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고이즈미의 데이트 장소, 곤파치에서 한 잔 술을 / 시부야 權八_50

150만년만에 도쿄 먹자 여행 포스팅을 쓴다.
간간히 써 올리려고 했는데
블로그 자체를 쉬느라 먹자 여행 사진 여러분들도 폴더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이것 보게, 일어나서 세상을 침으로 축축하게 적시자꾸나.



2002년 부시가 일본을 찾았을 때 아마도
부시나 고이즈미와 친분관계가 없던 나는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란 거지.
부시랑 고이즈미가 공식 리셉션을 끝내고 일본식 주점에서 놀았다 담소를 나눴다는 뉴스.

화면에 나온 부대통령의 얼굴은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거운 그 자체여서
저게 사람의 얼굴인가 캐리커쳐인가 싶을 정도로 입이 쫙 벌어져 있었다.
술집의 분위기도 이건 뭐, 대통령들의 담소가 아니라 흥겨운 쫑파티 분위기.
술집에 와 있던 일본인 손님들도 다 와- 하고 일어나 박수 치고 뭐 분위기 완전히 부대통령 오늘 날 잡았네.

사실 뉴스를 지켜 보던 나에겐 부대통령과 고수상보다도 어깨 너머로 그 술집 자체가 눈에 확 들어왔다.
텍사스 카우보이 대통령에게 고수상이 소개할만한, 일본풍을 확 풍기면서도 너무 포멀하지 않고,
정상들의 모임으로는 파격적으로 편안한 그런 술집,
저런 데는 어디에 있나?

일본식 다이닝 주점 <곤파치權八> 

부대통령과 고수상이 간 곤파치(너부리와 아라비아 왕자와 나는 이 곳을 '권팔'이라고 불렀다)는 니시아자부(이것도 우리 한문 발음으론 '서마포')의 곤파치였지만 우리는 시부야에 온 김에 그냥 시부야 지점에서 한 잔을 하자고 결의했다.

시부야의 스페이스 타워 14층 <곤파치>. 주로 술이나 꼬치를 먹으러 왔느냐 스시를 먹으러 왔느냐에 따라 장소가 달라진다. 시간대도 달랐던 것 같다. 들어가 보니 인테리어는 일본식 분위기와 서양애들 취향의 퓨전이다. 꼬치를 굽는 사람도 일본 사람이 아니라 외국인들이다.
 
바에서 와인을 서빙하는, 바텐더 같은 것도 외국인이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양인 손님이 많은 곳이라 영어를 쓰는 스탭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중에 보니까 그냥 일본인 홀 써빙도 기본적인 영어는 할 줄 알았다). 붉은 조명의 느낌때문에 이 쪽 바가 분위기 있어 보였다.

사진엔 없지만 미니 인공 정원을 창밖으로 보이게 만든 맞은편 창가 자리도 있었는데 그 자리도 이 집에서 좋은 자리 같았는데 거긴 벌써 서양인 손님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는 순간 알 것 같았다.


'아, 여긴
외국 관광객이 좋아한다기 보다는
서양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그런 일본풍 주점이구나!


괜찮은 분위기의 다이닝 주점이지만

우리에겐
썩 다르지 않은 느낌의 주점이다.

고수상은 부대통령을
제대로 데려온 것이고

나는 한 번쯤
구경하고 마셔보고 갈 만한
그런 곳에 온 것이다.



자, 왔으니 그럼 마시자!

우리들은 생맥주와 사케를 시켰다.

홈메이드 사케 한 잔 가격은
320 - 840엔

그런데 사케를 들고 온 써빙 스탭이 우물쭈물하면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술잔을 무슨 됫박에다 담아 왔다.
그리고 됫박안에 술이 흥건하다.

아라비아 왕자 말로는
옛날에 일본 술집에서 단골 손님에게 술을 따를 때 
손님께 특별히
술을 '꽉꽉 채워서' 많이 드린다는 의미로
술을 넘치도록 따라서 잔 아래 받침까지 술이 담겨
술고픈 사람은 그것까지 마실 수 있게 배려를 했는데

그게 관행이 돼서
← 옆의 사진처럼 ↓ 아래의 사진처럼 
술이 서빙된 것이라고
한국에서 들은 적이 있단다.

여기 스탭은 우리같은 외국인이 영문도 모르고
술을 넘쳐서 서빙했다고 오해하고 불쾌해 할까봐
열심히 설명한 것이다.

사케를 못 마시는 나로서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닭고긴가 돼지고기 꼬치에 와사비 간 것이 올려져 나왔다. 그리고 아스파라거스를 베이컨으로 만 꼬치도 시켰다.
레몬 한 조각이 같이 나왔으니 레몬을 뿌려서 먹을 수도. 
보는 것처럼 실제로도 깔끔하고 균형잡힌 맛이다.

아래는 쇠고기 스테이크 꼬치. 이것 맛있었다.
↑뭐였는지 이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무튼 우뭇가사리 젤리 같은 것과 오이 새우 미역 초무침 같은 것
일본 주점에서는 저렇게 묘하지만 내가 좋아할만한 그런 안주들이 많다.
↓새우 튀김 등 뎀뿌라 5종 모둠에서 몇 개 먹다가 뒤늦게 사진을 찍다.
↑채 썬 오징어 회에 김과 오꾸라(별 모양의 풋고추색 채소), 무순이 들어간 안주
↓방울 토마토를 베이컨으로 싸서 구운 꼬치. 망한 사진.
보통 향토색 있는 술집은 내 취향으론 감칠 맛 나거나 훈훈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곳이었고
향토색이라기 보다는 일본풍 관광 다이닝 바.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앉아서 북적북적했으면 그 맛에 즐거웠을텐데
이날 손님이 별로 없이 휑...해서 특히나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런대로 다이닝 주점으로 데이트 할 때 가면 좋은 그런 곳. 서양인 친구에게 소개할 수 있는 곳.
손님 없는 휑한 날엔 홀 가운데 테이블에 앚으면 적적함이 밀려오는 곳.
곤파치 시부야점은 홀 가운데 뭣 좀 아기자기하게 테이블 위치를 꾸몄으면 좋겠다.

너부리나 아라비아 왕자나 hertravel이나
주인 바뀌기 전 사쿠라신마치의 모리모리에 너무 독하게 중독이 돼서
남들 좋다는 주점에 가도 만족은 커녕 가슴만 휑하다. 모리모리 前 주인이여, 빨리 돌아오세요...

아무튼 하루의 여행을 마무리 하는 저녁 술을 마신 우리는 권팔이네 집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물론 숙소로 '향하기'만 했을 뿐, 숙소로 들어가진 않았다. 오늘의 할당량이 남았다고 누군가 우겼기 때문이다. 



나오자 마자 근처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술집.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불빛 색이 좋아 사진만 찍었다.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도쿄 먹자 여행 정보 50 - 곤파치]


<곤파치> 홈페이지는 : 
http://www.gonpachi.jp/jp/casual/home/welcome 

시부야 곤파치 위치 :


니시아자부(롯퐁기) 곤파치 위치 :

긴자 곤파치 위치 :

오다이바 곤파치 위치 :

<곤파치> 메뉴와 가격이 궁금하신 분은 요 아래를 클릭하세요.

------------------------------------------- (오늘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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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travel | 2007/11/02 11:02 | 도쿄 먹자 여행 (2)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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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rd at 2007/11/02 11:15
아 저도 처음에 이자카야 가서 사케를 시켰는데 위의 사진처럼 저렇게 주더군요.
전 잔 받침에 있는게 물인줄 알고 버릴뻔 했었죠. ㅋㅋ 나중에 알고 보니 홀짝홀짝
마시면서 잔을 조금씩 비워주면 조금씩 채워주더라구요.
지난번에 일본가서 2리터짜리 종이팩에 들어있는 청주를 구입 못해서 너무 후회됩니다. ㅠㅠ
Commented by 마르 at 2007/11/02 11:16
이런거 보니... 저녁에 한잔 하고 싶어요.
Commented at 2007/11/02 12: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시엔 at 2007/11/02 13:32
아... 한잔하고 싶네요, 저런 분위기라면 편하게 앉아서 몇시간이라도 즐기면서 마실텐데요
저도 일본 정종 종류는 영 입에 안맞아서 아쉽네요
저런데서는 역시... 그런 술을 먹어야지 제맛일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1/02 14:30
국수를 튀겼는 줄 알았는 데, 채썬 오징어였군요.
일본인들은 꼬치를 참 좋아하네요.
Commented by Charlie at 2007/11/02 15:13
프와그라와 흑우고기 꼬치..;;;
Commented by reina at 2007/11/02 16:30
아하. 여기 니시아자부에 있는 곳 언제나 가야지가야지라고 말만하고 못간 곳이에요. 아쉬웠는데 사진으로 보니 왠지 반갑;(아니,왜;;) 흐.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11/02 22:26
배고파요. 사케도 맛있겠네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1/02 23:35
nerd님/ 버리실 뻔 했군요! 드셔서 다행입니다. 피 같은 술이니까요 :0

마르님/ 오늘 저도 우연히 와인 한 잔 마셨습니다 :)

비공개님/ 아 그랬군요 유곽! 아마 니시아자부가 제대로인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 사진을 보면 말이죠. 그러고보니 새우 칠리 튀김도 먹었는데 사진도 못 찍고 입에 넣었군요. 맛있더군요 :)

시엔님/ 제 블로그는 아마도 한 잔 하는 블로그? ^^

marlowe님/ 채 썬 오징어 윗 사진이 국수 튀긴 것 맞습니다 :) 그런데 도대체 맛이 생각이 안 납니다 머리가 사케잔 용량인가 봅니다 ㅠ ㅠ

Charlie 님/ 네 맞습니다 어찌나 퓨전이던지 안주로 프와그라가 있더군요. 그리고 저 위의 쇠고기 꼬치가 흑우입니다 :)

reina님/ 니시아자부점이 오래 기다리거나 예약을 해야만 한다지만 거기가 더 북적북적한 것이 꼭 그 지점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

히카리님/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정말이지 저런 곳에서 사케를 즐기고 싶습니다. 아픈 기억만 없다면 분위기 있게 일본에서는 일본주를...!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7/11/03 02:10
아흑 새우티김 ㅠㅠ
Commented by 식용달팽이 at 2007/11/03 03:35
어젯밤에도 한참 달려서 지금 해장이 절실한 상태인데도 쭈욱 읽다보니까 또 술이 고파지네요.^^;;; 새우가 오동통하니 참 바람직해보여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1/04 00:03
빈틈씨님/ 꼬리가 생생한... :)

식용달팽이님/ 달리고 글 올리고 해장하고 덧덧글 다는 중입니다 :)
Commented by skalsy85 at 2007/11/04 14:54
저렇게 됫박에 술잔 담아주는게 그런 의미였군요... 요번에 오사카 그..뭐더라. 한시 우메다.지역인가? (한큐.였나..?-_-) 하여간. 어는 가게에서 오꼬노미야끼랑 야끼소바 시켜 먹을 때 정종을 시켰더니 저렇게 주길래..아.. 그집에 뭔가 특이한 장식.같은 거구나..했어요..-_-;; 내참. 말도 안통하고. 아는 이도 없으니. 정말 아는만큼 즐기게 되는군요...아....=_=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1/05 00:55
저도 아라비아 왕자의 설명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아마 그 설명이 아니었으면 '한국 사람이라고 무성의하게 술을 따라 온거 아니야 혹시?'하고 오해할 뻔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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