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코임브라] 써포터 형님들과 한밤의 만찬을 ① / 코임브라發 유레일

포르투갈을 떠나가기 전에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은 Leitao assado 레이따웅 아사두였다. 포르투갈에 있는 동안 한 번은 꼭 먹어야지 하면서도 아슬아슬 그 기회가 사라지곤 해서 안타까왔던 바로 그 음식이다.

그래서 결국 포르투갈을 떠나기 바로 직전 애써 마지막으로 들른 음식점에서 레이따웅 아사두, 그것도 빵 사이에 끼워 먹는 샌드위치(산도) 형태인 레이따웅 아사두 산도를 먹는 것으로 나의 포르투갈 여행이 끝났다. 아니, 끝났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밤기차에서 만난 포르투갈 형님들과의 만남으로 나의 포르투갈 여행은 잠시 그 끝을 미루게 됐던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맛보았다고 생각한 포르투갈 음식들을 나는 밤 기차 복도에서 레이따웅 아사도부터 다시 맛보기 시작해서 갖가지 술에 후식까지 먹으며 리스본 축구팀의 응원가를 불러 제끼게 된다. 


기차는 포르투갈 제 3의 도시인 쿠임브라를 출발해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인 하옌데로 올라가고 있었다. 밤 열차였다. 기차 객실 벽에 접힌 간이 침대를 펼치고 대충 시트를 깐 뒤에 몇 시간 눈을 붙이면 국경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기차로 갈아타고 새벽의 몇 시간을 보내면 나는 와인의 성지인 보르도에 도착하게 되겠지.

그런데 이 밤 중에 열차의 복도가 심상치 않다. 야간 열차라면 으레 사람들은 도둑을 두려워하며 침대칸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복도는 고요해야 할텐데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 몇몇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복도에 나와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밤기차에 깨어 있는 사람들은 복도의 몇 분들만이 아니었다. 유난히 불이 밝은 침대차 한 칸이 있었으니... 불빛에 파닥이며 날아가는 나방처럼 나를 가까이 다가가도록 만든... 그 침대칸의 현장은...!!!
   
펼쳐서 자고 가는 여섯 개의 간이 침대는 완전히 무시해 버리시고! 완벽하게 한 상 차리신 이 형님들!
기분좋게 나를 반겨주시며 시끌벅적한 이 만찬에 끼워주신다.

창가의 콧수염 형님, 여러 사람 편두통의 세계로 보낼 수 있는 팩와인 들어 보이시며 자랑하시고-
저 큰 알미늄 용기에 넣어와 다 잡숴 버리신 치즈와 샐러드 범벅의 잔해 들어보이시며 소개하시고-

이런 밤길이 한 두번이 아니심을 말하는 저 용의주도한 상차림을 보라! 

다같이 먹고 마실 테이블이 당연히 없을 이 야간 기차에 합판 판때기를 들고 타셨다-
각자의 무릎에 엎어 간이 테이블을 만든 저 센스하며-
깔고 자고 덮고 자야 하는 열차표 시트를 순식간에 테이블보로 만들어 덮으신 센스-!
다년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듯 마지막 문가의 박스형 음식쓰레기통까지-

게다가 압권은 이미 한 상 훑으셔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급조 합판 식탁(?)의 모습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형님들의 식탁"에 남겨진 1차 식사의 잔해를 발견할 수 있다.

"으하하하! 이거...! 썰저리! 썰저리!"
썰저리 = surgery = 수술 = ?

앉아 계신 여섯 분의 형님들과 복도에 선 내 등 뒤로 너댓분 더 계신 포르투갈 형님들이 이렇게 외치며 다들 한 번에 으하하하 웃는다.

그렇구나...! 내가 포르투갈을 떠나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던 바로 그 새끼 돼지 바베큐 '레이따웅 아사두'! 아- 저 처참한 잔해여...아아 알아볼 수 있는 내가 장하다-

모습처럼 먹성 좋고 통쾌하고 친절하고 기분 좋은 이 형님들, 기차 타기 전에 포르투갈에서 레이따웅 한마리를 통째 사들고 타셨던 것이다! 그리고 무릎위에 합판 수술대 올려 주시고- 침대 시트로 수술 시트 깔아 주시고- 가운데 앉은 아저씨의 수술 집도로 한마리 남김없이 알뜰하게 잘 드셔주신 것이다...

썰저리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이유를 한 장의 사진으로 소개한다. 떠나기 며칠 전 쿠임브라를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이다. (아래 사진) 골목길의 이 집은 단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오래된 레이따웅 아사두 음식점이었는데 창가에 레이따웅을 통째로 진열을 해 놓았다. 그러니까 이른바 수술전 모습이다.
레이따웅 아사두는 새끼 돼지 (이 대목에서 베이브라든지 샷롯의 거미줄 같은 장면을 혹시 떠올리지 않도록 애써 외면하자) 고기를 바베큐 꼬치에 꿰고 각종 허브와 오일을 발라서 굽는 요리다. 껍질은 북경 오리 요리처럼 바삭하고 안의 고기는 육즙과 기분 좋은 풍미로 촉촉하고 짭잘한 맛으로 새끼 돼지 고기라 그런지 돼지 고기 냄새도 나지 않는다.
가게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포르투갈 와인에 이 돼지고기를 썰어 빵 사이에 끼운 레이따웅 아사두 산도를 맛있게 먹고 있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겉보기에도 맛있었던 음식이었다. 일정이 맞지 않아 다른 집에서 먹었지만 (아래 사진) 그럼에도 그 맛이란 정말...보이는 것보다도 더 맛있었던 음식이다...

지금은 Sagres 맥주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포르투갈의 주요 브랜드 맥주인 Imperial에 입을 활짝 벌려 산도를 한 입 덥썩!무는 그 맛이란-!  게다가 이것이 의외로 꽤 짭짤한 맛이라 맥주의 맛은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거 먹으셔!"
 
"네?"

"이거 먹어요 이거! 이거, 레이따웅,
우리 포르투갈, 최고, 먹으셔!"

아이구야- 그 장대하신 거구의 여섯 분 형님께서는 레이따웅 한마리로는 다들 입맛만 버리고 아쉬우셨을텐데도 마지막 고기 한 조각으로 빵에 올려 나에게 먹으라고 마구 주신다.

"따봉!" 한 입 베어문 나는 아련한 옛적의 CF에서 배운 포르투갈어를 외친다.

야... 내가 그 진국 레이따웅 집에서 못 먹고 아쉬워 했던 것을 여기 형님들께서 어찌 알고 먹여 주시나... 어쨌든 난 레이따웅 아사두 산도를 먹을 운명이었던 거였구나...!

(뒷 이야기는 이어서...)

by hertravel | 2007/10/09 02:03 | 유럽 땅끝 이베리아 버스여행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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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zafran at 2007/10/09 02:13
삶의 자세가 올바로 된 훌륭하신 분들이네요. 장소가 장소고, 게다가 돈도 들지 않았으니 더욱 각별하고 즐거우셨겠습니다. 아, 갑자기 새끼돼지통구이에 대한 금단 증상이 이 밤에... ;; (저 사실 지갑만 두둑하면 혼자서 한 마리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Commented at 2007/10/09 02: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ie4me at 2007/10/09 02:30
아- 너무 오랜만에 댓글인 것 같아요;

여전히 맛있어 보이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이 있는 여행이라서 부럽습니다*_*ㅎㅎ
아저씨들 성격이 호쾌해 보이셔요.
그나저나 썰저리- 너무 웃겨요-_ㅠ
Commented by liesu at 2007/10/09 02:32
여행의 즐거움과 맛스러움이 모두 느껴지네요. 오랜만의 포스팅, 반가워서 흔적 남기고 갑니다.^^
Commented by JyuRing at 2007/10/09 03:42
오랜만에 반갑네요..^^
새끼돼지 맛있겠어요. 얼마전에 먹은 거위콩피가 생각납니다..그것도 짭쪼름파삭파삭 맛있었는데 말이죠 ㅠㅠ!!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10/09 07:19
아으! 어제 아침 먹어야겠습니다. 인심좋은 분들이네요^^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10/09 07:50
포르투갈의 돼지고기 껍질 요리는 정말 먹고 싶은 요리지요. 땅넒고 사람적고, 물산이 풍부해서 그런지 포르투갈 사람들 인심이 아주 훈훈하더군요. 아! 포트와인 먹고 싶다.
Commented by Andrea at 2007/10/09 08:48
오랜만에 여행기 다시 올려주셨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 갈게요~ㅎ
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7/10/09 09:24
어이쿠 돼지껍질... ㅠㅠ 당장이라도 먹어 치우고픈 자태로군요! 맥주 한 잔 곁들이면 완전 천국일 텐데 ㅠㅠ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셨을지, 기대가 많습니다~ 이어지는 여행기 기다릴게요 ^^
Commented by 앙녀 at 2007/10/09 09:33
돌아오셨군요. 안보여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기대하고있습니다. 여행기.
Commented by nerd at 2007/10/09 09:37
헐... Hertravel님 컴백 축하축하~
그동안 뜸하셔서 굉장히 심심했습니다. 흐미 맥주 생각나네요. ㅎㅎ
Commented by 시엔 at 2007/10/09 10:04
으아~ 돌아오셨군요 >_<
이번 여행기는 더 인상 깊군요
형님들 멋지십니다!!! 어디가서 저런 분들을 만나신 겁니까 부러워요~
Commented by 소마 at 2007/10/09 11:15
아, 진짜 전쟁같은 회사 생활 중 레이따웅 아사두같은 포스팅입니다! ㅎㅎ~
덕분에 즐겁게 웃다 갑니다. ^^
hertravel님 많이 기다렸어요! ^^
Commented by 상희스타일 at 2007/10/09 12:37
스페인의 코치니오 아사도와 거의 같아보이는군요. 그게 그건가?
어쨌던간에 그거 참 맛은 있던데 ㅋㅋ
돼지가 조금 불쌍해서 그렇지. 그것도 새끼인데.
Commented by 태니 at 2007/10/09 13:22
내년에 여행가려는데 ㅎㅎㅎ hertravel님 블로그 보면서
매번 바뀌네요 ㅎㅎㅎ
Commented by Rancelot at 2007/10/09 22:56
코멘트는 처음 다네요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여행이 이런 여행인데 말이죠. 현지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음식 나눠먹고..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0/10 03:11
Azafran님/ 정말 끝까지 훌륭하신 분들이었습니다!

비공개님/ 역시 소박한 간이정찬은 미덕이 가득합니다!

lie4me님/ 그러게요, 수술, 이란 단어가 너무 자연스런 것이 형님들 중에 의사선생님이 계시구나,느낌이 팍~

liesu님/ 여행은 역시 즐겁고 맛스럽지요! 저도 반갑습니다-

JyuRing님/ 동물의 껍질은 역시 콜레스테롤 만땅이라 항상 고소하고 맛있는 것 같습니다!

히카리님/ 정말 좋은 분들이셨어요-

서산돼지님/ 그리하여 달달한 포트와인까지 우리들의 진도는 나가는 것이지요!

Andrea님/ 반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BbasyLover님/ 사실 그동안 여행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이래저래 번잡스러웠답니다 ^^

앙녀님/ 역시 여행기가 나타나야 안심이 되는 것이죠^^ 누구나^^

nerd님/ 맥주는 항상 아름다운 술입니다^^

시엔님/ 사실 여행을 간 것은 아니었지만 쉬었다 쓰자니 산뜻하긴 하네요 ^^

소마님/ 레이따웅 아사두의 아름다움입니다 ^^ !

상희스타일님/ 맞아요, 스페인 음식이랑 같아요^^

태니님/ 게획이 어디신데 자주 바뀌나요 ^^

Rancelot님/ 오늘 2편도 바로 그런 이야기였지요!
Commented by nabiko at 2007/10/10 17:04
따봉..푸하하하!!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0/19 01:03
nabiko님/ 따봉의 추억이 새록새록하지요? ^^
Commented by 나미너미 at 2009/04/23 22:13
그래여 스페인 세고비아에잇는 원조집말고 마드리드 보땅 인가 보틴인가서 먹엇던 뻬이찡덕+ 닭찜 의그맛 ㅋㅋ

전 운죠케도 다리부위의 최고 바삭한부분을 먹엇드랫지요...

포르투갈여행기 업뎃 됫내여ㅎㅎ 유전자님^^

올만에 만화책담권을 기다리는 흥분 에 바르르 떨림니당. 물론 감사구여....ㅃ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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