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6일
1센티보다 얇은 고기는 안 먹어 / 뉘른베르크_67

군밤은 500그램에 3유로(3800원정도?)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까지 잡아주시었다.

거리엔 독일 월드컵이 이제 225일 남았다는 시계 광고 전광판이 세워져 있었다. 지나서 옮겨 적는 여행기지만 때는 2005년 10월이었던 것이다. 나는 전광판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나라 사람들도 지금은 이 전광판 정도나 보고 월드컵을 느끼겠지만 그 뜨거운 6월이 오면 이 곳은 축제의 그곳이 되겠구나, 그리고 우리나라의 선수들과 응원단과 취재진이 이 나라 독일을 점령하겠지...급하게 세 시간의 뉘른베르그 급투어를 마치고 역으로 돌아간다. 역 지하에는 들어올 때 정신 없어 보지 못했던 열차와 자동차 미니어처 거리가 보인다. 동전을 넣으면 일부를 움직일 수 있다. (베를린 동역에도 있다)
'그러고보니 뉘른베르그는 인형으로도 유명하다고 했는데... 2차 세계 대전때 폭격당하기 전까지는 독일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였다고 했는데...'

인형의 도시고 로맨틱한 도시고간에 나는 이 곳에서 독일 돼지 족발의 예술성과 위대함에 만족하여 체코로 떠나노라, 라고 역사를 오르는데 육식이 발달한 독일의 마지막을 장식하자는 듯이 눈 앞에 정육점 비슷한 가게가 나타났다.

언니는 "이 빵이요?"하고 음식을 주문한 사람에게 여러가지 빵 중에서 하나를 골라 내 보인다. 누가 봐도 정육점인듯 보이는 이 곳이 고기 음식을 해 놓고 파는 음식점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육점과 고깃집을 같이 하는 집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먼저인 건지, 독일이 먼저인 건지.

나는 곧잘 비엔나 슈니체르를 먹는다. 비엔나 슈니체르란, 비엔나풍 송아지 커틀릿을 말한다.이것은 송아지 고기를 맥주병으로 얄팍해질 때까지 두들겨 가지고, 옷을 입혀 찰랑찰랑한 샐러드 오일에 한 면씩 튀기는 요리이다. 돈가스처럼 기름에 푹 담궈서 튀기면 맛이 없다.
비엔나 슈니체르는 이밖에도 정해져 있는 요리법이 있다.즉 튀겨 낸 쇠고기 위에다 동그랗게 썬 레몬을 얹고, 그 가운데에 안초비로 만 올리브를 올려 놓는다. 그리고 나서 케파도 뿌린다. 뜨거운 버터를 끼얹는다. 곁들여 내놓는 음식은 누들. 이것이 규칙이다. 이만큼 갖추어져야 비로소 '아, 비엔나 슈니체르!' 라고 부를 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전부 없애고, 그저 송아지 고기를 튀겨 그대로 먹으면 어떤가, 그거야 뭐 기분학상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맛이 없다. 웬지 될대로 되라는 듯한 맛에다, 고기의 얄팍함만이 유난스레 신경에 거슬린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마이 페이보릿 송>이란 노래 속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누들을 곁들인 비엔나 슈니체르' 란 가사가 있는데, 정말이지 그 가사대로다. 뒤집어 말하면, 내가 싫어하는 것은 누들이 곁들여지지 않은 비엔나 슈니체르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글 中에서
누들을 곁들인 비엔나 슈니첼이 아닌 독일의 단순한 비프 커들렛이지만 우리나라 마트에서 파는 타원형의 작은 포크 커틀렛_돈까스_과는 달리 큼지막하게 진열돼 있다. 하루키는 누들이 없는 슈니첼을 저주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이전 유럽 여행때 뮌헨에서 누들이 없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은 바 있다.

같은 음식을 지구 반대편에서도 먹고 사는 시대니까 세계는 좁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같은 음식을 이렇게 만든 것을 보면 세계는 넓은 것만 같다. 똑같은 햄버거 스테이크인데 미국에서는 이것을 덜익은 레어로도 먹고, 우리나라에서는 적절히 익혀 먹는데 독일 정육점 식당의 햄버거 스테이크는 잔뜩 탔다. 오븐을 열어 보고 잔뜩 당황한 주방장이 주방 구석에서 보조가 보기 전에 저 꺼먼 겉옷을 살살 긁어낼만도 하건만, 오, 너무나 자랑스럽게 진열돼 있는 저 모습이여.

우리나라에서도 먹는 양배추 롤 쌈도 있고 파슬리 가루로 장식된 파테(?)도 있었다. 양배추 롤 쌈을 한 번 맛보고는 싶었지만 이미 아이스바인으로 함포고복 북소리 둥둥 울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지.

그런데 그 때, 음식 구경보다 더 진기한 구경이 내 앞에 나타났으니... 이 정육점 식당 앞에 줄을 선 독일인들, 정육점 언니에게 일단 빵을 골라 주문한다. -> 언니, 손에 빵을 든다. -> 이윽고 손님, 진열장의 갖가지 커틀릿과 삼겹살과 햄버거 스테이크와 파테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 그러면 언니, 주문받은 고기를 1.5 센티미터의 두께로 칼로 썩썩 썬다. -> 손님이 주문했던 빵에 꾸왁 차도록 빡빡하게 고기를 끼워서 준다, 이 장면이야말로 진정한 햄버거의 현장 라이브다.

이런 파테같은 것을 칼로 1.5 센티미터의 두께로 썰어 빵 사이에 끼운다는 말이다. 썰어주는 언니나 받아 먹는 손님이나 마치 '우리 독일인들은 1.5 센티미터보다 얇은 고기는 취급하지 않는답니다. 역시 고기는 두꺼워야 맛이죠!'라고 나에게 강변하는 듯 하다.
그런데 제목은 왜 1센티미터에 불과하냐고? 제목이 너무 길면 잘리니까 1센티라고 쓴거지, 실제론 1.5센티는 커녕 2센티미터는 족히 되는 것 같더라는 말씀.


사이드 메뉴로 먹을 수 있는 쌀과 마카로니, 감자, 야채같은 것도 함께 팔고 있다. 먹는 것만 생각하면 뉘른베르그에 하루 정도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숙소는 없고 체코 프라하行 기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by | 2006/07/06 18:30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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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럽 여자친구가 먼저 갔는데....
저도 혼자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