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13일
[네덜란드/암스텔담] 당신은 불고기, 나는 하이네켄 / 하이네켄 공장(1)
'무인도 섬 여행'이라는 낭만 가득 그럴듯한 이름아래 바다 한가운데 내쳐져 전투수영으로 무인도 왕복을 끝낸 우리 월남 용사들(그 여행 이후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불렀다)이 2도 화상을 입고 밤늦게 숙소 식당에서 물집 직전 수준으로 부풀어 오른 빨간 얼굴로 늦은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그곳은 베트남 나짱이었다.
맛나게 음식을 드시던 옆 테이블의 유럽 아저씨께서 불타는 얼굴에 차가운 음료수 잔을 마구 부벼대며 너는 그래도 1도네 아니네하고 셀프로 위로하고 있던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우리는 코리아, 그러자 그 쪽은 홀런,이라 답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자기네들 한국 가 본 적 있다며 "아이 러브 불고기", 우리 또 그런 말에 순간 촌스럽게 감격하는 습관 있지, 한 마디 안 할 수 있나, 나 역시 네덜란드 가 봤다며 "아이 러브 하이네켄". 그러자 그 분들은 자기들의 맥주잔을 가리키며 웃었다. 맥주잔엔 붉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이네켄과 네덜란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오래 전 기억의 한 순간이다.
또 하나의 기억.
네덜란드로 가는 KLM 항공을 타는 순간부터 네덜란드는 곧 하이네켄이 된다. 비행기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 길쭉길쭉 뻗어주시는 언니 오빠 네덜란드 플라이트 어텐던트들께서 맥주를 달라는 내 말에 초록색에 붉은 별, 언제봐도 V8 다음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캔을 내 손에 꼬옥 쥐어 주신다.
그리고 나는 그 아름다운 녹색 캔의 맥주에 경의를 표하며 밀짚색의 머리칼을 한 KLM 플라이트 어텐던트 언니의 차분한 푸른 제복의 모습과 내 손의 하이네켄을 카마수트라 17쪽에 있을 법한 변태적인 포즈로 몸을 구부려가며 겨우 한 앵글에 넣어 사진을 찍는다. (이거...무려... 한 문장이다.)
그러니 hertravel에게 하이네켄 공장 투어는 암스텔담 여행의 필수 코스였다. 당신에게 불고기의 한국이었다면 나는 하이네켄의 네덜란드였기에.

<유럽 골목 여행>에서 암스텔담의 마리화나 커피숍 거리 와 대 놓고 서 있는 특유의 분수와 같은 그런 모습을 먼저 조금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암스텔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풍경은 자전거가 한 대쯤 덩그러니 서 있는 짧은 다리와 아래 사진처럼 그 위에서 바라보는 아기자기한 운하의 모습이다.


'아...나..왜 이러지...? 왜 이유도 없이 풀담배라고 생각하고 커플일거라고 생각했을까?'
'이건 내 탓이 아니라 암스텔담 탓이지.'
'게다가 무엇보다 그런 설정이 너무 어울리잖아.'
'아니면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든가...'
공원의 사람들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햇살을 먹고 있었고 나 역시 바쁘게 걸어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며 철퍼덕 바닥에 앉아 버렸다. 조용한 시간이 흘러 갔다.
공원의 맞은편 길모퉁이엔 카페가 하나 있었다. 길모퉁이의 한쪽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그 카페는 '이리 들어와서 시원한 맥주나 아이스 커피도 한 잔 하고 모퉁이에서 바라보는 암스텔담 거리 사람 구경 차 구경도 하시면서 메모도 몇 줄 쓰고 가셔야지-!'하며 나를 유혹했다. 대문 정중앙을 녹색의 하이네켄 로고로 장식하고 등불에도 하이네켄이 적혀있다. 이 모퉁이에 해가 지면 저 등불에 오렌지 불빛이 들어오면서 녹색 하이네켄 글씨가 사람들을 유혹하겠지.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이미 하이네켄 로고마니아라도 된 듯한 비닐 쇼핑백을 발밑에 놓고 있었다.



줄 선 창가에 진열된 하이네켄의 녹색은 우리의 피를 더욱 보색으로 붉게 만든다. 줄이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면서 hertravel은 숙소의 관광 쿠폰대에서 주워서 바지 주머니에 넣고 온 하이네켄 공장 10% 할인권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대망의 하이네켄 공장으로 들어간다-



(1) 당신은 불고기, 나는 하이네켄 (이 글)
(2) 유쾌한 여행자를 제조하는 비밀 레서피
(3) 어른들의 디즈니랜드, 하이네켄 공장 투어
(4) 하이네켄, 콘써트의 불빛을 밝히다
:::아쉽게도 실신 혼절 과음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본 블로그는 실신 혼절 과음을 권하지 않습니다~(^ㅗ^):::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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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7/13 17:14 | 유럽에 취醉하다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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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을 가도 하이네켄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네요 ㅋㅋ
하이네켄 맥주는 잘 마셔보질 않아서 모르겠는데 맛있나효~?
(맥주보다는 과일주나 칵테일술이 취향이라서... ^^;;)
물길 좋네요 배도 동동~ ㅎㅎ
unememoire님/ 아깝습니다- 거기서 먹는 하이네켄 맛이 꽤 좋았는데요- 그런데 맥주대신 콜라로도 바꿔주나보죠? 아무튼 다른 회에 쓰겠짐나 저는 다른 분들의 호의로 몇 잔을 더 마시기도 했습니다 ^^
근처에 하이내켄 파는데가 없어서 것 참.. 그림의 떡...
네덜란드 가면 하이네켄, 벨기에(인가??)가면 호가든. 훗카이도가면 삿뽀로, 도쿄가면 에비스, 오사카가면 기린맥주 하우스. 중국가면 칭다오.... 세계는 넓고 먹어야할 생맥은 많군요..;; 필리핀 다녀온 친구는 산 미구엘 생맥이 그리 맛있었다고 자랑하던데 ..
상희스타일님/ 친구분의 입맛이 민감하시군요^^ 제 경우엔 페트<병<캔<<< bar에서 마시는 각 맥주의 생맥주 버전<<<<<<<<< 그 나랑 공장에서 얻어 마시는 생맥주 인 것 같습니다 ^^
다크루리님/ 오 화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따라가면 OB맥주공장에서 마음껏 마실 수 있군요~! 그냥 신청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단체로 신청한 투어에 얹혀가면 더 편하겠습니다:) 암튼 각 나라마다 취하기에 좋은 멋진 곳들이 꼭 있는 것 같습니다^^ 쓰신 것 외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덴마크 코펜하겐엔 칼스버그 공장 투어가 있습니다. 필리핀의 산미겔 프라이드도 대단하죠. 많이 마시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
비공개님/ 하켄네스, 어쩐지 순정 만화의 남 조연 이름 같은데요? ^^ 뭐, 얼마전 제 지인께서 파리 다녀오시면서 앞장 서서 설명 하시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스테인레스 글라스라고 말하시는 퍼포먼스를 행하신 바 있었는데 (이후로 그분의 애칭을 스뎅**으로 바꿀까 합니다) 하켄네스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납니다 ^^
1mokiss님/ 저는 정말 하이네켄을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여름이 오면 점심에 작은 병 한 병씩 드시곤 했는데 정말 무시못 할 것이, 어렸을 때 익숙한 것이라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한참을 지나 하이네켄 다크도 일정 기간동안 열심히 마셨는데 안 마신지 수 세기가 지난 것 같네요:)
에이미님/ 어디서 어느 때 어떻게 마셨나가 어디로 누구와 어떻게 여행을 갔나와 같은 급으로 그 인상과 맛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틀링에 따라 맛이 다르죠. 미국에 가면 저는 항상 버드와이저를 먹습니다. 미국 계신 분들이 왜 그런 흔한 맥주를 먹느냐 하시겠지만 우리나라 버드와이저랑 맛이 거의 전혀 다른 맥주만큼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미국 가면 일단 한 번 먹어 주는 것이죠. 그리고 예를 들어 기네스같은 경우도 예전엔 맛이 좋았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먹는 기네스 맛이 좀 심심해진 듯 느껴집니다. 기네스를 현지 맛이 아니라 아시아 버전으로 바꾸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징소리님/ 만일 쌉싸름한 맥주 맛을 즐기게 변하셨다면 다시 한 번 드셔보세요 ^^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모든 맥주는 생맥주 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