한 '야생친구'와 같이 가셨군요. 베를린은 좀 아깝습니다. 재정 상황 나아지면 추천합니다 :)

nerd님/ ^^ 저도 사실...^^; 보시면 하루 여행으로 포스팅이 십 여개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인상이 그런 것이지 최근엔 유럽 여행 빼고는 그리 긴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해도 여행기도 올리는 중이지만 수 십 개의 포스팅이 앞으로 이어져도 여행 날짜는 어쩔 수 없이 회사원의 여름 휴가인 3박4일에 불과해요. 그저~~ 최대한 날짜를 이용하며 다니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우리 힘내자구요 ^^ 그래도 역시 일 하다가 후다닥 여행을 가야 다섯 배는 즐거운 것 같으니까요 :)
Commented by 취한배 at 2007/12/12 19:02
바르셀로나는 저 혼자 갔었어요. 친구 야생과는 이번에 같이 베를린을 갈까 스페인 어딘가로 갈까 하였으나...아무래도 내 긴축재정 때문에 안될 듯. 그때 쯤이면 스트라스부르그도 춥지 않을테니 무려 TGV를 타고 - 두 시간이면 된다네요! 몰랐음 - 동쪽으로 고고? 모르겠어요~ 야생의 이름은, 이름은...어떡하다 그렇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요 하하...그냥 애가 야생스러워서였을까나...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2 19:10
그르셨군요^^ 야생스러운 분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라스부르라면-꼴마르-뮐하우스(?) 3총사 와인밭 구경 다녀오시겠군요. 것두 좋아요^^ 하지만 워낙 파리에 사시고 계시니 많이 이국적이지 않으실 수도~ 암튼 달콤한 포스팅을 올렸더니 뜬금없이 저는 시원한 맥주가 먹고 싶어집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 음주 포스팅 경계령이 필요할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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