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31일
[네덜란드/암스텔담] 많고 많은 박물관 중의 그 박물관 / 섹스 박물관


어째서 한국이나 일본이나 네덜란드에서도 일명 버버리맨 분들은 꼭 버버리 의상을 선택하는 것일까. 겉으로 멀쩡하다가 활짝 펼치기 좋은 편리성 때문에 그들은 오늘도 옷장 문을 열고 망설임 없이 버버리를 꺼내드는 걸까? 120억 유산을 남기신 대고모할머니께서 '그 짓을 하러 나갈 땐 꼭 버버리를 입고 가야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기셨다거나 세계 버버리맨 협회에서 공식 지정 유니폼인 버버리가만을 강요했을 리도 없을텐데 오늘도 세계의 버버리맨 여러분께서는 버버리를 입고 우산을 손에 든 채 집을 나선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담락 거리 섹스 박물관에서 나는 우비맨으로 데뷔를 한다.

(원래는 섹스 박물관 입구에서 기념 사진 찍는 외국 관광객 아저씨 사진이었는데
프라이버시 보호 관계로 모나리자 출연. 모나리자 등 뒤 멀리 보이는 건물이 암스테르담 중앙역이다.)
프라이버시 보호 관계로 모나리자 출연. 모나리자 등 뒤 멀리 보이는 건물이 암스테르담 중앙역이다.)
처음 섹스 박물관 앞에 섰을 땐 살짝 허탈한 마음에 낮은 한숨이 들었다. 그래도 이름하여 '박물관'이기에 나도 모르게 박물관 형태의 건물을 찾고 있었는데 그냥 이 거리의 모텔이나 음식점, 기념품점 건물과 같은 그런 3,4층짜리 건물이었다.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사설의 소소한 관광용 박물관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주제도 관광용으로 딱 맞는다. 섹스 박물관(코펜하겐에도 있었다), 고문 박물관(로텐부르크,프라이부르크...이건 아무튼 독일 곳곳에), 인형 박물관(뮌헨, 프라하 등...), 중세 박물관 같은 재미용 수집 박물관들이다. 대신 미국이나 호주같은덴 기네스 기록 박물관,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뭐 이런 데가 관광지에 꼭 있다.
뭐 나도 웅대한 박물관과 '인간의 성관계가 자유주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것이 아니다. 모니카와 아라치와 함께 낄낄거려보자고 찾아왔기 때문에 박물관 입구가 노래방 입구같든 아니든 상관 없다.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 모두가 다 그런 마음으로 표정들이 활짝 밝다.
(아래 사진 관광객은 선글래스를 쓰셨기에 모나리자 귀가 조치)

박물관 안은 고대 무슨 남근상부터 현대 포르노그래피까지 갖가지 춘화, 모형, 도구가 전시돼 있었다. 사실 자극적인 다른 사진 보다도 나에겐 19세기 신사분과 숙녀분이 성행위를 하는 흑백 사진 시리즈가 충격이었다. 요즘 볼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이 아니라

설마 옛날 사람들도 이렇게 막 나갔을까 싶은 갖가지 사진들이 우리의 눈을 장식하던 순간 저 쪽 패널 뒷 편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두런 두런 두 남자의 대화가 들려온다.
"아...꿀꺽...(감탄형 욕설)...생각나서 미치겠다"
한국말이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걸 참느라 나도 미칠 뻔 했다. 저 건너 패널 뒤에서 사진을 보고 있던 애들이다. 네덜란드에서 누가 알아들으랴 싶어 마음 놓고 우리말로 서로 사진을 보신 그 흥분의 소회를 주고 받으신다. 사진을 보면 볼수록 그 나즉한 한탄도 길어지고 잦아졌다.
"아..."
"아..추릅...미치겠다 미치겠다 미이이치이겠다"
그 때 계속 같이 미치겠다던 친구 녀석이 한 녀석에게 말한다.
"야, 나, 화장실 갈까?"
"야!................................................. 풀고 와, 임마- "
아아 그랬던 것인가. 어쩐지, 그렇게 넓지도 않은 박물관에, 화장실은 왜 그렇게 떳떳하게, 그것도 계단 올라오자마자 눈에 확 띄는 위치에 나와 있나 했다...섹스 박물관 관계자 여러분들의 놀라운 혜안에 감탄하는 바이다.
또 다른 층에는 1유론가를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노래방 박스 같은 공간이 있어서 일정 시간 야동을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안쪽에 들어가신 커플 분들이 정말 꼿꼿하게 좌정하시고 야동만 열심히 시청하시는지 실습하시는지는 바깥에서는 알 수가 없다. 주로 커플들이 들어가는 곳 같았다. 일단 아까 두 분들의 대화와 모습을 보고 들은 이상 무엇이든 그 쪽으로 내 머리는 돌아간다.

그 날도 비옷 안으로 보이지 않는 힙쌕을 앞으로 돌려 배에 매고 나는 남녀상열지사 전시품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 주위에 다른 관광객들이 별로 없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배 쪽으로 돌려 맨 힙쌕에 작은 생수병을 꽂아 세워 놓은 것이 우비 바깥 쪽에선 뽈록 바깥으로 나와 있는 형태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우비 바깥 배 앞으로 튀어 나온 날씬한 생수병 윤곽을,
마이크처럼 잡고
손가락으로 뚜껑을 돌려 열었다 닫았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보다가 화장실로 달려가는 수준이 아니라
사진을 보면서 그 앞에서 옷 속의 무엇인가 이상한 착용물로 뻔뻔하게 무엇인가를 하는 듯,
딱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사진 앞에서 괴이한 짓거리를 하는 여자, 아니면 여장 남자 hertravel!
그리하여 우비맨의 탄생이라니, 이런 된장!
(사진은 지인을 협박해 연출한 개념도)
그리하여 우비맨 hertravel은 라이벌이 된 버버리맨 아저씨를 박물관 나가는 출구에서 만났다.
로텐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박물관 입구에선 귀여운 원숭이와 너구리, 곰돌이 인형들이 움직이면서 나무 집을 만들고 종을 친다. 암스텔담의 섹스 박물관 출구에선 코가 빨간 버버리맨 아저씨가 우우웅 움직이면서 앞섶을 벌린다. 배의 주름이 슬프다.

고등학교 때 내 친구에게는 너무 긴장하면 낄낄 웃는 버릇을 가진 사촌 언니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촌 언니가 버버리맨과 일대일로 마주친 순간,
너무 놀라고 겁이 나서 쇼크로 서서 소리지를 생각도 못하고
가던 길을 그대로 걸어가며 낄낄낄 웃었다고 한다.
버버리맨은 그 길로 황망히 사라졌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촌 언니가 버버리맨과 일대일로 마주친 순간,
너무 놀라고 겁이 나서 쇼크로 서서 소리지를 생각도 못하고
가던 길을 그대로 걸어가며 낄낄낄 웃었다고 한다.
버버리맨은 그 길로 황망히 사라졌다고 했다.
사실 성적인 자극으로만 보면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이미 종이로 된 세계적인 잡지도 폐간을 한 지 오래됐으니 이 박물관도 20년전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매우 쇼킹한 명소는 더 이상 아니다. 하지만 개방 분위기 가득한 암스텔담에서 마치 섹스 기네스북 한 권을 읽는 듯 섹스 박물관 구경을 한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곳의 관람 일지라고 할 수 있다.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유럽 골목 여행 정보 - 오늘의 루트 공개]
------------------------------------------- (오늘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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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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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10/31 03:16 | 유럽에 취醉하다 (1)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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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이런 곳의 존재는 몰랐네요..^^;;;;
아직 제주 러브랜드도 안가본지라..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곳..이겠죠?^^
저 곳에 갈때는 복장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교훈...?
...그런데 저런 데서 한국어로 저런 내용을 크게 떠들다니 orz 외국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목록이 쌓여만 갑니다 ㅠㅠ
그런데 글이 참 너무 재밌게 쓰셔서 왜 안갔을까. 후회되네요. ㅋㅋㅋ 모나리자의 우정(?)출연이네요.
그나저나 생수병.... 민망하셨겠어요.
이 포스팅 보고 나서 한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여자 혼자 가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아요. ^^
왠지 가보고 싶네요
Andrea님/ 제주 러브랜드를 안 가 봐서 저 곳과 비교를 못하겠네요. 그런데 정말 요즘 노출되는 정도에 비하면 그런 수위가 애교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징소리님/ 그러게요! 전시물보다도 더 무엇인가가 다급하셨던 관람객이 더 풍물이 되어 주신 그런 '섹스' 박물관이었다고나 할까요 :)
BbasyLover님/ 그 분들, 나름대로 대화톤의 어조였는데, 거기, 사람들의 의외로 조용해서,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만하더군요. 저희도 낄낄거릴려고 들어갔다가 어찌가 숙연하게 보고 있던 차였든지 모릅니다 :)
nabiko님/ 그 바바리맨, 집에 가서 울었을지도 :)
마르님/ 우비를 볼 때마다 생각납니다. :)
수현님/ 위험하거나 이상한 곳은 아닙니다 절대로요. 대신 매우 특별한 장소도 아니고요 :)
난나님/ 저도 섹스 박물관 생각하면 야릇이 아니라 웃음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