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6월 15일
뒷문을 나서면 풍덩 / 스트라스부르_46

성격 급하게 뒷 문으로 뛰쳐 나가다가는...특히 부모님의 꾸중을 듣고 뛰쳐나가거나 부부 싸움에 격분하여 짐을 꾸리고 뛰쳐 나가는 방향을 잘 못 잡았다가는...이 동네에서 살려면 일단 아무리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노여워하거나 뛰쳐나가지 말라. 그냥 방문을 세게 꽝 닫으라. - hertravel의 '운하 라이프' 실속 조언 제1강
쁘띠뜨 프랑스는 운하 지역이다. 좁은 폭의 운하 양 옆으로 서 있는 중세풍의 건물들이 말 그대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아직 한국인은 많지 않다) 이 아름다운 건물과 강물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일단 감탄과 감격은 했다) 그 건물의 뒷문 계단에서 벌어질 일 따위를 자꾸 떠올리니, 이것 참. 게다가 문득 한국에서 '이 집에서 살면 될 일도 안 됩니다... 집에 수맥이 흘러요, 수맥이!'라고 강변하시는 수맥 전문가분께서 혹 이 곳을 관광중이라면 이 아름다운 광경에 혀를 끌끌 차시는 건 아닐까, 혼자 쿡 하고 웃기도 했다. 특히 바로 이 운하 지역에 있는 작은 호텔은 하룻밤 가격이 40만원이나 하는데, '수맥을 베고 하룻밤 자는데 40만원을 냅니까? 버럭!'하시지는 않을까. 심지어 어떤 호텔은 물이 격랑을 치는 소용돌이 바로 옆에 객실 창문이 달려 있다.
아래 사진은 역시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던 아버지께서 30년동안 돌아오시지 않았다는 어느 집의 뒷문 계단, 이라고 쓰면 분명 믿는 분들이 있긴 있을 거다.


뒷 문을 열자마자 계단 한 줄 없이 그대로 강물인 이 집은 뒷문 위에 지붕을 만들어서 정류장같이 만들어 놓았다. 꼭 배로 무엇인가를 운반해서 집안으로 들여 놓기 좋게 만든 '접안시설' 같았다. 무엇인가 운하의 사는 사람들만이 이용하면서 살고 있는 운하 라이프가 있는 것이다.
강 저쪽 유람선이 운하의 길목을 통과하느라 멈춰섰다. 그 장면을 바라보다 나는, 응응 소리를 내며 기어다니고 쇠약한 몸에 약처방을 내려주면 우흐...하고 신음 소리를 내던 라라가 생각났다. 오래전 툼레이더를 플레이하다가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필요했던 운하 미션의 라라. 그 때 고심해서 겨우 알아냈던 그 트릭이 운하 라이프의 세계에서는 이렇게나 일반적인 것이었다니!
<수위가 달라서 평소에 수문으로 닫아 놓는 구간을 배가 지나갈 때 쓰는 방법>



유유히 빠져 나간 배는 곧 운하의 작은 다리를 만나지만 겉으로 멀쩡해 보이던 다리는 조립식 장난감처럼 갑자기 옆으로 꺾이며 배가 지나갈 자리를 내 준다. 운하에서 살면서 배도 띄우고 다리도 놓고 다 하고 살겠다는 사람들의 생활이 갖가지 장난감같은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게 장난감 나라의 장치같은 기분이 드는 건 단지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잔세스칸스에서 너무나 깊어 보이고 강폭도 꽤 되어 보이는 바다, 강 하구 물길을 지나는 큰 선박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도 그 멀쩡하게 큰 다리가 갑자기 꺾여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라라가 헉헉 거리면서 뛰어다니며 버튼을 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마징가가 물을 가르며 솟구쳐 오르는 스케일이다. 사진은 바로 그 장면.

(다리 중앙 일부분이 양쪽에서 위로 올라가 배가 지나다닐 물길을 터준다)
# by | 2006/06/15 18:10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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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kh님> 아마도 수맥을 따지시는 어르신이 관광을 가셔서는 혀를 차시겠네 크크크 하고 보면서도 웃었답니다. 이건 뭐 수맥이 아니라 물바다니까요^^
승네군> 네 그러고보니 깜박 안 써 놨는데 여기 스트라스부르 구시가가 세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받은 곳입니다. 이 일대 스트라스부르 - 콜마르 - 물하우스로 이어지는 도시가 다 이렇게 아름답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