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04일
[네덜란드/암스텔담] 술집 여자 화장실에서 세계는 하나 / 레이체 광장

(위 사진은 글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몇 년만에 와도 여전히 냉정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을 달고 주문을 받는 노천카페의 서빙 종업원. 영어식으로 읽으면 꼼짝없는 <레이든 광장>이라 할 <레이체[라이쯔] 광장>에서 3년만에 두번째 맥주를 시켰다. 이 곳에선 마치 달달 외운 원소주기율표를 보고 1초내로 찍어내는 입시생처럼 메뉴판을 보고 1초 이내로 주문을 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쓸데없이 이것 저것 물어보는 손님은 그녀의 혈압이 초단위로 140으로, 170으로, 210으로 급서서히 솟구치는 표정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술집의 그녀들을 웃게 하는 유일한 것은 아직 환율 감각이 어리벙벙한 일부 관광객의 좀 많다싶은 팁뿐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아, 윗 사진의 아름다운 언니는 옆 카페의 서빙. 이 분의 친절도는 내가 알 수 없으므로 기사 중 특정 내용과 상관이 없다고 밝힌다.
아무튼 이렇게 여행 현지에서 관광객들이 잔뜩 모이는 광장의 카페에서 한 잔을 하는 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다. 그 도시에서 가장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을 덮어 쓰고 앉아 생리 증후군이 겹친 속쓰린 위궤양 환자의 얼굴을 한 종업원에게서 아주 평범한 맥주와 커피를 사 마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나는 항상 바보가 되는 것을 선택하고 앉아 '드디어 여행을 왔구나!' 만세를 부르는 것일까. 어쨌거나 나는 내가 바보라서 참 좋다.


바바리아 맥주는 1719년이래로 30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의 대표 맥주다. 필스너 스타일이다.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맥주였지만 세계 82개국에서 팔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41개 주에서 팔린다. 마시고 난 뒤끝이 라이트하고 쓴 맛이 덜하다고 미국 시장에 어필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시장용과 다르게 제조되는 건지 내 입맛에는 부드러움보다 쌉쌀 깔끔 개운 시원했다. 언제 누구와 어떻게 무슨 추억이 있느냐가 좋은 여행지를 가르듯이 맥주도 얼마나 입술이 말랐을 때 마셨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도다-

"아- 화장실 정말 너무너무 좁네요!"
한 병으로도 이미 발긋발긋한 얼굴을 감싸 안고 화장실에 들어간 내가 말했다. 광장의 반은 차지 한 듯 넓은 노천 카페에 비해 화장실은 2층 좁은 계단 끝에 기생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들어가야 한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입구, 터프한 사람이 좌변기실에서 문을 발칵 열고 나오면 세면기에서 손 씻던 사람 엉덩이를 강타해 큰 웃음 주는 몸개그 하나쯤 펼칠 수 있는 화장실이군.
"내 말이!"
여행자로 보이는 백인 여자 한 명이 받아친다.
자연스럽게 몇 마디 말이 오갔다. 그녀는 남아공에서 여행을 왔다. 이제 그녀와 나는 다른 거리 다른 각도에서 같은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며 각자 옷매무새를 만지고 불그레해진 얼굴에 분장을 한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지 않고도 거울을 통해 대화를 한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눈을 맞추는 것도 아니고 각자 인중을 늘리는 얼굴 표정을 하고 분을 칠하고, 매무새를 다듬으며 말한다. 우리는 역시 암스텔담에 왔으므로 하이네켄을 마셔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각자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한다. 역시 거울을 통해서 이따금 눈을 맞추며.
아아 열 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이 먼 곳에서도 여자 화장실에서의 풍경은 다를 것이 없어라. 멀리 여행을 와서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카페든 클럽이든 바든 여자 화장실의 풍경은 전 세계가 이미 통일을 이룬지 오래다. 여자들은 술을 먹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전 세계 통일 버전으로 예쁜 표정을 짓고 화장을 하고 담배를 핀다. 나는 가끔씩 으하하 웃고 싶어진다. 뭐야 이건! 술집 화장실에서 세계가 하나임을 선포라도 해볼까?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모르지만 적어도 술을 좀 마시게 되는 BAR나 클럽 화장실에서 전 세계의 여자들은 일단 줄을 선다. 화장실은 항상 모자라다. 옆에서 "야, 걔 좀 이상한 애 같지 않아?" 혹은 "쟤 어떤 것 같아?" "그 남자 너무 cute 하지?"등의 대화가 들린다. 한 두 명은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얼굴을 하고 있고 있고 그 옆에선 항상 친구가 조언을 하고 있다. 서너 명은 수다를 떨며 담배를 핀다. 핸드폰으로 열심히 누군가 통화를 하고 있다.

암스텔담 레이체 광장의 그것보다도 더 좁았던 홍대의 어느 클럽 여자 화장실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마침 클럽데이라 사람이 넘쳐 났다. 화장실까지 가는 길은 탄광 갱도를 뚫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 들어서자 구소련 시절 모스크바의 빵배급받는 줄보다 더 처절한 표정을 한 여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분 장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나보다. 들어가시더니 함흥으로 냉면 면발 뽑으러 월북을 하셨는지 함흥차사다. 기다리는 여자들의 성분은 일본녀 반 한국녀 반이다. 그러나 한계에 다다르자 일본녀 한국녀 할 것 없이 합심해서 화장실을 두드린다. 말이 안 통해도 같은 편이 되고 말았다. 국적 초월 대공감의 장이다. 이번엔 탄탄한 복근을 가진 new comer가 세면대 옆에 선다. 궁금해하는 친구에게 복근 강의를 해준다. 화장실을 두드리던 여성분들은 순간 강의에 집중한다. 나도 그 때 처음 알았다. 배를 흡, 하고 집어넣고 힘을 주고 다니다보면 그런 복근이 생긴다는 것을. 한녀 일녀 상관없이 그녀의 복근에 여자들의 눈이 모두 꽂힌다.
다시 네덜란드 암스텔담 레이체 광장의 2층 작은 화장실에서 짧은 대화를 몇마디 나누고 난 미묘한 흥분감을 갖고 계단을 내려온다. 서로 아무 안면이 없는 여자들이라도 화장실에서 거울을 통해서 대화하고, 같이 좁은 화장실을 투덜거리며 10시간을 비행기로 날아온 거리감을 단번에 날려 버리는 그 곳의 평범한 마력때문이다. 누가 여자 화장실에서는 이렇게 해야 국제적이다, 라고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어디나 살짝 술기운에 즐거운 곳 여자 화장실의 전세계적인 모습. 급한 순서 앞에서는 국적을 뛰어 넘어 함께 문을 두드리는 예의 상실 본능 절규의 모습까지!



:::아쉽게도 실신 혼절 과음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본 블로그는 실신 혼절 과음을 권하지 않습니다~(^ㅗ^):::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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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쪽에서 레이체광장으로 가는 도중 번화가인 Kalver Straat에 있는 샌드위치 카페

cafe LUNA In 't geurige Rooske
가게 외관이 고풍스러운 것이 눈에 띄었다.
가게 외관이 고풍스러운 것이 눈에 띄었다.

# by | 2007/07/04 16:01 | 유럽에 취醉하다 (1) | 트랙백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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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맛있어보여요.
'위 아 더 월드'인 여자 화장실 참 부럽네요 :)
얌문님/ 후후 술을 많~이 먹는 곳의 화장실의 경우가 확실하죠~^^ 누가 여자 화장실에서는 이렇게 해야 국제적이다, 라고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어디나 살짝 술기운에 즐거운 곳 여자 화장실의 모습은 전세계적으로 같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급한 순서 앞에서는 국적을 뛰어 넘어 함께 문을 두드리는 예의 상실 본능 절규의 모습까지 ^^
저로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공간인데 재미있네요..
전 세계 어딜가나 같다니...
뭐, 남자 화장실에서의 풍경도 전세계 어딜가나 비슷...
아니군요. 이란에서는 소변기가 없었습니다..
잘보고 값니다...
어우...
일본은 노천 화장실이 없는데도 가끔 길에서 실례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것도 터무니 없게 아침이든 오후든...)
외국 길거리에 가장 부러운 건 저 커다란 체스판인 것 같아요
전 체스는 둘 줄 모르지만, 웬지 다 함께 놀면서 즐기는 장소라는
표현 같아서요
잘 보고 갑니다 *^^*
라지엘님/ 힘을 주어야 하고, 매우배꼽티를 입으셔야 하며, 클럽에 자주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천기누설해 준 그 여자분을 생각해 볼 때에 ^^
Noah님/ 맞습니다. 뿌까입니다. 뿌까가 유럽에서 대박이 났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헬로키티가 있듯이 뿌까가 있습니다. 중박도 아니고 진짜 대박이요. 뿌까가 없는 나라가 없었습니다. 옷,가방...
인형님/ 정말 배에 힘 주는 분들이 계시군요!
시엔님/ 남자들 노천 화장실 정말 부러웠습니다. 정말 들여다 보지 않는한 걱정없이 안정된 자세로 어디서나 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화장실이 곧 돈인 유럽에서...! 그런데 일본에서 실례를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건 정말 몰랐습니다. 오호... 인도에서는 아침 철길을 바라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쭈그려 앉아 큰 일을 보셨습니다. 아 그 광경이 생각납니다 ^^
그러니까 소변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 화장실처럼(본적은 없지만요.) 대변기만 있는 것 입니다.
남자들도 그 안에 들어가서 소변을 보고 나오는 거죠...
다들 여자애들은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느라 분주한데
어쩜 그렇게 홍대 클럽 출동하는 나랑 내 친구들 모습과 흡사한지-
무척 반갑던 기억.
저번 주엔 신주쿠 클럽에 갔지만 역시나 전 세계 마찬가지군요. ㅎㅎ
여자 화장실에서 세계는 하나가 되는군요!
아 그리고 링크업어갑니다
슈렉도 아니고 미키도 아닌 뿌까가 현지 맥도널드 해피밀 상품이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카미트리아님/ 오 진짜 소변 보는 곳 자체가 따로 없다고요. 종교적인 이유때문일까요? 서로 그런 모습을 봐서는 안된다 뭐 그런 걸까요? 아무튼 이란에 백 번 가 봐도 남자 화장실을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군요.
나무벌레님/ 남자들은 다같이 하는데 여자들은 아무래도 친구들이 울타리가 되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달성!하곤 하죠. 다같이 노상방뇨하면서 남자들이 뭐라도 나눈 듯 뭐 그렇게들 하던데, 우리도 다같이 한 번 해 보자 한 적이 있습니다. 기절할 뻔 했습니다 ^^
비트버거~ 베를린에서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 이런거 자꾸 생각나게 하시면 안됩니다. 입술 마릅니다.(+ㅗ+) 이미 침샘 분비를 마치고 눈에서 광파가 도는 중...
때때로진실님/ 아 감사합니다. 잘못된 정보나 오타, 잘 보이지 않는 화면이라든지 안 열리는 사진, 이런 것 말씀해주시는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정확한 발음은 라이쯔 플라인이라고 하는군요! 제가 가진 여행 정보책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 새로 안 사고 그 때 그 때 돌아다니느라 - 처음에 누군가 시작한 명칭인지 아무튼 그렇게 써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현지 네덜란드 발음으로 라이쯔 플라인. 괄호를 넣어 정확한 발음을 표기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에도 많은 한국의 인터넷 정보들이 레이체광장으로 쓰여져 있어서 검색때문에 레이체도 당분간은 같이 써야할 것 같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님/ 똑같이 느끼셨군요 ^^ 반갑습니다. 아마 여행중에 술집 화장실에 들어갔던 여자 여행자분들은 한 번쯤 저와 같이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계셨습니다- !
강설님/ 저도 그 책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거기도 나왔군요-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본다고 생각하다니 아무튼 그럴 때 보면 기억상실증이 중증이라~ :) 미국에서도 학생들 많이 사는 아파트 1층에도 저렇게 해 놓았더군요. 사실 저 곳에서 찍은 체스 사진 중에 비오는 날 사진이 더 멋있긴 한데 찾기 번거로와서 저걸로 옮겼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우산을 쓰고 그 빗속에도 체스를 두더라고요!
그리고 바둑을 저렇게 둔다면...푸하하...노동이 되겠군요. 그 많은 바둑알을 옮기시느라 ^^ 보고싶은데요!
MR 여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링크도 자유로 데려가십시오! 이오공감에 추천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덧글로 이렇게 말씀도 남겨주시고... 많은 분들이 여행중의 이런 소소한 발견에 공감해 주시네요. 기분 좋은데요 ^^
카잔스카이님/ 보기에도 멋있고요, 저게 그냥 전시 홍보용이 아니라 치열하게 플레이됩니다. 저 사진 찍을 때도 사람들이 다같이 탄식하고, 집중하더군요. 무슨 국가대표 빅게임처럼 진지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월덴지기님/ 아, 올블에서 오셨군요. 올블에서도 많이 오셨습니다. 항상 올블 링크로 오는 분들이 계시기때문에 올블 열어봐도 뭔가 좀 복잡해서 다시 닫곤 했는데 주신 덧글 읽고 올블 들어가 보았더니 메인도 바뀌었고 대충 어떤 곳인지 이제야 감이 오는 것 같고 관심도 갑니다 ^^ 사실 이글루스에 아는 분들도 없는데 글을 추천해 주시는 분들이나... 올블처럼 제가 무지렁한 곳에서도 제 글을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게 참 고맙고 두근거리는 일이었습니다^^
징소리님/ 아 습관으로 흡흡신공이 가능하시군요...! 그리고, 그 상태로 운동을 해야...! 음음 진짜 효과 제대로 날 것 같습니다. 저야 뭐 일단 흡흡을 하기 전에 일단 운동부터...^^; !!
pink님/ 감사합니다. 미국 서부 여행도 그 특유의 햇살과 기나긴 여행길이 주는 매력이 있지요. pink님의 여행 잘 다녀오셨군요:)
jkra님/ 감사합니다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저.. 요즘 이 스킨 쓰시는 분들 많던데.. 제 눈에는 글씨가 너무 작고 잘 보이지도 않네요;;
꼭 그림파일 작게 줄였을 때 글씨도 같이 줄어서 뭐가뭔지 보이지 않는 것 처럼;;
해상도라든가 뭐 이것저것 어떻게 설정을 해야 이 글씨들을 눈 안 찌푸려가며 잘 읽을 수 있는 걸까요?ㅠㅠ
혹시 하얀새님 컴 설정에 텍스트 크기 보기가 작게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맨 위의 메뉴바에서 '보기'로 들어가셔서 '텍스트 크기' 클릭하시고 '보통'으로 클릭해 보세요. 이 방법으로 글씨가 커졌다면 저에게 답글 보내주시겠어요? 불편을 느끼시는 다른 분들에게도 공지로 올려야 하니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글을 쓰면서 글씨 크기를 좀 키울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스킨 중에서 텍스트 크기 설정에 관여받지 않는 스킨들도 있던데 말씀 듣고 다른 스킨 테스트 해 보니까 이 스킨이 텍스트 크기 설정에 관여받는 스킨이네요.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얼마전 youtube에서 본 남자화장실에서의 에티켓 이라는 동영상이 떠 오르는 군뇨..
그중 제일 중요한 법칙중 하나는 "가능한 옆사람과 멀리 떨어진 변기에서 볼일을 볼 것"
영화에서도 그렇더군요.
여자 화장실도 평소엔 별다를 것 없지만
술을 꽤 마시게 되거나 흥분된 분위기의 클럽 화장실은 글과 같고요,
직장의 여자 화장실에서도
눈물 젖은 드라마나 성토 대회,위로의 드라마를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