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의 관광객,체코 식당에 가다 / 프라하_76

"외국인 대상이 아니라 체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식당인데 체코 가정집에서 먹는 음식 맛이예요. 제가 대학 다닐때에도 자주 갔던 식당이예요. 값도 싸요."


지도에서 보면 푸른 점을 찍어 놓은 부분에 음식점이 있고, 체코어로 설명이 쓰여진 웹페이지는 http://www.pgc.cz/p_pivrnec.htm 이고, 영어로 설명된 웹 페이지는 http://www.motylek.com/fr/place.asp?cat=7&subcat=4&id=188 이다. 전화번호나 주소 역시 아래 덧붙인다.

pivnice U Pivrnce

Maislova 3, Praha 1
tel : 222 329 404, fax: 224 816 225, e-mail: upivrnce@volny.cz
Vítejte na stránkách pivnice U Pivrnce !


민박 여주인이 체코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도 자주 갔던 식당이라며 추천한 곳이다. 나는 목발을 짚으며 절뚝절뚝 그 곳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PIVNICE U PIVRNCE. 가르쳐 준 이름의 간판이 없어서 레스토랑을 앞에 두고도 무척이나 헤맸다. 알고보니 맥주를 손에 든 아저씨 그림 간판의 집이었다. 나중에 민박에 돌아와서 물어보니 레스토랑의 이름은 체코에 유명한 만화 주인공 캐릭터인 아저씨의 이름이라고 한다.

식당안에 손님이 많아서 잠시 순서를 기다린 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식당 밖에는 필스너 우르켈 맥주의 네온 사인이 붙어 있고 식당 안 메뉴 판에는 감브리누스 맥주 브랜드 사진이 붙어 있다. 이 나라의 맥주 브랜드 경쟁도 장난이 아닌가 보다. 갑자기 감자탕 집이나 추어탕집을 장악하고 있는 백세주 제작 메뉴판 액자가 생각났다.

맥주를 시켰다. 아까 바가지 까페에 비해 거의 3분의 1 가격이었다.

비프 앤드 체스키 덤플링은 달콤한 생크림이 소스로 얹힌 쇠고기 요리였다. 생크림의 달콤하고도 풍부한 느낌 속에서 쇠고기는 연하고 고소했다. 쇠고기 아래 깔려 있는 소스는 탕수육 소스처럼 새콤 달콤한 맛이다.

빵을 잘라놓은 것처럼 보이는 체스키 덤플링은 체코에서 <크네들리키>라고 한다. 메인 디쉬에 곁들여 나오는 찐빵같은 것인데 밀가루를 반죽해 찐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정마다 다른 방법이 추가돼서 감자를 넣거나 과일을 넣는 등 재료와 반죽 방법에 따라 가정마다 독자적인 음식이 된다. 그래서 체코인들은 크네들리키를 어머니의 맛이라고 한다. -여행책 just go에서 발췌

맛있다! 하지만 한 그릇의 양이 적다!! 하지만 싸다!!! 값은 우리 돈으로 3천원.


스모크 포크 캐비지 앤드 체스키 덤플링. 이건 훈제한 돼지고기 요리에 독일에서도 먹었던 자우어크라우트(신맛 나는 양배추 요리. 나는 독일 김치라고 부른다)와 역시 크네들리키! 이것 역시 맛있었는데 비프에는 조금 딸렸다.결론은 그러나저러나, 맛있다는 거! 체코의 음식도 우리 입맛에 맞는구나.

그러나 음식점을 나서자마자 아까 마신 맥주 기운까지 돌아 도저히 걷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으니, 트램 정류장,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면 걸어서 고작 3분? 그런데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일곱 발자국 걷다가 헉헉 쉬고, 여섯 발자국 걷다가 헉헉 쉬고...너무나 힘들다 보니까 세상에 부끄럽다거나 망설여지는 것도 없다, 나는 엄지 손가락을 세워 뒤로 젖혔다.

'저 얼굴 뻘건 -뒤늦게 맥주빨이 올랐다- 목발 짚은 흰 코끼리 다리 동양 여자는 뭐야!'
'아니, 내가 지금 보는 것이 헛 것이 아니고 진짜 맞나?'
'저 여자는 지금 고속도로도, 관광지도 아닌 시내 뒷골목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겠다는 거야?'

스웨터를 입은 말끔한 아저씨가 차를 세워주기까지 내 손가락 앞을 지나쳤던 몇 대의 자동차의 운전자들은 차 안에서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여간해서는 엽기로운 일이 생길 일이 없는 프라하 라이프에 어찌 이런 광경을 보겠는가. 아무튼 나는 트램 역까지 걸어갈 체력 게이지 제로, 길바닥에 뻗기 일보 직전 상태로 손가락을 젖혔던 것이다. 택시가 지날 일도 없는 길이었다.

수퍼모델 출신 이기용이 그 늘씬하게 뻗은 다리를 꺼내고도 차를 얻어타지 못 한 히치하이킹을 지금 나는 코끼리 다리로 협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선하신 아저씨 한 분이 마음을 열어 차 문을 열어 주셨다. 나는 헉헉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헉헉..뜨람, 플리즈, 땡큐, 땡큐 베리머치"

차를 얻어 탈 때까지는 몰랐는데 일단 차 안에 앉고 보니 방금 마신 맥주 냄새가 날까봐 신경이 쓰였다. 아저씨가 너무 건전해 보이고 깔끔해 보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숨을 최대한 참았더니 얼굴이 복어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런 제길.(이란 용어말고 더 순화된 표현은 없을까)

흰 코끼리 다리에 뻘건 복어 얼굴로 숨을 참고 있는 나에게 아저씨는 뜨람 역이 너무 가까우니 좀 더 멀리 방향이 맞는 데까지 데려다 준다 한다. 그러나 오로지 뜨람 18번만 아는 나, 아저씨가 더 멀리 데려다 줘도 엄한 데 내려주면 집에 가기는 더 힘들 것 같다. 어휴, 이걸 영어로 설명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며 말하는 동안 술냄새는 어쩌지! 그래서 그냥 나는 간단하게 말한다.

"뜨람~ 이너프~ 땡큐~ 플리즈~"

친절하신 체코 아저씨는 나를 태워줄 때부터 방향이 좀 다르더라도 태워줘야겠다고 결심하신 것 같았다. 그렇게 더 태워주겠다는 운전자에게 "뜨람 오케이, 뜨람 이너프, 뜨람 땡큐 베리 머치"를 애원하는 거꾸로 된 대화가 오고 갔다. 나는 푸-파-파- 하고 복어의 숨을 어서 빨리 내뿜고 싶었던 것이다. 대낮의 빨간 내 볼을 빨리 18번 뜨람의 노약자 석 창문에 딱 붙이며 숨고 싶었던 것이다.

드디어 뜨람 역에 도착! 노약자 석의 안락함 속에 목발의 관광객은 '3일 뒤 병원에 가면 석고를 다른 것으로 갈아 준다고 했으니까' 또 다시 이렇게 어드벤처와 미션으로 가득찬 시내 여행에 도전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단정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일곱 걸음과 헥헥헥을 번갈아 몰아 쉬며 반환점을 돌고 난 성적 나쁜 마라톤 선수처럼 투혼을 불살라야했던 오늘 오후였다. 그래도 프라하 시내 노천 카페에서 마시는 필스너 우르켈 생맥주와 체코 사람들의 식당 음식은 참으로 맛있지 않았는가.

by hertravel | 2006/07/15 18:33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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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uRi at 2006/09/02 00:03
이 글을 보고 있으니 작년에 체코에 있을 때가 생각나네요. 처음에는 좀 안 익숙하더니 나중에는 괜찮더군요. 주변 다른 일본분은 2주만에 체코 음식에는 완전히 질려버려서 못 견뎌했지만요... 저는 http://nuridol.egloos.com/1232846 여기에서 먹었답니다. 그때 마신 맥주가 떠오르는 밤이네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9/02 00:16
NuRi님/ 정말 2주일동안 음식을 먹으면 정말 질릴만도 하겠습니다. 한끼니로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와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가셨던 레스토랑은 정말 제대로 된 식당이었군요. 다음 번에 간다면 거기서 제대로 된 메뉴를 먹어봐야겠습니다. 역시 우 피브른체만으론 우리나라로 치면 분식집 혹은 동네 백반집을 다녀온 셈이라!
Commented by Charlie at 2006/09/02 01:13
히치하이커를 태워줄 경우.. 아무래도 차를 몰고 데려다 주는거니까, 될수있으면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내려주고 싶어지더라고요. :)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될수 있으면 저보다 덩치가 작은 사람일때 태워줄 마음이 더 생기더군요.; (사실 덩치가 크고적고에 상관은 없지만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9/02 01:18
히치하이커를 태워주시는 분들은 다 좋은 분들밖에 없다고 믿는 저에게 charlie님은 정말 좋은 분이신 겁니다. 목적지까지 가깝게 가 주시고 싶은 착한 마음의 사람들! 제주도에서 1100고지로 올려주셨던 노동자 아저씨 아주머니의 트럭! 산방굴?인가에서 태워주셨던 교수님 자가용, 모두 다 추억이지요. 저도 겁이 많아서 혼자서는 히치하이킹을 못하고 동행이 있어야 남의 차에 올라타는 주제라, 반대로 차에 타서는 '이 분 참 착한 분이다. 나를 어떻게 믿고 태우셨을까' 그래서 더 고마운 것 같아요.
Commented by 마르 at 2006/09/05 11:15
근데 전 저 음식점의 위치가 무척 궁금하답니다. -_-;;;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9/07 02:50
저 음식점 위치 꼭 생각해내서 위치 그려서 본문에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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