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6월 25일
독일의 작은 도시를 만드는 방법 / 프라이부르크_56

여자는 여행 다니기도 불편하다. '그 때'께서 왕림하신 것이다. 몸이 아프고 졸음이 쏟아진다. 원래 오늘 오전엔 숙소 근처에 있는 유럽 최대 길이의 로프웨이로 독일의 그 유명한 흑림, 혹은 검은 숲, 이른바 슈와르츠발트에 오를 계획이었는데 내 생애 또 다시 언제 찾을 지 모르는 흑림을 앞에 두고 나는 '그 때'에 무릎 꿇었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제대로 맞는 첫 아침을 나는 호스텔 침대에 누워 투병했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떠났던 장소도 막상 여행을 다니다보면, 뭐, 그냥, 건너 뛰엇!하기가 생각보다 쉬워진다. 한국에서는 절대 포기할 것 같지 않았던 것도 막상 현지에서는 어찌나 마음이 너그러워지는지... 실제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과욕은 재앙을 부른다는 것을 실감한다. 조금 무리했다 싶은 순간 뒤에는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맞바꿔야 한다. 여행을 다닐 때는 이런 것에 현명하게 순응하는데 어리석게도 일상 생활에서는 나만 아니라 모두가, 특히 내가 일하는 방송쪽 사람들 모두가 눈 먼 무엇처럼 달린다. 이 여행기를 옮겨 적는 요즘 나도 매일 달리고 있다. 어리석다, 어리석다.
우리 숙소에서도 무척 가까운 프라이부르크의 작은 성문 (검색으로 찾은 사진이다). 어제 국가대표 독일 아줌마가 '탑'이라고 표현했던 그 곳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으로 검색으로 퍼 온 사진이다.
사실 이런 그림같은 건물 앞이라면 감격하고 팔짝 뛰어야 하건만 슬슬 나에게 유럽 여행 증후군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의 반응은 그다지 경박하게 감격하지 못하고 점잖게 '이거로구나, 아줌마가 말했던 그 탑이...'하고 빙그레 웃었을 뿐이다.
유럽엘 처음 오면 한 사나흘은 정말 놀라움에 푸욱 빠지는데 그것이 한 일 주일이 지나고...지나는 도시도 서넛이 넘어가다보면 유럽의 도시들이 뭔가 비슷 비슷하게 느껴지고 나아아아아중에, 그래, 나아아아중이 되면, 정말 멋진 것을 보아도 무덤덤해지는 유럽 여행 증후군이라는 중병을 앓게 되곤 한다.
'독일 소도시는 원래 이 공식대로구나.'
작은 도시 건설 공략 TIP 1.
만일 누군가 당신에게 레고 블럭을 주면서, 혹은 심씨티와 같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주면서 독일의 작은 도시를 만들라고 한다면, 당신은 일단 아치형 성문과 우물과 성당과 광장, 시청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마을 입구의 아치형 성문, 중심에 있는 샘,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작은 광장. 그 광장 중앙엔 성당이 있고 인근엔 시청이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설명하는 유명한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성 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아이들이 왜 이럴까, 나도 관심을 가지고 이 좁은 수로를 눈여겨 보며 도시를 걸었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게도 이 도시는 이 좁은 수로가 끊이지 않고 연결이 돼 있는 것이었다. 이 수로를 흐르는 물은 하수구같은 지저분한 물도 아닌, 맑은 지하수처럼 보였고 도심의 비둘기는 몇 걸음 걷다가 이 물에 깃털을 적시며 샤워를 하곤 했다.
<구시가지마다 작은 수로> 인터넷에서 찾은 글
프라이부르크에는 하천 외에도 도심의 구석구석을 흐르는 특이한 수로가 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베히레'라고 하는 이 수로시설은 너비 50cm 정도인 시내를 흐르는 총연장이 15km에 에 이른다. 흑림에서 나온 드라이잠의 물을 경사가 진 프라이부르크 시내의 이 수로르 거쳐 흘러 내려가게 함으로써 도심의 홍수를 방지하고 도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이 베히레를 통해 각종 쓰레기를 쉽게 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독일에서 이 같은 베히레가 남아있는 곳은 프라이부르크가 유일하다고 할 정도여서 관광객들에게 이곳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 외지인이 이곳 수로에 빠지면 프라이부르크 처녀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내려오고 있다. 도심을 흐르는 베히레 주변에는 새들이 날아와 물을 마시기도 한다. 이렇듯 프라이부르크는 도시와 사람 그리고 자연을 하나로 엮어 내고 있다.
베힐레라고 하는 수로였다. 유럽에 해박하신 아라비아 왕자님 말씀으로는 이런 물길이 도심의 먼지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환경에 좋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내가 솔깃했던 것은 외지에서 찾아온 남성이 이 수로에 빠지면 마을의 처녀와 결혼한다는 이야기였다. '외지에서 찾아온 여성이 마을의 총각과' 버전도 이제는 나올만하지 않은가, 좀 어떻게 좀!
작은 도시 건설 공략 TIP2.
특히 프라이부르크를 모델로 한 작은 도시라면 베힐레라는 수로 아이템을 챙길 것.

성당이니 우물,시청,광장이 독일 소도시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요소라면 현대 독일의 소도시를 형성하는 새로운 요소들이 있다. 순전히 내 관찰에 따르면 일단 번화가 들어가기 전 살짝 외곽 입구에 할인 매장 ALDI 가 있다. 그리고 번화가에 들어서면 카우프호프 백화점이 있다. 그리고 H&M 옷가게가 최소한 하나는 있고 바로 위 사진의 해물 샌드위치 및 튀김 가게, Nordsee가 꼭 있다.
독일 작은 도시 건설 공략 3.
A 할인 매장, K 백화점, H 옷집, 그리고 N 음식점을 메인 스트리트에 세운다.

(가자미 튀김, 가자미가 맞느냐는 독일어를 모르는 관계로 자신 없음. 그냥 생긴게 그렇다는)
2003년 하이델베르그에서 이 음식점에 들러 북유럽에서 유명한 헤링(살짝 절여서 날 것으로 먹는 새끼 청어)을 먹은 적이 있다. 그 때 같이 갔던 모니카와 아라치가 살짝 경악을 했지만 아, 왜 내 입맛엔 이게 그렇게 맛있는지. 살짝 연어 초밥 비슷한 맛도 난다. 동생인 아라비아 왕자에게 나중에 이 얘기를 했더니 왕자님, 또 못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아라비아 왕자님이 다큐멘터리 촬영차 핀랜든가 아무튼 북유럽에 갔을 때 거기 헤링 인간문화재 촬영을 하느라 인간문화재가 만든 헤링을 먹어봤다는데... 아라비아 왕자도 다른 한국인들과는 달리 나처럼 헤링이 입맛에 너무나 맞았다는 것이다. 물론 나처럼 이런 Nordsee 음식점이 아니라 인간문화재가 만든 것이 아무래도 더 나았겠지! 추릅.그러면서 아라비아 왕자, 덧붙이는 말, 그 때 유럽을 간다 했을 때, 우리에게 여행유전자를 남겨 주신 우리 할아버지께서, 유럽에 가면 청어 회가 있으니 꼭 먹어보고 오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아...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입맛이나 방랑끼엔 내력이 있는게로구나...

(이름은 MATJES BAGUETTE)
# by | 2006/06/25 18:17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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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KER님/ 앗 그래도 비둘기들의 목욕탕인데 그 분이 비둘기를 미처 못 보셨나보네요 하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