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를 먹어야 내일의 태양이 뜬다, 록폰기 4탄 / 롯퐁기 핀토코나 회전초밥_28

그래, 스시를 먹어야 내일의 태양이 뜬다. 제 아무리 오므라이스를 먹은들, 히레가스 샌드를 먹은들, 단팥죽을 먹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스시가 아니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좋은 것을 보고 맛난 것을 먹었지만 스시를 먹어야 오늘 하루가 저물고 내일의 태양이 뜰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도쿄 여행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줄을 선다...


그래도 이 정도의 줄은 있어야 (이 정도의 줄? 한번 들어간 일본 손님들 진짜 어지간해서는 빨리 안 나온다. 절대로 저 줄은 한국에서의 속도로 줄어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정도의 줄은 있어야) 일본의 손님들은 안심하고, 일본의 식당은 체면치레가 되고, 우리 한국인 여행자는...피눈물과 침을 흘린다.


록폰기 힐즈에 있는 초밥집 <핀토코나>. 초밥집 이름치고는 조금 특이하게 느껴진다. 알고보니 '핀토코나'는 일본 가부키극의 남자 주인공이라고 한다. 식당의 인테리어도 역시 가부키 무대의 분위기 컨셉이라고 한다.

학교다닐 때 한 학기 강의에도 나왔고 시험까지 쳤으나 시간이 세월인지라 지금 내가 가부키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다큐멘터리같은 데서 본 다다미 바닥과 기이하게 꺾은 손으로 꽃같이 서 있는 백짓장 여자 분장뿐이다. 일본의'가부키'와 '노'를 배우면서 그 특유의 암울함과 무엇인가 불길한 귀신같은 분위기 때문에 멈칫했던 기억도 난다. 


이 집은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록폰기 힐즈라 그런지 유난히 서구 사람들이 즐겨 찾아가는 도쿄의 스시집이기도 했다. 검색을 해 봐도 영어로 된 외국 사람들의 후기가 펑펑펑펑펑펑펑펑!! 넘쳐난다. 


어떤 일본 블로거의 리뷰에서는 이곳에 몇 십 년 동안 스시를 쥐신 주인이 계셔서 더욱 미더웠다는 내용이 있었다. 오, 그렇다면 왼쪽에 계신 저 분이 "몇 십 년을 스시를 쥐신 분"이실까?



일본에서 이런 스시집에 들어서면 스시를 잡던 요리사분들께서 갑자기 "쓰웨---!!!"하고 외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의 회전스시집에 가면 스시 잡는 요리사들이 다같이 "쎠어---!!"하고 외쳤다.


=  "쓰웨-"와 "쎠어-"사이  =

알고보니 일본에서 "어서 오십시오"의 뜻인 "이랏샤이마세"를 초밥맨들이 우렁차게 외치다보니 억양이 약한 것은 생략되고 강한 것만 살아서, "이랏샤이마세~ -> 랏샤마세~ -> ㅁ쎄~ ->쓰웨" 이렇게 변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어서 오십시오"를 초밥맨께서 우렁차게 외치다보니 억양이 약한 것은 생략되고 강한 것만 살아서, "어서옵쎠~ -> 어섭쎠~ -> 섭쎠~ ->쎠어~" 가 된 것이다. 요즘은 너무 축약됐다고 느낀 모양인지 조금 덜하게 소리들을 치시고 계시다.


확실히 <핀토코나>의 식당 내부는 형광등과 밝은 나무문양의 일반적인 스시집이 아니라 어두운 실내 조명과 핀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냈다. 칵테일 바와 같은 분위기의 bar 옆으로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고 다다미 마루 위에 올라서게 돼 있다. 다른 일본의 가게들에서도 그랬듯이 신발을 벗어 라커로 된 신발장에 넣고 열쇠를 챙기거나 번호를 왼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bar의 손님들과는 달리 가게의 안쪽으로 들어섰는데.

앉아서 스시를 먹을 수 있는 일식 테이블이 나타나고 마치 비밀의 방인양 그 사이를 칸막이로 가려서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 놓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가려진 틈 사이로 스시를 업은 벨트가 지나간다.

프라이버시가 있는 회전초밥집이네? 우리들은 앉아서 벨트로 전해 오는 어여쁜 녀석들을 감상하였다. 스시를 만든 아저씨들도 잘 보이지 않고, 내가 찍은 스시를 바로 내 앞에서 여봐란 듯이 꼭 가져가던 마법의 손을 가진 '회전스시집 옆 손님'도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다.


오오 이 기묘한 시스템을 보라. 열려있지만 대화도, 먹는 것도, 집는 것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리하여 다른 테이블이나 요리사 눈치 볼 것 없는 적나라한 우리들의 품평회가 계속됐다. 편했다.

사실 회전 스시 먹으러 가서 옆에도 손님이 있는데 '저건 무슨 생선이지?', '모르지, 하얀 것은 쌀이고 붉은 것은 생선이지.' (까지는 괜찮다),  '헉 손대지마, 손대지마, 나온지 좀 됐다, 말랐다!'  라든지, '잠깐 잠깐, 접시 색깔 좀 봐! 오오 그것은 안 돼!'  라는 비명, '너 저거 먹으면 앞으로 세 접시는 쉬는 거다-'  라는 류의 은밀한 협박을 다정 찬란하게 서로 나누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고맙게도 이곳은 그 은밀한 협박을 즐기는 스시 투어를 계속하기에 딱 좋았다.

조금은 특별한 곳임을 자랑하고 싶었던지 이 곳은 다른 회전초밥집과는 다르게 녹차 티백대신 녹차 가루를 갖다 놓고 직접 타 먹게 해 놓았다. 식성에 따라 녹차 가루를 음식 위에 솔솔 뿌리고 싶은 사람은 뿌려서 먹을 수도 있도록 말이다.


녹차를 가루 타서 마시든 물에 휘둘러 마시든 빻아 마시든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일의 태양을 뜨게 할 스시가 벨트를 타고 나타났다. 자, 이제 젓가락을 들자, 과연 내일의 태양일 뜰런지 알게 뭐냐, 일단 우리는 먹어보자꾸나, 그렇게 다음 글로 이 날의 가부키 남주인공의 이름을 딴 스시 목록이 넘어간다

....이어지는 스시 포스팅을 보시려면..............(계속)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지구 한바퀴 여행 정보 28 - 가부키가 궁금하다]

가부키歌舞伎는 일본 역사에서 일반 대중들이 접할 수 있었던 연기 무대 예술로서 연극같은 것이다. 처음엔 여배우들 때문에 풍속적인 문제가 많이 생겼고 그런 연유로 여배우를 금지하게 된 이후부터는 남성들이 그 역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남성 배우들도 결국 동성연애가 문제가 되어 가부키의 이름이 뜻하던 노래와 춤보다는 일반 연극 장르가 되었다고 한다.


------------------------------------------- (오늘의 마무리)---------------------------------------------

by hertravel | 2007/04/29 00:06 | 도쿄 먹자 여행 (1) | 트랙백 | 핑백(3)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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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 피플誌는 세계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100인이나 뽑으면서 이 점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연결글인 [스시를 먹어야 내일의 태양이 뜬다 록폰기 4탄_28]을 보시려면 이 곳을 클릭.------------------------------------------- (오늘의 절취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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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섰던 것 같다. 마치 선택받은 사람들처럼 두어명씩 들어가는 그 틈 안으로 힐끗힐끗 구경을 한다. 사진은 다이와 스시의 대장 할아버지. 예전에 &lt;스시를 먹어야 내일의 태양이 뜬다&gt; 포스팅을 했을 때 marlowe님께서 덧글로 "스시의 장인을 만나면 그 손을 핥아보고 싶다"고 남기셨던 덧글이 생각나서 혼자서 킥킥 웃었다. '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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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ier de Joel Robuchon, 록폰기 6탄_30 자알 먹은 스시 계산하는 법, 록폰기 5탄_29 스시를 먹어야 내일의 태양이 뜬다, 록폰기 4탄_28 후쿠오카 튀김 주먹밥과 최홍만의 록폰기 3탄_27 곰돌이가 모여 있던 록폰기 2탄_26 홍 ... more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04/29 00:50
기다렸다가 덧글 올립니다+ㅁ+!
녹차가루와 회전 초밥집이면서도 비밀스러움이 멋진걸요.
우리 나라엔 언제 저런 게 생길까요;_; [발상을 조금만 달리해도 저런 멋진
시스템이 생기는데 흥흥!!!]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29 01:07
기다리셨군요-
저긴 정말 아이디어가 좋았던 것 같아요.
2편에도 나오겠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곳 같습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4/29 02:09
첫 사진이 녹아내릴듯한 두툼한 뱃살...; 금접시~!
각각의 방으로 레일이 지나가는건 처음봤어요. 초밥 쥐시는 분 바로 왼쪽에 앉아서 눈을 빛내며 먹곤 했는데 그럴필요가 없군요. 마음편히 먹을수 있는 시스템이라니 참 좋습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29 02:32
저는 저 참치에 날렵하게 난 칼날선에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 별 것 아닌데도 방처럼 만든 아이디어는 참 좋았습니다. 테이블 끝쪽 사람이 자꾸 레일 옆 사람한테 저것 좀 내려달라 시켜야 하는 것을 뺀다면요 ^^
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7/04/29 04:22
아 저 두꺼운 스시... 정말 좋아 보여요 ㅜㅜ 너무 얇게 떠서 내는 집은 정말이지 용서가 안 돼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29 10:12
게다가 스시 뷔페라고 해 놓고 밥이 너무 큰 곳도 용서가 안 됩니다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7/04/29 11:34
아.. 침고여요..;ㅁ; 우리나라도 양질의 초밥에 가격도 착한 곳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4/29 16:44
좀 엽기적이지만, 저는 스시 달인을 만나면 손바닥을 핥아보고 싶어집니다.
온갖 스시의 맛과 향이 배어있을 것 같아서...
(휴 헤프너를 만나면, 키스하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Commented by jakaj at 2007/04/29 21:17
초등학교 때였나 한 20여년 전 쯤에 롯본기의 어느 초밥집을 거덜냈던 적이 있는데 그날 거기서 밥을 샀던 아저씨의 정망 가득한 표정이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아아 배고프다. 쩝쩝....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30 00:27
징소리님/ 저도 바랍니다---

marlowe님/ 달인께서 엽기로 느끼실지 관능으로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 그리고 휴 헤프너씨와의 만남, 키스 정도로 단계 조절되어 다행입니다 ^^

jakaj님/ 아 거덜내고 싶습니다---
Commented at 2007/04/30 09: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30 09:41
비공개님/ 반갑습니다. 동시 덧글을 쓰고 있었나 봅니다 ^^ 제가 아는 음식점 이야기가 나왔길래 좋아라 쓰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 곳, 좀 불친절한데가 있는가 보네요 + ㅁ+
Commented by skywalker at 2007/04/30 20:40
아.. 저는 도대체 일본에 가서 무얼 먹었던 걸까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30 21:40
저도 몇 번을 가고 나서야, 그리고 일본의 친구가 여행책에 나오지 않은 곳으로 데려다 주고서야 이런 저런 음식점들을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다가 생각해보니 아무데나 걸리는대로 다녔던 예전의 밥집들도 다 맛있고 좋았던 추억! 새우튀김동이 그런 건줄도 모르고 처음에 시켰다가 밥공기 위에 큰 새우튀김 하나 덜렁 나와서 깜짝 놀랐던 그 새우튀김동도 다시 먹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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