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06일
[네덜란드/암스텔담] 공항은 항상 드라마로 가득하다 / 도쿄~암스텔담



S# 1. 아주 오래전, 김포에서 세계로 떠나던 시절그 언니는 밤이면 가끔씩 거기로 가서는 그렇게 앉아 있다 온다고 했다. 대부분 손에는 맥주캔을 들고 있었다고 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은 날이면 그렇게 맥주캔을 빨면서 몇 시간을 고개가 꺾어져라 하늘을 봤다고 했다. 비행기는 흰 아랫배를 보이면서 머리 위로 날아갔었더란다. 아주 오래전, 김포에서 세계로 떠나던 시절, 그 언니 피디는 자기 차에 맥주를 싣고 활주로가 끝나는 김포 공항 담장 너머에 차를 세우고 앉았던 것이다. 답답한 그녀의 마음을 얼마나 수많은 비행기들이 대신 하늘로 실어 날랐던 것일까. 그 이야기를 듣고
S# 2.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는 부족하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멀다, 아아 멀다!
S# 3. JAL의 귀여운 아이디어들
JAL 일본 항공은 정말 초저비용의 작고 귀여운 아이디어로 이 지루하고 긴 여행 속에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첫번째 아이디어는 비행기 비상구 창가에 한 장의 그림 일기같은 지도를 손으로 그려 놓은 것. 지루한 승객이 비상구 창밖을 내다보며 지금 어느 나라에 어느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노선을 그림 지도로 그려 놓고 이 비행기가 지나가는 시간을 표시해 놓아서 지금 아래로 보이는 저 숲이 시베리아의 침엽수림인지, 몇 시간 뒤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피요르드식 해안선과 수많은 호수를 볼 수 있을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승무원중의 막내가 색칠을 맡고 있지 않을까? 비행을 앞두고 색연필로 칠하고 있는 가장 어린 스튜어디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아이디어는 이코너미 돌연사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대나무 발판! 보통 좁은 이커너미석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다리쪽에 혈전이 뭉쳐 있게 된다. 그러다가 벨트를 풀고 일어나는 순간 혈전이 좁아진 심혈관으로 쑤욱 올라가면서 혈관을 막아버려 돌연사가 발생하는 것.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운동을 하고 발을 풀어줘야 하는 것이 비행 상식이다. KAL이나 아시아나에서는 체조 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한다. 오늘의 이 비행기 안에는 체조 비디오대신 대나무 발판이 통로에 놓여져 있다. 그래 한국 일본 우리는 아시안들이지. 루프트한자나 KLM 같은 곳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종류의 서비스 아이디어! 대나무...발 밟기...신발을 벗는 데에 죄악감이 덜한 우리는...이코노미 클래스의 아시안. 엄...그런데 왜 신발 신고 하세요?

S# 4. 드디어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 도착!
왕년에 세계의 허브 공항으로 이름을 날리던 스키폴 공항, 실제로 그냥 공항만 달랑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 대형 호텔들과 이어지는데에다 이런 저런 이용 시설도 많아 좋은 공항으로 손꼽히는 그 공항! 그러나 지금 나에겐 아담하고 편안한 공항으로 느껴지는 그 공간 (그만큼 효율적인 미덕이 있다), 드디어 땅을 밟고...바깥으로 나와 본다. 유리 청사에 써 있는 Schiphol이란 이름은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Schiphol은 내가 처음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된 첫 유럽 여행 첫 공항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그 밤 중에 우비를 뒤집어쓰고 어디인지도 모를 숙소로 버스를 타고 내리고, 동행중의 한 명의 가방이 도착하지 않아서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드라마같은 하룻밤이었다. (결국 그 친구는 가방없이 유럽 여행을 하게 된다. 그 때는 울상이었지만 지금쯤 그 친구, '가방 없이 돌아보는 유럽 한 바퀴' 이런거 하나만 써보지, 재미있을텐데.)
어쨌든간에 나는 아아 스키폴을 너무 사랑한다!하고 외친다. 예전에 같이 이 곳에 내려 유럽을 돌았던 모니카와 아라치가 생각난다. 그녀들과 함께였다면 지금쯤 비행의 금단 현상에서 해방된 것에 감격하며 태극기대신 말보로 레드를 손에 들고 만세를 불렀을텐데. 이 문을 나서자마자 담배를 시원하게 뽑아 문 나의 역대 여행 동행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후우-. 나로서는 피지 않는 담배인데도 맛있게 한 입 빨고 난 것처럼 나 역시 기분이 좋다. 내가 왔다!
A-yo!
(아래 사진이 잘려 보이는 분은 사진을 클릭하셔서 보시기 바랍니다)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유럽 골목 여행 정보 -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 셔틀 버스]
스키폴 공항에서 암스텔담 중앙역까지는 기차로 20분 정도. 하지만 밤늦게 도착했다든지 시차를 조절하기 위해 여행의 첫머리를 여유있게 스케줄을 잡느라 암스텔담 시내가 아닌 스키폴 공항 근처 호텔을 숙소로 삼았다면 터미널과 공항, 인근 Accor 호텔 체인을 무료로 오가는 셔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무료. 각 호텔까지는 대부분 10분 정도가 걸린다.------------------------------------------- (오늘의 마무리)---------------------------------------------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유럽에 취醉하다] 카테고리는
골목 선술집에서 여행에 취하고 사람에 취한
유럽 중부 맥주 여행과 남부 와인 여행 코스의 여행기입니다.
[유럽의 골목을 샅샅이] 다닌 카테고리를 통합해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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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6/06 13:20 | 유럽에 취醉하다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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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섞여서 가방만 아시아 여행을 가버린 건가요? ㅎㅎ
시엔님/ 저의 유럽 첫 여행때 가방을 잃어버린 그 동행은...크흐흐 생각하니까 웃겨서...작은 가방 하나 가지고...유럽을 돌았습니다. 같은 옷...빌려 하는 화장...다같이 움직이는 유레일 패스니 나라는 옮겨가야겠고...아무튼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마지막 나라 프랑스에서 받아서 다시 한국으로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
1mokiss님/ 오 이런 동시 덧글 사태가...역시 쉬는 날이라 ^^ 리포트와 시험 공부라니,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느껴집니다 ㅎㅎㅎ 공항은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스키폴 공항은 대형 공항이면서도 동네 공항처럼 이용할 수 있게 잘 만들어 놓은 곳이고...나오자마자 '왔구나!'하는 느낌을 확 주는 그런 곳입니다. 아아 사실은 쓰다 보니까 너무너무 가고 싶습니다. 미칠 것 같아요-
시험이고 레포트고 때려 치우고-_-; 당장 짐싸서 날라버리고 싶네요. 저도 질풍노도의 시기인가요?ㅎㅎ
맨 밑에 사진 재밌습니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막- 반가워서(웃음)
첼로♡님/ 스키폴이 특별한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되겠습니다- 저에게도 이 스키폴 공항은 글에서 쓴 것처럼 정말 각별합니다. 완전 홀로의 여행은 또 엄청 긴장되잖아요^^ 알지요--^^
징소리님/ 하하 깨어나고 계시군요. 사실 여행유전자 있으면 일상 생활 이게 좀 힘들어요. 일 좀 되려나 싶으면 바람나서 홀랑 다 까먹으러 날아가게 되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커리어 히스토리와는 점점 다르게 살아가게 되니 말입니다 ^^
희몽님/ 기내식 사진의 마력이 있죠! 비행기, 여행 사진만큼 사람 마음에 바람 불어 넣는 것중의 최고봉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내식 사진을 보면 어쩐지 흐뭇하죠?? ^^
lie4me님/ 일단 시험과 레포트 - 질풍 노도의 시기를- 를 해치우신 뒤엔 어디든...!!!! 그리고 맨 밑의 사진, 남같지 않은 저 사진, 저 무장해제된 남의 표정과 순간을 제가 사진으로 가져버려서 이상하게 당사자들에게 조금은 미안한듯한 사진- 정말 너무나 반가워하는 커플 같았어요
맨날 같은 옷... 같은 화장... 가끔 화장 안한 얼굴도 ㅋㅋ
어떻게해요... 입장바꿔놓고 보자면 되게 불쌍하신데
너무 웃겨요 풋!
시엔님/ 어이쿠 지내 놓고나서 웃을 수 있지 당시는 항상 위로하며 다녔다는...암튼 다니다보면 별 일이 다 있답니다 ^^
첼로♡ 님/ 혹시 숙소까지 같아버리는 것은 아니겠죠? ^^ 워낙 암스텔에 내리는 분들 쉘터 아니면 플라잉 피그 등등등지에서 많이 묵으셔서...!
liesu님/ 그렇지요 인천 공항, 저도 누구 배웅가면 제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돌아옵니다. 오늘같이 날 흐린 날도 이상하게 가고 싶네요. 아무튼 이 글 올리면서 제일 위험한 사람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at 2007/06/06 23:34 # x
노란자물쇠님/ 저도 사람들이 사진을 보면 완전 살아있다고 합니다. 표정이 바뀐다고 하니, 일생을 여행처럼 살면 저도 친절한 모모씨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말씀, 가지 말라는 말씀보다 더 악독하시군뇨! ^o^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