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6월 26일
아저씨 머리는 왜 그런 거예요 / 프라이부르크_57
프라이부르크의 특징 중의 하나는 거리의 상점들이 가게 앞 돌로 된 도보에 자기네들 표식을 한다는 거다. 사진에서처럼 신발 가게 앞 도보엔 신발 가게 도로 모자이크가 되어 있는 그런 식이다. 나처럼 원래 걸음걸이가 땅을 보고 걷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홍보 효과가 백만 구천점이다.

햇살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 도시는 오래됐지만 대학 도시라 그런지 거리의 평균 연령은 유럽에서 꽤 낮은 편 같다.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프라이부르크 대학이 있는 대학 도시. 프라이부르크의 대학생은 도시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주로 모인 노천 까페의 풍경은 노곤하게 따사롭다.


그 때였다. 피부로 "독일 정신"을 느끼게 된 그 순간!
여행과 조깅, 맥주와 음악을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로 첫째, 할 일 없는 캐나다 사람, 다음으로 할 일 없는 호주 사람, 그리고 독일 사람들을 꼽았다. 하루키가 인정하지 않았더라도 독일인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 독일 정신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갑자기 서너살밖에 안 된 독일 여자 아기들이 등에다 자기 몸통만한 배낭을 메고 거의 산악 행군하는 듯한 복장으로 이 거리를 휘저으며 나타난 것이다. 독일인은 세 살부터 여행자로 길러지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여자 아기들이 하는 예쁜 레이스 머리띠가 아니라 아웃 도어 웨어 브랜드의 머리띠를 저마다 머리엔 멘 독일의 네 살 여자 아이들은 여행자 차림으로 씩씩하게 이 도심을 행군중이다.
(실제로 볼 땐 아주 조그만 아가들이었는데 외국애들이라 워낙 이목구비가 정확하다보니 사진에선 실제보다 큰 아가들로 보인다)
어떤 아기는 어디선가 주은 큰 나뭇잎 하나를 손에 들고, 어떤 아기는 앞장 서서 가면서 리더 역할을 하며 말그대로 보무도 당당하게 걷는다. 이들의 인솔자는 호호 백발 할아버지 한 명과 젊은 남자 한 명. 예쁜 유치원 아가씨 선생님이 아닌 것도 특이하다.
이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 싶었던 나는 허둥지둥 아이들을 쫓아가는데, 아니, 웬 아가들이 걸음걸이가 이렇게 빠른 거야, 그런데 거침없던 아가들이 광장 부근에서 머리에 염색과 독특한 커트를 한 펑크족 집단을 보더니 오빠 언니들 얼굴이 뚫어져라 동물원 코끼리 보듯 멈춰서서 열심히도 구경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독일말로 뭐라뭐라 묻기도 한다.

프라이부르크 최고의 번화가 4거리에 있는 동상이다. 이 뒤에 찾아간 뉘른베르크에서도 느꼈는데 독일의 동상들은 약간 다들 이런 반추상 분위기를 띈다.누군가 프라이부르크를 찾아간 다른 사람이 이 여행기를 읽었을 때 서로 다닌 곳이 나와는 다를지 몰라도 적어도 이 동상만큼은 누구나 보았을 터이기에 반가운 공통점 하나로 올려 놓는다.
그럭저럭 흘러다니던 나는 중앙역으로 가는 길 도중에 현대적인 유럽의 중국집을 발견했다. 이 집엔 손님들이 정말 바글바글바글 했다. 다른 어떤 음식점에서도 볼 수 없는 줄 선 사람들이 있었고 영수증을 겸한 주문서는 평균 열 개가 넘게 밀려 있었다. 유럽에선 이런 중국집 출입이 싸고 맛있게 먹는 방법중의 하나다. 이름도 모를 쇠고기 요리 하나를 시켰다. 요리엔 밥이 딸려 나오는데 익스트라 밥 하나 추가도 0.50. 유로밖에 안된다. 한국돈 650원에 밥 한 공기. 한국보다도 싸다. 쌀 문화권에서 온 나는 어쩔 수 없는 본능에 입에 침이 고인다.

그럭저럭 걷다가 이 근방 골목길을 요리조리 들어가보니 타이 음식, 말레이 음식, 인디아 음식, 뭐 난리가 났다. 알고보니 이 골목은 아시안 먹자 거리였던 것이다.

목이 말라서 생수나 하나 사자고 수퍼에 들어갔더니 나 이것 참, 담배 자판기 이거 또 특이해 주시네. 자판기에 그 수많은 담배 종류가 문양별로 평면 위에 주르르 그려져 있고 이 그림위로 손가락을 터치하면 기계 어딘가 아래에서 담배가 쭈르르 올라와 턱~! 뱉어낸다.

삶을 풍부하게 하지만 인생을 짧게 만들어 주는 인생 쾌락의 3대 산맥 중에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것은 역시 담배, 그리고 이번엔 바로 이 것이다. 술! 보아라, 수퍼 진열장에 맥주가 박물관 수준이다.

왓 왓 왓... 하지만... 독일까지 와서 병맥주에 탐닉할 필요가 있느냐, 각 독일 맥주 회사의 맛을 파악한다는 의미는 좋지만 역시 독일에선 하우스 맥주를! 한국에서 일정 짜 올 때 생맥주와 독일 호프 안주에 탐닉하기로 한 것은 이 다음 도시인 뉘른베르그!
후후후 뉘른베르그야 기다려라 내가 "완전" 폭파시켜 주겠다!
# by | 2006/06/26 18:18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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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다 읽고싶어서 링크신고드려요. ^^
가이우스님/ 안녕하세요 가이우스님! 차두리, 행복한 인생의 취미로서의 축구도 있지만 야생 본능의 이기는 축구, 멋진 모습, 소식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