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림,검은 숲,슈바르츠발트 / 프라이부르크_60

스위스 북쪽부터 독일 남부지역에 걸친 가문비나무 숲. 나무가 너무 무성하여 숲에 들어가면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서 붙여진 이름. 동화속의 헨젤과 그레텔이 길을 잃은 곳. 프라이부르크가 그 흑림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다.

몸이 안 좋아 로프웨이로 그 웅대한 숲을 보는 것은 포기했고 마침 우리 게스트하우스 뒷산에서 시작되는 하이킹 코스중 짧은 구간을 걸어서 나름대로 초미니 하이킹을 시도해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사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오늘 아침 몸이 아주 좋았더라도 로프웨이를 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냥 동네 뒷산 언덕의 작은 음식점처럼 아래에서는 그렇게 보이는 그 곳까지만 슬슬 오르자고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고작 그것 조금을 올라왔을 뿐인데 이렇게 좋은 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날씨도 좋은데에다 단풍도 좋은 시기, 여행하기 좋은 때에 이런 곳을 온다는 건 또 잠시 쉬어가며 즐길 수 있는 괜찮은 기회!


하지만 조금씩만 더 올라가도 계속 탄성을 지르게 하는 경관때문에 일단 마른 침을 삼키고 대신, 내려오는 길에 한 잔을 하자, 그리고 지금은 다음 언덕까지만 더 올라가자 마음 먹었다.


올라가는 중간에 20대의 남자분 몇 명이 웃통을 헐벗으신 채 몸매를 드러내시고는 손마다 맥주병을 들고 야성스럽게 드시고 계신데 (위협적인 면은 없다) 아아 통탄할지어다, 내 이런줄 진즉에 알았더면 빈 손으로 이 곳을 올랐겠더냐



두 번째 휴식처.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살짝 기우는 햇살 속에 프라이부르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도시만이 아니라 나무가 많은 작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끝없이 보고 있을만 하다. 아, 방금 전까지는 맥주 병 하나 손에 들고 올라오지 못했음이 안타까왔는데 이번엔 또 손에 들만한 작은 책 한 권이 너무나 아쉽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정말 책 한 권 이 곳에서 느긋하게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곳이 있는데 마르세이유 항구 요새 언덕 다음으로 이 곳이 바로 그랬다.


자! 이제 아까 그 곳으로 돌아가자! 조금만 내려가서 시원한 독일 생맥주를 뫄쎠, 보쟜꾸나! 노랗고 투명한 헬레스와 달콤한 과일향이 나는 밀맥주인 헤파바이젠.


로프웨이를 타고 흑림은 가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대신 본 셈 치면 돼! 동네 뒷 산 산책과 시원한 맥주로도 나는 대만족이야. 그런데 해는 져 가고 공기는 차가와지고 사람들은 주섬 주섬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구나.

by hertravel | 2006/06/29 18:19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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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강설 at 2006/08/16 00:23
hertravel님 오늘을 왜이리 포스팅이 많이 올라오시는건지;;
근데 지금 보니 날짜가 작년이군요. 예전에 올리신걸 하나씩 푸시는건가요?
아무튼 잘 읽고갑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8/16 00:35
강설님/ 네. 아셨군요! 제가 완전 오늘 버닝입니다^^ 사실 글을 옮겨 쓰다보면 아무리 좋아하는 글쓰기라도 질리기가 쉽거든요. 그래도 유럽 여행기를 너무 오랫동안 쓰고 싶지는 않고 또 여러가지 여행기가 기다리고 있어서 오늘 아주 마음 먹고 달렸어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8/16 00:36
그리고 날짜는 여행 당시 시간을 베이스로 해서 써 넣고 있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6/08/16 01:13
왠지 슈바르츠발트..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 꼭 가보고 싶은곳중 하나입니다.
어두워지면서 점점 흑림이라는 말처럼 바뀌어 가는듯하네요.(..아니 안그런 숲이 어디있겠는가만은요..)
Commented by ssen at 2006/08/16 14:24
안녕하세요~ valley 타고 왔습니다:) 여행기 너무 재미있게 봤고요, 링크퍼갑니다(대기중인 여행기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8/18 03:45
charlie님/ 이름 자체에 마력이 있습니다. 사실 딱히 어떤 숲을 지칭하기 보다는 그 일대 곳곳에 산재한 숲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인데도 마력때문에 가고만 싶죠!

ssen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밸리를 타고도 많이 오시는가 봐요!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심심할 때 작은 재미가 될 수 있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대기중 여행기는 저도 빨리 올리고 싶은 유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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