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17일
자리는 10개, 손님은 74명! 최고 인기 삿포로 라면집 / 게야키_8


'우비 우비 우비...!!!'
정말 비가 심하게 내렸다. 네덜란드 섹스 박물관에서 여러 사람 경악시킨 내 만능 여행복인 판초 우비가 삿포로에 선을 보였다. 마치 텐트를 뒤집어 쓴 듯 대형 천막같은 우비 안에서 둘러멘 가방이며 빗물이 무서운 디카며가 뱅뱅 돌아가도록 일단 그 거리를 걸어다녔다. 그런데 그 빗 속에, 축제 준비로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그 골목에, 아직 식사 시간이라기엔 이른 그 시간에, 유독 구석의 한 집 앞에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꿀꺽'
봐도 봐도 제대로 들어온 것 같다. 여행의 재미가 갑자기 후다닥 활짝 꽃 피는 순간이다. 정해진 코스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이렇게 발견하는 작고 인기있는 음식점...
드디어 차례가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길바닥에 서서 삿포로 라면의 베이스인 미소 라면에 마늘을 올린 마늘 라면(닌니꾸라멘)을 이미 주문한 터였다. 라면이 나왔다. 다섯명이면 구부러지는 이 짧은 자리와 분주한 두어 평 쯤과 라면은 썩 잘 어울렸다.


마늘의 매운 맛은 이미 고소하게 구워진 맛이다. 라면 위에 아낌없이 듬뿍 뿌려져 나왔다.
.

그런데 이 작은 라면 집의 맛있는 국물과 멋진 면발과 놀라운 챠슈,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이 200점짜리 라면에 한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그건 '우리 입맛엔 너무 짜다'는 것이었다. 아, 아깝다...정말 모든 것이 완벽한데...왜 이렇게 짤까? 쟈슈까지 말이다...어지간한 일본 라면 먹으면서도 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데...원래 이게 이 집의 맛인 거겠지? 아냐, 내 입맛이 너무 싱거운 걸까? 아냐, 어쨌거나 싱거운 것보다는 짭짤한 것이 맛을 내기 때문일꺼야, 뭐, 한국 사람들은 '좀 싱겁게 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고 먹으면 되겠지, 아니 그럼 국물 맛만 옅어지려나? 나 혼자서 중얼중얼 고민을 한다. 내 안에 라면 먹는 다중이가 살고 있었다.
놀랍게도 다음 날 저녁 쯤 됐을 때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감기는 눈꺼풀로 창밖을 보던 나는 뜬금없이 입맛을 다셨다. 입맛은 24시간 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 지면 자동적으로 애인 집을 찾아가던 유신이의 히히힝 말처럼...! 갑자기 그 집 라면이 강렬하게 먹고 싶어졌다. 나는 여행 수첩을 꺼내서 한 줄 더 써 넣는다.
'아 느무느무 맛있는데 느무 짜서 느무 짠한 이 슬픔! 그런데 그 뒤에 따라 붙는 엄청난 중독성의 반전...!'
'중독'의 단어를 살짝 '충격'이란 단어로 바꿔야겠다. 진짜 충격은 그 다음 날이었다.
그 다음날 낮에 그 거리, 스스키노의 대로를 한참 걸어가고 있었는데...어제는 비가 와서 한적했다 치고...오늘은 일요일이라 사람 한 명 없는 이 유흥가의 오전 넘어가는 이 시각에...수 십 명의 사람들이 어느 골목을 줄로 메우고 있던 모습이다.



'일본 안에서는 유명한 곳인가보다- '
'그럴만 하지-'
그리고 여행기를 정리하느라 한국에 돌아와 그제서야 가이드 북을 열어 본 나는 두번째 충격에 빠진다. 우연하게 발견한 '현지에서 최근 인기인 작은 라면집'이라 생각했던 그 곳은 모든 삿포로 여행 책자 라면편의 첫번째를 장식하는 "게야키 GEYAKI" 라면집이었던 것이다! 급하게 책자를 사서 비행기에서 뚜루루 보다가 나무 木 + 들 擧 의 한자를 보며 '이걸 언제 다 찾아다녀, pass!'를 외치며 싹 잊었던 바로 그 인기 라면집이었다...!
알고나니 마구 휘둘러 쓴 버드나무 한그루처럼 보였던 그 간판의 글씨가 사진으로 보는데도 "게..야..키..."라고 갑자기 읽혔다. 국물에서 느껴지던 특유의 묘한 단 맛은 된장 양념에 들어간 보드카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과 여행 책자의 사진을 번갈아 보며
[참고] 북해도 여행기 <북해도의 별> 중에서 라면 시리즈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버터를 풍덩 넣어도 삿포로 라면은 유명해_7
자리는 10개, 손님은 74명! 최고 인기 삿포로 라면집_8 (이 포스팅)
삿포로의 라면 골목,라멘요코초_9
시내에 라면집이 1000개가 넘거든요 (삿포로 라면 지도)_10
어르신 선정 오타루 최고의 라면 (추후 포스팅 예정)
버터를 풍덩 넣어도 삿포로 라면은 유명해_7
자리는 10개, 손님은 74명! 최고 인기 삿포로 라면집_8 (이 포스팅)
삿포로의 라면 골목,라멘요코초_9
시내에 라면집이 1000개가 넘거든요 (삿포로 라면 지도)_10
어르신 선정 오타루 최고의 라면 (추후 포스팅 예정)
아래는
본 동영상보다 긴 엠엔캐스트 광고가 신경 쓰여
유튜브로 만들어 본 동영상입니다.
가게 내부까지 보여드립니다.
본 동영상보다 긴 엠엔캐스트 광고가 신경 쓰여
유튜브로 만들어 본 동영상입니다.
가게 내부까지 보여드립니다.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북해도 여행 정보 8 - 게야키 라면 정보]
윗 글에서 소개한 게야키 라면 집은 다음과 같은 홍보 전단지를 갖고 있었다. 다음을 보면 홈페이지http://www.sapporo-keyaki.jp/ 에 대해서도 나와 있고 라면 메뉴 가격에 대해서도 사진을 실어 본다.우측에서부터, 미소(된장)라면 800엔, 쟛슈(돼지고기) 라면 1100엔, 닌니쿠 마늘 라면 850엔, 매운 라면 850엔, 옷수수 빠다 라면 900엔, 파와 된장 라면 850엔, 공기밥 150엔, 맥주 450엔 이라고 써 있다.
아래는 게야키 라면집의 전단지. 홈페이지가 나와 있고 지도도 나와 있다. 지도가 좀 희미하지만 아무튼 스스키노 거리에서 북해도 은행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다. 가게에서는 면을 따로 포장 판매한다. 선물 세트도 있다.
삿포로 본점 뿐 아니라 요코하마 라면 박물관에서 초빙 받아 가게를 낸 곳답게 여름철 창작 메뉴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삿포로 가게의 메뉴판엔 없는 요코하마점만의 특별 메뉴인 듯)
-------------------------------------------- (오늘의 마무리)------------------------------------------------
# by | 2007/08/17 09:08 | 북해도의 별 | 트랙백 | 핑백(6) | 덧글(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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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삿포로 게야키 라면집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그 집 라면을 찍었던 동영상을 올려 봅니다.관련 포스팅은 http://hertravel.egloos.com/3696996 이었습니다.제목은 "좌석은 10개, 손님은 74명, 삿포로 최고 인기 라면집"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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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죽이는 라면사진을 올리시다니요!!
....기쁩니다아아~~~>0<
올 겨울은 꼭 삿포로에 가야겠습니다......T_T
이치란 라멘에서 먹고 왔는데 라멘도 라멘이었지만 같이 먹었던 생맥주가 죽음이었어요. 어흑
난나님/ 하지만 짜다는 거~~!
징소리님/ 드시고 오셨군요! 생맥주와 함께!
여름에 뜨거운 라면 먹기는 좀 부담스럽지 않나요?
일본에 갈 때는 저도 판초 우의를 준비해야겠어요.
특별히 추천하실 만한 브랜드가 있을까요?
삿뽀로 라면이라는게 원래 짠거군요 =-=;;;
제가 있는 오카치마치 근처에는 맛있는 라면집과 스시집 두 군데가 명물이라서
저도 가끔가서 먹는데 매번 라면집 갈때마다 맛은 있는데 영짠맛... 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원래 그런 거군요 먼산...
여기도 4대째라는데 언젠가는 달걀까지 시켜먹었다가 죽을 뻔
달걀까지 짜요... =-ㅠ;;; 이 라면 만드신 분은 소금기가 과히 많이 부족하셨던 것 같아요
비공개 쯔지야님/ 일부러 챙기려고 돌아다니지 않고도 즐길 수 있었으니까 더 좋고요^^
히카리님/ 저도 글은 라면으로 올렸지만 아침은 우유... :)
가게에서 먹는 맛엔 못 따라가겠지만 그나마 유명 가게들이 내놓는 컵라면이 먹을만하기도 하고 가게에 가지 못하는 설움도 달래줘서 좋더라구요. 조금 궁상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チャーシュー를 자슈도 아니고 챠슈도 아니고 쟛슈라고 하셔서 조금 궁금해졌는데요, 혹시 삿포로에선 그렇게들 발음하는 건가요?
마침 배고플때 봐서 충격이 더 심합니다. ㅠ.ㅠ
쟛슈는 그냥 삿포로 발음이 아니라..하하...그냥 제 발음입니다! 제가 그냥 습관적으로 쟛슈라고 발음합니다:) 어차피 'ㅈ'이 어두에 와서 살짝 격음화하기 때문에 말할 때는 ㅊ에 가깝게 되지만 그러고보니까 글을 쓸 때는 제대로 써야겠네요. 검색도 있고 그러니까 챠슈와 혼용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까날님/ 내일부터 잔뜩 누리실 수 있으니...
스페이드A님/ 사진으로도 맛에 중독될 수 있사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
깜쥐님/ 저도 옥수수 빠다면이 맛보고 싶어졌습니다. 결국 빠다가 보이지 않다 뿐이지 그냥 저 미소 라멘 국물도 어차피 지방은 많으니까 죄책감은 꾹 참고 한 입...!
루스님/ 다행입니다. 배고플 때 보셔야 충격을 더 크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
무작정 들어간 가게였는데 제가 잘 찾아갔군요ㅠㅠ 지금도 가끔 그 집 라멘이 생각납니다 ㅠㅠㅠㅠ
직전에 맥줄 너무 많이 마셔서요^^;;;
담에 사포로가게되면 꼭 들릴 곳입니다..ㅎㅎ
Andrea님/ 블로그에서 사진 보고 무척 반가왔어요. 맥주도 안 먹을 수 없고 라면도 안 먹을 수 없고 진퇴양난의 삿포로입니다, 그렇죠? ^^
저러면 저렇게 줄을 길게 서 있을 만 하겠군요....
삿포로에 가기 전 후로 운동을 열심히 해야 겠어요.
근데 줄이 정말 너무 길어서 지금은 기다릴 자신이..;
가기 전에 정말 다리 운동 열심히 하고 가든지 아니면 소설책 몇 권을 들고 가든지 해야겠어요ㅎ
현재진행형님/ 그 왜 낚시 다니는 분들이 갖고 다니는 접는 의자, 그거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다크루리님/ 아마 첫 날 저랬다면 전 못 먹었을거예요^^
상희스타일님/ 스페인에서 짠맛 트로마가 생기신 듯 합니다 ^^ 하몽, 절인 올리브, 특히 빠에야같은 건 꽤 짠 편이지만 워낙 짠 음식인 거고 다른 타파스 같은 건 그래도 그리 짜지는 않은데... 아마도 위의 하/올/빠 3남매를 드셨나 봅니다 ㅠ ㅠ 빠에야도 무지 짜긴 하지만 가게마다 맛과 간의 편차가 좀 있어서... 저는 첫 미국 출장때 먹은 어느 소도시의 KFC의 소금닭 충격을 잊을 수가 없는데 아마 같은 상처를 받으셨나 봅니다. 으흐흑 그래도 귀환하셔서 짜장에 밥 비벼 드실 수 있으심을 감축드립니다^^
/ 참 그리고 제가 말씀 드렸던 보데가 이야기가 상희스타일님 가신 뒤에 Azafran님의 블로그에 소개됐습니다. 반갑게 만나보세요 :)
타비님/ 면발, 보는 것과 같이 맛있습니다. 거저 조 조 탱탱한 묜발이... (아까 북한 축구단 취재를 봤더나 말투가..)
비공개 후루룩님/ 뿌듯~하시겠습니다!
lie4me님/ 역시 낚시인들을 위한 접는 의자를 추천합니다. 단, 일본 혹은 한국과 대만의 각종 웹에 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
집에 라면이라도 구비해놓지 않음을 이렇게 안타까워 하게 될 줄이야...
흉내라도 내고 싶은데.
뭘 파는 집인지도 모르고 사람들 줄을 길게 서있으니 맛있는 것일게 분명하다면서 무작정 같이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hvalalepa님/ 기분이 좋아지는 면발이었습니다. 뭣 또 맛있는 것 만들어 드시고 배가 터지시려 하십니까^^
기형z 님/ 면발 색이 좀 더 노란편인 것 같고 꼬불탕 생긴 것이 탄력 있고 맛있더군요 ^^
itsme님/ 입맛에 어떠셨어요? 맛있고 묘한 향(알고보니 보드카)이 있는 매력적인 국물이지만 너무 짜지는 않으셨나요? 챠슈가 특히 짭짤했기에 챠슈나 마늘 라면 아닌 다른 라면 드신 분들 입맛간에는 어떤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