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12일
[네덜란드/암스텔담] 고흐, 감자 튀김을 손에 들다 담락 / Damrak

옛날엔 이런 무용담 들려주는 인생 선배님들 참 많았는데 지금은 수명 연장 大 프로젝트 웰빙 생활에 전념하는 중장년들 되셔서 이런 얘기 들은 것조차 수 십 년은 된 듯 하다.
아무튼 롱 롱 어고...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면 <해신 장보고>같은 드라마의 주안상 씬에도 경주 박물관 출토 유물같은 접시 위에 삶은 닭 한 마리가 정성스럽게 올려져 있다. 시대불명의 의상에 얼굴만한 귀걸이를 주렁주렁 자랑하는 여배우와 눈썹 사납게 그린 남배우들은 국가의 큰 일을 도모하며 닭다리를 우왁스럽게 뜯는다. hertravel은 드라마를 보다 말고, 역시 '치킨'은 만고불변의 안주인가, 생각한다.
그 만고불변의 안주에도 실은 유행이 있다. 서부 활극같은 청춘을 보냈던 인생 선배들의 만능 안주 <짬봉> 시대를 거쳐... 시대는 감자 튀김과 케첩 범벅 비엔나 소시지를 안주상에 올린다. 이른바 80대를 빛냈던 <쏘야>의 시대... 그리고 다시 시대는 안주 없이 술 마시는 세상을 창조한다. 클럽과 <새우깡>의 90년대... 그리고 시대는 지금 일식 중식 한식의 어중간한 중간지대의 <퓨전> 안주를 곁들이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의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hertravel은 본의 아니게 한 손에는 맥주, 한 손엔

그저 그런 술집이었다. 지하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 내려갈 때에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네온의 작은 광고판이 색색으로 반짝였다. 그러나 그 때 처음으로 내 앞에 나왔던 네덜란드 맥주 바바리아! 그 물방울 차갑게 맺힌 술잔은 순식간에 피곤에 지친 hertravel과 아라치, 모니카를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손으로 유리잔을 쓰윽 만지면 방금 씻고 나온 얼굴처럼 선명하고 개운한 유리 표면이 나타날 것 같은 그런 맥주였다.
실은 대낮의 홍등가를 돌아다니던 날이었다. 마약에 취한 사람들은 겉보기와 달리 힘이 없어서 많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뉴요커 친구가 말해준 것을 믿으며 걷다보니 꽤 분위기 안 좋은 골목 입구까지 가게 됐던 것. 그러다 홍등가 마약 커피숍 골목에서 제 정신이 아닌 어느 네덜란드 아저씨가 난동을 부리는 바로 앞까지 흘러간 것이다. 난동을 부리는 아저씨뿐 아니라 말리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도 붕붕붕 떠 있었다. 좀 무서웠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그 골목을 돌아 나오는 짧은 순간 응축된 아드레날린이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걸 느꼈다.
그렇게 걸어나와 들어온 담 광장 근처의 술집이었다. 책에서 보면 서양 사람들은 아픈 사람에게 치킨 스프를 끓여 준다. 미스 마플은 겁을 먹은 목격자에게 진저엘인가를 먹여서 긴장을 풀어주곤 한다. 마약의 무리에 놀란 우리 일행에게는 바바리아 Bavaria 맥주가 바로 그 따뜻한 치킨 스프와 진저엘이 돼 주었다. 차가운 맥주가 주었던 따뜻한 안정감의 첫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그랬었는지 그후로도 참으로 줄기차게 나는 암스텔담에서 바바리아를 마셔댔던 것 같다.
그리고 담광장이 바라다 보이는 그 술집에서 맥주를 손에 쥐며 바깥을 내다 보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거리에 가득한 감자튀김의 향연이었다-


"소스는?"
일상의 짜증과 나른이 뒤섞인 목소리가 물어온다. 소스? 소스도 뿌리나? 뭘로 할까, 생각하는데
"마요?"
기다릴 수 없는 프리츠집 점원께서 먼저 말씀하신다. 마요? 마요네즈를 뿌려? 프렌치프라이, 아니 프리츠에?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의 프리츠 위에도 마요네즈가 올려져 있었다. 벽에 걸린 메뉴판엔 마요네즈, 케첩, 커리가 소스값에 야박한 유럽답게 우리 돈 500원 정도에 판다고 써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 식으로 나는 마요네즈를 선택했다. 아아 엄청난 죄악의 감자 튀김을 먹게 되는 것이다! 기름에 튀긴 감자에 소금을 뿌린 것만으로도 모자라 계란 노른자로 만든 마요네즈를 듬뿍 얹는다니! 이건 뭐, 삼겹살을 돼지 껍질에 싸 먹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상상만으로도 참으로 늬끼한 조합이다.



그나저나 네덜란드나 독일에서 감자를 먹다 보면 감자가 그런건지 감자 요리법이 그런건지 우리나라에서 감자를 먹을 때보다 훨씬 맛있다. 크고 퍼석하고 물 나오는 그런 감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강원도 감자처럼 꽤 맛이 좋다. 독일 사람들 주식이 감자라고 들으며 자랐는데, 그게 단지 흔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왜 고흐가 <무를 먹는 사람들>이나 <당근을 먹는 사람들>이 아닌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그렸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고흐란 화가, 인생 스토리 덕을 좀 보는 것 아닌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가, 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던 나는 암스텔담의 고흐 뮤지엄에서 엄청난 감동에 눈물을 왈칵 쏟을 뻔 한 적이 있다. 인쇄물 속에서는 초라하기 그지 없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훨씬 예쁜 짙고 어두운 갈색으로 나타났는데...그림 속에서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칙칙했던 그림은 그렇게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림 속 사람들은 우리가 배워 온 빈곤 이미지 보다는 일상의 감사로 감자를 먹고 있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의 손 마디 마디가 두툼했다. 노동으로 단련된 손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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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7/12 16:18 | 유럽에 취醉하다 (1) | 트랙백 | 핑백(2) | 덧글(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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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알베르토와 나, 단 하나가 같다는 이유로어른들의 디즈니랜드, 하이네켄 공장 투어유쾌한 여행자를 제조하는 비밀 레서피 당신은 불고기, 나는 하이네켄 고흐, 감자 튀김을 손에 들다 어르신의 몸, 그녀들 열광하다 술집 여자 화장실에서 세계는 하나 암스텔담에서는 커피숍에 '이것'을 하러 간다? 까 놓고 시작하는 암스텔담 길모퉁이8,850km밖 ... more
아까워 죽겠어요!! 으아악!!!
clytie님/ 영국에서 fish&chips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까...! 그런데 저 프리츠도 유명한 집과 뜨내기 집과 바삭바삭 구수한 맛이 또 좀 달라요. 신선한 기름의 차이인가? 암튼 세 번 먹어봤는데 유명한 집도 따로 있습니다. 다음번엔 꼭~ 드세요, 맛난 집으로^^
nabiko님/ 죄책감때문에 평소에 듬뿍 먹지 못하는 마요네즈에 프리츠를 듬뿍 찍어 먹는 맛~!
독일 쪽에서도 매우 흔한 간식이에요..^^
감자대신 감자튀김을 먹는 얼굴 표정이 한결 밝아보이네요..^^
까날님/ 살짝 맺힌...
コ-ドレ-ン님/ 그러고보니 속성으로 만드는 매쉬드 포테이토 역시 마요네즈 + 감자의 조합! 어쩌면 이 둘은 숙명일지도...!
감자도 좋아하고,마요네즈도...
고칼로리식품은 대부분 제 입맛에 맞는 편입니다.
이를 어째..ㅜ.ㅜ 맥주도 엄청 좋아합니다. 유럽여행 가고 싶네요
근데 먹다보면 저 마요네즈 소스 부족하지 않아요? ^^;; 위쪽 먹을때는 소스 범벅이고 아래쪽으로 가면 소스 부족해서 아쉽던데-ㅎㅎ
Shoo님/ 롯데리아..... 다녀오셨나요? 자, 이제 냉장고 문을 열고 마요네즈를 꺼내세요 ^^
skalsy85님/ 제가 오늘 여러 블로거님들에게 트랜스 지방을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
저도 용감히 도전해봐야겠어요. 트랜스지방의 집합체가 되겠군요.
그런데 사실 몸에 안 좋다고 하는 것들이 맛은 있잖아요.ㅠㅠ
저걸 그리신 분도 센스쟁이~!!!!
으아, 사진 너무 맛있게 찍혀서 아직도 밥을 못 먹은 저한테는...
너무해요... 너무해요... 너무해요오오오오
저는 커리소스와 마요를 섞어 먹는 편이에요. 훨 맛있거든요...
음, 나중에 돌아가서 사먹어야겠다 :-)
감자튀김..열량을 넘어서서 정말 맛있어 보여요.
직접 튀겨서라도 먹고 싶은데
감자도 없고, 튀김할 데도 없고 oTL
감자튀김+마요는 원츄네요;;
전공이 서양화과라 대학교때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을 풍자한 <신 감자 먹는 사람들>을 과제로 냈었는데 (감자튀김과 콜라를 먹는..^^) 이미 비슷한 아이디어의 작품이 있었군요. 사람생각은 다 비슷비슷한가봅니다.; 좋은 포스팅 잘 읽고가요~
매우 긍정적이에요..^^
hertravel님 얼음집에만 오면 침-ㅅ-;을 한바가지씩 흘리고 가네요ㅠㅠ
그리고, 스킨의 폰트에 관해서는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 집 컴터가 맛이 간건지..-ㅅ-
오늘은 제대로 잘 보입니다;;;
시엔님/ 정말 놀라운 센스쟁이의 그림~ 그러나 그 가게에서는 프리츠를 먹고 오지 못 했다는 슬픈 기록이 남았습니다 ㅠㅠ
나무벌레님/ 먼산에서 슬픈 현실이 느껴집니다 ㅠ ㅠ
lie4me님/ 롯데리아와 맥, 버거킹이 있지 않습니까! (역시 다르긴 하지만...!)
자링님/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 봅니다. 저도 제가 냈던 아이디어가 어느날 어디에선가 방송되고 있는 것을 여러 번 보고 있습니다----- ㅠ ㅠ
런∼ 님/ ^^
상희스타일/ 맞습니다 그러고보면 오징어 구운것에 마요네즈와 비슷합니다. 그나저나 스페인 여행~ 축하드립니다~~~!!!!! 11일간이라면 여유가 안 되시겠지만 아무튼 작은 마을의 정취가 더 좋을 때도 많답니다!~ 그리고 한마디로만 말하면 발셀로나는 관광객을 위한 도시입니다. 여러 책에 멋있게 나왔을 지는 모르지만 관광갱이 아닌 여행객에게는 굉장한 목마름의 아쉬움을 주는 곳입니다. 참고하십시오.물론 취향마다 다르지만요^^
하얀새님/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ㅗ^
akudoku님/ 그러게요...어쩌다 야테 카테고리가 됐습니다...!
히카리님/ 마요네즈로 한 번쯤은 트라이 해 보심도 나쁘지 않으실 것 같아요. 한 번쯤 시도를...? ^^
저도 마요 가 젤루 좋아요^^
지금 여행 갔다 와서 이웃님들 돌고 있는데...님 글은 한문장 한문장 잼있어서...낼 제정신 으로 다시 자세히 읽어야겠어요^^
감자튀김을 먹는사람들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으히히
hvalalepa님/ 그동안 여행 다녀오셨군요- 여행 이야기 궁금합니다. 저도 덧덧글, 새글 빨리 올리고 이글루스 투어를...!
리플리님/ 점점 쾌락에 쾌락이 더해집니다- 이제 열락이 눈 앞에...! ^^
얌문님/ 그리고 도대체 누가 트랜스 지방의 존재를 밝혀냈단말입니까, 젠장!!! ^^
눈사람님/ 저 그림 발견하고 길바닥에서 춤을 추었죠. 정말 대박입니다 흐흐흐
eastrain님/ 아ㅅ 그러고보니 저는 손으로 먹었는지 포크로 먹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저도 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ㅠ ㅠ
zizim님/ (후다닥) 사오셨습니까. 이제 바르시면 됩니다 ^^
징소리님/ 역시 그러셨을 것 같네요! 그 툭툭한 터치로 마요네즈를 듬뿍~ ^^
(저 감자튀김 먹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감자와 마요네즈 맛이 다르니까요. 거기에다 여행 중이라는 상황이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먹게 만드네요. :) '감자튀김을 먹는 사람들' 그림 정말 재치있네요.
그리고 감자튀김을 쉐이크나 아이스크림에 찍어먹어도 진짜 맛있어요 ㅠ0ㅠ 칼로리 높은 게 맛있다니깐요....으흐흐흑
이제 곧 새벽 3신데.. T.T
유턴베이베님/ 맞아요 맞아요 광고 그림 정말 엄청난 센스쟁이!
renton님/ 왜 이런 덧글을 남기시면 제가 뿌듯한 걸까요...!!!!
레몬사탕님/ 드시면 됩니다 ^^ 오늘 그래서 저두 한뽝스 사왔습니다 ^^ (혼절 실신 과음을 권유하지 않는다면서도... - - +)
향이님/ 그러지 않으려고 '유럽에 취하다' 카테고리를 작년에 만들고도 지금껏 조용히 있었던 것인데 ㅠ ㅠ
sallie님/ 저도 감자 튀김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말씀대로 마요네즈와의 조합일 때, 중독성과 같은 고소한 맛이 나더라고요 :)
암스테르담..너무 어릴적에 멋모르고 따라다녔던 곳인데..
하이네켄 때문이라도 꼭...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정작 비만도는 미국이 훨씬 높죠.
marlowe님/ 영화 나인야드에서 캐나다 사람들이 햄버거에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다고 미국에서 이사 온 브루스윌리스가 투덜거리는 장면이 떠오르죠 ^^
ㅋㅋ 이젠 막 헛것이보이내여....프라이프라이프라이......
ㅋ 이유는 윗글에~~
네덜란드의 그 도타운 감자튀김, 원재료 감자 맛이 느껴지는 그것 자꾸 생각이 나실만 하죠.
원래 감자튀김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닌데도 아주 강렬한 인상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곳 블로그의 글과 사진들은 죄송하지만 퍼가실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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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개인뿐만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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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블로그 url(http://www.traveldna.kr) 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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