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6월 24일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니 / 프라이부르크_55

프라이부르크가 유명한 이유는 실은 12세기의 활약상 때문이 아니라 독일의 환경 수도라는 별칭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나도 프라이부르크 기차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세계적인 환경 친화 도시라는 사실 하나로 가슴 설레며 역에 내려서 문을 나서자마자 눈 앞에 푸르다 못 해 지평선 가득 검게 나타나는 우거진 숲을 기대했었다.
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했던 일 중에 다큐멘터리 하나를 기획했었는데 독일의 '흑림'이라는 유명한 숲이 프로그램 내용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실은 그 때 기획을 위해 공부하다가 '슈바르츠발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슈바르츠발트, 독일어로 '검은 숲'이라는 뜻, 흑림. 가문비나무숲이 너무 우거져 일단 숲에 들어가면 햇빛 없이 컴컴하게 숲이 우거져서 붙은 이름이란다.
또 바로 그 일 전에는 지구 온난화에 관련된 기획이 하나 있었는데 그 때 만난 환경 연합 총장님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도 계속 이 곳 프라이부르크가 촬영 후보지 중의 하나로 오르내렸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부푼 가슴으로 이 곳에 내렸을까.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내가 모르고 있던 채로 말이다. 프라이부르크가 워낙 천혜의 자연 환경이 아름답고 좋아서 환경 도시가 아니라 한 번 환경이 엄청나게 무너진 뒤에 사람들의 인위적인 노력으로 자연을 되찾은, 그래서 환경 친화 도시라는 걸 몰랐던 것이다.

독일의 환경 수도란 이름은 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30여년 전엔 대기 오염과 산성비로 나무들이 다 죽어가고 있었는데 오염의 주범이 되는 쓰레기를 줄이고 자동차 이용을 자제해서 얻은 결과라고 한다. 사실 프라이부르크의 시민들은 환경 정책을 지키기 위해서 복잡한 분리 수거 정책을 따라야 하고 1회용품 사용 금지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90%가 넘는 이 곳의 시민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도시에 살고 싶다고 통계에 응했다고 한다. 결국 자부심과 실천의 문제인 것이다.
그것도 모른채 환상의 절경이 펼쳐질 기대에 부풀어 역에서 내렸으니 순간의 실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 둘씩 드러나는 이 도시의 모습에서 나는 왜 이곳을 환경수도라고 부르는지 곧 알 수 있었다. 그랬다. 이 곳은 도시 인구 수보다 자전거 대수가 더 많다는 도시였다.

이렇게 자전거가 시민들의 주요한 교통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효과적인 교통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차 차선을 줄이는 대신 160km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고, 특히 도심 중앙으로는 아예 자동차 진입을 막았다. 자전거의 속도가 자동차를 추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고 한다. 역시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전거를 이용한다.


엄마들은 자전거에 유모차를 연결해서 운전하고 음악하는 사람들은 첼로처럼 큰 악기 케이스를 등에 메고도 자전거를 타고 간다. 횡단보도 신호등 자체에 자전거 신호도 따로 있다.

동네 뒷산(이라고는 하나 유럽 최대의 숲인 슈바르츠발트 줄기로 향하는 길목인)에도 바이크족들이 올라와 있다. 동네 뒷산에서 시작해서도 유럽 최대의 숲과 능선을 자전거로 다닐 수 있도록 머나먼 길까지 하이킹 코스가 다 돼 있다.

그런데 이런 거 직접 와서 보지는 않고 사진이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만 보고 그대로 서울에 자전거로만 살아가자고, 그렇게 수입해서 쓰자는 사람들 꼭 나타날만 해서 우려의 한 마디를 더 해야겠다. 짧은 사흘이나마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여기는 대학 도시라는 특성이 있고 사람들 일상의 행동 반경이 우리나라 사람들 일산에서 강남역 출퇴근하는 그런 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전거로 일상의 반경을 움직일만 하다는 것과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크게 심호흡하며 숨 쉴 만하고 자전거를 위협하는 차들도 도심 안엔 없다는 것을 꼭 말해야겠다. 갑자기 우리의 서울라이트들이 불쌍하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려면 차들이 내뿜는 매연까지 마실 각오를 해야 하는. 아무리 한강 시민 공원으로만 다닌다해도 불멸의 한강 다리를 건널 일은 있게 마련인.

그래서 프라이부르크 거리의 옷집은 거의 다 아웃도어 스포츠 웨어. 자전거 관련 옷들이다. 상가마다 자전거 가게가 빠지지 않고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알림판도 있다.
아래 사진은 자전거 출입을 금지하는 어느 옷 가게의 알림 표시.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도 이성적이라고 유명한 독일인들도 자전거를 끌고 가게 안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우리에게 프라이부르크는 그다지 익숙지 않은 이름이며 낯선 도시이다. 하지만 음악이나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유럽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에게 프라이부르크는 낯설지 않다. 음악과 법학,신학으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대학, 생태도시의 본보기로 꼽히는 도시, 그리고 분데스리카에서 중위권을 차지하는 SC프라이브르크팀때문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한 곳이 프라이부르크다. 흑림과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인간이 만든 숲 흑림은 이제 세계를 대표하는 자연 숲지대가 되었다. 중부나 북부와는 달리 날씨가 좋고 일조량이 많아 포도가 잘 자라고 따라서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internet에서 찾은 정보

사진은 프라이부르크 우리 숙소 뒤에도 있던 포도밭. 사실 이 알자스 지방은 레드 와인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이 유명한 곳이다.
# by | 2006/06/24 18:17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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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사진도 정보도 적절히 잘 버무려진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대단하세요.
하르모니아님/ 그러니까 거꾸로 생각하면 이성적이라고 유명한 독일인들도 자전거를 끌고 가게 안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그쵸? 음~ 하르모니아님 덕에 본문에도 덧붙여 쓰렵니다~
스위스에서 Bern을 지나갔었는데 좀만 올라가면 프라이부르크... 못들려서 아쉽네요.
꼭 가보고 싶은데 다음에 갈 기회 있다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