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퓨전 일식집이 어찌 아니 기쁘랴① / 사쿠라신마치 Shin 和_9

형제분 둘이서 한다는 일본 세타가와구 사쿠라신마치의 퓨전 화식和食 레스토랑. 나와 미아키와 신군, 아라비아 왕자, 너부리는 일본인들의 축복받은 연휴 고르뎅위크를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쇼난과 가마쿠라에 투자하고, 물론 도쿄와 가마쿠라간 트래픽에도 일정을 헌납하고 돌아오면서 이 곳에서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역시 미야키의 맛집 정보망에 걸리는 축복을 받은 집이다.


화식和食 이라고 하면 우리 표현으로 일식日食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것에 '한식','한복','한과' 이렇게 '한韓'을 앞에 붙이는 것처럼 그들은 앞에 ('일日'이 아니라) '화和[와]'를 붙인다. '화和'는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으로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정체성을 투시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 것에 '일식''일복''일과'라고 하지 않고 '화식''화복''화과자'라고 한다. 이곳도 화식 레스토랑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화和'처럼 앞에 잘 붙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체성 투시 단어가 있으니 그것은 '우리'다!(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이 '우리 밀' '우리 옷' '우리 음식' 우리 우리 우리에 힘을 주는지를! 심지어 분단 반세기가 지나 동무와 친구가 갈라져 버린 저 북쪽. 저 북쪽에서도 '우리식 사회주의'가 어쩌고 할 동안 남쪽에서도 '우리가 남이가'어쩌고 하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 좋게 말하면 사람간의 정이 있는 한국인의 정체성이라 할 것이고, 나쁘게 보면 우리랑 다른 놈은 아웃하셈- 이다.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화식 레스토랑 중에서도 퓨전 화식 레스토랑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통 한식집이 아니라 퓨전 한식집. 시내 대도심에 있는 대단한 정통 음식점이 아니라, 동네에 있는 맛집. 골목은 조용한데 문 열고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좋아라고 뭔가 먹고 있는 깔끔한 젊은 밥집. 퓨전이란 이름으로 잡탕이 아니라 상큼한 음식을 기대하게 되는 그런.


기본적으로 술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살짝 주점스러운 분위기. '일본식 창작 선술집'답게 각종 술이 진열돼 있는데 주인 형제 둘 중의 한 명은 음식을 담당하고 한 명은 '술 전문가'라고 한다. 무슨 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형제 레스토랑 창업 스토리처럼.

↑본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구기 위해 나오는 작은 종지 음식들. 첫번째는 유부였던가 생선살였던가 그런 것과 두부를 섞은 듯한 볼. 일본술에서 나는 것 같은 달콤한 맛이 난다.

↑미역줄기에 가쓰오부시 가다랭이 얇은 포가 얹혀져 나온 음식. 미역의 바다내음과 가쓰오부시의 구수한 맛을 아주 조금씩 먹는 우리들의 모습은 설렁탕 나오기 전에 깍두기 집어 먹는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다.

↑집에서 만든 두부. 우리로 치면 손두부. 꼭 소금과 와사비가 같이 나와서 소금에 찍어 먹든지 와사비에 찍어 먹게 해 놓았다. 일본 두부는 우리나라 두부보다 더 힘이 없고 매끄럽고 부들부들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파는 '비단 두부'가 딱 일본 두부같다. 일본에서의 명칭도 비단두부가 있다.

↑생선 횟감의 겉을 소금 후추 깨같은 것을 뿌리고 겉만 굽고 안은 회로 남긴 타다키 요리를 가다랑어로 했다. 가다랑어 타다키 위에 파를 올리고 간장류의 소스를 뿌렸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는 데에다 파채까지 곁들이면 아삭 씹는 맛이 살짝 더해지고 파의 알싸한 향이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준다.

특히 타다키 요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집 것은 맛있지만 대학교 앞이나 그냥저냥한 술집에서도 요즘은 다 타다키를 한다고 메뉴에 올려 놓는데 정말 못 먹을 것들이 많다. 이 때 도쿄 먹자 여행 동안에 이런저런 타다키를 자주 먹었는데 이런 음식은 확실히 일본에서 먹는 것이 대체적으로 신선하고 맛있다. 물론 일본에도 싸고 비리고 힘빠진 타다키 요리를 하는 집들이 있겠지만.

"맛있다"고 서로 한마디 하고 접시를 내려다보니 완전히 비었다. 다섯 명이 한 젓가락씩만 댔을 뿐인데... 여러가지를 먹는 점에서는 좋지만 양도 역시 시식이 되는 슬픔이여.

↑일본풍 참깨 드레싱의 따뜻한 야채와 돼지고기였던가 일본 된장 소스로 만든 돼지고기였던가. 이것도 맛있었다...

역시 다섯 명의 젓가락질이 한 순간 한 번씩만 발휘되면 음식은 아라비아의 신기루처럼 말짱 빈 접시로 변해버리고 마나니, 모든 음식의 맛만 보는 시식의 저녁이라 (아아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공복의 식사여 마르지 않는 침이여) 아직도 메뉴의 1/3만 소개한 상태. 나머지 2/3가 다음 포스팅들에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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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travel의 지구 한바퀴 여행 정보 9 - 메뉴와 가격이 궁금하다면]

맛이 괜찮은 집이라면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메뉴와 가격은 다음과 같으니 대충 한 끼 가격을 계산할 수 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대신 음식 한 접시, 종지 한 접시의 양이 많지 않다는 것은 위의 사진과 앞으로의 사진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お野菜たっぷりのサラダ ~オニオンドレッシング~
양파 드레싱의 야채 듬뿍 샐러드 700엔
-自家製!お豆腐のサラダ~和風醤油ドレッシング~
일본식 간장 드레싱의 손두부 샐러드 700엔
-温野菜と豚しゃぶのサラダ~和風胡麻ドレッシング~
일본풍 참깨 드레싱의 따뜻한 야채와 돼지고기 샤브샤브 샐러드 800엔
-海鮮サラダ~和風醤油ドレッシング~
일본식 간장 드레싱의 해산물 샐러드 800엔
-生ハムとトマトのシーザーサラダ
생햄과 토마토의 시저 샐러드 800엔

(아 너무 귀찮다. 한글만 쓰자)

-돼지 삼겹살 소금 구이 840엔
-무균 돼지 어깨살 로스 소금 구이 1100엔
-초밥집 스타일로 두껍게 구운 계란말이 700엔
-미야기현 토종닭 소금 훈제 구이 800엔
-일본식 고명 두유 두부 고로케 840엔
-이 집만의 마요네즈 새우 880엔
-돼지 뼈찜 980엔
-네기도로육회 880엔
-새우 요리 튀김 740엔
-야채를 곁들인 일본 된장 돼지 삼겹살 840엔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 있는 한 입 커틀렛 740엔
-닭 튀김 800엔
-한국풍 고추장 소스의 세세리 튀김 780엔
(주인 형제가 재일교포?...웬만한 일본 음식점에는 한국식 메뉴가 꼭 있긴 하지만)

(아 그만 쓰고 싶다. 어차피 번역 거쳐 새로 쓰네.읏.)
(그래도 쓰는 김에 오기로)

-시치미 양념과 마요네즈의 에이히레구이 600엔
-고구마 스틱 400엔
-집에서 만든 자루 두부 580엔
-낫토,메가부,참마 섞음 580엔
-짠지 모음 580엔
-진미 모둠 1200엔
-오징어와 소금 450엔
-돌김 450엔
-술도둑 가쓰오 450엔

(쓰다 보니 아래쪽은 밑반찬류였군...)

------------------------------------------- (오늘의 마무리)---------------------------------------------

by hertravel | 2007/04/02 17:21 | 도쿄 먹자 여행 (1) | 트랙백 | 핑백(2)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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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만 하루에 한 번씩 다른 종류의 녹차와 과자를 먹고 싶게 만드는 멋진 아이디어. 위의 사진은 <오늘의 과자>라고 내 놓은 어느 화和(일본)과자집 가게 앞. 이 가게 앞을 지나가자면 매일 유혹을 느껴야 할 것이다. 진열장에만 주르르 내 놓고 마는 것보다 얼마나 솔깃한 정성이 있는지...&nb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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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04/02 17:36
굉장히 많은 종류를 드셨는데 이게 다 시식이다니...슬프네요;ㅅ;
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7/04/02 17:48
정말이지 일본 음식은 정갈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 하지만 왜 어째서인지 마지막 돼지고기를 보고 수육이 생각나버렸더랬습니다 (-_-;;; ) 저 비계가 아름답게 붙은 고기를 쌈장에 푹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아주 그냥
...

후후 아무튼 요즘 hertravel 님 여행기는 먹을 게 많아서 몹시 행복해요 >.<
Commented by 까날 at 2007/04/02 19:07
얼마나 드시고 오셨길래 2부가...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02 19:28
히카리님/ 그러게요, 계속 종류가 나올 건데요, 그래도 따지고 보면 다섯 명이 많이도 시켜 먹었는데 한 입씩 먹다 보니 그렇게 먹으면서도 굶주리는 느낌~!
BbasyLover님/ 저 사실은 유럽 여행 갔다온 거 올리고 싶어서 도쿄 먹자 여행에 속도 붙이고 있는 거랍니다 ㅋㅋㅋ
까날님/ ㅎㅎ 3부도 있습니다 ㅠ ㅠ
Commented by JyuRing at 2007/04/02 19:29
정말 맛있겠어요..ㅠ.ㅠ 이글루 링크해도 괜찮을까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02 20:14
JyuRing님/ 하하 물론이죠~ 저야, 영광이죠
Commented by 불련 at 2007/04/02 21:38
두부가 맛있어보이네요 ㅠㅠ
숟가락으로 떠도 부들부들거리면서 떨릴것같은 모양;;;

아 배고픈데 괜히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02 21:50
불련님/ 찐한 맛의 두부보다 고소하고 시원한 맛의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두부도 맛있게 먹을 수 있죠. 게다가 거기 간장은 워낙 달달하잖아요? 살짝 드레싱 해서 두부와 같이 먹어도 더 맛있더라고요. 배고픈데 보셨으니 뭐든 배부르게 드세요. 뒤는 제가 책임 지지 않지만... ^^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7/04/23 15:02
츄르릅! 그런데 화과자가의 화자가 꽃화자가 아니었군요^^ 첨 알았어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4/24 00:12
이런 음식, 오랜만에 다시 먹고픕니다. 이 곳 옆에 있는 모리모리 정말 다시 한 번 꼭 가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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