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14일
손버릇 나쁜 호색한 hertravel / 삿포로 스스키노_6

지금 내 앞엔 전단지 한 권이 놓여 있다. 전단지의 일본 언니는 헐벗으신채 부끄럽게도 엉덩이를 하늘로 들어 올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언니 머리칼 위에는 낙원미녀,라고 이름이 써 있다. 전단지 제목은 MAN-ZOKU 만족... 이 전단지를 보면 얼굴이 좀 화끈하다. 민망하다. 손버릇 나쁜 호색한 hertravel 때문이다..

거리를 행진하는 마쯔리의 광풍 속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으시고 고요히 설문조사에 임하고 계시던 거리의 중년 오빠 한 분이 생각난다. 빗속에 우산을 받쳐 드시고 열심히 응하고 계신 설문조사의 내용은...마음에 드는 언니는 몇 번입니까 하는 인기투표다...우리나라 방송에서 명동에 스티커 들고 나가서 스티커 붙이는 그런... 다만 대상이 연예인이 아니라 업소 아가씨들이라는 것...
[IMAGE|c0076266_46bf2e90d11b5.jpg|pds/200708/13/66/|mid|610|343|pds5]
이런 언니들을 만날 수 있는 업소는 바로 근방에 매우매우 많이 있었다. 이곳은 북해도 삿포로의 스스키노 거리. 삿포로의 스스키노 거리가 어떤 곳인가! 도쿄 북쪽으로 일본 최대의 환락가란다.
대로변 1층의 가게는 드나드는 손님들의 심리적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정문 앞에 칸막이를 하나 더 해 주는 세심한 배려를 자랑한다. <삿포로 비서 클럽>이라는 가게 이름 위에는 <소프란도>라고 써 놓았다.

언제부터였을까, 테츠노부는 누워 있는 형을 타넘고 베란다로 나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자랑할 일은 못 되지만, 인기 없기는 형제 공통의 역사다. 아키노부의 고교 시절 '펜팔'을 제외하면, 형제 중 어느 누구도 여성을 사귄 경험이 없다 (아키노부가 스물 여섯 살, 테츠노부가 스물 세 살 떄 나란히 소프랜드(Soapland)에 가서 무사히 동정은 뗐다).
- <마미아 형제> 16쪽. 에쿠니 가오리 지음
아무튼 소프란도는 말이 소프란도지, 그냥 매춘의 장소라고 보면 된다. 법적으로는 금지라지만 비누칠을 손이 아니라 몸으로 해 준다하니 그러다 미끌어져도(?) 비누탓이지 내 탓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이런 쪽으로 생각해내는 장삿속들, 대단하다. 뭐 어디 일본의 성 상품 기법이 어디 한 두가지여야지.
도쿄 신주쿠에도 뭐 엄청나게 그런 업소가 많다. 하지만 가타가나를 더듬더듬 읽어 업소의 이름을 겨우 읽어봤자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런지 알 수 없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가게 전면에 만화로 소개를 해 놓은 집이 있었다.이 가게는 소프란도가 아니라 Peeping Tom이라고 하나 노조키라는 건가, 아무튼 유리창 건너편에서 전화로 주문하는 모습이 보이고 안쪽의 방엔 여자들이 앉아 있다.
그런데 저 방, 바닥은 비쳐 보이는 거울로 돼 있고 한쪽엔 바람이 나와 치마를 펄렁이는 통풍구가 있다. 어딘가 어린애 같다는 생각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 나온다. 실제 상황에서는 지시 사항의 내용과 수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아무튼 생각의 발단이.... 애들같다고 해야 하나, 너무 원초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성적인 것에 열광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고 싶어하는 일본인들-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 다양한 일본의 섹스 산업 세계를 내가 소개해야 할 까닭은 없으니 이야기는 다시 원래 내가 펴 들었던 엉덩이 하늘로 빼올린 언니 표지의 전단지로...
일본 여행 하다보면 상가 1층 같은 곳에 우리나라 <벼룩 시장>이나 <코코펀>같은 부동산 무가지, 통신 판매 무가지, 유흥가 쿠폰 무가지 같은 것들이 많아서 숙소에 돌아오는 길엔 손에 들고 돌아오는 일이 많다.
숙소에 누워서 부동산 무가지로 일본 집 내부 구경, 통신 판매 무가지로 저렴한 아이디어 상품 같은 것을 보는 것을 즐기는데... 그 날도 나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길에 입구에 꽂혀진 이 언니 전단지를 들고 돌아온 터였다.
겉장을 넘기자 안에는 부끄럽게 입은 언니들이 입이나 눈을 가리고 사진 모델로 대거 나와 있었다. 또 한 장을 넘기자 어라 이런! 단지 어린 여자들 뿐 아니라 오래 전에 은퇴하셨을 법한 분들도 아직 현직을 떠나지 않으셨던 것이다. 이름하여 <사상 최대급의 3세대>를 완비한 체인점 업소의 광고...!

그리고 이 여행기를 쓰려고...한국에 돌아와서 보다가 알았다... 이건...무가지가 아니었다...이런 젠장할...신문과 함께 진열돼 있던 한 권 200엔의 가격 마크도 당당한 유가지였다... 아아 잊고 싶다 잊고 싶다, 그 날의 기억. 그러나 기가 막히게도 너무나 생생하다. 그날따라 나는 빨리 숙소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 직전에 들른 편의점에서 계산을 끝내자마자 번개처럼 편의점 문을 나서며 입구쯤의 이것을 훽! 뽑아 들자마자 재빠르게 숙소로 돌아왔는데...ㅠ ㅠ (이모티콘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바로 직전 맥주 계산할 때 태극마크 선명한 국적기 이름이 세계 공용어 영어로 쓰여진 카드를 긁고 나온 참이었는데...
"아라라... 저 여자... 저 한국인 요자...여자가 세쿠스 업소 전화번호부를 들고 튀네...야다 야다...저로케까지 보고 싶은카나-?"
아아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졸지에 손버릇 나쁜 호색한이 된 hertravel은 한국에서 뒤늦게 잡지의 가격표를 보며 절망한다. 언니들의 컬러 화보 광고 전단지 몇 장뿐인 줄 알았던 두번째 페이지를 더 넘기니 그 안은 온통 업소의 전화번호와 위치, 가격 정보 페이지가 꽤 두껍다. 억울해서라도 아무데든 전화 한 통 걸어 보랴?
p.s. 실수의 모음이 곧 여행인 hertravel의 또다른 실수담이 궁금하신 분은 <인디아 에어, 기내식 기다리다 지구 한 바퀴>, <일본에서 맥주를 마시다 말고 독도가 어디냐고 묻다>에서도 혀를 차시며 읽으실 수 있습니다
# by | 2007/08/14 10:46 | 북해도의 별 | 트랙백 | 핑백(3)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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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리님/ ^^ 고맙습니다-
비공개(재미있게)님/ 네~
비공개(가깝지만먼)님/ 그런데 우리가 또 직수입 이거 빠르잖아요 ^^
비공개(관광의일부)님/ 그러게 말입니다. 친구가, 우리나라 남자 아이돌 패션이 일본 호스트 패션이라 했는데 직접 보고(길에서^^) 흐억이었습니다...저도 폭로하고 싶군요~
할머니...에서 쓰러지고 말았어요. 와하하하하하!
평소에 저어 많은 환락업계 종사 젊은 여성들이 중년이 됐다고 갑자기 어디론가 다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텐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까 궁금했었죠.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 했습니다.
주루륵 세 편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
나이트엔데이님/ 절박하게 생각하고 측은해하지 않았을까나요 ^^
akudoku님/ 감사합니다 :) 실수담이 아니라 멋진 여행담에도 현장을 느끼게 해 드려얄텐데요 ^^
덧말제이님/ 감사합니다. 사실 살짝 그만 쓸까... 싶은 딴 생각이 잠깐 들때도 있는데... 역시 칭찬은 마약인 것 같습니다^^
영국: 끝난 뒤에 악수를 할 정도로 너무 정중하다.
프랑스: 테크닉은 좋은 데, 본전을 뽑으려고 한다.
일본: 귀엽지만(!), 별의 별 걸 다 하려고 한다.
marlowe님/ 푸하하 제대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일본! 다른 나라도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