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암스텔담] 공항은 항상 드라마로 가득하다 / 도쿄~암스텔담



S# 1. 아주 오래전, 김포에서 세계로 떠나던 시절

그 언니는 밤이면 가끔씩 거기로 가서는 그렇게 앉아 있다 온다고 했다. 대부분 손에는 맥주캔을 들고 있었다고 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은 날이면 그렇게 맥주캔을 빨면서 몇 시간을 고개가 꺾어져라 하늘을 봤다고 했다. 비행기는 흰 아랫배를 보이면서 머리 위로 날아갔었더란다. 아주 오래전, 김포에서 세계로 떠나던 시절, 그 언니 피디는 자기 차에 맥주를 싣고 활주로가 끝나는 김포 공항 담장 너머에 차를 세우고 앉았던 것이다. 답답한 그녀의 마음을 얼마나 수많은 비행기들이 대신 하늘로 실어 날랐던 것일까.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럼 집에 돌아갈 땐 음주 운전을 했단 말인가? 생각하 흉내를 낼만한 차도 없었던 나는 대본을 쓰다 말고 오로지 상상만으로 열심히 나의 밤 비행기를 수도 없이 이륙시키곤 했다. 여행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행기는 그렇게 항상 특별하다. 나는 지금 그 녀석의 뱃속에 있다.


S# 2.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는 부족하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아아 멀다!


S# 3. JAL의 귀여운 아이디어들

JAL 일본 항공은 정말 초저비용의 작고 귀여운 아이디어로 이 지루하고 긴 여행 속에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첫번째 아이디어는 비행기 비상구 창가에 한 장의 그림 일기같은 지도를 손으로 그려 놓은 것. 지루한 승객이 비상구 창밖을 내다보며 지금 어느 나라에 어느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노선을 그림 지도로 그려 놓고 이 비행기가 지나가는 시간을 표시해 놓아서 지금 아래로 보이는 저 숲이 시베리아의 침엽수림인지, 몇 시간 뒤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피요르드식 해안선과 수많은 호수를 볼 수 있을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승무원중의 막내가 색칠을 맡고 있지 않을까? 비행을 앞두고 색연필로 칠하고 있는 가장 어린 스튜어디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아이디어는 이코너미 돌연사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대나무 발판! 보통 좁은 이커너미석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다리쪽에 혈전이 뭉쳐 있게 된다. 그러다가 벨트를 풀고 일어나는 순간 혈전이 좁아진 심혈관으로 쑤욱 올라가면서 혈관을 막아버려 돌연사가 발생하는 것.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운동을 하고 발을 풀어줘야 하는 것이 비행 상식이다. KAL이나 아시아나에서는 체조 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한다. 오늘의 이 비행기 안에는 체조 비디오대신 대나무 발판이 통로에 놓여져 있다. 그래 한국 일본 우리는 아시안들이지. 루프트한자나 KLM 같은 곳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종류의 서비스 아이디어! 대나무...발 밟기...신발을 벗는 데에 죄악감이 덜한 우리는...이코노미 클래스의 아시안. 엄...그런데 왜 신발 신고 하세요?

S# 4. 드디어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 도착!

왕년에 세계의 허브 공항으로 이름을 날리던 스키폴 공항, 실제로 그냥 공항만 달랑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 대형 호텔들과 이어지는데에다 이런 저런 이용 시설도 많아 좋은 공항으로 손꼽히는 그 공항! 그러나 지금 나에겐 아담하고 편안한 공항으로 느껴지는 그 공간 (그만큼 효율적인 미덕이 있다), 드디어 땅을 밟고...바깥으로 나와 본다. 유리 청사에 써 있는 Schiphol이란 이름은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Schiphol은 내가 처음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된 첫 유럽 여행 첫 공항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그 밤 중에 우비를 뒤집어쓰고 어디인지도 모를 숙소로 버스를 타고 내리고, 동행중의 한 명의 가방이 도착하지 않아서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드라마같은 하룻밤이었다. (결국 그 친구는 가방없이 유럽 여행을 하게 된다. 그 때는 울상이었지만 지금쯤 그 친구, '가방 없이 돌아보는 유럽 한 바퀴' 이런거 하나만 써보지, 재미있을텐데.)

어쨌든간에 나는 아아 스키폴을 너무 사랑한다!하고 외친다. 예전에 같이 이 곳에 내려 유럽을 돌았던 모니카와 아라치가 생각난다. 그녀들과 함께였다면 지금쯤 비행의 금단 현상에서 해방된 것에 감격하며 태극기대신 말보로 레드를 손에 들고 만세를 불렀을텐데. 이 문을 나서자마자 담배를 시원하게 뽑아 문 나의 역대 여행 동행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후우-. 나로서는 피지 않는 담배인데도 맛있게 한 입 빨고 난 것처럼 나 역시 기분이 좋다. 내가 왔다!


A-yo!



(아래 사진이 잘려 보이는 분은 사진을 클릭하셔서 보시기 바랍니다)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유럽 골목 여행 정보 -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 셔틀 버스]

스키폴 공항에서 암스텔담 중앙역까지는 기차로 20분 정도. 하지만 밤늦게 도착했다든지 시차를 조절하기 위해 여행의 첫머리를 여유있게 스케줄을 잡느라 암스텔담 시내가 아닌 스키폴 공항 근처 호텔을 숙소로 삼았다면 터미널과 공항, 인근 Accor 호텔 체인을 무료로 오가는 셔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무료. 각 호텔까지는 대부분 10분 정도가 걸린다.

------------------------------------------- (오늘의 마무리)---------------------------------------------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by hertravel | 2007/06/06 13:20 | 유럽에 취醉하다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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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HerTravel의 지구 한 .. at 2007/07/08 13:18

... 담에서는 커피숍에 '이것'을 하러 간다? 까 놓고 시작하는 암스텔담 길모퉁이8,850km밖에서 눈을 뜨다_네덜란드,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은 항상 드라마로 가득하다_ 도쿄,암스텔담 -파리_프랑스동네 빵집 아침 바게뜨는 축복이다_35 8.6도 맥주로 파리의 저녁을 吟風弄月_32 &nbs ... more

Commented by 나이트엔데이 at 2007/06/06 13:45
마지막 사진 인상적이네요. 매번 느끼는거지만 저도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hertravel 님 블로그와서 보면서 왜 난 이렇게 표현이 안됄까 하는 절망감을 느끼곤 합니다. 사진 편집센스와 더불어 정말 스킬작살입니다. ㅋ
Commented by 시엔 at 2007/06/06 13:45
야아, 이제 도착이군요 근데 가방을 잃어버리셨다는 그분은 가방은 다시 찾으신건가요? ^^;;
잘못 섞여서 가방만 아시아 여행을 가버린 건가요? ㅎㅎ
Commented by 1mokiss at 2007/06/06 13:53
하, 공항의 느낌이란, 다른 어떤 교통수단의 집합장소와는 사뭇 달라요. 기차는 기차대로 매력이 있지만, 공항이 주는 느낌은 그야말로 '떠난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준달까요? 그러고보니 비행기 탄지가 한참 되었어요. 공부를 한 이후로는 거의 기억이 없으니, 핫, 이번 여름방학에는 어디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올리시는 여행기를 보면서 이번 여름에 즐길 곳을 찾아봐야겠어요. 그러나, 아직은 리포트와 시험공부중이라고-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6/06 14:10
나이트엔데이님/ 마지막 사진, 말풍선 안에 한 마디 써 놓고 싶었는데 그냥 놔 두고 싶더군요. 짧은 드라마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건 정말 누구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좀 말이 주저리 주저리 많은 편이라 여행기 쓰면서 스스로는 곤란한 편이랍니다!

시엔님/ 저의 유럽 첫 여행때 가방을 잃어버린 그 동행은...크흐흐 생각하니까 웃겨서...작은 가방 하나 가지고...유럽을 돌았습니다. 같은 옷...빌려 하는 화장...다같이 움직이는 유레일 패스니 나라는 옮겨가야겠고...아무튼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마지막 나라 프랑스에서 받아서 다시 한국으로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

1mokiss님/ 오 이런 동시 덧글 사태가...역시 쉬는 날이라 ^^ 리포트와 시험 공부라니,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느껴집니다 ㅎㅎㅎ 공항은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스키폴 공항은 대형 공항이면서도 동네 공항처럼 이용할 수 있게 잘 만들어 놓은 곳이고...나오자마자 '왔구나!'하는 느낌을 확 주는 그런 곳입니다. 아아 사실은 쓰다 보니까 너무너무 가고 싶습니다. 미칠 것 같아요-
Commented by 상희스타일 at 2007/06/06 14:34
저는 마지막 사진에서 하이네켄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오른편 남자는 " Oh~ Heineken~ " 이라고 했을 것 같아요. ㅋㅋ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6/06 15:07
맞습니다 네덜란드에 도착하면 하이네켄 생각이 확 올라오죠. 아...오늘 정말 큰일이다...오늘 바람 들어가고 있거든요...제가 제 여행기 올리면서 제가 바람 들면 이건 뭐랍니까, 아무튼 네덜란드에서 하이네켄도 맛있고 바바리아도 맛있고...암스텔도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쏭군 at 2007/06/06 16:04
여행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행기는 그렇게 항상 특별하다. 이 말 너무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첼로♡ at 2007/06/06 16:37
아아아 스키폴스키폴스키폴ㅡ 항공료를 아끼기 위해 스키폴로 갔었어요. 중국처럼 가까운 나라가 아닌 먼 나라로 혼자 나가보기는 처음이라서, 게다가 공항에 마중나와 줄 사람 같은 건 아무도 없는 완전 홀로인 여행이라서 어찌나 긴장했었는지! 그때는 너무 긴장만 해서 구경 따위는 필요없고 빨리 숙소로 도착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긴장이 또 묘미이지 싶네요^^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7/06/06 16:56
저는 여행유전자가 상당히 희박하지만 이렇게 보고 있으면 깨어나는 느낌이 들어요 :)
Commented by 희몽 at 2007/06/06 17:46
여행이 부럽습니다.. ^-^ 기내식이 제일 끌려요..ㅋㅋ
Commented by lie4me at 2007/06/06 18:45
아- 좀 쉬어야겠어서 컴퓨터를 켰는데 염장당했어요.
시험이고 레포트고 때려 치우고-_-; 당장 짐싸서 날라버리고 싶네요. 저도 질풍노도의 시기인가요?ㅎㅎ

맨 밑에 사진 재밌습니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막- 반가워서(웃음)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6/06 18:55
쏭군님/ 네 특별하죠 정말 특별하죠 공감하시는군요!!

첼로♡님/ 스키폴이 특별한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되겠습니다- 저에게도 이 스키폴 공항은 글에서 쓴 것처럼 정말 각별합니다. 완전 홀로의 여행은 또 엄청 긴장되잖아요^^ 알지요--^^

징소리님/ 하하 깨어나고 계시군요. 사실 여행유전자 있으면 일상 생활 이게 좀 힘들어요. 일 좀 되려나 싶으면 바람나서 홀랑 다 까먹으러 날아가게 되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커리어 히스토리와는 점점 다르게 살아가게 되니 말입니다 ^^

희몽님/ 기내식 사진의 마력이 있죠! 비행기, 여행 사진만큼 사람 마음에 바람 불어 넣는 것중의 최고봉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내식 사진을 보면 어쩐지 흐뭇하죠?? ^^

lie4me님/ 일단 시험과 레포트 - 질풍 노도의 시기를- 를 해치우신 뒤엔 어디든...!!!! 그리고 맨 밑의 사진, 남같지 않은 저 사진, 저 무장해제된 남의 표정과 순간을 제가 사진으로 가져버려서 이상하게 당사자들에게 조금은 미안한듯한 사진- 정말 너무나 반가워하는 커플 같았어요
Commented by akudoku at 2007/06/06 19:38
시험과 레포트라... 끝나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습니다...ㅠ.ㅠ
Commented by 시엔 at 2007/06/06 20:06
불굴의 의지! 좋군요... 근데 사진은 어떻게해요... 덜덜덜...
맨날 같은 옷... 같은 화장... 가끔 화장 안한 얼굴도 ㅋㅋ
어떻게해요... 입장바꿔놓고 보자면 되게 불쌍하신데
너무 웃겨요 풋!
Commented by 첼로♡ at 2007/06/06 22:06
스특사(스키폴이 특별한 사람들의 모임) 좋아요! 자 그럼 hertravel님이 회장님 하시고 이제 좀 회원을 모아볼까요?푸하하
Commented by liesu at 2007/06/06 23:34
얼마전 제게 아는 분도 너무 떠나고 싶어서 인천공항(김포공항보다도 훨씬 먼데도..)에 가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왔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여행유전자를 가진 이들에게 공항과 비행기는 특별해요!
Commented at 2007/06/07 00: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6/07 12:09
akudoku 님/ 언젠가는 끝나는 날이 오겠지요. 그래도 그것이 있는 때가 더 안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엔님/ 어이쿠 지내 놓고나서 웃을 수 있지 당시는 항상 위로하며 다녔다는...암튼 다니다보면 별 일이 다 있답니다 ^^

첼로♡ 님/ 혹시 숙소까지 같아버리는 것은 아니겠죠? ^^ 워낙 암스텔에 내리는 분들 쉘터 아니면 플라잉 피그 등등등지에서 많이 묵으셔서...!

liesu님/ 그렇지요 인천 공항, 저도 누구 배웅가면 제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돌아옵니다. 오늘같이 날 흐린 날도 이상하게 가고 싶네요. 아무튼 이 글 올리면서 제일 위험한 사람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at 2007/06/06 23:34 # x

노란자물쇠님/ 저도 사람들이 사진을 보면 완전 살아있다고 합니다. 표정이 바뀐다고 하니, 일생을 여행처럼 살면 저도 친절한 모모씨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말씀, 가지 말라는 말씀보다 더 악독하시군뇨! ^o^
Commented by jk at 2007/06/08 10:24
여행유전자라는 단어 참 좋습니다.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6/08 12:20
jk님/ 유전자는 탓하기가 좋잖아요 ^^ 나도 자중하려고 하지만 유전자가 땡겨서--- ^^ 그래서인지 말 만들어 놓고 아주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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