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03일
그녀들, 인디아 연지곤지를 찍고 나타나다 / 델리

힘겹게 손수레를 끄는 이 여인들을 NATIONAL GEOGRAPHIC의 사진 기자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이마에 선명하게 찍혀진 인디아식 연지곤지인 "빈디!"에 대한 인디아(인도)의 강렬한 첫인상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한 손으로만 열심히 음식을 나르며 거만한 깊은 속눈썹을 감추지 않던 스튜어디스(궁금하신 분은 클릭 꾸욱~)의 인디아 항공 비행기를 내려 드디어 나는 인디아에 입국을 했던 것이다. 내가 착륙했던 그 비행기는 인디라 간디 공항 그날의 마지막 비행기였던 것이다. 그렇게 뒤늦게 내린 나는 일단 급한대로 공항의 화장실에 먼저 들어갔다..........그래도 공항인데!!!!
라는 기대감을 확 뒤집어주며 인디라 간디 공항의 화장실은 동남아에서 익히 보던 '앞에 반구형 반사대가 없는 수세식 쪼그려 변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음, 인도에 온게 맞군'... 그렇다, 나는 인디아에 도착한 것이다. 그토록 인디아 영사님이 걱정해주시던(궁금하시면 또 클릭 꾸욱~) 바로 그 인디아에 나는 드디어 내렸다!
화장실도 들르랴 하나뿐인 공항의 상점도 들르랴, 어찌하다보니 맨 마지막으로 나는 인도 입국을 하게된다. 그래서 입국장을 나와 보니 갑자기 "와---!!!!!"하는 환호성이 공항을 뒤집어 놓는다!
"엉...???"
어리둥절도 잠깐, 저 멀리 공항 입국을 환영하는 유리창에 포로리와 도로리가 얼굴을 들이밀고 두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니, 그런데 그녀들, 인디아 연지 곤지를 찍고 나타났다! 아무리 우리가 공항에서 재회하기로 했기로소니 딱 그녀들 둘만을 제외하고는 까만 얼굴로 가득한 저 건너편의 창문이여... 흰 눈자위와 흰 이를 드러내며 열심히 나를 불러대는 저 인도 남자들이여...!
"돈 바꿔...돈 바꿔...! 찢어진 돈 받지 마..! 택시 예약하지마! 다 돼 있어...!"
열심히 소리치는 포로리와 도로리. 그런데 내 눈에 강렬한 것은 찢어진 인디아의 돈(인도 돈은 동전이 없이 모두 지폐였다) 환전이 아니라 인도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마 정가운데에 빨간 인도 연지곤지를 붙이고 나타난 포로리와 도로리의 모습이었다...
그랬다, 그녀들은 인디아 연지곤지인 "빈디"를 이마 정가운데 붙이고 나타나서 조옿다고 나를 불러댄 것이다. 사나흘을 뒤늦게 도착한 나에게는 그녀들 이마 한복판에 자리한 시뻘건 빈디가 순식간에 인디아에 대한 첫인상이 돼 버렸다. 야! 이 나라의 뭔가가 벌써 그녀들을 사로잡았구나! 나도 곧...?!
좀 지나서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하자면, 인도에서 언니들이 양미간에 빨갛게 연지곤지처럼 바르는 그것의 이름은 "빈디"라고 한다. 그런데 그 빈디를 장식하는 방법을 내가 목격한대로 분류를 하자면 세가지가 있다.
그 첫번째는 동그란 원형으로 생긴 빨간 빈디 스티커를 사서 양미간에 붙이는 것이다. 이게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라 그런건지 세계 민속 의상을 대표하는 바비도 인도 바비들은 모두 양미간에 요 빨간 원형의 빈디를 붙이고 있다.


두번째 빈디의 유형은 아침이면 이들이 가게 문을 열면서, 혹은 일과를 시작하면서 즈이네들 이마나 아가들 이마에 빨간 인주같은 걸 손가락 끝에 묻혀서 이마에 찌익-하고 그리는 빈디이다. 그 빈디는 원형의 스티커가 아니고 사람 손으로 그은거라 상당히 성의 없는 모양처럼 어설프게 이마에 찍혀 있다. 빈디가 원형이 아니라 길쭉하게 꼬리를 남기며 그려지는 모양이다.
노란 줄을 세 줄쯤 그리고 그 가운데 빨간 점을 찍어 주었다. 그 빈디를 그리기까지의 이야기는 뒤로 미룬다. 아무튼 놀라운 것은 그 빈디를 그리고 바라나시 시내로 나섰을 때의 일이었다. 쪼잔하고도 집요한 장사꾼들은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다. 경찰들은 우리에게 쉬고 앉아갈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출출할까봐 그들은 우리에게 과일을 주었다.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때는 설마했는데 그 빈디는 최고의 계급 브라만이 그려준 축복같은 거였던 것 같다. 우리는 그것을 미처 모르고 갑자기 인도 장사치들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 모두가 잘해주길래 어쩐지 어색하고 더 무서워서 그 빈디를 벅벅 지워버렸다...
세번째 빈디의 유형은 상당히 장식적인 것으로 원래 빈디의 의미와는 달리 패셔너블한 장식으로 받아들여서 장식을 할 수 있는 스티커를 하고 다니는 것이다. 결국 나도 빈디에 익숙해져서 나중에 파하르간지 어느 가판대에서 반짝이는 것을 사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던 그 당시 우리 나라의 클럽은 반짝이는 빈디로 대유행을 타고 있었다. 나는 열심히 이 빈디를 붙이고 그곳을 찾아갔었다.그나저나 포로리와 도로리, 그녀들을 -게다가 인디아 연지곤지를 찍고 나타난- 먼 곳에서 만나다니 너무나 소설같은 일이었다. 빈디를 한 그녀들은 이미 우리가 속해 있던 세계를 넘어선 저쪽의 사람들 같았다, 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나는 불길같이 확 일어서 그곳으로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의심이 깊이를 잴 수 없는 바로 그 택시를 타게 된다...
tip
원래 빈디는 인도에서 유부녀들이 찍는 빨간 원형의 양미간 장식이다. 힌두교의 종교 예식중에 여사제가 지나가면서 사람들에게 파우더로 이마에 찍어주는 예습이 있었다고 한다.
원래 빈디는 인도에서 유부녀들이 찍는 빨간 원형의 양미간 장식이다. 힌두교의 종교 예식중에 여사제가 지나가면서 사람들에게 파우더로 이마에 찍어주는 예습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빈디는 사람들에게 여인의 기혼자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남성들이 여성의 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양미간의 장식에 집중하도록 기혼 여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던 빈디.
그러나 지금은 빈디가 패셔너블한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에 기혼 미혼에 관계없이 장식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인도 북부에서는 빈디가 유부녀들의 기혼사실을 알리는데 더 큰 역할을 하고 인도 남부로 갈수록 그 의미가 퇴색해 소녀들의 장식으로 쓰인다고 한다.
# by | 2007/05/03 09:00 | 인디아가 괜히 인디아 | 트랙백 | 핑백(2)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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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래 전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생생한 인도 이야기를 읽으니 어느덧 그 때가 그리워져요^^;
가끔은 인도가 뭐가 좋아? 이러다가도 뭐랄까...
그래도 유일하게 신이 있는 나라처럼 느껴질때가 있달까요?
다음 얘기도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ㅎㅎ
평생 가보면 좋겠다 생각만하다가 끝나는 나라가 될 것 같아요.
빈틈씨님/ 그래도 지금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가니까요... 평생에 한 번쯤은 가셔야죠...라고 말할 수도 있고 평생 가보면 좋겠다 생각만하다 끝나는 것도 좋아요!...라고도 말할 수도 있고요...아아 이게 웬 같기도...!
저 빈디스티커 많이 사왔는데 사용할일이 없네요.
출근하면서 하고 나올수도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