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파리가 사랑한 생 루이 섬 / 파리 생 루이_31

파리의 하늘 아래 사랑의 노래소리가 흩날리고 있다네.
오늘 그 노래소리는 어느 젊은이의 마음 속에 싹텄다네.
파리의 하늘 아래 연인들이 걷고 있다네.
그들의 행복은 서로에 대한 진실 위에 그려졌다네.

베르시 다리 아래엔 철학자 한 명과 두 명의 악사. 몇 명의 구경꾼이. 
파리의 하늘 아래엔 이 오래된 도시에 매료된 사람들이

민중의 찬가를 부르며 걷곤 한다네.

노트르담 부근엔 드라마가 숨어 있기도 하지만 
그래요. 결국 빠리에서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수 있다네.

여름 하늘이 내비치는 몇 줄기의 햇살

뱃사공이 연주하는 아코디언 멜로디.
파리의 하늘엔 희망이 꽃 핀다네.

파리의 하늘 아래에선 강물도 즐겁게 흐르고
밤이 오면 그 강물은 부랑자들과 거지들의 고통을 달래준다네.
파리의 하늘 아래선
하나님의 아름다운 새들이 서로서로 노래하려고 전세계에서 날아온다네.

그리고 파리가 소중하게 지닌 비밀은

20세기 이래로 생루이 섬을 사랑한다는 것.
생 루이 섬이 하늘을 향해 미소지으면 하늘은 파란 옷을 입는다네.


하늘이 파리를 향해 비를 내리면 그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것.
그가 수많은 연인들을 심하게 질투하게 되면 터질듯한 천둥소리를 울리지만 
언제까지나 흐려있지는 않아
용서의 의미로 무지개를 보여준다네.
 
- Sous le ciel de Paris 파리의 하늘 아래

파리가 20세기 이래로 사랑에 빠졌다는 생 루이 섬. 노틀담 성당이 있는 시떼 섬에서 다리로 연결된 또 하나의 작은 섬이다. 생 루이섬은 또한 시떼 섬과 함께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기자기하게 예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노틀담 사진을 찍기 위해 시떼 섬을 들렀다 그대로 남쪽의 까르띠에 라땡으로 내려가 버린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관광객들과 정반대로 길을 거슬러 올라가 나는 다리를 건너 생 루이 섬으로 들어섰다. 어느 아파트 안쪽 뜰에 들어가 찍은 사진엔 클래식 레고 집 창문 블럭과 같은 모양의 창들이 규칙적으로 달려 있다. 유럽은 이런 나무 창문틀을 많이 쓰지만 특히 이 안뜰은 고르게 배열돼 있었고 또 고르게 낡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녹인 치즈에 이런 저런 것을 돌려 묻혀서 먹는 것을 퐁듀라고 하는데 이 초컬릿 가게는 퐁듀용 초컬릿을 팔고 있었다. 사진은 가게에 전시된 퐁듀용 초컬릿. 지금 맨 위에서부터 아래로 계속 초컬릿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는 중이다...

대체적으로 단체 관광은 시떼 섬에서 끝나는데 요즘엔 코스가 생 루이 섬까지 확장됐다고 한다. 이 곳에 무슨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에 왔다가는 것이 코스에 추가됐다고 한다. 나야 어차피 가이드 북이나 여행기 책도 없이 걷다가 들어온 섬이라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 줄을 몰랐다. (지금 생각하니 가을이라 문을 닫았던 것 같다). 그냥 걷다 보니 이 섬의 골목엔 정말 살짝 고급하고 예쁜 생활 소품같은 것이 있어서 볼거리 살거리 먹을 거리가 많아 보였다. 

생활에서 쓸 수 있는 작은 소품들이 놀라운 아이디어와 귀여운 센스로 장식된 작은 소품 가게가 있었다. 나는 특히 이 CD 꽂이 앞에서 한동안 망설였는데 결국은 그냥 돌아섰다. 후,회, 스럽다.

특히 이 거리의 와인 샵에서 이런 그랑 크뤼들을 만나서 그냥 쳐다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최고의 관광이었다. 멋진 건물을 보고 놀라운 자연을 보는 것도 관광이지만 이런 그랑 크뤼들을 만나는 것도 정말 나에겐 빛을 보는 '관광'이란 말 그대로다. 삐숑 롱그빌 2000, 오브리옹, 무통 로스칠드, 마고...

그런데 문제는 일본인들이 너무 많았다는 거다. 아니, 일본인뿐이었다는 거다. 비슷비슷 오종종한 키의, 샤기 컷을 한, 일본인 특유의 화장 얼굴을 한 열 명 정도의 일본인 여자애들이 와인 샾에 다같이 모여 있고 이 샾의 판매원 아저씨는 오종종한 이 아시아 여인들 앞에서 "아노~렛또 와인와~ "하고 손님에게 살짝 아부성 섞인 일본어 시도를 하자 갑자기 열 명의 일본녀분들께서 다들 까르륵 즐거우시면서 전원 박수 쳐 주신다. 프랑스 아저씨 판매원 한 분과 열 분의 일본녀들의 화기애애함이 넘치는 이 아름다운 분위기 속에 혼자서 흥분이 식어가시는 방문자 한 분이 계셨으니 바로 나 hertravel이다.

'일본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거 보니까 여기 가격은 못 믿겠다...'


이 거리에서 눈에 띄는 상점 중의 하나가 "수제 푸와그라"를 파는 집이었다. 푸와그라는 아시다시피 거위들 목구멍 속에 기계로 음식을 마구 집어 넣어 비만이 되도록 억지로 먹여서 지방간이 된 것을 먹는 프랑스 전통의 음식이다.

이 집을 보고 알았다. 역시 요리의 나라 프랑스의 음식답게 푸와그라도 종류가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게 진열장 한 가득이 푸와그라다. 판매 직원 아줌마는 긴 앞치마을 앞에 두르고 옆에 와서 설명 들어간다. 푸와그라 알죠? 우리 푸와그라는 완전 수제로서 일반 캔이나 그렇게 파는 것과는 수준 차이 너무 나 주신다.는게 설명의 요지.

'그런데 아무튼 일본 애들이 다니는 루트로 다니면 참 묘한 느낌이 든단 말야... 어쩐지 프랑스인 판매원들조차도 일본인의 느낌이 어딘가 나기도 하고... 너무나 당연히 지갑이 열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놓은 프와그라 조각을 입에 넣으니 피넛 버터를 먹는 느낌이다. 어떠냐 맛있냐고 묻길래 아 맛있다.라고 대답을 하고 나왔다. 실은 파테같은 비슷한 맛이었는데 그 농후함이 너무 심하게 진해서 더 준다해도 먹을 생각이 안 났다.

집이나 상점, 거리의 수준이 좀 있는 곳이라는 생 루이 섬에서 우리 마티즈 차를 만났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워낙 마티즈를 많이 보게 되는데 체코에서 많이 봤다. 프랑스에서는 못 봤었는데 이 거리에 그것도 마티즈 특유의 대표 색상을 한 차가 서 있었다.

그러고보니 사진 속의 길 건너의 꽃집 또한 꽃과 차양 색이 잘 어울리고 안 쪽의 조명이 예쁘다. 꽃 종류가 달라서 그런건지 외국에서 보는 꽃집, 특히 프랑스의 꽃집은 참 예쁘다. 파리 시내 도심가에서 아주 큰 꽃집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 예뻐서 그 집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구경을 했었다. 사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멋진 인테리어에 예쁜 꽃이 정말 수 백 송이 단위로 잔뜩 꽂혀있는 그 자체가 너무 장관이라 입이 딱 벌어졌던 것 같다. 그 집 문 앞엔 허락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돈인 곳이다. 그 옆의 초컬릿 집도 그랬다.

드라마 같은 데에서 꽃다발을 받고 헬렐레 마음이 풀어지는 여주인공들을 보면 '꽃이 뭐라고'라고 생각했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파리 시내의 그 꽃 바구니를 하나 보낸다면 나는 그 앞에서 입을 헤벌쩍 벌리고 있을 것 같다. 첫 한 송이가 시든 것을 발견한다면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이것 봐라, 마티즈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상상의 꽃다발까지 왔군.

상상이 아닌 정확한 사실을 말하자면 이 사진의 거리를 지난 몇 분 뒤 나는 웃는 얼굴이 예쁜 남자(를 좋아한다)가 안겨주는 파리 최고가 거리의 꽃다발이 아니라 작은 구멍가게의 곱슬머리 아저씨가 영수증과 함께 건내 주는 8도가 넘는 독한 맥주캔을 손에 받아 들고 있었다.

by hertravel | 2006/05/31 17:41 | 유럽과 나의 왼 발 (1)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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