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암스텔담] 암스텔 맥주와 암스텔 강,고흐는 고향이 그리워 / 마헤레 다리

암스텔담은 들어봤어도 암스텔 江은 처음 들어보기가 쉽다. 암스텔담에 가면 작은 운하가 골목 골목 있다고 듣곤 하지만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인 암스텔강의 존재는 암스텔담에서도 도크가 있는 마헤레 다리 근처의 넓은 강폭과 큰 물을 보아야 실감이 난다. 암스텔 강이 촉발한 이름 중에 유명한 두가지가 있다면 첫째는 단연 암스텔담일 것이고 둘째는 암스텔 비어일 것이다. 나는 관광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엉뚱한 골목에서 암스텔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고 강변으로 걸어갔다. 눈 앞엔 암스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실은 나도 암스텔담을 세번째 와 보면서 이렇게 넓게 흐르는 암스텔강가는 처음 와 보았다. 일부러 찾아온 것도 아니고 그저 지도를 손에 들고 안 가본 쪽으로만 뒤지고 다니다보니 이렇게 눈 앞에 큰 강이 나타났다.
살짝 해가 지는 즈음 암스텔 강변의 건물들. 빛바랜 오후의 햇살이 암스텔담 특유의 싫지 않은 칙칙함을 드러낸다.
암스텔강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지류 운하 중의 하나. 이런 운하는 암스텔담을 여행하면서 정말 숱하게 본다. 이 지역이 그리 고급한 지역이 아니었는지 수상가옥들도 대체적으로 실용적으로 추레하다.
강변을 따라 올라가는 골목엔 잘 알려진 bar인건지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역시 가게 문 위엔 암스텔 비어에서 달아준 간판이 자리 잡았다. 또한 이 근처엔 작은 극장이 있어서 네덜란드가 낳은 위대한 화가인 램브란트를 연극인지 뮤지컬인지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운치가 더 한 것은 강보다도 사람들때문이었는데, 아까 카페의 사람들이 강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 있듯 강변의 벤치마다 사람들이 앉아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지도에서 특별히 다리 이름을 신경쓰지 않고 걷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사람들이 바라보는 쪽에 배가 지나갈 때마다 위로 열리는 도개교가 있었다. 마헤레 다리였다!
마헤레 다리는 목조 다리로 배가 지날 때마다 움직이는 도개교다. 이 다리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마헤레였다고 한다. 밤이 되면 이 다리에 조명이 들어와 암스텔담의 아름다운 명물이 된다고 한다.

네덜란드엔 이런 도개교가 꽤 많다고 한다. 실제로 풍차 마을인 잔세스칸스에 들렀을 때 우연히 큰 배가 지나가는 바람에 나는 바다로 통하는 강 하구의 현대식 다리가 바로 내 눈앞에서 들어올려지는 특별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마헤레 다리가 유명한 이유는 단지 밤의 야경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네덜란드 사람인 반 고흐가 그린 한 장의 그림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고 암스텔담의 마헤레 다리를 그린 것이 아닌가 헛갈려 하기 쉽지만 실제로 이 그림은 고흐가 남프랑스의 아를에 있는 작은 도개교를 보고 그린 것이다.

운하가 많은 네덜란드에는 흔하고 흔한 다리지만 다른 나라에서 저런 다리가 굳이 흔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고흐가 남프랑스의 아를에서 작은 도개교를 보았을 때 고향인 네덜란드가 그립지 않았겠느냐, 그래서 겸사 겸사 그 마음으로 그림도 그리지 않았겠느냐, 그래서 항상 이 다리는 고흐와 함께 이야기 되곤 한다.

아를의 햇살에 기뻐했던 고흐지만 다리를 본 순간 고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감상에만 빠질 수 없는 것이 눈 앞에 나타나 고흐의 향수병따위는 상관없어!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바라보면 멋지기만 할 것 같은 이 강가에 야박한 생활의 흔적들 나타나 주신다. 변변치 않은 수상 가옥들 화장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시는지 배 몇 채에 하나 꼴로 이동식 화장실이 서 있다. 공동으로 사용을 하시는지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다고 써 있으며 아주 큰 자물쇠가 달려 있다. 그 옆으로 주차를 해 놓은 곳에는 자동차 창문을 깨는 절도가 횡행하는지 주차된 차 안에 귀중품을 놔두지 말라는 듯한 표지판이 심심치 않게 걸려 있다. 걸어다니는 여행은 암스텔담의 다양한 모습을 이렇게 만나게 해 준다.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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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travel | 2007/07/31 10:19 | 유럽에 취醉하다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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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란스 at 2007/07/31 10:34
위에서 두번째 사진 설마 배를 위한 톨게이트인가요
진짜라면 강가에 톨게이트를 설치하다니 정말 멋진 아이디어(실용성+조용성)군요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7/07/31 13:20
저기 강변 벤치에 앉아서 맥주 한잔하면 참 시원하고 좋겠네요 :)
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7/07/31 13:39
수상 가옥은 도둑이 들기 쉽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
고흐가 얼마나 저 다리를 사랑해서 저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림에 담뿍 묻어나오네요 ^^ 그리운 물빛, 그리운 다리, 은은하고 다정한(...고흐의 그림 중에서 상대적으로;) 느낌이에요 ^^
Commented by 시엔 at 2007/07/31 13:56
아. 사진만 봐도 좋네요 ^^
Commented at 2007/07/31 14: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너른바람 at 2007/07/31 19:08
그러니까 술이 잘 넘어가는 곳은 그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벤치에서 보는 노을은 여운이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암스텔담에서는 술에 취해 죽으려 강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어도 좋아서 뛰어드는 사람은 꽤 있을 것도 같네요.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7/31 22:41
란스님/ 배가 지나가야하는 관문같은 건데 정말 톨게이트처럼 돈을 받는 걸까요? 그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것도 기발한데요.

징소리님/ 강변 벤치에 앉아서 해 지는 것 바라보고 다리 야경도 보면서...:)

BbasyLover님/ 인도 여행 말미에 깍두기 얻어 먹고 향수병에 울어버렸던 것처럼요...^^

비공개님/ 멋졌던 그 다리들!

너른바람님/ 암스텔담에서 못 다 이룬 벤치에서 보는 노을을 남프랑스 아비뇽에서 도전했는데... 아뿔사, 더운 그 곳에서는 아름다운 야경과는 별도로 달려들던 모기의 기억...ㅠ ㅠ ...기억에 남는 저녁이었습니다 ^^
Commented by 카미트리아 at 2007/07/31 22:48
사진을 보는데 왠지 모를 그리움이 몰려 옵니다..
전혀 본적 없는 도시의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약도 아무런 걱정도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그 모습.....

저도 여행중에 종종 하고 있던 모습인데...
지금은 자신 없네요...ㅠ.ㅠ
이래서 여행 중독중에 걸리는 지도 모르곘습니다....
Commented by liesu at 2007/08/01 00:40
사진을 보니 조~기 위쪽 사진의 카페앞 벤치에 가득 앉아 있는 여러 사람중의 한명이 되고 싶어지네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8/01 01:23
카미트리아님/ 가 본 적도 없는 곳의 사진인데 마치 가본 듯,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여행은 정말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여행을 받쳐주는 일상이 힘을 잃기가 쉬우니까요... 그걸 조심하면서도... 여행에 중독되면...대신 무언가를 내 주어야 합니다...저같은 경우엔... 사람들이 생각하는 커리어의 일반적인 발전 단계와 좀 다른 길을 가게 됐던 것 같습니다...

liesu님/ 저는 물길이 암스텔강으로 모이는 물길사거리 벤치에 앉은 저 자리요! 누가 배경 음악을 좀 깔아준다면 완전 굿...!
Commented by 나미너미 at 2009/05/14 00:32
그래여 여행을 받쳐주는 일상....
우린 흔히 여행과 일상을 나누어생각하지여 혹은 일탈이란또다른 이름으로 여행을 규정하기도 하구여....
허짐 가끔씩 여행으로서의 나의 일상을돌아보면 그것도 재미잇어지더군여,
인생이라는 긴여정 그래서 우린모두 여행자인가봐여....
넘실데는강가의 리스보아, 대낮같은 밤거리의 맨하튼,훤한 백야의 오슬로,바다와맞다은 하얀산호섬 일데뺑,
자전거와 좁은 운하의도시 암스텔담 ,먼가 분주히뽁닥이는 허나 절대폐쇠적인 서울의 하늘밑에서
나의 여행은 따로 또 같이계속되내여...

제게잇어 여행의 궁극은 자유인것같슴니다. 여행자님은 어떠세여?
문득 떠오르내여....
진리가 너를 자유케하리니...
아마 제겐여행이 진리로가는 마차인듯 싶네여
Commented by 여행유전자 at 2009/05/15 06:30
^^
여행 속의 일상도 좋고
일상 속의 여행도 좋고
같은 곳에서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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