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쯔리의 나라 일본, 소탈한 마쯔리가 주는 즐거움 / 삿포로 스스키노, 다누키코지_3

엇, 이 냄새는 뭐지?
뭔가 강한 주먹 한 방이 후욱,하고 배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때는 다누키코지 마쯔리의 가마꾼들 사이를 내가 뚫고 지날 즈음이었다.

가마꾼에 여자도 함께 참여한 모습은 이 곳 삿포로에서 처음 보았다. 그들은 활짝 웃고 있다.
(가마꾼 중 한 분은 맨발의 디바라는 이은미씨와 무척 닮았다)

마침 나는 아까부터 이 삿포로 스스키노 마쯔리가 일본 3대 마쯔리라는 대형 마쯔리보다도 더 마음에 들던 중이었는데- 이 모습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물론 이 마쯔리가 아닌 다른 도시의 초대형 마쯔리가 수 십개의 등불 가마가 배를 타고 강을 타고 내려 오며 멋진 불꽃이 터지며 정말 볼 거리가 '장관'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소탈하고 동네 축제같은 이 마쯔리에서는 소박하고 소탈한 즐거움이 마구 느껴진다. 대형 마쯔리에서 느껴지는, 큰 행사를 치뤄내는 진행의 버거움이 주는 빡빡한 분위기가 없다. 참가한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소박하다, 소탈하다, 그들이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가마꾼들의 표정을 가깝게 사진 찍고 싶어서 뛰쳐 들어갔는데 이 넘의 쪼맨한 디카는 사람들 움직일 때마다 또 심령 사진 찍어주시네... 이런 젠장맞을... 
갑자기 가마 위에 올라탄 사람이 바구니를 손에 들고 무엇인가를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던져서 나눠주는 것이었다.
가마꾼은 신나게 무엇인가를 사람들에게 던져 주고 (신나게 던지는 역동적인 사진은 내 디카가 심령사진으로 찍었기에 신나지 않게 조용하게 나눠주는 비역동적인 사진만 올리게 됐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신나게 받아들었다.

궁금해서 나도 받아 들고 보니 그들이 나눠주던 것은 떡이다. 찹쌀떡. 그런데, 먹어보니 팥앙금이 없다. 인절미처럼.
사람들은 즐겁다. 관광객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나는 그 관광객을 찍는다. 축제는 즐겁다!
 
그러나 저러나, 가마에 가까이 갈 때마다 훅 하고 꽂히는 둔중한 이 냄새! 가마를 메고 가는 저 사람들의 무아지경 표정! 다 무엇때문이겠는가, 행렬의 끝에 그 정체를 알려주는 수레가 지나갔다. 나는 낄낄 웃었다.
북해도(홋카이도) 대표 맥주인 삿포로 맥주캔을 아이스 박스에 가-----득 넣고 손수레를 미시고 계신 이 분의 흐뭇한 얼굴을 보라. 그렇다, 가마에 가까이 갈 때마다 훅, 하고 느껴졌던 그것은 술냄새였다. 행렬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들의 가마꾼님들께서는 한 잔 술에 이미 거나하신 상태였던 것이다. 기분 좋게 술 취한 상태로 가마를 번쩍 메고 신나게 걷던 것이다. 

내가 이 수레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앞에서 가마를 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와서 술을 받아 마시고 다시 자기 가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주유소다.
  
어디 맥주만? 한국 사람이 공복에 일잔 쐬주로 힘을 돋구듯 일본주도 국자로 퍼 주시는 후방 지원 손수레-

"이거 마셔요!"
"이거, 삿포로 맥주라고!"
"맛있어요, 마셔 봐!"

아아 이번엔 포르투갈 밤기차 형님들이 아니라 삿포로 마쯔리 후방 지원 형님들께서 술을 권하신다-

아이스박스에 손을 집어 넣어 하나를 꺼내 주시니 거절하는 것도 더 이상은 실례, 내 앞에 노오란 북해도의 별이 떴다.

나는 삿포로가 좋아졌다.

오늘 이곳에 도착했지만 벌써부터 다음 번에도 다시 꼭 오고 싶다고 첫날부터 다음 여행을 다짐하게 하는 곳이다.

이 곳은 내가 패키지로 와서
휘 둘러보고 떠났던 그 도시가 아니다.
나는 두번째 삿포로가 좋아졌다.

소박하고 자유로운 마쯔리 거리에서 진진한 술냄새와 찹쌀떡 행렬을 앞으로 보내면서 심령사진 전문인 나의 손바닥 디카가 이곳에 제대로 잘 왔다는 듯 빛나는 삿포로의 별을 선명하게 담아냈다.



■ 다음은 hertravel의 삿포로 스스키노 마쯔리 시리즈 3개 포스팅의 목록입니다 ■

1. 삿포로 여름 마쯔리 한 복판에서 http://hertravel.egloos.com/3865706

2. 삿포로 마쯔리, 엉덩이가 덴쟈라스! http://hertravel.egloos.com/3876184

3. 마쯔리의 나라 일본, 소탈한 마쯔리가 주는 즐거움 (이 글)로
스스키노 마쯔리 시리즈는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by hertravel | 2007/10/24 10:19 | 북해도의 별 | 트랙백 | 핑백(2)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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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까날 at 2007/10/24 10:21
주유소! 깜짝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수려 at 2007/10/24 10:21
아 너무 즐거우셨겠어요;ㅅ; 현지감이 물씬물씬!
Commented by Charlie at 2007/10/24 10:30
음주 운전(..)이군요! 노란색 별이 달려있는 맥주캔을 보니 맥주맛이 달콤할것 같아요. (..실제로는 쓰겠지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0/24 10:31
까날님/ 열심히 가마꾼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기름을... :)

수려님/ 갑자기 맥주를 권할 땐 아 이게 운명인가...^^ 했습니다 왜냐면 가마꾼들만 마시는 술이지 구경꾼들이 마시는 술은 아니거든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0/24 10:33
Charlie님/ 그렇지요 ^^ 그 훅 하는 정도로 볼 때 형사입건 수준의 음주 운전...? :) 북해도의 별, 시원하지요. 게다가 술 권하던 형님들의 아름다운 마음! 북해도의 별은 삿포로 여행기의 카테고리 이름이랍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7/10/24 11:24
아, 삿포로 맥주가 너무 좋아요.
(그래봤자 한 잔이 제 주량이지만요.)
Commented by 시엔 at 2007/10/24 11:25
뭔가 엄청 즐거운 기분이 드네요, 너무 생생해요~~~
Commented by NINA at 2007/10/24 14:20
아- 시원한 맥주 한 캔 하고싶어지는군요. 일본 맥주는 달달하고 가벼워서 맛있는데.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0/24 15:11
marlowe님/ 게다가 시원한 생맥주였습니다. 아마 종류별로 구경하시게 될 겁니다 ^^

시엔님/ 제가 일본에 가면 자주 아프거든요. 많이 피곤하고요. 그런데 삿포로 이번 축제는 정말 즐겁고 가뿐하고 즐겁더군요. 사진에도 나오는가 봅니다.

NINA님/ 캔으로 사먹은 삿포로 맥주 모둠 준비중입니다 ^^ 자, 그럼 침부터...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10/24 15:21
삿포로 맥주의 노란별이 참 예쁘네요>_<
Commented by nerd at 2007/10/24 16:10
아흑... 삿뽀로 맥주군요. 근데 왜 캔맥주보다 병맥주가 더 맛있을까요??
일본가서 삿뽀로 병맥주에 꽂혀서 병맥주 구하러 다니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삿뽀로 캔은 많이들 파는데 병맥주는 거의 없더라구요. -_-;;
니혼슈의 부드러운 목넘김도 기억 많이 나네요. 일본에 간 일주일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음주을 해서 섭취한 알콜만 해도 몇 드럼통 될거 같습니다. ㅋㅋ

hertravel님 여행기를 보면 날개쭉지가 간질간질해지고 괄약근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몸이 먼저 떠나고 싶다고 반응을 합니다. 덕분에 항상
여행 유전자를 잃지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10/25 02:02
저도 nerd님과 동감이예요. 안그래도 삿뽀로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 말예요 ㅠㅠ
그나저나 사진만 봐도 역동적이네요. 왠지 힘찬 축제의 느낌이 느껴지는걸요.
맥주!!! 아 지금 너무너무 땡기는데 냉장고에 맥주가,..!! 없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0/25 09:30
히카리님/ 여행을 기쁘게 해 주는 예쁜 노란별입니다 :)

nerd님/ 네그러게요. 갑자기 맥주 땡겨서 저도 이거 쓰다가 어제 밤 마시다 잠이 들었네요 ^^;; 캔맥주, 병맥주 맛이 다르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하우스에서 마시는 생맥주랍니다 :)

플라멩코핑크님/ 남에게 보여지는 게 아니라 정말 참가자들과 구경꾼들이 즐기는 축제였습니다 :) 그나저나, 냉장고에 없던 맥주,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새벽 2시에 쓰신 글인데, 안타깝군요 ^^
Commented by 취한배 at 2007/10/25 17:08
아아아 감동이 밀려와요 ㅠ.ㅠ 가고싶다 가고싶어!!!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0/26 21:44
초대형 마쯔리보다 좋았습니다. 사람들 분위기가 참 좋았고요. 사람들이 그악스럽지 않고 슬렁슬렁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아주 편안했습니다. 항상 그런 분위기라면 정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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