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05일
처음엔 기생관광_1
“기, 생, 관, 광”
일본 남자들이 우리나라 방석 깔린 술집에 가서 좋아했다는 그 기생관광이 아니라 이 몸 hertravel이 여러 곳에 나의 몸을 의탁하여 생겨난 기생관광. 거리에 비해 생각보다 쎈 일본 왕복 항공료는 아시아나에 기생했다.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모아온 아시아나 마일리지의 승리였다. 그러고도 아직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유럽 왕복 남아 있어 꿈꿀 수 있다는 게 부담없었다. 가격에 비해 좁디 좁은 일본의 호텔 사정은 친구에게 기생했다. 동경에 살던 친구 부부가 마침 일본의 연휴를 맞아 전화를 해 온 것이다. 우리 언제 만날 수 있느냐고. 그렇게 아라비아 왕자와 너부리와 나의 동경 기생관광은 시작된 것이다.

국제선 청사라고 김포 공항에 남은 것은 달랑 네군데의 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 일본항공, 전일본공수. 이 한적함 속에 출국 직전 뭐라도 먹어보겠다고 롯데리아에 들어갔다. 무선 인터넷이 잘 되고 있는지 알아보러 KT의 네스팟 점검 직원이 롯데리아에 들렀다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없는 조용한 김포 국제 공항의 어느 낮 시간이었다. ‘영화 속에선 항상 저런 사람이 테러리스트’라며 우리들은 그를 주시한다. 인천과 나리따보다 10만원 더 비싼 김포와 하네다간 항공 노선. 밥도 먹여주고 (없어진 줄 알았는데) 시간대도 좋고 출국도 간단. 이 정도면 외국인 입국 카운터를 심하게 적게 둬서 줄만 내리 서야했던 오욕의 일본 입국이 (입국할 때마다 열 받는다) 이번에는 조금은 친절해지지 않을까.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전철 노선표 안에는 한글이 쓰여져 있었다)

(전철 손잡이 하나에도 광고판이 붙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광고 극대화의 나라)

(강아지 가방을 들고 다니는 도쿄녀)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에 도쿄에 온 것이었다. 종로 2가와 다를 바 없다고, 종로 2가보다 더 지저분하다고 흉을 봤던 도쿄가, (물론 지금은 종로 2가 분위기의 신주쿠가 아니라 시부야 역 앞에서 쓰는 것이라 그간 신주쿠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른다) 지금은 정말 일본 만화에서 보았던-아마 공각기동대 정도였을까- 未來都市의 느낌이 난다.

빌딩에 광고판이 있어 그 화면 위에 광고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문화재나 큰 다리에 밤이면 그럴듯 해 보이라고 설치하는 그런 식의 조명이 이 곳에서는 빌딩 자체의 분위기를 살리느라 설치돼 있다.
솔직히 여기 이렇게 앉아서 기록을 하다보니 조금 기분은 나아졌지만 사실 방금전까지도 내 기분은 별로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교만한 사람이고 싶지는 않았으나, 항상 이 나라 이 도시에만 오면 소중한 휴가를 도둑맞은듯 느끼게 해 주는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은 사람들, 그리고 너무 많은 소음들때문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세상에서 가장 빡빡하게 사는 나라중의 하나, 일본에 와 있다.
숨이 막혀서 도망치듯이 백화점을 뛰쳐 나와서는 이제 겨우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감사할 줄 모르고 삐죽여 나온 못난 사람의 입을 제자리로 집어 넣었다. 중국 황사때문에 한국은 눈을 뜰 수가 없었는데 중국 황사의 힘은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이 나라 사람들은 삼나무 꽃가루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황사와 삼나무 만큼의 거리를 날아왔구나.
친구 부부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떡볶이가 얼마나 먹고 싶을까, 할머니집의 불타는 매운 떡볶이에서부터 페이스 샵에서 주는 권상우 달력(재일교포 3세인 친구는 곤상우를 좋아한다)에다 온갖 짐을 바리바리 이고 지고 질질이(캐리어)를 끌고 여기까지 왔다. 김도 들었고 장조림 캔도 들었다. 무겁다. 그런데 공항에서 하마마쯔죠로, 거기서 시부야로, 거기서 사쿠라신마치를 가겠다고 왔는데...이 넘의 덴엔도시센(전원도시선)엔 엘리베이터 혹은 에스컬레이터, 그 비슷한 것도 없지 않은가! 헉... 그 질질이를 들고 그 많은 지하철 계단을 내려갔다. 갈아타는 역은 수많은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한 고비를 넘기고 내려가면 또 다시 나타나는 장엄한 계단이여! 내 등짝의 디스크가 대탈출하려는 듯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현재 시각 9시 55분. 생맥주 한 잔에 야끼도리 몇 꼬치 먹고 기분 좋아진 나...그렇다, 나는 생맥주 한 잔과 야끼도리 몇 꼬치면 인생관이 달라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시부야 뒷 골목의 술집이다. '서서먹는 술집'이다. 한국식으로는 '서서갈비'가 있지만 내가 가 보질 않아서 모르는데, 정말 서서야 먹겠는가? 했는데 한국은 몰라도 도쿄의 '서서 술집'은 정말로 서서 마시고 있었다. 그래서 가격이 싸다.)

(여기는 꼬치집이 유명한 동네였다. 그다지 세련되지도 않고 서민적으로 연기가 가득한데 손님들은 줄은 선 이 집은 신촌의 옛 돼지고기 구이집들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hertravel의 지구 한바퀴 여행 정보 1
- 도쿄의 두 공항과 전철 이용 싸이트]
1.
도쿄에는 국제 공항이 둘 있다. 하나는 나리타 공항이고 하나는 시내에서 가까운 (우리나라 김포 공항의 기능과 비슷한) 하네다 공항이다. 일반적으로 인천-나리타 보다 김포-하네다 공항 항공료가 더 비싸지만 나처럼 마일리지를 이용해 '기생 관광'을 할 사람은 같은 마일리지를 공제받으므로 당연히 김포-하네다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2.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인터넷 검색이나 여행가이드 책자에 너무나 기본적으로 다 나와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생략하고, 어느 공항에 어떻게 떨어지든지, 혹은 도쿄 안에 있으면서 전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하고 싶은 사람은 다음의 싸이트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3.
http://www.ekikara.jp/top.htm
역 주변의 레스토랑, 숙박업소는 물론이고 부동산, 심지어 에키벤(일본의 특징 중의 하나로 기차가 지나가는 역 지역의 명물 음식으로 만든 일식도시락) 소개까지 나와 있는 싸이트. 출발역 이름과 도착역이름을 써 넣으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몇 번 출구로 나가야 갈아타는지, 그 몇 번 출구는 어떻게 가는지 모두 나와 있다. 다음은 싸이트에 나온 모습.
다음은 내가 몇 시간 늦게 도착하는 아라비아 왕자를 위해 위의 싸이트의 정보를 프린트 했던 것. 한글은 일어에 익숙지 않은 아라비아 왕자를 위해 내가 개인적으로 덧붙였다.
# by | 2006/09/05 01:40 | 도쿄 먹자 여행 (1) | 트랙백 | 핑백(2)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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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용 음식점들이 많이 있지만 맛때문에 갈 집들은 아닙니다. 굳이 간다면 역 부근의 마크시티 빌딩 4층에 입주한 음식점들이 일반적인 명성을 얻은 맛집들입니다. 관광으로는 사람들은 시부야 전체 분위기나 말씀하신 도큐 한즈를 즐기기도 합니다. 역 지하 백화점 음식코너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사진은 도쿄 시부야) < □□□라면 ... more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 이번엔 일본여행이신가요.... 이번 여행기도 기대되네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틀리네요;
노선표에 한글이 써있는건 한국인이 많이 여행온다는 것인가;;
신촌에 있다는 그 서서갈비는 정말로 서서 먹는다던데요? 의자가 하나도 없데요;
이번 8월에 일본 입국할 때 보니, 줄이 길어도 창구도 많고 일처리도 빨라서 실제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더군요. 미국입국을 생각하면 더더욱 양반이었죠.
나이트앤데이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본 먹는 여행기는 여행기라기보다는 저 먹는 얘기에 충실하려고요. 그것도 괜찮겠죠?^^
냥이님/ 저도 사실 도쿄보다 오사카나 교토 쪽을 더 좋아합니다-
Andrea님/ 감사합니다~ 그냥 저의 기록인데 많이들 즐겨주셔서 다행입니다^^
머스타드님/ 감사합니다. 철저하게 너무나 많이 먹어버린 일본 여행기 되겠습니다-
루스님/ 역시 철저하게 너무나 많이 먹어 버린 기록이란 것이 이번 여행기의 특징입니다!
마르님/ 그러게요, 한글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인 것 같습니다.
불련님/ 처음에 갔을 때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하고 불합리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일본에서는 나름대로의 이유로 타당하게 돼 있는 거였죠. 그걸 그냥 우리나라가 베껴오는 바람에 불합리해 진 거였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환승 같은 거요...
하얀새님/ 그런가봅니다. 저도 한 번 가서 먹고 싶어요, 신촌 서서 갈비~
essen님/ 아 그런가요? 후쿠오카는? 역시 비행기값 때문인가 봅니다. 저도 밥은 안 줄 줄 알았는데 주더라고요!
희야님/ 정말 빨리 변해가나 봅니다. 일본 입국할 때마다 구질구질 서 있는게 무슨 하류국 인생들같은 느낌이 있어서 싫었는데 이런 건 정말 바뀌어야 하죠, 정말 잘 됐네요!
...라고 말하는 저는 다음주에 오사카에 갑니다...오사카는 처음인데 hertravel님 글을 보니 괜히 기대가 되네요. 더불어 먹자 여행 포스팅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D
강설님/ 그렇다고 하는군요. 와, 체하지 않을까요? 어쩐지 소화가 잘 안 될 것 같은...!
블퓌님/ 안녕하세요 블퓌님, 여기서, 반갑습니다! 아 그런데 블로그 쪽이 사진을 여러장 한 번에 올릴 수 없는 시스템이라 아마도 그것이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반갑습니다. 놀러가지도 못하고 쫓겨서 떠납니다 다녀와서 놀러갈께요 ^^
mummy님/ 겨울에 가셨군요, 아마 북해도로 가셨던가요...? 눈도 좋지요...
뭔가 감동적입니다..
...아직, 뼈빠지게 알바로 힘들게 돈을 모으고 있어서 실현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혼자 들떠서 계획도 짜고 그런답니다..(-_-;;)
보니 도움이 될만한게 너무 많군요.ㅠㅠ
괜찮다면 링크를 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