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버클리]그 분이 오셨어요 (미국의 걸인들) / 버클리 섀럭 Berkeley Shattuck

'그 분이 오셨다'라고 하면 보통 지름신을 얘기하지만 지름신이 발 뻗쳐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어딜 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이지 뭘 사고 싶은 마음이 원래 별로 없다) '그 분이 오셨어요'란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버클리의 여러 거지분들이 자꾸 떠오른다.

버클리 대학교 주변에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거지분들이 참 많으시다. 그게 또 이 곳의 아주 큰 특징 중의 하나로 꼽힐 정도다. 낮에도 있지만 밤이 되면 버클리 대로변은 거지분들이 거의 2,3미터 간격으로 누워 있다.

음... 거지가 아니라...."숙자"분들이라고 해야 겠다..... 최근 서울의 숙자분들은.... 내가 오존 흠뻑 마시기 걷기 운동으로 확인한 결과! 볕 좋은 날이면 서울역 맞은편 연세대 동창회 빌딩 대우빌딩쪽 도보 가로수 그늘에 한그루 한 명 눕기 간격으로 누워계신다...

아무튼 내가 만난 버클리 숙자 분들을 유형별로 소개 한다.

(1) 스탠더드 숙자분

기본적인 숙자의 옷차림새와 헤어스타일, 지금 이 분은 누군가 먹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패스트 푸드 용기를 살펴보시는 중.




(2) 철학적인 숙자분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다가 고매한 철학의 깊은 곳까지 도달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숙자분. 양복에 바지며 신발이며 가방이며 차림새 깔끔하고 때로 스타일까지 있어뵈신다. 같은 숙자 도둑을 물리치지 위한 아이스하키 스틱에 보온 물병까지 갖추시고 아침마다 버클리 4거리 큰 대로에 서서 지나가는 이들에게 현자의 외침처럼 '오늘은 어때' '잘 지내는 거야' 하고 뒷통수에 대고 외치곤 한다. 눈빛이 정말 살아있다. 그래서 조금 무섭다.

사진 속에서 맨 앞에 걷는 분이다.


(3) 예술가 숙자분

이 분들은 숙자가 아니라 거리 예술가로 보이는 분들이지만 악기 케이스 옆에는 담요와 가방도 있는 관계로 숙자이심을 알 수가 있다. 색서폰으로 연주하며 돈을 버는 예술가 숙자분. 유럽의 흔한 거리의 악사와는 다르다. 악사는 출퇴근을 하지만 이분은 주객이 바뀌어 숙자분인데 예술을 한다는 특징을 가진 그런 정도?


(4) 숙자를 등쳐먹는 숙자분
제일 나쁜 사람들이다! 위의 예술가 숙자분들의 악기를 빼앗아서 팔아 먹든지,자기는 연주할 줄도 모르면서 (사진 속 활 잡은 모양으로 봐서는 아는 것처럼 보이지만) 약에 취한채로 그 악기를 연주하는 "척"을 하는 코미디를 한다. 샌프란 시내 지하철 역에서, 훔친 바이얼린으로 옆구리에 끼고 활을 긋는 흉내를 내는 숙자를 보았다. 히히 웃으면서 삐익삐익 소리를 낸다.



완전히 약에 취해서 저 모습으로 이상한 춤을 추고 있었다.


(5) 불가사의한 할머니 숙자분

젊은 남녀 노숙자나 할아버지 노숙자까지는 길에서 잠 자며 겨울을 나고 그런 거 상상이 가는데 정말 불가사의한 것은 할머니 노숙자분들이 적지 않다는 거다. 도대체 할머니 노숙자들은 어떻게 추운 밤을 살아남는 걸까? 아무리 캘리포니아라고 해도 샌프란시스코는 북캘리포니아에다가 이른바 "미친 날씨"를 자랑하는, 쨍한 날 다음 날에도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 닥치는 그런 곳인데. 완전 할머니가 때가 줄줄 흐르는 옷을 몇 겹씩 입고 때가 껴서 다 터지고 완전히 곱은 손으로 주렁주렁 담요와 가방을 들고 가는 걸 보면 인간이라는 동물의 체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이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샌프란과 버클리의 숙자분들은 그리 무섭지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여행다니면서 가 본 곳들 중에서 험한 곳은 숙자 분들이 찻길로 뛰어들어 유리창을 닦고 빨간 신호에 선 차에 위협을 가하고 돈을 주지 않고 달리는 차에는 약에 취해 지붕에 올라 가고 그런 적도 있는데 여기는 공격적인 숙자분들 보다는 인생을 포기한 듯한 숙자분들이 많다.

히피의 고향이라 그럴까, 모를 일이다.


 여행유전자 따라 지구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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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travel | 2007/04/02 21:44 | 미 北캘리포니아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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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의 도시는 늘어나고 링크는 그 때 그 때 계속 업데이트 된다는 것이다.남북 아메리카 도시별 현재까지의 포스팅 리스트+남북 아메리카 (가나다 順)-샌프란시스코_미국그 분이 오셨어요-엘에이_미국이름만 농부들의 장터 L.A. Farmer's Market+남북 아메리카 일반 ... more

Commented by 강설 at 2007/04/02 22:14
와 요즘 hertravel 님 글이 쑥쑥 올라오네요 드디어 새로운 여행기까지 :)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04/02 23:08
마지막 바이올린든 분 무서워요. 광기어린 눈빛이..-_-;;;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4/03 09:23
최근 한국에서는 아기 분유값을 구걸하는 리틀 맘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노숙자 부부가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방법이 없어 구걸을 한다던 데,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지만, 어떻게든 도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diet7up at 2007/04/03 14:29
전 애완견을 대동한 숙자분도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 버클리 바트역 근처에 한분이 상주하고 계신데, 잘생기고 덩치 큰 개 한마리가 숙자분 옆에 항상 엎드려있죠. 그녀석이 spare change 수입에 도움이 되는듯 합니다. 또 다른 유형으로 아이디어가 뛰어난 숙자분도 있는데요, 그 분은 동전함 옆에 짧은 글귀를 적은 판자 하나를 세워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동정심을 갖게 하죠. 거기에는 이렇게 써있습니다. "I need money to enlarge my pennis."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03 22:07
강설님/ 일본 것 어제 몰아서 썼다가 쉬어가는 셈쳐서 여행기 파일 속에서 하나 꺼내봤지요;)
히카리님/ 약 드셔서 그래요 무서운 약^^
marlowe님/ 사실 버클리에서 숙자분들을 볼 때엔 그게 가난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선택한 삶의 한 종류처럼 느껴져서 전혀 절실함을 못 느꼈는데 (할머니 숙자분 제외하고는) 얼마전 '행복을 찾아서' 영화 보고는 그것만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diet7up/ 맞습니다 하나 추가, 애완견과 함께 있는 숙자분들. 아마 친구도 되고 추울 땐 이불도 되고 밤엔 경호원도 되고 게다가 수입에도 도움이^^...판자 글귀 숙자분 이야기, ㅋㅋㅋ센스 있으신 분이네요
Commented by 태니 at 2007/04/05 11:48
-_-샌프란시스코 숙자분들은 라이센스도 있어요ㅋㅋㅋ
Commented by 소마 at 2007/04/05 12:54
한국의 숙자분들과 조금 다른거 같아요. 흠;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05 17:36
테니님 앗 정말요? 정말 정말? 라이센스? 우리나라 노점상 연합회 같이요? 오늘 만우절 아니죠. 아~ 그렇구나 궁금합니다-

소마님/ 그러게요 그냥 겉으로 보기엔 우리나라 숙자님들에 비해 덜 어려운 삶인듯 보이더라구요. 처해진 상황과 절실함이 전혀 다른듯...
Commented by kathy at 2007/05/20 17:33
이거..저 학교 다닐때 살던 곳이네요. 셔턱이라는 길..
버클리는 거지가 널려서 버클리에 사는 사람들은 막상 거지의 심각성을 딱히 못느끼고 산답니다. 처음에 버클리가서 어찌나 놀랐던지. 가끔은 거지가족 누드쑈도 한다는..-_-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21 02:05
맞습니다 사시던 곳이 나오니까 반가우시죠? 거지가족 누드쇼는 정말이지 충격이셨을 것 같다는...
Commented by 레알마덕리 at 2007/06/16 23:15
할머니 숙자분들이 제일 위험합니다.. 후덜덜
과거 캐나다 살 적에 아무생각없이 다운타운에 있는 유명한 할머니 숙자분이 계셨는데 (너무 불쌍하게 생기셔서 유명했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라도 ㅅ하나씩 주고가고..) 지나가던 아저씨께서 손에 들고있던 패스트푸드 봉투를 드리는 장면을 목격했답니다. 하루종일 안 먹고 계시길래 왜지..했더니 밤중에 그녀를 태우러 리무진이 한대가 스윽 들어오더군요. 결국 그 음식은 내다버리고 기사가 열어주는 문에 올라타고는 소리없이 사라지셨습니다.
충격 구걸로 그런 돈을 번 것은 아닐테고.. 미스테리입니다.
Commented by 하나 at 2008/12/15 13:53
그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겠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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