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 인디아 연지곤지를 찍고 나타나다 / 델리


힘겹게 손수레를 끄는 이 여인들을 NATIONAL GEOGRAPHIC의 사진 기자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이마에 선명하게 찍혀진 인디아식 연지곤지인 "빈디!"에 대한 인디아(인도)의 강렬한 첫인상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한 손으로만 열심히 음식을 나르며 거만한 깊은 속눈썹을 감추지 않던 스튜어디스(궁금하신 분은 클릭 꾸욱~)의 인디아 항공 비행기를 내려 드디어 나는 인디아에 입국을 했던 것이다. 내가 착륙했던 그 비행기는 인디라 간디 공항 그날의 마지막 비행기였던 것이다. 그렇게 뒤늦게 내린 나는 일단 급한대로 공항의 화장실에 먼저 들어갔다.

.........그래도 공항인데!!!!

라는 기대감을 확 뒤집어주며 인디라 간디 공항의 화장실은 동남아에서 익히 보던 '앞에 반구형 반사대가 없는 수세식 쪼그려 변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음, 인도에 온게 맞군'... 그렇다, 나는 인디아에 도착한 것이다. 그토록 인디아 영사님이 걱정해주시던(궁금하시면 또 클릭 꾸욱~) 바로 그 인디아에 나는 드디어 내렸다!

화장실도 들르랴 하나뿐인 공항의 상점도 들르랴, 어찌하다보니 맨 마지막으로 나는 인도 입국을 하게된다. 그래서 입국장을 나와 보니 갑자기 "와---!!!!!"하는  환호성이 공항을 뒤집어 놓는다!

"엉...???"

어리둥절도 잠깐, 저 멀리 공항 입국을 환영하는 유리창에 포로리와 도로리가 얼굴을 들이밀고 두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니, 그런데 그녀들, 인디아 연지 곤지를 찍고 나타났다! 아무리 우리가 공항에서 재회하기로 했기로소니 딱 그녀들 둘만을 제외하고는 까만 얼굴로 가득한 저 건너편의 창문이여... 흰 눈자위와 흰 이를 드러내며 열심히 나를 불러대는 저 인도 남자들이여...!

"돈 바꿔...돈 바꿔...! 찢어진 돈 받지 마..! 택시 예약하지마! 다 돼 있어...!"
열심히 소리치는 포로리와 도로리. 그런데 내 눈에 강렬한 것은 찢어진 인디아의 돈(인도 돈은 동전이 없이 모두 지폐였다) 환전이 아니라 인도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마 정가운데에 빨간 인도 연지곤지를 붙이고 나타난 포로리와 도로리의 모습이었다...

그랬다, 그녀들은 인디아 연지곤지인 "빈디"를 이마 정가운데 붙이고 나타나서 조옿다고 나를 불러댄 것이다. 사나흘을 뒤늦게 도착한 나에게는 그녀들 이마 한복판에 자리한 시뻘건 빈디가 순식간에 인디아에 대한 첫인상이 돼 버렸다. 야! 이 나라의 뭔가가 벌써 그녀들을 사로잡았구나! 나도 곧...?!

좀 지나서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하자면, 인도에서 언니들이 양미간에 빨갛게 연지곤지처럼 바르는 그것의 이름은 "빈디"라고 한다. 그런데 그 빈디를 장식하는 방법을 내가 목격한대로 분류를 하자면 세가지가 있다.


그 첫번째는 동그란 원형으로 생긴 빨간 빈디 스티커를 사서 양미간에 붙이는 것이다. 이게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라 그런건지 세계 민속 의상을 대표하는 바비도 인도 바비들은 모두 양미간에 요 빨간 원형의 빈디를 붙이고 있다.

두번째 빈디의 유형은
아침이면 이들이 가게 문을 열면서, 혹은 일과를 시작하면서 즈이네들 이마나 아가들 이마에 빨간 인주같은 걸 손가락 끝에 묻혀서 이마에 찌익-하고 그리는 빈디이다. 그 빈디는 원형의 스티커가 아니고 사람 손으로 그은거라 상당히 성의 없는 모양처럼 어설프게 이마에 찍혀 있다. 빈디가 원형이 아니라 길쭉하게 꼬리를 남기며 그려지는 모양이다.

손으로 그린 빈디는 나와 포로리 도로리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인디아 여행을 한참 하며 바라나시까지 가서의 일이다. 그 유명한 바라나시의 가트에서 우리가 지치고 지쳤을 때 인디아의 승려 계급이자 최고 계급인 브라만 지도자 아저씨가 우리의 이마에 '인도를 돌아다니면서도 일반인들에게서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이마 빈디를 그려준 적이 있다.
 
노란 줄을 세 줄쯤 그리고 그 가운데 빨간 점을 찍어 주었다. 그 빈디를 그리기까지의 이야기는 뒤로 미룬다. 아무튼 놀라운 것은 그 빈디를 그리고 바라나시 시내로 나섰을 때의 일이었다. 쪼잔하고도 집요한 장사꾼들은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다. 경찰들은 우리에게 쉬고 앉아갈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출출할까봐 그들은 우리에게 과일을 주었다.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때는 설마했는데 그 빈디는 최고의 계급 브라만이 그려준 축복같은 거였던 것 같다. 우리는 그것을 미처 모르고 갑자기 인도 장사치들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 모두가 잘해주길래 어쩐지 어색하고 더 무서워서 그 빈디를 벅벅 지워버렸다...


세번째 빈디의 유형은 상당히 장식적인 것으로 원래 빈디의 의미와는 달리 패셔너블한 장식으로 받아들여서 장식을 할 수 있는 스티커를 하고 다니는 것이다. 결국 나도 빈디에 익숙해져서 나중에 파하르간지 어느 가판대에서 반짝이는 것을 사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던 그 당시 우리 나라의 클럽은 반짝이는 빈디로 대유행을 타고 있었다. 나는 열심히 이 빈디를 붙이고 그곳을 찾아갔었다.

그나저나 포로리와 도로리, 그녀들을 -게다가 인디아 연지곤지를 찍고 나타난-  먼 곳에서 만나다니 너무나 소설같은 일이었다. 빈디를 한 그녀들은 이미 우리가 속해 있던 세계를 넘어선 저쪽의 사람들 같았다, 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나는 불길같이 확 일어서 그곳으로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의심이 깊이를 잴 수 없는 바로 그 택시를 타게 된다...
tip
원래 빈디는 인도에서 유부녀들이 찍는 빨간 원형의 양미간 장식이다. 힌두교의 종교 예식중에 여사제가 지나가면서 사람들에게 파우더로 이마에 찍어주는 예습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빈디는 사람들에게 여인의 기혼자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남성들이 여성의 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양미간의 장식에 집중하도록 기혼 여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던 빈디.

그러나 지금은 빈디가 패셔너블한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에 기혼 미혼에 관계없이 장식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인도 북부에서는 빈디가 유부녀들의 기혼사실을 알리는데 더 큰 역할을 하고 인도 남부로 갈수록 그 의미가 퇴색해 소녀들의 장식으로 쓰인다고 한다.

by hertravel | 2007/05/03 09:00 | 인디아가 괜히 인디아 | 트랙백 | 핑백(2) | 덧글(15)

트랙백 주소 : http://hertravel.egloos.com/tb/336994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HerTravel의 지구 한 .. at 2007/08/01 11:59

... ;먹다가 도쿄가 망할 오므라이스_5 -델리_인도인도 어린이들의 손수레(?) 통학 버스어둠 속의 인디아 밤길,hertravel 실종되다? 그녀들, 인디아 연지곤지를 찍고 나타나다 인디아 에어, 기내식 기다리다 지구 한바퀴 인도 영사님, 여행을 말리다. 덩더꿍 개가 말했다, ... more

Linked at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at 2009/12/14 01:24

... 한편 나는 불과 사나흘 먼저 온 그녀들이지만 마치 서너해쯤 먼저 인도에서 살아왔던 친구들인양 이 모든 절차를 바라보며 너무나 느긋하기까지 했다. 보라, 그녀들의 이마에 저 뻐얼건 빈디가 빛나고 있지 않더냐 말이다---! 우리들의 숙소가 있는 파하르간지는 공항에서 꽤 먼 곳이라고 포로리 도로리가 귀띔했다. 택시에 올라서는데 갑자기 시간이 무려 밤&n ... more

Commented by asteria at 2007/05/03 09:24
링크해두고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D 링크 신고가 조금 늦었네요.
저도 오래 전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생생한 인도 이야기를 읽으니 어느덧 그 때가 그리워져요^^;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7/05/03 09:28
최고 계급의 브라만이 그려준 축복... 어쩐지 멋있는데^^ 왜 지우셨어요 이런~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3 09:3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뭐 그냥 제 블로그는 다들 편한대로 링크 무신고제입니다 ^^ 그래도 덧글이 있으면 더 좋지요. 오래전 여행기 쓰면서 저도 옛 생각이 새록새록 들고 있답니다. 내가 정말 그 나라 그 순간에 그 곳에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3 09:33
덧글 쓰는 동안 징소리님/ 그렇죠? 이해가 안 가시죠? 어 그런데 그 때는 그게 좋은 싸인인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못살게 굴지도 않고 여러모로 길 다니는게 너무 다른 느낌이라 되려 우리가 당황스러워서 그랬답니다...
Commented by 시엔 at 2007/05/03 10:20
인도도 한 번쯤을 가고 싶은 나라인데...
가끔은 인도가 뭐가 좋아? 이러다가도 뭐랄까...
그래도 유일하게 신이 있는 나라처럼 느껴질때가 있달까요?
다음 얘기도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7/05/03 11:10
막상 갈 생각을 하면 다른 나랄에 비해 왜 이리 두려움이 먼저 오는지..
평생 가보면 좋겠다 생각만하다가 끝나는 나라가 될 것 같아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3 12:13
시엔님/ 한 번쯤 가볼 만한 나라인 것도 틀림 없고요...인도가 뭐가 좋아? 그 말도 틀림은 없는 나라같습니다...마냥 좋아하고 꿈꿀만한 나라는 아니라고 쓰고 싶으면서도...그런 경험 다른데서는 어디가서 하겠는가 싶기도 하고...아주 애증이 교차하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ㅠㅠ

빈틈씨님/ 그래도 지금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가니까요... 평생에 한 번쯤은 가셔야죠...라고 말할 수도 있고 평생 가보면 좋겠다 생각만하다 끝나는 것도 좋아요!...라고도 말할 수도 있고요...아아 이게 웬 같기도...!
Commented by 앙녀 at 2007/05/03 13:41
큭 인도가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빈디.
저 빈디스티커 많이 사왔는데 사용할일이 없네요.
출근하면서 하고 나올수도 없고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3 19:20
저도 마지막 빈디가 아직 어딘가 서랍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까날 at 2007/05/03 22:29
아..지워버린신 건 아까운 일이지만. '갑자기 인도 장사치들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 모두가 잘해주길래 어쩐지 어색하고 더 무서워서 그 빈디를 벅벅 지워버렸다...' 이상황은 정말 공감이 갑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4 00:17
공감해주시는군요. 정말 그것도 마냥 좋은 마음으로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못살게 구는 것을 하지 않더라는, 그런데 약간 의아한 표정들로 어디서 그것을 그렸느냐 묻기도 하고...그 빈디를 보는 눈이 약간 완장 보는 분위기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그랬습니다.
Commented by 똥사내 at 2007/05/05 21:50
인디아 신비스럽기는 한데 가고 싶지는(하악)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06 00:57
어떤 마음인지 압니다 ^^ 가고 싶은 사람도 가서 변심하여 돌아올 수도 있는 곳이니만큼요. 저도 다녀오자마자 얼마간은 인디아에 대해 애증의 "증"이 더 심했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니 "애"나 "증"을 떠나서 제가 저 곳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다녔던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Commented by 첼로♡ at 2007/05/09 15:35
와, 저 다시 인도 가고 싶어졌어요! 신기한 빈디를 얻게 되신 경위가 궁금하군요! 잘 적어놨다가 저도 가게 되면 꼭 그렇게...ㅋㅋㅋ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10 02:59
너무 피곤하거나 지친 표정을 짓고 있으면 한국이나 인도나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전철역의 도를 믿으시는 분들...그리고... 인도 얘기는 (별 것 없지만) 언젠가...!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