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꼬치구이 삼거리 / 山家 야마카_2

그렇게 나는 꼬치구이 삼거리에 서 있었다. 화려한 전경을 나중으로 미룬 채 나의 시부야 기행은 구수한 작은 뒷골목에서부터 시작됐다. 내 친구 미아키가 다시 시부야로 나를 데려올 때 세루리안 타워 쪽에서 시부야쪽으로 들어서도록 내려준 까닭이다. 시부야의 그 유명하고도 많은 쇼핑센터와 곳곳에 숨은 클럽은 서점에 숱하게 많은 여행정보책을 따라 나중에 하나씩 짚어가도 충분하겠지.

'그렇지! 이런 골목, 재밌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수하기 이를 데 없는 연기 속 꼬치구이 삼거리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손님이 들여다보는 창가에서 불을 피우고 꼬치를 꼽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이자 먹는 과정의 당당한 한 코스이기 때문에 이 거리 꼬치구이집들의 창은 여봐란듯이 자욱한 연기로 막강하게 장식 가득이다.


사전 지식이 없이 이런 음식점에 들어오면 살짝 긴장감이 차오른다. 동행이라도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비교적 자주 다니고, 열심히 기록하기 때문에 '어떤 나라 어떤 곳에서도 무엇이든 능숙하게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서든 처음 가는 곳, 처음 먹는 것은 나에게도 미지의 첫 경험이다. 도대체 이 곳에서는 꼬치를 몇개쯤 시켜야 최소한의 상식적인 자리값을 하는 것인지, 대체적으로 어떤 메뉴를 시키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직감과 운명에 한끼니를 걸어야 한다! 나는 직감이 운 좋게도 그럭저럭 잘 들어맞는 편이라서 (더 좋은 다른 선택은 있을 수가 없다. 어차피 안 시켜본 것은 결국 모르고 지나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여행은 제 멋에 산다는 말과 같은 것일지도 몰라...) 마음 먹고 주문 들어가려던 차였다.

'그래, 메뉴판 도박장에 성대하게 한 번 입성을 해 봐?'

그 때, 주문을 받으려던 종업원이 내가 한국 사람인 걸 알아채고 한국인 종업원을 불러주었다. 일본에서 고단한 일을 많이 겪었는지 조금 각박하고 억척스러워보이는 언니 한 명이 나타났다. 나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도박판에서 한 발을 뺀 사람의 안도감과 반가움을 맛보며 꽈당민정의 반달표 눈(이고 싶은 두껍눈)으로 웃었다. 언니가 거침없이 메뉴 추천 및 주문 들어가고 내 앞엔 꼬치구이 그릇이 하나 둘 서빙 됐다.


맛은 역시 일품! 닭고기는 쫀득하고 파는 달콤하다. 일본에서 돼지고기 찐만두를 (부다망) 매콤한 노란 겨자에 찍어먹듯이 꼬치구이 그릇에 겨자가 같이 나왔다. 매콤하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기린 맥주잔은 보통 유리잔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로, 문양의 색과 디자인이 참 예뻤다. 일본에는 이렇게 약간 작은듯한 사이즈의 유리컵을 자주 볼 수 있다. 과하지 않게 한 입 먹기에 딱 좋아서 물가가 비싼 나라에 어울리는 잔인가보다, 혼자 생각한 적이 있다. 게다가 일본 사람들이 워낙 맥주를 사랑하고 아껴주셔서 식사를 하면 꼭 맥주 반주를 시켜 먹는데 그렇게 마시기에도 적당한 사이즈의 잔이다. 일본 사람들은, 딱히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식사전에 맥주 한 병쯤은 시켜서 제대로 빈 속에 미리 한 잔 쭈욱 들이킨다. 내가 항상 외쳐대는 ' 맥주는 빈 속에 마실 때가 제 맛! 와인은 느글 음식 먼저 씹은 뒤가 제 맛!'을 항상 실천하고 계신다. 나 역시 '맥주는 역시 빈 속에'(물론 위장에는 안좋다)를 실천중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친구네 선물할 짐을 여행자를 가장한 불법이민자의 그것처럼 바리바리 이고 지고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면서 에스컬레이터 하나 없는 불굴의 고행기를 갔던 피곤함이 시원-한 기린 생맥주 한 잔에 씻은 듯 사라졌다.

이 때까지만해도 나는 같이간 너부리와 함께 꼬치구이를 빼 먹던 중이었는데 로밍해간 핸폰으로 아라비아 왕자가 드디어 시부야 역에 후발대로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우리 한민족 동포인 아라비아 왕자는 일본어 글자를 한 자도 읽지 못하는 터라 나는 벌떡 일어나 먹던 음식 계산에 들어갔다.

아라비아 왕자. 그는 일어라고는 그만의 학습 동영상으로 들어온 "§#&*@※ (아이, 아파요 그만~아아 그래도 좋아요~)"밖에 모르지만 신주쿠(新宿)를 '신숙'이라고 우리식 한자로 당당하게 읽고 다니는 패기가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야~도쿄(東京)에 갔더니 신주쿠(新宿)도 좋고 하라주쿠(原宿)도 좋더라'라고 할 말을 '동경에 갔더니 신숙도 좋고 원숙도 좋더라!'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거기까지는 당당한 모습 매우 좋지만 일본 사람들이 신숙원숙을 모른다는거~. 그리하여 그는 절대고도에 남겨진 로빈슨처럼, 왜적의 빈방에 갇힌 사명당처럼 고독하게 시부야 역 앞에 우리를 기다리고 서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길을 모른다손 쳐도,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어가 특수 동영상 반복학습의 결과뿐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아라비아 왕자가 길가는 일본 언니들의 귀에 대고 "§#&*@※ (아이, 아파요 그만~아아 그래도 좋아요~)"를 속삭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먹던 꼬치를 다부지게 입에 로딩하고 바삐 나가려 계산대에 줄 선 순간, 이런이런이런이런!! 꼬치값이  꽤... 나온 것이 아닌가. 사실 한국 언니가 주문할 때 조금 많이 하는 듯 했지만 그냥 '여기가 원래 이 정도는 사 먹나 보다' 했는데, 앞서 계산하고 나가는 일본인들의 가격에 비해서도 우리 가격이 꽤 높은 것이었다. 순간 언니에 대한 원망이 확 들면서 어쩐지 이용당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 먹었다.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음식점에서는 최대한 예산 한도안에서 제대로 먹고 나오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돈은 아끼지 말자, 오래전 역시 도쿄에 왔을 때 이케부쿠로 어느 이자카야 술집에서 경험으로 배운 적이 있다. 이케부쿠로 술집 이야기는 기회가 있을 때 언제 한 번.


------------------------------------------- (오늘의 절취선)---------------------------------------------

[hertravel의 지구 한바퀴 여행 정보 2 - 일본에서 꼬치구이를 먹으려면]

일본에서 꼬치구이를 먹고 싶다면 포스트에서 본 것과 같이 가게 바로 앞에 연기가 자욱한 꼬치구이판이 있으니 금방 알아볼 수도 있고 메뉴판이나 벽면 메뉴에 串자가 있으면 된다. 우리말로 '꽂을 관'인 저 한자는 신군 말로는 꼬치에 먹을 것을 꿴 모양을 나타냈다고 한다. 꼬치와 비슷하게 '쿠시'라고 읽는다.

------------------------------------------- (오늘의 마무리)---------------------------------------------

by hertravel | 2007/02/21 01:15 | 도쿄 먹자 여행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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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기쁘랴②_10 골목길 퓨전 일식집이 어찌 아니 기쁘랴①_9 만 65세 이상 알바 써빙 구함_4 꼬치구이가 피를 뚝뚝 흘려요_3 시부야 꼬치구이 삼거리_2 처음엔 기생관광_1 -삿포로_일본삿포로의 라면 골목,라멘요코초_9자리는 10개, 손님은 74명! 최고 인기 삿포로 라면집_8 버터를 풍덩 넣어도 ... more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2/21 03:12
그 언니가 너무하셨네요. 예산을 확인해 본다던가 하지도 않고 그렇게 하다니!
잘 돌아오셨습니다. :)
Commented by 1mokiss at 2007/02/21 08:42
음, 오랜만에 도쿄 나들이 한 번 가고싶어집니다. 생각해보니 작년은 공부한답시고 한 번도 못갔어요. 대구도 국제공항이라니 가는 노선이 있기야 할텐데, 그런 여유가 생길지 모르겠어요.

저도 오랜만에 왔어요. 지난 일년반 정도 뒤늦게 하고싶은 일이 생겨서 뭔가 준비를 했고 어쨌든 결실을 맺어서 대구에 가서 6년 동안 공부하게 되었어요. 한참동안 블로그를 비워두셔서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요. 블로그 상에서의 만남이지만 옛 친구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기분이 좋아집니다.
Commented by 까날 at 2007/02/21 10:25
이제 다시 시작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우리나라 보다 한 사이즈 작은 맥주잔은 반주로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점심 먹으면서도 꽤 많이들 마시죠.

Commented by 불련 at 2007/02/21 10:26
돌아오셨나요 ;ㅁ; 이글루에 남겨주셨던 글을보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하하;
저도 군대가기전에 국내나 일본 여행을 한번 가볼려고 계획중입니다.
혼자가거나, 친구랑 둘이가거나.

아마도 혼자가게 될꺼같지만서두요...[...]
Commented by 불련 at 2007/02/21 10:32
그런데 메뉴판을 안주고 시켰던 것이신가요??
요금이 얼마정도 나오셨길래;
Commented by 강설 at 2007/02/21 11:39
어느새 글이...; 오랜만에 돌아오셨군요 그동안 떠난 여행은 어땠는지. 아무튼 앞으로도 기행기 기대합니다
Commented by 소마 at 2007/02/21 13:15
정말 오랜만입니다!! 반가워요!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실질적 메모 기대합니다.+_+
Commented by 소마 at 2007/02/21 23:58
오홋홋홋~ ^^
Commented by 복숭아 at 2007/02/22 00:33
저도 이번 여름 방학에는 반드시 일본에 놀러가겠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제일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에비스 맥주로군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2/22 01:23
Charlie님> 반겨 주셔서 감사^^ 게다가 편들어 주셔서 또 감사~ 곧 이어 글을 쓰겠지만 그 언니, 그냥 한국 사람이 어쩌다 들어왔으니 제대로 시켜서 먹고 갔으면 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어?하고 원망했지만 곧 이해했습니다. '비이루'도 꽤 시켜 마셨고요 ^^

1mokiss님> 우와 멀리 가시는군요! 하지만 좋은 일같아서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꼭, 잘 해 내세요. 그리고 오래 묵은 친구 느낌 말예요, 있잖아요, 저도 그렇답니다. 뜸하면 걱정되고 글 올라오면 반갑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 이상의 마치 동창이나 전설의 펜팔 친구같은 느낌 . 어휴 간만에 블록질하니까 심신이 다정충만이네요.

까날님> 그렇죠, 반주를 위한 작은 잔이었죠! 까날님 말씀대로 맞아요, 일본 사람들 맥주를 많이 즐기죠. 식사하면서 꼭 한 병 시키고요, 식전 빈 속에 제대로 한 잔 흘려주고 식사를 하더라고요. 특별히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요. 그 생각이 나서 내용에 반영했습니다~

불련님> 왜 혼자 가세요~ 동행을 꼭 만드세요. 아님, 억지로 ^^ (메뉴판은 있었는데 하나하나 번역하는 것도 더디고 언니가 짠! 하고 나타나서 리드해 주셔서... 뒷 글을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그 언니가 특별히 잘못 한 것도 없었던 거죠 뭐 ^^)

강설님> 일본은 음식 위주로 뚝딱 올리고 유럽 여행을 쓰고 싶은 맘이랍니다~ 어쩌면 쓰다가 동시다발로 써서 올릴 지도~! 아무튼 기억이 자꾸 옅어져 가고 있어서 말입니다 ^^

소마님> 밀려있는 여행 기억을 빨리 살려서 쭉쭉 나가려고 실질적 메모를 맨 뒤로 미뤘어요. 안타깝지만 언제가를 저 역시도 기다리면서... ;)

복숭아님> 양을 쫓는 모험중의 복숭님~ 제일 먹어보고 싶은 양식은 ...역시 맥주 맞습니다 ;) 도쿄에 에비스 맥주 회사에서 만든 에비스 전시관과 초저렴 에비스 맥주 시음장이 있답니다. 아마 글 중에 등장할거예요~
Commented by 서커스 at 2007/02/22 08:12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들어와보고는 딱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다 읽어봐야겠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흠.종종 들르겠습니다. 기대되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2/22 13:42
서커스님> 안녕하세요~ 네 종종 들러서 구경하세요~ 여행기라 사진은 좀 그래서 약간 창피하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2/22 21:50
이 포스트 뒷부분 몇 문장 고칩니다. 원래는 갑자기 원망감이 들었다가, 오래전 이케부쿠로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 것을 다음 포스트에 쓰고, 그래서 '한국인 유학생이 있는 가게에서는 가능한한 제대로 먹고 마시고 쓰자!'는 결론을 내리려고 했는데, 이케부쿠로 얘기를 일단 언젠가 나중으로 미루고 진도부터 나가렵니다~ 아무튼 결론은 같으니까요.
Commented by 마르 at 2007/02/23 17:20
미디엄이 좋지만 언젠가 레어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냉동육의 레어는... 욱...
고생하셨습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2/23 18:13
마르님> 그 때 그 고기가 너무 심하게 냉동스러워서 곤란했지요. 그리고 그 때 생각했어요, 그래, 누가 그 비싼 냉장육을 쓰겠어, 시켜 먹은 내가 바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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