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도 맥주로 파리의 저녁을 吟風弄月 / 파리 생 루이_32


이 것 봐라~? 8.6도짜리 맥주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점 냉장고엔 이같은 8.6도짜리 맥주만 아니라 9도짜리, 10도짜리 맥주도 있었다. 그게 알콜 함유량인 것을 모르고 처음엔 8이니 9니, 10이니... 숫자 맥주라니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하나를 사들고 나와 한 잔을 마시고는 머리가 띵해졌다. 뭐...뭐지, 이런 맥주는...? 맛은 맥주인데 술이 확 오르는 이 알콜 기운은 위스키...폭탄주 느낌이다!

갑자기 기분이 마구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만 나는 이 신기한 맥주에 반해서 꼴깍꼴깍 길쭉한 한 캔을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하하하 뭐 이런 맥주가! 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나는 그 고수머리 아저씨가 있는 상점으로 돌아가 두번째 맥주를 샀다. 누런 종이 봉지 하나를 달라고 해서 맥주 캔을 싸서 마시며 걸었다. 누가보면 완전히 알코홀릭 가출 청소년(일리가 없지만)이다. 그렇다. 해는 져 간다...


어스름한 저녁이 찾아들고 있다. 오렌지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음흠흠- 마냥 기분이 조쿠나야...살짝 이런 술기운이 바로 예술가분들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즐기시는 그런 이유와 비슷한 그런 걸까? 번들거리는 내 눈엔 벽의 포스터 조차도 무슨 예술 포스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예술 작품을 위해 특별히 연출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게이분들께서 달콤한 키스를 나누시는 사진이었다.

레인보우 애티튜드 엑스포, 게이 엑스포가 이 곳 파리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음...

오른쪽 남자가 낫다.

다시 파리 세느강의 좌안으로 옮겨가는 다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8.6의 맥주 술냄새를 팡팡 풍기며 노틀담의 뒷통수와 시떼 섬, 므슈 바또 유람선을 바라본다. 아름답다. 오랫동안, 해가 지도록 바라보고 있어도 여전히, 여전히 아름답다. 그리고 해가 졌다.

이런 곳에서 우리나라의 영화들이 상영되기도 하겠지. 언젠가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작은 예술 영화관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현지 제목은 달랐다) 걸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저녁의 음풍농월吟風弄月은 로댕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그의 여인 중의 한 명, 까미유 끌로델의 집 앞을 지난다.

"너의 재능이 새로운 것이라면 너는 몇 몇 안되는 지지자와 수많은 적을 가지게 될 것이다.그러나 실망하지 마라. 지지자들이 승리할 테니까. 왜냐하면 그들은 왜 자신들이 너를 좋아하는 가를 알고 있거든. 하지만 적들은 네가 왜 자신들의 마음에 거슬리는지 알지 못 해. 그들은 지속적인 정열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갈 뿐이지. 자, 이제 생각해 봐. 너의 재능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   

-까미유 끌로델 中에서 


만화 가게마저도 일러스트 샾의 분위기를 풍기는 밤의 파리 골목. 이 분위기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8.6의 맥주 취기가 안타깝게도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by hertravel | 2006/06/01 17:42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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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가이우스 at 2006/07/04 03:45
파리 멋지네요. 여권조차 없는 저로써는 이렇게 포스팅을 구경하는 것으로
외국 구경을 한답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6/07/05 00:4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리는 정말 멋진 곳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도 쓰면서 자꾸 그리워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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