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하나 넘었을 뿐인데 / 프라이부르크_50

웬만하면 나는 열차칸 식당에서 식사를 먹지 않으려 한다. 여행의 느낌을 받고 싶어서 먹을 때도 있지만 대개 열차 식당칸 음식은 맛은 없고 차가운데 비해 가격은 비싸다. 그래서 아직 사람들이 모이지 않은 스트라스부르 역 트랙에서 나는 바게뜨에 레토르트 강된장 파우치를 뜯어 바게뜨에 상추 넣고 토마토 넣고 살짝 된장 바르고 막간을 이용해 한 끼니를 먹는다.

음...! 그런데 ㅠ ㅠ 강된장의 냄새가 이렇게 확실하게 쿠리쿠리하게 퍼질 줄은 한국에선 상상도 못했다. 원래 나는 '청국장 냄새가 난다'는 개념조차 못 느끼는 사람인데, 갑자기 역 구내에 남자 운동 선수 단체가 올라타 다같이 '이번 경기는 특히 어려웠어!' 하면서 쓰윽 운동화를 벗어 양말의 발을 집단적으로 꺼내고 있다는 환상을 체험했다.

창밖으로 마른 옥수수밭이 버성거리며 나타난다. 작은 동네를 다니며 열차를 갈아타는 이 기쁨은 정말 여행을 하고 있다는 포만감을 전해 준다. 이런 것에 정말 배가 고팠어!

짧은 구간의 시골 열차를 타고 strasbourg에서 offenburg까지 30분, 그리고 offenburg에서 freiburg까지 46분이면 나는 독일 최고의 환경 도시에 도착한다. 스트라스부르의 EU 의회 완전 FULL 예약 사태로 뜻하지 않게 숙소를 구해 떠나는 프라이부르크. 스트라스부르에서 떠나는 기차가 제일 많고,가깝고, 다음 여행지인 뉘른베르크와의 연결성이 좋은 그런 이유로 선정된 곳이다.

15분에 2유로짜리 인터넷 검색으로 후다닥 찾은 유스호스텔에 예약을 해 놓았다.  Black Forest Hostel. 흑림장. 가자! 독일과 프랑스 국경의 그 프라이부르크 검은 숲 여관으로!!!!~

오펜부르크역에서 잠시 내렸다.

으왓,단지 20분만에 국경 하나 넘었을 뿐인데!

스트라스부르에서 단지 30분만 왔을 뿐인데 이렇게나 분위기가 다른 것인가! 프랑스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청바지가 주류를 이룬다. 독일 청바지 회사 만만세다.

드디어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했다. 역 바깥으로 나온 나는 저으기 실망. 다음에 자세히 쓰겠지만 "생태 도시" "환경 도시" "자전거 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를 믿고 왔건만 이 날 오후까지는 너무나 실망스럽기만한 풍경만을 만났던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고작 이런 도시를 보고 환경 운동의 메카로 섬겼다니...!

이게 뭐람, 이 너무나 메마른 풍경은! 역에서 내려 바라본 프라이부르크는 메마른 독일의 그저 그런 도시같아 보였다.독일임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폭스바겐 건물이나 뭐 그러저러한 독일어라든지가 눈에 들어 올 뿐이었다. 게다가 숙소로 가기 위해 역사 근처의 트램 정거장에 가서 표를 사는데... 2유로란다. 오... 프랑스에선 이보다 싼 1.40에 불과했는데... 원래 독일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이런 거겠지? 같은 유로를 쓰니까 국경을 넘으면 물가가 어떤건지 금방 피부로 알겠다, 아무리 바보라도!

그러다 보니, 그러다 보니...처음으로 무임 승차를 했다. 나는 솔직히 유럽 여행 한답시고 낭만에 젖어 공연히 유럽 시내 교통 무임 승차 하는거 절대 낭만으로 보지 않고 꼴불견으로 보는 사람인데 그런 나에게도 한 번 트램에 4유로라는 충격은 너무 컸다. 한 번 버스 타는데 5200원이란 말. 이번 여행을 통해 "티끌모아 태산"의 개념이 무엇인지 다시금 느끼고 있는 중인데 그래서 기껏 트램표는 사 놓고는 트램 안에서 모르는 척하고 펀칭을 안하고 있다가 세 정거장때가 되어 살짝 내린뒤 차 안에서 표 확인기에 펀칭 안한게 창피해서 공연히 멍청한 척... 그렇게 서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 창피한 일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여행기에 안 올리겠는데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행동을 했다는 것이 나 자신도 쇼킹하기 때문에 적어놔야 겠다. (그런데 하필 나를 내려 놓은 그 트램이 안 떠나고 그 자리에 특히나 꽤 오래 서 있는 것이야 ㅠ ㅠ )

그렇게 불법적으로 트램에서 내렸는데 독일 전형 퉁실하신 아줌마, 나를 바라보며 다가오시는 것이었다... 

by hertravel | 2006/06/19 18:13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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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lytie at 2006/08/06 21:07
잘 읽었습니다.^^ hertravel님 이글루 링크해갈게요..^-^
저도 아마 내년에 가면 그 어마어마한 트램값 감당하기 위해..모른척을 한번..^^;
Commented by 마르 at 2006/08/07 10:17
다가오시다니... 다가오시다니... 그다음이 궁금해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8/09 02:42
clytie님> 네 반갑습니다 맘껏 읽어주시면 감사하죠 ^ ^ 그래도 무임승차는 마세요~!
마르님> 제가 얼마나 깜짝 놀랐겠어요 ㅠ ㅠ
Commented by raoh at 2006/08/10 16:13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ㅎㅎ
여행기 읽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네요. 링크 걸겠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여행기 부탁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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