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인디아 밤길,hertravel 실종되다? / 델리


원래는 이 위치에 위의 제목에 따른 본문이 이어져야 하나
저의 책<내 안의 여행유전자>에  발표한 글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그런 이유로 이 포스팅은 내용을 보이지 않게 하도록 되었습니다.

먼저 책을 읽으신 분들이나 읽으실 분들께서 참고하시고 책의 앞뒷글을 읽으시면
숨은 재미를 더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지운 글
이마에 자랑스럽게 빈디질을 하고 나를 기다린 고마운 포로리와 도로리와 나는 감동의 포옹을 연출했다. 주변에 그득하게 둘러서 계시던 인도 택시 아저씨들께서는 쓴 입맛을 다시며 그날의 일거리를 파장하시었다. 나는 포로리와 도로리가 예약해 놓았다는 택시에 함께 올라탔다.

흥 분 됐 다. 이 먼곳에서 만화처럼 영화처럼 만나다니. 인디라 간디 공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내가 나올 때까지 포로리와 도로리는 내가 제대로 오지 못했는가 완전 초조하던 끝이었다. 그러다 나를 만나게 됐으니 더욱 흥분한 우리들은 신나게 짐을 택시에 실었던 것이다. 그 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이 -잘만 왔다- 생각뿐이었다.

한편 나는 불과 사나흘 먼저 온 그녀들이지만 마치 서너해쯤 먼저 인도에서 살아왔던 친구들인양 이 모든 절차를 바라보며 너무나 느긋하기까지 했다. 보라, 그녀들의 이마에 저 뻐얼건 빈디가 빛나고 있지 않더냐 말이다---!

우리들의 숙소가 있는 파하르간지는 공항에서 꽤 먼 곳이라고 포로리 도로리가 귀띔했다. 택시에 올라서는데 갑자기 시간이 무려 밤 11시라는 것이 생각났다. 밤 11시, 먼 길을 떠나는 인도 택시...그건... 무서울 수도 있는 거야!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갑자기 모든 것이 무시무시하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떠나오기 전에 읽은 여행책자에서 '절대로 모르는 인도 사람이 주는 음료를 넙죽 받아 마시지 말지어다', '절대로 모르는 사람이 인도하는 좁은 곳으로 따라가지 말지어다', '1년에 껠랄라 지역에서 말없이 사라지는 여행자가 몇 명이며', '델리에서 사라진 여행자가 동쪽 끝 캘커타에서 마약에 취한채로 발견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둥 그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가.

우어어어...그러고보니 한밤중 하고도 외국 하고도 인도다. 택시 운전사가 이 길이 맞다고 하면 맞는 줄 알아야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있겠는가? 이태원 가자고 택시 탔는데, 경기도 화성 인근 야산에 내려 놓아도 그러면 그런 줄 알아야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있겠는가?

그저 믿는 것은 쪽수였다. 우리는 셋. 운전사는 하나. 제 아무리 남자라도 칼침(고전적인 어휘다)을 들지 않는 한...!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운전사가 어떤 남자와 수군수군거리더니 어라어라? 그 남자도 타네? 앞 자리 조수석에? 윽...태연을 가장하며 항의하듯 그 사람은 왜 타냐는 우리 말에 운전사께옵서는 조수라는데! 우리가 무슨 찍소리를 할 것이냐...

그렇게 이제는 인도남 2명 vs 한국녀 3명이 침을 꼴깍이면서 길을 달렸다. 


길은 정말이지 포토샵에 페인트로 검은 색을 들이부은(위의 그림 효과를 보라!)듯이 너무나 깜깜했다. 우리들의 마음도 껌껌했다. 공항에서 나가는 길이라고 우리나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로등 전무. 불빛 전무. 인가 전무. 비포장 툴툴. 앞으로 1킬로 암흑 + 뒤로 1킬로 암흑. 앞에는 반짝이는 눈의 두 남자. 사이드미러를 통해 탐색하는 나의 눈길과 가끔씩 마주치는 그 '조수'란 남자. 가끔씩 뒤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흐억, 납량특집이 따로 없다. 그들의 얼굴이나 표정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이 상황때문이다. 원래 긴장감 고조시키는 재주로 유명한 나 hertravel이 고요를 깨뜨리며 말을 꺼냈다.

"야 이거, 여기서 죽어도 소리소문없이 아무도 못찾겠다.
아니 아니, 아예 실종된 줄도 모르겠다..."
"그러게..."
진작부터 그 말이 하고 싶었던 듯 재빨리 포로리가 맞장구친다.

"이 길 맞어?"
"글쎄...올 때야 보였지만...지금은 안 보이니까..."
자신없는 도로리의 대답이 이어진다.

"아무튼 긴장된 표정은 보이지 말자 ㅠ ㅠ "
" (이미 아그립빠 석고상처럼 굳은 표정) 흠 흠 ... "

여전히 앞으로 암흑, 뒤로도 암흑, 앞자리 인도 남자들의 반짝이는 눈 4개...어.. 또 마주쳤네...

"툴,툴,툴, 툴그렁그렁그러러러.................. "
차가 섰다.

뒷자리의 세 한국 여인 긴장 상태 돌입. 지금 시각 한 밤 11시 30분..
앞의 두 인도 남자, 둘이서 수군수군하더니 갑자기 차에서 내린다.
온 세상이 껌껌 조용~하다

인도 영어로, 잠깐 고장이 났으니 고치고 간다고 한다...

"이거 설마 쇼하는 거 아니지?"
"어쩌지? 지금 고장난 거 맞지?"
"뭐 둔기같은 거(신문 사회면을 너무 많이 봤다) 들고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정말 고장이라도 못 고치면 여기서 어떻게 하냐?"

그저, 사람이란, 사람을 믿는 수 밖에 없다. 두 남자는 뭘 끽끽 거리더니 다시 차에 올라 탔고, 그리고 얼마를 한참 간 뒤 우리는 목적지인 파하르간지에 내렸다. 멀쩡하신 인도 기사분을 두고 셋이서 상상의 납량특집을 찍은 우리들은 무척 안도하며 한편으로는 약간 허탈 민망 죄송해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렇다. 20세기의 대한민국 추억의 大 프로그램 <KBS 전설의 고향>에서도 구미호나 천년묵은 이무기는 아무 이유없이 사람에게 나타나는 법이 없었다. 다만 심약한 사또 혼자서 끅끅 놀라다 심장마비로 저승사자를 콜하는 바람에 연기자 대기실에서 농담따먹기하던 조연 연기자들만 일이 빨리 끝나 기쁘게 만드는 그런 대본일 뿐이었다. 

아니, 좀 더 수준있게 말하자면 E.M.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 소설을 읽어보면 느끼는 '막연한 신비감과 성적 환상에서 빚어지는 인종적인 편견'에 대한 살아있는 그 날밤의 기록이나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의 반발감과 상관 없이 자기 자신이 막상 인도땅에 내려서는 이런 저런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이성적인 판단이 엉망진창 흐려지는 첫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디아의 보편적인 택시 모습이다.

우리가 탄 택시는 이것보다 한 20년쯤 더 탄 차로 보면 되고 이 사진의 발랄한 역동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공포의 암흑을 달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된다. 인디아 택시들의 이런 노랑과 검은색 디자인의 둥글 몽땅한 차체는 자신들을 통치했던 영국의 흔적이 남은 것으로, 영국의 택시들을 카피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탔던 택시는 깡통안에 탄 기분이었고 깡통의 기분에 걸맞게도 한번쯤 깜깜한 길에서 서 줘서 필요없는 한밤의 자작  상상 공포극에 시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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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travel | 2007/05/07 00:54 | 인디아가 괜히 인디아 | 트랙백 | 핑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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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ink at 2007/05/07 00:59
끝내주는 경험을 하셨네요. 아무 일 없으셨으니 다행이에요. 그거에 비하면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흑인 두려워하는건 비교도 안 되겠는걸요.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7 01:09
전해서 듣는 조언이 -!- 두려움을 더 키우기도 하고 좋은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인도로 가는 길'을 읽어보면 그 엉망진창의 영국산 지식인들의 허망한 현실이 꼭 제 이야기처럼 벌거벗겨지는 그런 경험이 있더라고요. 그 소설이 쓰여진지 참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의식이란...
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7/05/07 01:27
근데 택시에 조수가 타다니 (......) 오른손만으로 운전할 수가 없어서 옆에서 보조해주는 걸까요 ㅁㄴㅇㄹ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7 01:32
그게 그냥 말하면 말이되는 나라라... 아마도 다른 택시 기사 공치고 돌아가는 것 태워주기로 했다든지...여러 이유가 있었을텐데 인도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곧이 곧대로 피곤하게 설명했을 이유가 없겠죠! 그냥 편하게 "조수"!" 그러고 마는 그들의 습성...그냥 그대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ㅡ ㅜ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5/07 06:22
한밤중에 어디 중부의 국도를 탓는데.. 정말 헤드라이트를 켜도 불빛이 어둠에 먹히더라고요. 세시간동안 불빛하나 없는 외길을 달려가는데, 기분이 차-암 묘했습니다. 어둠 그 자체가 아니라 어둠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쩔수 없는 자기 보호본능이셨을거예요. :)
Commented by asteria at 2007/05/07 08:12
크하. 상세한 묘사!!^^
전 다행히 인도에 먼저 와 계시던 분이 있어서 무사히 공항버스를 타고 파하르간즈까지 갔었어요. 그 때도 한 밤중이었어요. 나중에 한국 여행자분들께 듣기로는 택시에서 험한일 당한 분들도 많다고..-_-; (아주 험한 건 아니고 돈 더 내놔라 정도긴 했지만;) 무사히 도착하셔서 다행이네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7 09:26
Charlie님/ ^^ 한국에서도 그런 길이 있길래 후배에게 장난친다고 차를 세우고 라이트를 껐다가 정말 너무나 암흑이라 제가 더 놀라 비명을 지른 일이 있습니다. 묘한 공포가 있더군요.

asteria님/ 역시 버스! 여러 사람이 함께 다니는 밝고 안심되는 버스---
Commented by nerd at 2007/05/07 09:46
ㅎㅎ 인도는 정말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그래도 택시 밀면서 가지는 않으셨군요. 다행입니다. 전 예전에 로컬 버스 탔다가
버스가 고장나는 바람에 승객들하고 버스 밀면서 정비소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완죤 안습이었죠. ㅋㅋ 전 그 장면을 보았던 것입니다. 달리는 버스가 기어를 변속하면서
기어 스틱이 빠져 버렸던 것을요..... ㅠㅠ;;
Commented by 시엔 at 2007/05/07 09:52
정말 생동감있네요 ㅋㅋ 뭐 세계 어딜가나 두려움 같은 건 그림자처럼 졸졸 잘도 따라다니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처음에만 그렇지 몇일 지나면 현지인처럼 돌아다니게 된다는.. ^^;;
Commented by 앙녀 at 2007/05/07 11:01
하하하!!! 경기도 화성 야산 거기가 바로 우리집 근처 입니다.
그 유명한 화성부녀자 연쇄실종사건 우리집 근처에서 다 핸드폰이
꺼져서 우리집까지 경찰이 찾아왔더군요.
집값 땅값 다 떨어지고 있어 고민이에요 ㅠㅠ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7 12:36
nerd님/ 재미있는 경험을 하셨군요- 저도 버스 타이어가 펑크나서 몇 시간이면 갈 길을 10시간 걸려 간 적은 있지만 버스를 밀면서 가 본 적은 아직까지 다행히 없었습니다 ^^

시엔님/ 네- 게다가 그렇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면서도 제가 무섬증이 있는 편이라 조심 조심하느라고 더 그런편이거든요.

앙녀님/ 엇 그러고보니 경기도 화성 인근 야산 이란 표현이 좀 지역 주민분들에게 실례가 될런지도...삼천포 주민들이 삼천포로 빠졌다는 말 정말 싫어하신다는 것처럼..암튼 앙녀님이 크게 웃어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첼로♡ at 2007/05/09 15:39
까만 것 보고 동영상인 줄 알았어요; 으하하 원효대사가 말씀하셨듯이 아무리 마음먹기 나름이라도 무서운건 무서운 거예요; 제 친구 중에 인도에서 6년간 살다 온 녀석이 있는데(저랑 유럽여행을 함께 갖다온 사랑스러운 아이죠!) 그 녀석이 저에게 인도에 대한 무시무시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백개 해줬어요ㅠ_ㅠ 뭐랄까, 가이드북의 애기는 살짝 무시할 수 있어도 오랜 기간 살다 온 녀석의 말은 어쩐지 무게가 있어서ㅠ 그래도 뭐, 일단 가기만 했으면 좋겠어요ㅎ hertravel님도 이렇게 즐겁게 다녀오셨잖아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10 02:57
아주 위험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솔직히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지만 미리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인도에서 6년이나 산 친구라니 정말정말정말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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