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10일
일본인들, 이런 소원을 빈다 / 삿포로 APIA 태양의 광장_3

일본 TV 프로그램(특히 공익적인 프로그램)에서도 특히 소원을 적는 것에 대한 이벤트가 많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우리 방송에도 그 영향이 있을 것이다. 소원을 적은 무엇을 어디에 달아 놓는다든지, 소원을 적은 무엇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든지... 물론 소원을 비는 것에 일본인들이 전매 특허를 낸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대체적으로 우리네 소원은 (민속학자가 아니라 당연히 그냥 내 생각이다) 어디에 쓰기 보다는 마음으로 빌었던 것 같다. 달을 보고 빌거나 물을 떠놓고 빌거나...
그러나 이 곳은 치마저고리 입고 머리에 쪽진 어머니가 새벽에 물 떠놓는 한국이 아니라 굵은 컬 들어간 긴 섀기컷 염색 머리 휘날리는 언니들의 일본이다. 삿포로에 내리자마자 나는 많은 일본 사람들이 빌고 싶은 소원이 어떤 것들인지 볼 수 있었다.

삿포로 JR역 지하도를 걷다 APIA 쇼핑몰이 나타나면서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유리창 아래 대나무 몇 그루와 특이한 전시물이 보였다. APIA 쇼핑몰의 상징인 <태양의 광장>이라고 한다.


나는 놀라서 외쳤다. 일본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어렸을 때 읽었던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부터 한국 노래인줄로 알았는데 처음 만난 재일교포분과 같이 소리 높여 부를 수 있었던 수많은 TV 만화 주제가들, 아이들과 놀 때 편을 가르던 <데덴~찌>의 태생을 처음 알았던 그 때처럼 그렇게 나는 놀라서 외쳤다.
진정하고 설명을 읽어보니 견우와 직녀는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일본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한중일이 같이 갖고 있는 설화였다. 그런데 견우랑 직녀가 만나 눈물 콧물 흘리며 강수량을 높인다는 그 설화하고 소원 적는 이 행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일본 견우 직녀는 까마귀 까치에게 인심을 얻지 못했는지 견우가 배를 타고 직녀에게 건너가서 그 둘은 그렇게 1년에 한 번, 만나는 소원을 이룬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이런 류의 설화 들으면 답답증에 혈압이 솓구쳤다. "젠장, 왜 소원이 1년에 한 번 만나는 거냐구! 그냥 다리를 놔 달라고 소원을 빌엇! 1년 365일 다리 건너다니며 보면 되잖어! 아니! 아니! 그냥 같이 살게 해달라고 한 번 빌면 되는 거잖아! 아님 램프의 요정을 달라고 해서 소원을 세 개로 늘이란 말이닷!") 그래서 일본에서는 칠월칠석이 소원을 비는 날이 됐다는 거다. 소원도 오늘 본 것처럼 오색의 종이에 소원을 써서 대나무에 걸어 놓는 것이란다.
일본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고 있나 들여다 보았다. 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BEST 소원의 주제는 역시 1위-건강 기원, 2위-사랑 기원, 3위-진학 기원 이었다. 하지만 곳곳에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원들도 BEST 3위 소원들 못지않게 많았는데, 그 내용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이 한국이랑 헛갈렸어~라고 나 혼자 주장해 보는 미스 유니버스 미스 저팬 모리양께서도 이 곳에 오셨는가, 미인대회용 전용 소원인 '세계 평화'도 있었다! (... 농담이고^^ 이 소원 이벤트의 생각 반경을 확 넓혀준 장~한 소원이다)


이쯤에서 언젠가 교토에 여행갔을 때 청수사(기요미즈데라)에서 소원 나무패를 보았던 것이 생각난다. 수학 여행을 온 일본 학생들의 진학 기원이 대부분을 차지 했다. "고등학교에 합격하게 해 주세구다사-이-", 그리고 외국인들이 "마이크와 러브 포에버 플리즈", 그런데 거기도 한글이 하나 눈에 띄었으니...

(여기서 감상 포인트 : 'ㅆㅂ' 이라고 썼다가 지웠다)
처음엔 과감하게 써 내려간 글과 어지간해서는 소원패(에마)에서 볼 수 없는 ㅋ ㅋ 초성체! 호기있게 ㅆ ㅂ 이라고 썼다가 소심하게 지운 흔적 때문에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초등학생이 쓴 것 같기도 하고 워낙 당시에 독도 분쟁으로 많이 감정이 상해 있을 때라 (뭐, 아닌 날들이 별로 없지만) 웃긴다, 하고 사진 찍었는데 찍으면서도 한편 씁쓰름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남의 나라 유적지에 쓸 말은 아닌 것 같다.

# by | 2007/08/10 16:34 | 북해도의 별 | 트랙백 | 핑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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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의사 남친" 아 절실합니다. 소원이 이뤄졌다면 한글자 실수한 겁니다.
hertravel님의 잼난 글, 항상 목말라하며 기다리는 거 아시죠? ^^*
하여간 이 나라 사람들은 미신도 많고, 신사도 많고, 신도 많고
소원도 많은 것 같아요 ㅎㅎ
앗. 그렇게 된다면 너무 재미없겠죠? ^_^
시엔님/ 역시 네모칸을 채워주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 일본은 정말 미신이 그냥 터부가 아니라 마음으로 믿는 그런 게 있더군요...
플라멩코핑크님/ 저의 소원은 아주 많습니다^^ 소원 없이 살 수가 없어요 ^^ 일단 제가 생각하는 일이 잘 됐으면 좋겠고, 제 일생에 전쟁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
비공개님/ 으하하하 이런 사오정같은 일이...^^ 고쳤습니다~!
모양이나 형태는 조금씩 달라도 소원을 비는 건 만국공통인가봅니다.
일본가면 에마에 소원적는거 해 보고 싶었는데'ㅅ'
만화책에서만 보다가; 진짜 에마 보니까 느낌이 새롭네요.ㅎ
Charlie님/ 소원폭주! :)
비공개님/ 감사합니다~ 익숙해지기까지 했답니다 ^^
그러고보니 저 소원 쪽지에도 누군더라...암튼 일본 연예인 누구에 대한 기원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