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30일
[네덜란드/암스텔담] 오후의 맥주 한 잔에 세상이 다 보이다 / weteringschans

그리고 이 날 오후 마신 한 잔의 맥주는 맛있는 맥주의 특별한 세가지 조건을 더 가졌으니 첫 번째는 그 맥주의 고향 현지에서 마신다는 특별함이다. 암스텔강이 흐르는 암스텔담을 걷다 마시는, 이름까지 암스텔인 한잔의 암스텔 맥주 Amstel Bier.

'유명한 관광 거리의 유명한 바'가 아니라 여행자들이 굳이 이 곳을 찾아 들를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 동네의 바bar. 그 곳까지 흘러 들어온 나같은 여행자가 하루 종일 걸어다닌 다리를 잠시 쉬어 가고 싶은 오후의 카페. 특별히 외양이 예쁜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인테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 좋은 손님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목 좋은 길목에 있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카페.
지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행을 다닐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방향에 맞춰 내멋대로 정한다. 당연하게도 여행자들의 코스와는 상관없는 아주 평범한 골목을 슬렁슬렁 걷다가 이런 평범한 카페에서 다리를 쉬고, 그 때까지의 짧은 여행 단상을 적으며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나는 이 작은 자유로움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이 도시의 이름은 도시를 가로 지르는 암스텔江에서 왔다. 그리고 이 도시의 맥주인 암스텔 맥주의 이름도 같은 곳에서 왔다. 암스텔 맥주는 맛이 좋았고 특히 빛깔이 먹음직스러웠다. 사진에도 보이는 저 잘난 빛깔이 맥주가 맛있는 세번째 특별한 조건이 되시겠다...

"관광지 술집이 아니라서 영어 메뉴도 없고 대신 비싸지도 않아. 암스텔 맥주 한 잔이 2유로. 서빙하는 남자는 친절하고 나는 이런 평범한 동네 술집이 좋다. 영어 메뉴가 없는 이런 술집!!!" 이라고 먼저 한마디를 썼다.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미국 애들이 너무너무 반가와하며 완전 유창 영어로 말을 걸어와서 속으로 내심 놀라 땀 찔찔 흘리면서 대꾸하느라 고생했는데 중간에 그 이유를 알았다. 유럽 여행하다가 버리려고 입고 온 오늘 티셔츠가 하필이면 기념품용 '버클리大' 학교 로고 티셔츠였다는...어쩐지 영어 너무 심하게 영어하게 말 하더니...! 아무튼 학력 위조 사기 티셔츠덕분에 하루 종일 친절을 받다보니 미국인에다 학벌까지 좋으면 여행도 편하겠구나 싶다"라고 쓴다.
아까 하이네켄에서 만난 녀석들 이름을 적으려고 하는데 한 명 이름은 까먹었고 알베르토밖에 생각이 안 나네. 이런 조기성 -혹은 알콜성일지도- 치매가 있나... 나는 볼펜을 수첩 위에 내려 놓고 테이블 위의 암스텔 맥주를 한 모금 시원하게 마신다. 우리 카페의 테이블 앞 길로 암스텔담의 사람들이 오고 간다. 나는 잠시 그 구경에 빠진다. 명산 꼭대기에 앉은 도인이 바위 위에 앉아서도 세상을 다 내려다 보듯 '동네 술집 의자에 앉아서도 암스텔담이 다 보인다'고 주장하며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 도시에 정말 오렌지색이 많았다. 이 카페에 오기 전에 길에서 보았던 민속 음악 가게 앞 삼바 공연 사람들의 옷도 오렌지 계열이었고 그 옆 자전거 가게 앞 진열된 자전거들도 오렌지색이었다.

(사진은 독일 월드컵 때의 오렌지 군단)당시만해도 세계적 경기에 새가슴이었던 우리나라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안그래도 새가슴 완전히 쫄아버리게 만들었던 그 오렌지색! 훗날 한일 월드컵때의 붉은 악마에 버금가는 오렌지색 도배 관중석의 그 충격!
네덜란드 건국의 아버지 오란예(오렌지)公 에서 비롯됐다는 네덜란드 대표 색깔 오렌지색. 네덜란드 사회는 정말 실제로 이렇게 생활 속에서도 오렌지색을 사랑하는 걸까? 오후의 암스텔 맥주 한 잔을 비우면서 암스텔담 구경은 한동안 계속됐다.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 by | 2007/07/30 16:26 | 유럽에 취醉하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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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키사라즈 캣츠아이: 일본 시리즈]를 보았는 데, 맥주를 정말 맛있게 먹더라구요.
그리고 맞습니다 역시 세계에서 맥주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뽑자면 역시 일본 사람들이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식전에 꼭 맥주를 한 잔하는 모습을 보면 남녀노소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참 시원하고 맛있어요>_<! 암스텔담 사람들 참 대단해요. 자전거를 좋아하지만
손 놓고 타기엔 무서워요;
징소리님/ 아무래도 네덜란드라 맥주 포스팅이 이어집니다^^ 곧 다른 나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도 역시 그 나라도 맥주가 유명한 나라 되시겠습니다) 시원하시죠? ^^
그런데 저는 맥주 안 마셔도 아까전까지 같이 이야기 하던 외국인 이름 기억 안나던데요...
원래 기억 못하는 데다가..이름이 워낙 어려워서..
(특히 프랑스 사람 이름은 정말 발음 흉내내기도 힘들고 외우기도 힘들더군요..ㅠㅠ.)
그리고 외국인 이름은요, 정말 기억하기 어려운 게, 제가 한국 동료들 이름도 못 외웁니다. 방송국에서 누군가 저를 보고 달려오면서 반갑다고 그러면 정말 공황상태에 빠진답니다 ^^;;; 외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죠. <유럽과 나의 왼 발> 카테고리를 자세히 읽어보신다면 베르나르도보고 레오나르도라고 삽질하며 사진을 올리는 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ㅠ ㅠ
꼬깔님/ 암스텔담에 가시면 흔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다시 확인하러 가고 싶네요 ^^ 땡기신 김에 기분 좋은 저녁 추억 만드세요 ^^~!
아 시원해보여요-
+ 저도 유럽갈 때 버클리 티셔츠를 하나 가져가야겠어요 ㅋㅋ
너른바람님/ 눈으로도 만족감을 먼저 주는 맥주가 있어요 정말... :)... 게다가 많이 걷다가 들어간 바에서는 특히...!
전 일년을 탔는데 아직 두 손 놓고는 잘 못타겠어요 ;0;
암스텔....저거 사러 갔다가 암 생각 없이 Malt bier를 사와서 다 버린 쓰디쓴 기억이..ㅠㅠ
그나저나 요새는 왜 이렇게 맥주가 안 땡기는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