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5일
스르르륵 독일 돼지 족발, 아이스바인 / 뉘른베르크 barfusser_66

뉘른베르그는 원래 약간 차가운 듯한 느낌이 도는 도시였다. 차가운 느낌의 거리를 터덜터덜 걸었다. 게다가 나는 어젯밤 프라이부르크 술집 친구들과 독일식 폭탄주에 생맥주를 새벽 두 세시까지 소화기관에 투하하셨던터라 심신이 쇠약하신 터였다. 그러다보니 원래 한국에서부터 '독일에 가면 이것만은 꼭 해 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그 마지막 것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에 가면' 1.생맥주를 마셔야지 2. 생맥주를 마셔야지 3. 생맥주를 마셔야지 4. 생맥주를 마셔야지 5. 독일식 돼지 족발이라는 아이스바인을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떠나온 유럽 여행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이제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마지막 두 시간도 채 안되는 지금 이 때에 '독일에 가면'의 5번이 이제서야 생각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을 왜 잊고 있었을까?

두 눈을 부릅뜨고 맛집찾기에 나선다. 대체적으로 맛있어 보이는 집은 겉에서 보기에도 맛있게 생겼다고 믿는다. 큰 거리에서 살짝 들어간 길에 멋진 간판의 음식점이 보인다. 오 역시나 역시나 나의 오감 플러스 일감이 찾아낸 이 집 대문앞에서 우리로 치면 '맛있는 집 아리랑 마크'를 발견했다. 째깍째깍 시간은 간다. 빨리, 어서, 얼른!

그러나 겉보기에도 콧대 좀 있어 보이시는 외관에 걸맞게 식사 시간에만 문을 연다고 써놓았다. 프라하행 기차를 타러 조금 있으면 역으로 달려야 하기에 이 집은 급단념!

격동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찾아낸 새로운 맥주집! 으왓, 맞다 맞어. 내가 찾던 분위기.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까 그 집보다 더 저렴하고 더 먹기 편안한 분위기의 Bar. 저 할아버지가 손에 들고 있는 양피지에는 어떤 말들이 적혀 있을까, 우리나라라면 '맥주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맥주의 무슨 성분이 피를 어떻게 하여 블라블라브라 아무튼 우리 가게에서 파는 음식 먹으면 안 죽는다, 어떤 대학교 영양학과 교수 아무개 도장 콱'이라고 써 있겠지.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곳 Barfusser 바퓨써는 뉘른베르크에서도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Barfuss는 독일어로 맨발이라는 뜻이고 Barfuesser는 맨발로 다니는 수도사들을 말한다고. 그래서 위의 사진처럼 수도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맨발인 것이고 또한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bar란 의미도 있어 독일식 말장난 같은 효과도 있다고 한다.
어정쩡한 시간이라 술집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홀에 주로 앉아 있는 점잖으신 손님분들은 주로 독일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들이었다. 미국 할아버지들은 아침 9시 시니어 할인 햄버거를 먹으며 맥다널드에서 만나고 우리나라 할아버지들은 종로 2가 탑골 공원으로 가서 만나시는 것 같더니 독일 어르신들은 어정쩡 오후 너댓시에 맥주집에서 만나시고 계신 것이었다.


역시 자기네 술집 맥주를 주조하여 파는 하우스 맥주집. 싱싱하고 개성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이제 한 시간쯤 남은 독일 마지막 여정의 정점.

달콤한 맛의 와인을 말하는 아이스와인(너무 헛갈린다!)도 아니고, 독일 돼지 족발 중에서도 로스팅해서 구워서 껍질이 바삭바삭한 학세도 아니고, 맥주로 푹~ 삶아서 나오는 바로 그 아이스바인이다.

사진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신비로운 모습으로 이 녀석은 등장했다. 마치 산신령의 입장을 알리는 연못가의 자욱한 안개처럼 이 녀석을 담은 접시가 나타날때 나의 눈은 그야말로 습기로 가득차 올랐다. 아니, 내 눈의 습기인줄 알았던 그 것은 이 녀석의 다리에서 솨아...하고 솟아 오르는 김이었다. 정말 따뜻...하고 촉촉...한 느낌의 아이스바인. 이녀석은 등장부터가 예술이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포크만 살짝 톡, 갖다 대었는데 흐물흐물 스르르르르르 쩌어어억 벌어지는 촉촉한 살덩이들! 그 누구도 이 것의 조리과정을 말해주지 않았건만 누가 봐도 독일 맥주에 포옥 쪄서 나왔음이 분명한 부드러운 느낌. 우리나라에서 먹는 살 뻑뻑 햄인지 족발인지 모를 그런 것이 아니고 요살스러운 조미료 잡맛도 없이 흠뻑 부드러운 맛이다.

이게 또 별미가, 독일답게 접시 반을 가득 차지한 감칠 맛 나고 부드러운 으깬 감자와, 돼지 족발 아래에 수북히 담겨 있던 양배추 절임, 자우어크라우트의 맛이 더해진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이 자우어크라우트가 차갑게 서빙되는데 반해 이 곳에서는 따뜻하게 서빙이 됐다. 그런데 이 맛이 아이스바인 족발과 너무너무 잘 맞는 것이었다. 듬뿍듬뿍 한 포크질에 족발 안쪽의 부드러운 붉은 살과 자우어크라우트를 같이 떠서 먹었다.
맥주와 돼지고기 요리를 침 흘려가며 촬영하는 나를 '야판' '야판' ('일본' '일본')하며 작게 서로 속삭이시며 격려의 눈길로 따스하게 바라보시던 독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선!
뉘른베르그에 왔지만 막상 뉘른베르그 소시지를 먹을 여유가 없다. 호두가루와 향신료로 만들었다는 전통 과자 Lebkuchen 이런거는 미련도 없다. 이렇게 아이스바인으로 독일 구간의 대미를 장식했다. 기름기가 많고 바삭한 족발인 슈바이네 학세는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만 맥주에 삶아서 먹는 아이스바인은 그리 많지 않기에 이 글을 옮겨 쓰는 지금도 아이스바인 생각이 난다.
# by | 2006/07/05 18:25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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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에 만난 쾰른에서 음악공부 하는 형이 소개해줘서 간 술집이었었는데
저같은 일반 배낭여행자에게 널리 알려진 호브브로이(별로던데)같은 곳과는 비교도 안되게 독일느낌도 팍팍나고 정겹고 좋더군요..
마침 간 날이 아이스하키?경기가 있었는지.. 훌리건 비슷한 팬들에게 괜히 멱살잡혀서 자기팀 응원가를 불러라고 협박당하고..
무역센터 오킴스바에서 하우스 맥주랑 먹어도 좋지만, 어디 요리나 맥주나
본토만 하겠습니까?
먹을 걸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행하면 먹을 것부터 먼저 떠오른답니다ㅋㅋ
근데 궁금한게요~
저긴 맥주를 파는 술집? 그니까 저건 우리나라 일품 안주처럼 둘이 와도 셋이 와도
한접시만 시키는 거에요? 아니면 한사람 앞에 하나씩..-ㅁ-;;
하트의 여왕님/ 앨리스의 그 여왕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독일 유학 부럽습니다. 맛있게 꼭 드세요
태풍9호님/ 대신 무역센터에서는 친구들과 잔~뜩~ 드실 수 있다는 장점이... 그런데 하우스 맥주집 생긴 뒤로는 정말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즐길 수 있어서 요즘은 괜찮은 것 같아요. 안주가 좀 다르고 하우스 맥주들이 너무 달게 설정이 돼 있어서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하얀새님/ 비공개님이 자세하게 잘 얘기해 주셨는데 안타깝네요. 아무튼 저 술집은 그러니까 우리나라 그냥 술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둘이건 셋이건 맥주 한 잔씩 시키고 안주 요리를 한 접시만 시키시든지 둘을 시키시든지 상관이 없답니다~ 우리나라랑 똑같아요. 그런데 오늘 댓글 쓰면서 하우스 생맥주가 정말 생각나네요~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 주셔서요 그런데 그 덧붙여 주신 그 좋은 정보를 비공개로 놔 두자니 너무 아깝네요~ 저 며칠 기다렸다가 barfuesser에 대한 정보를 본문에 추가해도 될까요? (제 맘대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씀 듣고보니 정말 행운이었군요. 우연하게도 워낙 유명한 곳을 찾아갔다는 거 말이죠.
비공개님/ 학! 그래서 긴급 수정 들어갔습니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