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가 부러운 유럽인들 / 스트라스부르_42

낮에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지만 밤에 숙소로 돌아와 숙소 부근에서 짜투리 시간 동안 동네 구경을 하는 것도 소소하고 느긋한 여행의 재미다. 나는 그것을 '동네 관광'이라고 부른다. 어느새 익숙해진 숙소 부근의 작은 술집이라든지, 작은 식료품점, 특별할 것도 없는 골목은 먼 길을 다녀와 한국 내 침대에 누워 여행을 떠올릴 때에 에펠탑보다도, 몽마르뜨 언덕보다도 더 생생하고 그립게 떠오르기도 한다. 스트라스부르에 오후 늦게 도착한 나는 첫 날의 이 저녁을 '동네 관광'으로 소요할 예정이다.


동네의 '양장점'은 보기 드문 옛스런 의상을 전시해 놓았다. 그들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기 때문인가, 실제로 안을 들여다 보면 바느질 가게가 주업인듯 보이는데 어쨌거나 나같은 여행자의 눈에는 이런 독특한 가게는 흥미롭게 마련이다.

이 작은 거리에 일본식 인테리어 가구점이 있다. 요 몇 년 유럽에 동양붐이 일어 200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국어로 "농민 대회 추진회",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한글 티셔츠도 본 적이 있고 한글로 "존"(자기 이름)이라든지 "一心"(누가 가르쳐 주셨는지)이라고 쓴 초특급 엽기도 본 적 있지만  이번엔 유럽의 여러분들이 일본의 방바닥 다다미와 숨 막히게 눌러주는 두꺼운 이불까지 부러워 할 줄이야! 멀쩡한 침대를 놔 두고 침대의 나무 뼈대 위에 다다미를 올렸다. 그들의 눈엔 저거... 저... 다다미가... 환경 친화적으로 보이겠지만....동시에... 벌레도 무지 살기 좋은 환경인데...침대위에... 다다미 올리고... 그 위에 두꺼-운 일본 요를 깔고...거기에 분위기도 아시안스럽게 壘 라고 한자가 쾅 박힌 침대 커버를 올렸다!


그런데 그 글자가... 和나 想 뭐 이런 정도나 되면 철학적인 문자로 아시안 문화의 가치라도 팔고 있다고 하겠다. 그것도 아니고 이게 웬 그냥 "壘"냐 이거다. 참고로 이 글자의 뜻, 너무 정확 간결하다, "다다미"!... 어머나, 뜻이 너무나 심오해 주신다.


자, 걷자.
hertravel의 동네 관광으로 훑어 가는 숙소 인근은 
파리같은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작은 소도시의 안온함과 아기자기함,
느리게 사는 느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뭐지? 이곳은 유럽 연합의 의회가 있는 국제 도시야,
그저 소도시일리 없잖아.

그럼에도 이 곳의 속도는 확실히 파리보다 느긋하다. 
해는 뉘엿뉘엿 진다.
동네를 흐르는 개울 위로는 다리들이 순서대로 놓여 있다.
알고 보니 동네 개울이 아니라 그 유명한 "일 강"이었다.

개울 옆은 푸르른 잔디 무성한 위로
가을이 든 낙엽이 살짝 덮여 있다.
어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놀고 있고
어떤 남자는 강아지에게 뭔가를 던지고
물어오는 놀이를 하고 있고
어떤 여자 둘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저녁 조깅을 한다. 
스트라스부르에 대한 나의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는데
이 도시의 태양은 뉘엿뉘엿 지며 달아난다.

by hertravel | 2006/06/11 18:08 | 유럽과 나의 왼 발 (2) | 트랙백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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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6/07/22 14:08
다다미를 뜻하는 한자도 있었군요.. 새로운것을 배웠습니다. 어떻게 읽나요? 설마 "다다미 다"? :)
Commented by chokey at 2006/07/22 14:56
일본뿐만아니라 한국도 많이 부러워 해줬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7/22 15:28
charlie님> 저도 궁금해서 글자를 찾아봤더니 다다미란 뜻이더라구요. 이불에 써 놓은 것은 일본식 약자로 같은 자입니다. 우리 식으로는 "진 루"입니다
chokey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안그래도 요즘 온돌 마케팅이 있던데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7/22 15:30
트랙백이나 링크 타고 오신 분들께 알립니다.
포스트 제목이 바뀌어서 깜짝 놀라셨죠?
토고에서 온 유쾌남 이야기는 어디 갔나 하셨을 겁니다.
이 글이 원래 길이가 너무 길어서 둘로 나눴습니다
이전페이지를 누르시면 이 글의 뒷부분이 나옵니다.
Commented by sikh at 2006/07/23 00:01
사실 환경 친화적이라는 게 다 벌레가 살기 쉽다는 거지요... 황토방이라든지... 황토방이라든지... 황토방이라든지... ㅜㅜ (아아아 안좋은 추억이...)

현대 건축과 접목해서 벌레 없이 쓸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물건은 정말이지 온돌이 유일무이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고온으로 뜨뜻하게 하니 벌레가 머물만한 환경은 못 되겠죠?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7/23 00:31
sikh님> 후후 황토방의 쓰라린 추억이 있으신 모양이신데요. 황토방도 벌레가 많게 생겼나 보죠?... 개미 정도라면 모르지만(사실은 이것도 저는 ㅠ ㅠ ) 지네나 각종 다지류라면 그건 너무 끔찍하겠죠, 설마...?
Commented by shinjism at 2006/07/28 00:49
안녕하세요. 처음 들렀습니다. 여행 많이 다니시나봐요. 전 아직 유럽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보기만해도 멋지네요.
그냥 덧붙이자면 저 한자는 그냥 타타미라고 읽는답니다. 말그대로죠..
전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온돌이 제일 좋더군요. 온돌도 인기끌면 좋을텐데..^^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7/29 03:26
안녕하세요 shinjism님 반갑습니다. 역시 다다미였군요^^ 자주 놀러오세요 곧 일본 여행기도 올릴텐데 많이 가르쳐주세요
Commented by bateauivre at 2007/05/16 05:25
Futon, 인기 좋죠. 저도 오스트레일리아 살 때 침대는 푸통(프랑스어 발음으로는 퓌통이라고 하는데, 일본어로는 후통인가요?)이었는데, 프랑스에서는 훨씬 비싸더군요!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그런 듯. 또 서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가 무엇이든 일본식 좋아하는 것에서는 선구적이잖아요, 이미 19세기부터 (무엇이 일본식이고 무엇이 엉터리인지 제대로 구별도 못하면서 ^^;;). 푸통은, 개인적으로 스프링 매트리스보다 딱딱하고 편해서 좋아해요. 한국 요의 두껍고 무거운 버전이랄까. 물론, 볕 쐬주고 뒤집어 주고 뭐 그런 자잘한 일이 있긴 하지만 (게다가 무겁 -_-)...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16 12:19
bateauivre님은 푸통 침구까지 다 사용해 보셨군요. 프랑스의 일본 문화(말씀대로 인지 아닌지도 구별하지 못하면서) 사랑은 정말 각별한 것 같습니다. 고흐부터 일본 그림을 모사하고, 남프랑스의 아를에 도착해서 반짝이는 햇살을 보면서 이 곳은 일본처럼 아름답다고 하였다니, 아마도 고흐가 살았다면 여름날의 습기와 가을날의 태풍은 너무도 충격적이었겠죠 ^^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05/16 12:20
정정합니다 = 고흐가 '일본에' 살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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