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버릇 나쁜 호색한 hertravel / 삿포로 스스키노_6



젠장할...!

지금 내 앞엔 전단지 한 권이 놓여 있다. 전단지의 일본 언니는 헐벗으신채 부끄럽게도 엉덩이를 하늘로 들어 올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언니 머리칼 위에는 낙원미녀,라고 이름이 써 있다. 전단지 제목은 MAN-ZOKU 만족... 이 전단지를 보면 얼굴이 좀 화끈하다. 민망하다. 손버릇 나쁜 호색한 hertravel 때문이다..


거리를 행진하는 마쯔리의 광풍 속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으시고 고요히 설문조사에 임하고 계시던 거리의 중년 오빠 한 분이 생각난다. 빗속에 우산을 받쳐 드시고 열심히 응하고 계신 설문조사의 내용은...마음에 드는 언니는 몇 번입니까 하는 인기투표다...우리나라 방송에서 명동에 스티커 들고 나가서 스티커 붙이는 그런... 다만 대상이 연예인이 아니라 업소 아가씨들이라는 것...

[IMAGE|c0076266_46bf2e90d11b5.jpg|pds/200708/13/66/|mid|610|343|pds5]

이런 언니들을 만날 수 있는 업소는 바로 근방에 매우매우 많이 있었다. 이곳은 북해도 삿포로의 스스키노 거리. 삿포로의 스스키노 거리가 어떤 곳인가! 도쿄 북쪽으로 일본 최대의 환락가란다.

대로변 1층의 가게는 드나드는 손님들의 심리적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정문 앞에 칸막이를 하나 더 해 주는 세심한 배려를 자랑한다. <삿포로 비서 클럽>이라는 가게 이름 위에는 <소프란도>라고 써 놓았다.
<소프란도>는 soap land 란 뜻이다. 남성 손님에게 여성 종업원이 비누로 목욕을 시켜 주는(?) 곳이다. 물론 알뜨랑 비누를 잔뜩 묻힌 야광 녹색 이태리 때수건을 손에 든 여종업원이 남성 손님의 등을 벅벅 밀어 준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겠지. 살이 벌겋게 되도록 등짝을 밀어 준뒤에 손바닥으로 철썩 치며 "뒤집어요", 라고 할 리도 없다. 하지만 다 큰 남자 어른이 왜 갑자기 목욕하는 법을 잊어먹게 됐을까? 어쩌다가 누군가가 대신 목욕을 시켜주지 않으면 안되게 된걸까? 자기 손으로 거품내고 닦는 법을 갑자기 잊어먹은 일본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남자들-!

언제부터였을까, 테츠노부는 누워 있는 형을 타넘고 베란다로 나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자랑할 일은 못 되지만, 인기 없기는 형제 공통의 역사다. 아키노부의 고교 시절 '펜팔'을 제외하면, 형제 중 어느 누구도 여성을 사귄 경험이 없다 (아키노부가 스물 여섯 살, 테츠노부가 스물 세 살 떄 나란히 소프랜드(Soapland)에 가서 무사히 동정은 뗐다).

- <마미아 형제> 16쪽. 에쿠니 가오리 지음

아무튼 소프란도는 말이 소프란도지, 그냥 매춘의 장소라고 보면 된다. 법적으로는 금지라지만 비누칠을 손이 아니라 몸으로 해 준다하니 그러다 미끌어져도(?) 비누탓이지 내 탓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이런 쪽으로 생각해내는 장삿속들, 대단하다. 뭐 어디 일본의 성 상품 기법이 어디 한 두가지여야지.

도쿄 신주쿠에도 뭐 엄청나게 그런 업소가 많다. 하지만 가타가나를 더듬더듬 읽어 업소의 이름을 겨우 읽어봤자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런지 알 수 없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가게 전면에 만화로 소개를 해 놓은 집이 있었다.

이 가게는 소프란도가 아니라 Peeping Tom이라고 하나 노조키라는 건가, 아무튼 유리창 건너편에서 전화로 주문하는 모습이 보이고 안쪽의 방엔 여자들이 앉아 있다.

그런데 저 방, 바닥은 비쳐 보이는 거울로 돼 있고 한쪽엔 바람이 나와 치마를 펄렁이는 통풍구가 있다. 어딘가 어린애 같다는 생각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 나온다. 실제 상황에서는 지시 사항의 내용과 수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아무튼 생각의 발단이.... 애들같다고 해야 하나, 너무 원초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성적인 것에 열광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고 싶어하는 일본인들-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 다양한 일본의 섹스 산업 세계를 내가 소개해야 할 까닭은 없으니 이야기는 다시 원래 내가 펴 들었던 엉덩이 하늘로 빼올린 언니 표지의 전단지로...

일본 여행 하다보면 상가 1층 같은 곳에 우리나라 <벼룩 시장>이나 <코코펀>같은 부동산 무가지, 통신 판매 무가지, 유흥가 쿠폰 무가지 같은 것들이 많아서 숙소에 돌아오는 길엔 손에 들고 돌아오는 일이 많다.

숙소에 누워서 부동산 무가지로 일본 집 내부 구경, 통신 판매 무가지로 저렴한 아이디어 상품 같은 것을 보는 것을 즐기는데... 그 날도 나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길에 입구에 꽂혀진 이 언니 전단지를 들고 돌아온 터였다.

겉장을 넘기자 안에는 부끄럽게 입은 언니들이 입이나 눈을 가리고 사진 모델로 대거 나와 있었다. 또 한 장을 넘기자 어라 이런! 단지 어린 여자들 뿐 아니라 오래 전에 은퇴하셨을 법한 분들도 아직 현직을 떠나지 않으셨던 것이다. 이름하여 <사상 최대급의 3세대>를 완비한 체인점 업소의 광고...!
'언니들' '엄마들''할머니들'...! 독일에서 본 어르신 성인물 광고가 서양만의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할머니들은 대체적으로 50대 같았다.

그리고 이 여행기를 쓰려고...한국에 돌아와서 보다가 알았다... 이건...무가지가 아니었다...이런 젠장할...신문과 함께 진열돼 있던 한 권 200엔의 가격 마크도 당당한 유가지였다... 아아 잊고 싶다 잊고 싶다, 그 날의 기억. 그러나 기가 막히게도 너무나 생생하다. 그날따라 나는 빨리 숙소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 직전에 들른 편의점에서 계산을 끝내자마자 번개처럼 편의점 문을 나서며 입구쯤의 이것을 훽! 뽑아 들자마자 재빠르게 숙소로 돌아왔는데...ㅠ ㅠ (이모티콘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바로 직전 맥주 계산할 때 태극마크 선명한 국적기 이름이 세계 공용어 영어로 쓰여진 카드를 긁고 나온 참이었는데...

"아라라... 저 여자... 저 한국인 요자...여자가 세쿠스 업소 전화번호부를 들고 튀네...야다 야다...저로케까지 보고 싶은카나-?"

아아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졸지에 손버릇 나쁜 호색한이 된 hertravel은 한국에서 뒤늦게 잡지의 가격표를 보며 절망한다. 언니들의 컬러 화보 광고 전단지 몇 장뿐인 줄 알았던 두번째 페이지를 더 넘기니 그 안은 온통 업소의 전화번호와 위치, 가격 정보 페이지가 꽤 두껍다. 억울해서라도 아무데든 전화 한 통 걸어 보랴?




p.s. 실수의 모음이 곧 여행인 hertravel의 또다른 실수담이 궁금하신 분은 <인디아 에어, 기내식 기다리다 지구 한 바퀴>,  <일본에서 맥주를 마시다 말고 독도가 어디냐고 묻다>에서도 혀를 차시며 읽으실 수 있습니다

by hertravel | 2007/08/14 10:46 | 북해도의 별 | 트랙백 | 핑백(3)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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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꼬치구이의 종류 중에 '아브라'라고 해서 돼지 비계만 모은 꼬치가 있다든지, 닭껍질만 모은 꼬치가 있다. 바로 전 글(손버를 나쁜 호색한 hertravel)에서 썼던 글도 '하고 싶은 성의 쾌락을 위해서는 민망해 하기보다는 즐긴다'는 일본인들의 경향을 엿볼 수 있었는데 버터에 대한 자세도 결국은 같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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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skoppen(대머리라는 뜻)이라는 브뤼헤 특산 비스킷으로 대머리처럼 반짝인다고 합니다.우헤헤. 보고 싶군요.7번에서 11번까지는 유럽 현지에서 주워온 (바로 전전 포스팅을 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잡지와 브로셔 중에서 괜찮은 내용의 여행 제안 무가지에서 주은 정보라 제가 직접 가 본 곳이 아니므로 떠나시기 전에&nbs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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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1 -삿포로_일본삿포로의 라면 골목,라멘요코초_9자리는 10개, 손님은 74명! 최고 인기 삿포로 라면집_8 버터를 풍덩 넣어도 삿포로 라면은 유명해_7손버릇 나쁜 호색한 hertravel_6비가 이기나 축제가 이기나! (일본 꼬치구이)_5눈푸딩은 왜 C컵?_4 일본인들, 이런 소원을 빈다_3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음식 코너엔 무엇이 있나_2삿포로 ... more

Commented by 까날 at 2007/08/14 10:57
실질적으로 무가지니까 크게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슷한 무가지로는 '여성 고소득 아르바이트 안내'가 있습니다. 내용은 저것하고 대동소이합니다. 표지에 루이뷔통 같은게 나온다는 점이 다르달까.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08/14 11:18
아하핫 누구나 다 실수는 하는거에요>_<!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14 11:19
까날님/ 멀쩡히 신문 옆에 있던 것이라...

히카리님/ ^^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구원 at 2007/08/14 11:46
뭐..."와케아리"라는 곳도 있으니...나이 불문인거죠.일본은... 여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ㅋㅋ
Commented at 2007/08/14 12: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8/14 12: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8/14 12: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14 13:20
구원님/ 귀여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성적인 것에 열광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고 싶어하는 일본인들- 암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비공개(재미있게)님/ 네~

비공개(가깝지만먼)님/ 그런데 우리가 또 직수입 이거 빠르잖아요 ^^

비공개(관광의일부)님/ 그러게 말입니다. 친구가, 우리나라 남자 아이돌 패션이 일본 호스트 패션이라 했는데 직접 보고(길에서^^) 흐억이었습니다...저도 폭로하고 싶군요~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07/08/14 14:38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있는 글이었습니다! *_*

할머니...에서 쓰러지고 말았어요. 와하하하하하!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14 15:21
^^ 감사합니다
평소에 저어 많은 환락업계 종사 젊은 여성들이 중년이 됐다고 갑자기 어디론가 다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텐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까 궁금했었죠.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 했습니다.
Commented by reina at 2007/08/14 16:07
으하하하하ㅏ. 아- 아.. 정말 재미있는데. 웃기는 민망한 상황이에요. 히힛. 일본은 **이 국민 스포츠인 나라라는 말이 있다죠. 으흣;;;;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8/14 16:14
푸하.. 편의점 알바가 봤다면 정말 두고두고 한마디 하겠는걸요.. ㅋㅋㅋ
Commented by akudoku at 2007/08/14 23:04
임장감이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7/08/14 23:20
어찌나 맛깔스럽게 쓰시는지 감탄인데...
주루륵 세 편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15 00:34
reina님/ **(가 그 **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이 국민 스포츠라니요. 하하하

나이트엔데이님/ 절박하게 생각하고 측은해하지 않았을까나요 ^^

akudoku님/ 감사합니다 :) 실수담이 아니라 멋진 여행담에도 현장을 느끼게 해 드려얄텐데요 ^^

덧말제이님/ 감사합니다. 사실 살짝 그만 쓸까... 싶은 딴 생각이 잠깐 들때도 있는데... 역시 칭찬은 마약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다크루리 at 2007/08/15 10:58
저것까지 분류가 꽤 깔끔하게 되어 있더군요... xx 계, xx 계... 이런 식으로 일본답다고나 할까.;;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15 12:04
그런 것 같습니다. 분류하는 일본!- 저런 것까지 분류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분류, 정리, 기록이라는 일본적인 특성은 저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저도 그 습성때문에 숙제처럼 여행기를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renton at 2007/08/15 20:24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가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16 00:49
아... 아직 못 본 영화입니다. 한 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궁금하네요 :)
Commented by nerd at 2007/08/16 11:30
가끔 저런 실수가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게 하더라구요. ㅎㅎ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8/16 11:53
예전에 읽었던 [마담 xxxx]에서 지은이가 각 나라 남자들의 섹스 매너를 평가한 게 떠오릅니다.

영국: 끝난 뒤에 악수를 할 정도로 너무 정중하다.
프랑스: 테크닉은 좋은 데, 본전을 뽑으려고 한다.
일본: 귀엽지만(!), 별의 별 걸 다 하려고 한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17 00:51
nerd님/ 실수 없이는 여행도 없습니다! ^^

marlowe님/ 푸하하 제대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일본! 다른 나라도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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