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16일
인도 영사님, 여행을 말리다.
...그렇게 긴급 철수 작전중인 첩보원처럼 나는 시계를 노려보며 9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비행기 좌석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표를 예약했다, 여권을 챙겼다, 12시에 늦지 않게 허겁지겁 달려 달려서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헐떡, 숨이 턱에 찬 채 인도 대사관에 도착했는데...
아...나는 이때까지 대사관이라고 하면 미 대사관같은 건물이나 빌딩을 떠올렸지 많은 나라들이 골목길에 있는 누구 누구네 집 같은 곳을 대사관으로 쓰는 줄을 그 때까지도 몰랐다. 당시 (지금은 모르겠다) 인도 대사관은 한남동 언덕배기 위에 있는 가정집 단독주택이었다....
나는 그 '집' 대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현관 문턱을 넘어서자 양복을 입은 남자 서너 명이 의자 하나씩 앉아 있었다. 드라마 속의 70년대 동네 병원에 들어선 것 같았다. 잠시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꽂아야할까 고민스러웠다. 적막한 현관이었다. 현관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조명삼아 적당히 어두웠다. 현관 바로 앞 방이 바로 비자 인터뷰를 하는 방이었다.
그즈음 인도를 가겠다는 사람들은
(1)무역업을 하는 사람들
(2)불심이 대단한 성지 순례 불자들
(3)요가와 명상을 하려는 특별한 사람들
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줄에 이어 앉자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 보았다.여자는 나 혼자였다.
'넥스트 펄슨'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자연 채광의 방에는 검소한 나무 책상이 하나 놓여있고 책상 건너편에는 간디가 되시려다 만 자그마한 인도 아저씨께서 앉아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영사님인가 보다.
왜 인도를 가냐고 물으신다.
"holiday....travel"
영사님, 고개를 갸웃-하며 비자는 누구와 같이 받느냐고 물으신다.
"myself....alone"
억-!
짙은 쌍거풀 속에 거뭇거뭇 동그란 영사님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그 긴 속눈썹을 껌벅껌벅하신다. 갑자기 간디가 되려다 만 영사께서 충격을 한그릇 꿀꺽 잡수신 것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비행기는 누구와 같이 타고 가느냐 물으신다.
"(비자 인터뷰에 이런 것까지?)myself....alone"
인도 영사님, 어쩌나, 충격 두 그릇째 꿀꺽 잡수시고 뒷통수 뿅망치까지 제대로 맞으신 듯.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지더니 말을 더듬으며 당신 손을 쥐락펴락 부비며,
여자... 혼자서... 여기서 인도까지 간다고요? 여행하러...?
하면서 되려 나에게 더듬더듬 말을 더듬으신다. 비자 신청자는 '아, 갈 수 있다는데 왜 그러세요'라는 표정으로 팔자 눈썹을 만들고 앉아있고 오히려 영사님께서 패닉 상태. 이건 아니잖-아-
오... 당신... 혼자... 여행.... 인도까지...아니... 아니아니...
(비장의 눈빛) 집에서 허락을 하나요? 아... 그렇습니까...아...대단....
설마 설마 했는데 집에서 허락했냐는 질문, 더 이상 평범한 비자 인터뷰가 아니다. 보통 비자 인터뷰라고 하면, 왜 가느냐, 무엇을 할거냐, 잘 돌아올거냐, 이런 거 아닌가? 영사님은 지금 부모님처럼 나를 걱정하시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예상과는 항상 무엇인가가 다르거나 엇나갈 그 어떤 나라를 가는 것이다, 라는 이 정확한 예고편!
영사님,불안하신듯 연신 손을 부비다가 이윽고 결정적인 한 마디를 하셨으니,
"꼭 가실겁니까"
아아 이것이 정녕 비자 인터뷰란 말인가, 모든 장애를 뛰어 넘어 인디아에 가기로 겨우 극적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엔 인도 영사님이 비자를 안 내주시려는 것인가,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비자 발급 거부 이유는 여자 혼자 비행기 타고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우리 다정하신 영사님 마음에 너무 걱정이 되셔서? 오...영사님~
"꼭 가셔야만 합니까"
영사님, 덩더꿍 개가 말했습니다, 인도 여행을 가겠다고요.
조심하십시오. 조심하십시오. 항상 조심하십시오.
영사님은 당신 나라 여행간다는 나를 굳이 더 이상 말리시지는 못하고 비자 도장을 찍으시며 몇 번을 강조했다.
막상 인디아에 가서도 무지하게 독특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만 정작 내가 10억 인구 거대 국가의 고급 공무원이신 인도 영사님을 충격과 근심으로 몰아 놓을 줄은 몰랐다. 영사님은 퇴근 후에도, 댁에 돌아가셔서 과년한 딸을 보시며 나를 떠올리고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셨을 것이다. 아마도 영사님의 과년한 딸은 그날 까닭모르게 쏟아지는 아빠의 잔소리를 견뎌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인디아 여행은 시작됐다. '도무지 심상치 않은 나라'로 가는 첫 발걸음에 어울리는 그런 만남이었다.
아...나는 이때까지 대사관이라고 하면 미 대사관같은 건물이나 빌딩을 떠올렸지 많은 나라들이 골목길에 있는 누구 누구네 집 같은 곳을 대사관으로 쓰는 줄을 그 때까지도 몰랐다. 당시 (지금은 모르겠다) 인도 대사관은 한남동 언덕배기 위에 있는 가정집 단독주택이었다....
나는 그 '집' 대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현관 문턱을 넘어서자 양복을 입은 남자 서너 명이 의자 하나씩 앉아 있었다. 드라마 속의 70년대 동네 병원에 들어선 것 같았다. 잠시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꽂아야할까 고민스러웠다. 적막한 현관이었다. 현관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조명삼아 적당히 어두웠다. 현관 바로 앞 방이 바로 비자 인터뷰를 하는 방이었다.
그즈음 인도를 가겠다는 사람들은
(1)무역업을 하는 사람들
(2)불심이 대단한 성지 순례 불자들
(3)요가와 명상을 하려는 특별한 사람들
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줄에 이어 앉자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 보았다.여자는 나 혼자였다.
'넥스트 펄슨'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자연 채광의 방에는 검소한 나무 책상이 하나 놓여있고 책상 건너편에는 간디가 되시려다 만 자그마한 인도 아저씨께서 앉아 있었다.

(영사님은)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옹(보다는 좀 더 가냘프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사진 출처 :백과사전 검색 ENCYBER)
(사진 출처 :백과사전 검색 ENCYBER)
인터뷰를 하는 영사님인가 보다.
왜 인도를 가냐고 물으신다.
"holiday....travel"
영사님, 고개를 갸웃-하며 비자는 누구와 같이 받느냐고 물으신다.
"myself....alone"
억-!
짙은 쌍거풀 속에 거뭇거뭇 동그란 영사님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그 긴 속눈썹을 껌벅껌벅하신다. 갑자기 간디가 되려다 만 영사께서 충격을 한그릇 꿀꺽 잡수신 것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비행기는 누구와 같이 타고 가느냐 물으신다.
"(비자 인터뷰에 이런 것까지?)myself....alone"
인도 영사님, 어쩌나, 충격 두 그릇째 꿀꺽 잡수시고 뒷통수 뿅망치까지 제대로 맞으신 듯.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지더니 말을 더듬으며 당신 손을 쥐락펴락 부비며,
여자... 혼자서... 여기서 인도까지 간다고요? 여행하러...?
하면서 되려 나에게 더듬더듬 말을 더듬으신다. 비자 신청자는 '아, 갈 수 있다는데 왜 그러세요'라는 표정으로 팔자 눈썹을 만들고 앉아있고 오히려 영사님께서 패닉 상태. 이건 아니잖-아-
오... 당신... 혼자... 여행.... 인도까지...아니... 아니아니...
(비장의 눈빛) 집에서 허락을 하나요? 아... 그렇습니까...아...대단....
설마 설마 했는데 집에서 허락했냐는 질문, 더 이상 평범한 비자 인터뷰가 아니다. 보통 비자 인터뷰라고 하면, 왜 가느냐, 무엇을 할거냐, 잘 돌아올거냐, 이런 거 아닌가? 영사님은 지금 부모님처럼 나를 걱정하시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예상과는 항상 무엇인가가 다르거나 엇나갈 그 어떤 나라를 가는 것이다, 라는 이 정확한 예고편!
영사님,불안하신듯 연신 손을 부비다가 이윽고 결정적인 한 마디를 하셨으니,
"꼭 가실겁니까"
아아 이것이 정녕 비자 인터뷰란 말인가, 모든 장애를 뛰어 넘어 인디아에 가기로 겨우 극적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엔 인도 영사님이 비자를 안 내주시려는 것인가,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비자 발급 거부 이유는 여자 혼자 비행기 타고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우리 다정하신 영사님 마음에 너무 걱정이 되셔서? 오...영사님~
"꼭 가셔야만 합니까"
영사님, 덩더꿍 개가 말했습니다, 인도 여행을 가겠다고요.
조심하십시오. 조심하십시오. 항상 조심하십시오.
영사님은 당신 나라 여행간다는 나를 굳이 더 이상 말리시지는 못하고 비자 도장을 찍으시며 몇 번을 강조했다.
막상 인디아에 가서도 무지하게 독특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지만 정작 내가 10억 인구 거대 국가의 고급 공무원이신 인도 영사님을 충격과 근심으로 몰아 놓을 줄은 몰랐다. 영사님은 퇴근 후에도, 댁에 돌아가셔서 과년한 딸을 보시며 나를 떠올리고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셨을 것이다. 아마도 영사님의 과년한 딸은 그날 까닭모르게 쏟아지는 아빠의 잔소리를 견뎌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인디아 여행은 시작됐다. '도무지 심상치 않은 나라'로 가는 첫 발걸음에 어울리는 그런 만남이었다.
# by | 2007/04/16 09:22 | 인디아가 괜히 인디아 | 트랙백 | 핑백(5)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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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 미국에 놀러 갔을 때 친구랑 둘이서 왔다니까 걱정을 태산같이 하던 한국 교민 여러분이 기억나네요. 뉴욕 지하철 안에서 만났는데 연락처까지 쥐어주시면서 걱정에 걱정을 하셔서, 저희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기억이.... ^^:::
pink님/ 네 미국 비자 받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미국 비자는 용의자를 심문하는 분위기, 인도 비자는 아버지가 걱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
Charlie님/ 그렇습니다 그 분께서 어찌나 우리집 걱정을 대신 해 주시던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
현재진행형님/ 아무래도 많은 일을 보고 듣는 교민분들이시기때문에 대체적으로 그곳에 대한 조언은 항상 공포~~를 수반하죠 ^^
비공개님/ 네 저는 방명록이나 개인적인 포스팅을 하지 않고 여행기만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지금처럼 비공개 덧글로 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제가 아는 것이 없어서~
첼로님/ 인도를 다녀온지 꽤 오래전 이야기니까 어떤 것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 겁니다. 그래도 변함 없는 것들이 더 많긴 하지만... 인도대사관의 경우 지금은 가정집이 아니고 빌딩인 것으로 알고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